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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드디어 봄이 왔다

 

 

 

아직은 오지않은 봄이었다. 그저 가만히 서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나는 겨울이었다. 숱하게 내리는 눈은 내 시야를 가로막고 더이상 앞을 보지 못하게 했고, 차게 부는 바람은 혼자남은 나를 휘청이게 했다. 그게 익숙했던건 아마도 나를 차디찬 겨울속에 내놓은 이불을 껴안은 뒤였을 것이다.

 

 

 

내가 그 두툼한 솜을 잡은건 아마도 무의식 중이었을 것이다. 찬 겨울의 바람이 나를 세차게 내리치며 벌할때, 나에게서 멀어져있던 것이 한두발씩 점점 다가왔다. 싫었다. 여태껏 나는 혼자였는데, 다시 나를 껴안아 준다면 모든것을 포기해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싫었다. 가혹한 나를 바라보고도 모른 척 한 그 이불이 나는 너무나도 싫었다. 싫은것이 비단 그 이불만은 아니였다, 아니다.

 

 

 

항상 나에게서 그것은 추상적이었다. 곧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금방 멀어졌다. 나는 분명 그것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확신한다. 제자리에 주저앉아 사람들의 시선도 무시한 채로 엉엉 울어댔다. 모두들 나를 이상한 놈이라 손짓할 때, 그것은 되려 나를 위로 해 주었다. 너는 정말 소중해, 너는 너무 귀여워. 입에 발린 말인것을 알면서도 괜시리 기분이 좋은건 사실이었다. 

 

 

 

 

" 세훈아. "

" 응? "

" 함께 할까? "

" 나는, 나는, 아직이야. "

" 내가 도와줄게. "

 

 

 

 

그것은 참 친절했다. 아니, 참 나빴다. 아니, 참 친절했다. 아니, 참 나빴다… 딱히 그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누군가 이런 나를 본다면 배를잡고 웃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발바닥이 굉장히 따가웠다. 바늘로 콕콕 쑤시는 느낌이 잔뜩 들었다. 이게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것은 아려나? 따가운 내 발과 찔린 내 마음을 아는걸까? 알 리가 만무했다. 그것은 아직 내옆에 없었다. 내 옆에 있었지만 내 옆에 없었다. 그것은 참 신기한 존재였다.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것이 나를 점점 감싸오고 있었다. 억지로 떠보인 눈앞에는 조그마한 엽서가 놓여있었다.

 

 

 

 

「그대에게」


추운 겨울은 공허하지만

꽃이피는 봄은 따뜻하지 않나요?

그건모두, 우리들의…



또박또박 적힌 글씨안에는 자그마한 떨림이 담겨있었다. 엽서의 뒷부분은 잘려있었다. 잘렸다기 보다는 지워져 있었다는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무언가를 숨기는 듯 했다. 나에게서 앗아간 것들, 나에게 두고 간 것들. 모두 평소대로 가만히 있었지만 조금씩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아니 그런줄만 알았다.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날, 내 위로 포근한 이불이 덮여졌다. 그 때 눈을 마주한 그것은 나를 향해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우리는 이제 함께할 수 있는거야? 정말 그런거야? 이제 나는 더이상 그것을 미워 하지 않는다. 나를 데리러 와준것이니까. 나에게도 드디어 따뜻한 봄이 온것이니까.


 

 

 

카세 조각

 

 

 

감정없는 그 얼굴이 적응 될 법도 했지만, 그런 눈치는 전혀 없었다. 그저 그것이 이것이고, 이것이 그것이면 된다는 자신만의 작은 약속 때문이기도 했다. 그가 내게 원하는것은 딱히 없었다. 이런저런 궂은 일, 사소한 심부름, 그리고 꽉꽉 물어줄 뒷구멍. 허구헌날 관계를 요구하는 그는 흡사 짐승 같았다. 잔뜩 발정이 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그런 짐승. ' 개새끼 ' 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그에게는 큰 호의를 베푼 것이었다. 그 단어와 그는 비교할수 없을 만큼의 갭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때는 2018년 7월 어느 날, 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 즈음이었다. 그를 스스로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유도 묻지 않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던걸지도 모른다. 그는 생각보다 영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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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읽는 내내 되게 먹먹했어요ㅠㅜ 이런 카세 너무 좋아요 잘봤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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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이런 분위기 좋아요 ㅠㅠ 따뜻해지는 기분!!! 잘읽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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