"괜찮아?"
"……."
"앞에 잘 보고 다녀야지, 다칠뻔했어."
"……."
"조심해서 다녀."
찬열이었다. 언제나 친절하고 다정한.
나는 그 따스함이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일거라 생각했다.
DIABOLUS
[악마]
강의가 끝난 후,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엇갈려 넘어질 뻔한 것을 찬열이가 구해주었다. 나는 따뜻한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나는 언제나 그를 몰래 바라보고, 혼자 마음을 불태우기도 하며 혼자 그 마음을 삭히기도 해야했다. 계단에서 그런일이 있은 후, 나는 그를 전보다 더 앓아야만 했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인 것이 있어서인지 나는 생각이 항상 많았다. 그리고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질 때면, 지금처럼 이렇게 그냥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그 때, 옆에 있던 강아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채 발 쪽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악!"
"야, 몽구! 너 이리 안와?"
"……."
"죄송해요, 강아지가 사람을 좋아……, 변백현?"
"……."
"백현아, 이 주변 살았구나. 난 여기가 학교랑 멀어서 아무도 안 사는줄 알았는데."
"원래 여기 살아서…."
"그렇구나. 나 매일 학교 혼자가기 쓸쓸했는데, 앞으로 같이 가자!"
"……."
"…싫어?"
"…아냐! 같이, 가자."
두 번의 우연이 일어났다. 나는 이게 너와 나의 인연일 거라 생각했어, 찬열아.
그 뒤로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친해지게 되었다. 내가 내성적인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찬열이는 사람을 편하게 대했다. 새학기라 아직 흔한 친구도 사귀지 못한 나에게 매일같이 다가와 함께 학교를 가고, 함께 밥을 먹고, 또 함께 집을 갔다. 어쩌면 너 또한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 때 부터 였을까, 내 머리는 오로지 내가 하고싶은 대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하루는 찬열이가 나에게 말했다.
"백현아, 나 무용과 여자애 소개받았다!"
"…진짜? 누구?"
"혜진이, 이혜진. 얘 이쁘다고 소문났다."
"아……. 그래?"
"아 그래, 가 뭐냐 반응이? 부럽지? 부러워서 그러지, 너?"
"하나도 안부럽거든?"
찬열아, 너도 나를 좋아하잖아. 왜 여자를 만나고 그래? 나를 단념하기 위해서?
나는 또 내가 내 멋대로 생각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찬열이와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해왔다. 그렇게 내 속내를 감추는 몇일동안, 찬열이는 이혜진을 만나 좋은 감정을 키우고 있었다. 소개를 받았다며 나에게 자랑한지 몇일 지나지 않아 함께 점심을 먹으며 종종 이혜진의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나 어제 혜진이 만났어. 진짜 예쁘더라, 착하고. 오늘도 만나기로 했는데 뭐하지? 야, 백현아. 어제 혜진이 만나서 영화봤다. 영화보면서 혜진이 얼굴 힐끔 봤는데, 되게 설렜어. 어? 혜진이한테 연락왔다. 오늘 뭐하냐고 그러네. 백현아, 우리 오늘만 저녁 따로먹자. 혜진이가 같이 밥먹으러 가재. 언제나 찬열이는 심기를 건드리는 말만을 했지만 다 참아 넘겼다. 하지만 오늘 찬열이가 꺼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만 젓가락을 놓치고 말았다.
백현아, 나 혜진이랑 사귀기로 했어.
순식간에 굳은 표정을 감추기 위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물은 보답을 바라지 않고, 마음을 담아서 줄 때가 가장 아릅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찬열이의 여자친구가 된 이혜진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내가 준비한 선물은 몇일 뒤 학교에서 주었다. 나라는 것을 밝히지 않기 위해 일찍 학교에 가 아무도 없을 때 이혜진의 사물함에 정성을 다해 포장한 상자를 넣어두었다. 그리고 이혜진이 학교에 올때 쯔음, 나는 그녀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은근히 그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혜진이 사물함을 열고 내가 넣어둔 상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아직 내용물을 모르는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연인인 찬열이가 준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혜진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열었고, 내가 넣어둔 인형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곧 이혜진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내가 준비한 선물들이 모조리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인형은 이혜진이 손에 들자마자 목이 떨어졌고, 인형 안에 있는 솜은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있었다. 그리고 내팽개쳐진 상자에서 나온 카드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죽여버리기 전에 찬열이한테서 떨어져.
