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찬열경수세훈종인백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0620/5c345f9abd3f001f33924efc7dc993da.jpg)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쏘크라테스
0
조선 귀퉁이에 풀 하나 남아있지 않고 불타 사라진 마을 하나가 있다. 형태조차 남아있지 않은 집들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곡소리를 내며 떠돌고 있을 때, 흰 나비 한마리가 날아든다. 바닥에 아직 붙어있는 불씨들을 맥없이 바라보던 나비. 나비는 황폐한 마을을 눈으로 훑어보다 한 아이에게로 시선이 멈춘다. 사내 아인지 계집 아인지 모를 성별이 불분별한. 나비는 그 아이에게로 날아든다. 아이는 울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집터인 듯 쉽게 발을 떼지 못하는 아이는 그저 검은 재를 바라보며 허탈해할 뿐이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건 나비. 나비는 아이와 눈을 맞춘다. 아이는 눈처럼 하얀 나비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말라붙은 입술을 억지로 떼려 한다. 아이는 신기해했다. 여태 이 마을에 살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내의 얼굴이.
"제 부모님이 하늘로 가셨습니다. 그래서 제겐 이름이 없습니다."
"왜 이름이 없느냐."
"부모님이 가셨기 때문에요, 저는 이 이름을 쓸 수 없습니다."
나비는 저 아이가 계집 아이라는 것을 알아 차리곤 미소를 짓는다. 자신도 거의 오랜만에 지어보는 미소에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판단이 빨랐다. 부모가 죽고, 자신은 이 곳에 남아있고. 아마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이제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나비는 아이의 눈높이에 따라 몸을 굽혔다.
"나이는 무엇이냐."
"이제 열 둘입니다."
부모를 잃기엔 너무도 어린 나이. 나비는 속이 문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잘게 떨리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더 애처로워 보였다.
"나와 함께 꽃길을 걷지 않겠느냐."
"꽃길이요?"
"노란 꽃, 붉은 꽃, 분홍 꽃, 흰 꽃이 난발하는 꽃길 말이다."
아이의 눈이 선명하게 빛이 난다. 아이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나비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비도 아이의 결정에 만족한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짓는다. 나비는 깡 마른 몸의 아이를 품에 안는다. 씻지 않아 몸 곳곳에 얼룩이 진 아이가 더럽지도 않은지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아이는 나비의 품에 안겨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나비의 몸에서 어렴풋이 꽃내음이 나는 것 같다. 아이는 눈을 감는다. 꿈을 꾸는 것처럼, 아주 긴 잠에 빠진 것처럼. 나비는 아이를 안아들고는 황폐한 마을을 벗어났다.그리곤 곤히 잠든 아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이야, 내 이름은 민석이다. 네 부모가 되어줄, 네 오라비가 되어줄."
한편, 조선의 중심 시장판에서는 두 사내가 열심히 뜀박질을 하고 있다. 키가 큰 사내가 자신보다 작은 사내를 업어 들고 말이다. 작은 사내는 큰 사내에게 업힌 채로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이거 놔! 이 자식이 저를 보쌈해가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저 좀 누가 살려주세요! 라고. 작은 사내의 말에 큰 사내는 조금의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시장판의 장사꾼들도 마찬가지였다. 큰 사내는 좀 더 깊숙한 골목길을 향해 뛰다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업었던 작은 사내를 바닥에 팽개쳐버린다. 퍼덕, 소리와 함께 작은 사내가 바닥에 나뒹군다.
"야, 이 새끼야! 대낮에 술을 쳐 마셨나! 너 이거 고발하면 곤장이 몇대인 줄 알아?"
"너 나랑 장사하자."
"술 쳐마신 거 맞구나. 술냄새는 안 나던데. 허우대 멀쩡한 새끼가 왜 이래?"
"너 말이야, 남자로 잘못 태어났어. 여자로 태어났으면 남자 여럿 울리고 다녔을텐데. 쯧쯧."
