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새하얀 날개에 소복소복 내리던 눈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왔어요?
나비는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날갯짓을 했지만,
그를 지켜보며 나비와 닮은 새하얀 결정체를 내리던 하늘은 나비의 몸부림을,
춤사위라 생각하고 더 많은 눈을 내려주었고,
나비는 하늘을 원망하며 죽어갔어요.
하지만, 형. 그마저도 효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끊겨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눈에 들어온 효신의 표정이 평소보다 더 딱딱하게 굳어있다.
원식이 다급하게 효신을 붙잡았다.
그 눈빛에 원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효신은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다.
그가 최고의 디자이너가 된 데에는 타고난 실력과 뛰어난 구성력 등도 있지만 유난히 독한 성격때문도 있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한다.
얻고 싶은 건 손에 쥔다.
제 것이 될 수 없다면 부수어버린다.
효신이 팔을 뿌리쳐내고 신경질적으로 사무실을 벗어나 차 문을 열어제꼈다.
모델을 하기위해 태어난 아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작은 얼굴에 큰 키, 능숙한 표정연기와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예쁘게 담기는 법을 아는 아이.
런웨이에서 당당할 줄 알고 걷는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힘과 우아함이 동시에 실려있는 아이.
나의 사람.
타고난 걸 버리고 다른 걸 선택하려는 홍빈이 한심했다.
널 위한거다, 몇 번이고 곱씹으며 홍빈이 있을 집으로 향했다.
입 안이 쓰다.
제 욕심이라던 원식의 말이 머릿 속을 맴돌고 머리가 아파왔다.
외국으로 촬영을 나갔던 홍빈이 없어 잠을 청하지 못 했던 탓이리라 애써 생각했다.
오늘은 홍빈을 품에 안고 일찍 잠에 들어야겠다 생각하며 효신이 다 타버린 담배꽁초를 창 밖으로 튕겨냈다.
왔어요?
열여섯의 어린 홍빈을 무작정 데리고 와 5년동안 혹독히 가르치고 정상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제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더 놓을 수 없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했는지 기분 좋은 향을 내며 젖어있는 머리칼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춘 효신이 어리광을 피우듯 홍빈의 목에 얼굴을 부볐다.
거짓말.
홍빈을 떼어놓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다급하게 입을 맞대는 효신의 모습에 홍빈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효신의 등을 토닥였다.
몇 번이고 짧게 입을 맞춰대다가 다시 홍빈을 품에 안았다.
졸려, 웅얼대는 목소리에 홍빈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잠이 안 오는 걸 어떡해.
역시나 하얀 바탕에 군데군데 청록색으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
완벽히 홍빈을 위한 디자인이었다.
베이지색의 벽지 위를 하얗게 바꾸자며 사람들을 부르던 효신의 모습이 생각나 홍빈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침대에 누워 제 옆을 톡톡 치는 효신의 옆에 누워 효신의 팔을 베고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체온과 체취에 기분은 좋다.
어디 가지마.. 잠에 잔뜩 취해서 웅얼거리는 효신의 모습에 홍빈이 쓰게 웃었다.
제가 촬영을 간 일주일 내내 잠을 이루지 못 했을 것이다.
그는, 늘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