나는 두려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미소지었다.
"찬열아,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백현아."
"응?"
"나 차였다."
"…뭐?"
"혜진이가 그만 만나재."
"……."
"이유는 끝까지 말 안해주더라. 그냥 헤어지재."
"…찬열아."
"하아……. 백현아, 실연당한 친구를 위해 오늘 우리집에서 술이나 같이 마시자."
생각보다는 덜 우울해하는 찬열이를 보며 쓴웃음을 지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줄까, 찬열아. 네 옆에는 내가 있다고?
진심으로 이 상황이 우스워진 나는 찬열이 몰래 킥킥대며 웃었다.
"어유, 우리 몽구. 형 왔다!"
"멍멍이 오랜만이네."
찬열이가 강아지를 들어올려 품에 껴안고, 볼을 부비기도 하며 뽀뽀까지 해댔다. 가만보면 찬열이는 강아지를 지나치게 아끼는 것 같았다. 처음 본 날에도, 몽구가 어쨌네, 저쨌네 하며 혼자 신이나서 이야기 하던 찬열이가 떠올랐다.
"너는 강아지를 쓸데없이 너무 예뻐하는 것 같아."
"귀엽잖아. 몽구야, 저 형 가서 물어!"
"뭐야, 박찬열."
그 때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사람을 좋아하는지, 찬열이가 바닥에 내려주자마자 나에게 다가온 강아지가 안아달라는 듯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강아지를 쳐다만 볼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야, 솔직히 이혜진이 아무리 예뻐도 나를 찰 정도는 아니지 않냐?"
"…응."
"지가 뭐라고. 가슴도 작은게."
"박찬열, 변태."
"진짜야. 스포츠 해도 되겠더라, 야."
"…미쳤냐, 너?"
"…다음에 여자 만날 때는 가슴 크기가 어떤지 먼저 봐야겠어."
"취했다. 들어가서 자."
"아, 진짜 가서 자야겠다. 머리아프네."
"응, 잘 자."
"어어, 갈거면 조심히 가고 못가겠으면…, 어어, 자리가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그냥 아무데나 이불 깔고 자."
알겠어.
내 대답을 들은 찬열이가 약간 비틀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술을 마신 양을 보니 생각만큼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내색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매일같이 이혜진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처럼 그만큼 좋아했었나 보다. 찬열이가 방으로 들어간 후 부터 한참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어쩐지 더 우울해져 집으로 가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였다. 내 옆자리에 앉아 새근새근 자고있는 몽구가 눈에 들어왔다.
박찬열은 너를 참 예뻐해, 그치?
나는 남자치고 작은 손에 힘을 주고 손바닥을 크게 핀 채 천천히 강아지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곧 강아지의 얇은 목이 내 손에 잡혔다. 잠에서 깬 강아지가 켁켁거리며 몸부림쳤다. 왜 그래? 왜 살기위해 발버둥 치는거야? 살아서 박찬열에게 더 사랑받기 위해?! 눈을 희번떡하게 뜬 나는 숨을 거칠게 쉬며 다른 한 쪽 손도 마저 들어 강아지의 목에 갖다댔다. 그러자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더 심하게 발버둥 쳤다.
"너도 죽어, 다 죽여버릴거야, 너도 죽어…!"
"무슨 소리…,"
잠귀가 밝은 찬열이가 낑낑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듯 형광등 불빛에 눈을 찡그리며 거실로 나왔다. 나는 곧바로 손을 떼어냈고, 몽구가 찬열이에게 뛰어갔다. 못봤을거야, 불빛에 눈이 부셔서 못봤을거야……. 나는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나는 그 때부터 찬열이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 챘어야 했다.
핳 핳 핳
백현이가 집착하는 집착물입니당
디아보루스는 라틴어로 악마 라는 뜻이에요!
악마는 백현입니닼ㅋㅋㅋ..네..악마..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악마에요 백현이
근데 강아지 목 조르는 장면 쓸때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서 되게 뜨끔했어요ㅠㅠ
엉엉..이건 상중하, 아니면 상하 로 나뉠것 같네요!
네 저는 이렇게 단편만 뱉어대는 단편작가로 낙인 찍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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