작은 사내의 얼굴이 붉게 변한다. 그리곤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큰 사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자신의 옷차림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러 천을 덧대어 꿰매입은 자신의 옷과 휘향찬란한 무늬가 섞여 들어가있는 비단 옷을 입은 큰 사내. 순간 자신의 모습이 누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절대 고개를 숙이거나 하지 않는다. 작은 사내는 큰 사내의 얼굴을 찬찬히 곱씹어 본다. 물론 큰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얄쌍하게 생긴 눈과 분칠을 한 것처럼 뽀얗고 보드라운 피부결이 상놈들 곁에 있기엔 아까운 인재였다. 그래서 더더욱 저 작은 사내를 데려가야 겠다고 큰 사내는 생각한다.
"난 말이야, 너가 생각하는 것을 초월할 정도로의 장사를 시작할거거든. 엄청난 장사야."
"무, 무슨 장산데."
"기생집."
뭐? 이 새끼가! 작은 사내의 얼굴이 이젠 새파랗게 질린다. 하지만 큰 사내의 표정은 진지하다. 너무도 진지해서 상대방이 무안할 정도로.
"지금 막 가게를 짓고 있어. 춤, 노래, 악기 전부 가능한 여인내들도 모아놓은 상태고. 그런데 왜 내가 너를 보쌈해 왔는지 알아?"
"뭔데."
"넌 내가 모은 여인내들보다 더 예뻐. 요 주둥이만 고치면 더 예쁠텐데. 뭐 그게 매력일지도 모르고."
"야."
"나랑 같이 가는게 네 인생에도 도움 될거야. 이건 진짜 장담하지. 어때. 이 시장바닥에서 구걸하면서 다닐래, 아니면 꼬까옷 입고 편하게 돈 벌래."
작은 사내는 이제야 고개를 숙였다. 천하대장부한테 기생짓이라니. 혹여 고추가 떨어지진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작은 사내는 돈이라는 갈림길에 섰다. 산 속 초가집에서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을 떠올렸고, 어디가 아픈 건지 앓아누운 어머니까지. 작은 사내는 큰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역시 자신보다는 가족이었다. 큰 사내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장난끼 가득한 얼굴이다.
"약속 하나가 있어."
"무슨 약속."
"먼저 계약금을 줘야 겠어. 가능하면 꽤 많이."
"너 그거 들고 도망가려고 하지."
"난 돈 가지고 장난 안 쳐. 계약금이 필요해, 그거면 네가 시키는 대로 하지. 몸을 굴리던, 뭘 하던."
"지금 내가 가진 건 돈 밖에 없어. 좋아, 그럼 끝난거다. 통성명이나 할까?"
큰 사내의 얼굴색이 좋아졌다. 작은 사내 앞에 손을 내민 큰 사내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찬열이다. 박찬열."
작은 사내는 찬열의 손을 바라보다 탁 쳐내었다.
"백현, 성은 안 가르쳐 준다."
그 둘은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몇년 뒤, 자신들이 조선 바닥을 뒤 흔들것이라고. 미리 예상했는지 모른다.
달이 고개를 내민 밤, 어머어마한 크기의 방에서 홀로 책을 읽고 있는 사내 한 명이 보인다. 큰 눈망울에 작은 몸이지만 눈빛 하나는 그 어느 사내 보다도 굳세고 포부가 있다. 촛불 하나만 켜져 있는 방 안에서 사내는 꽤 오랫동안 책을 읽고 있는다. 그때, 쿵쾅 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팍 하고 문이 열린다. 사내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든다. 자신의 오랜 벗이자 동생인 세훈이었다. 세훈은 늘 그렇듯 평온해보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행동에서 보이는 다급함은 숨길 수 없었나보다. 사내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세훈에게 슬며시 웃어주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요새 발걸음이 뜸해져서 걱정이 많았어."
"돈 좀 줘라."
"뭐? 돈은 너도 많잖아."
"포도청(捕盜廳)에 발각됐어. 지금 집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 겨우 도망쳐 나온거야. "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요새 양반가 자제들 발걸음이 심상치 않았거든."
사내는 소름 돋도록 차분하게 말하는 세훈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불안할 때에만 나타나는 버릇이었다. 세훈은 사내가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고는 어서 이곳을 나가야 겠다고 생각한다. 세훈은 사내 쪽으로 몸을 더 수그린다.
"미리 알아놓은 곳이 있어. 약초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랑 의형제를 맺어 놓았거든.
여기와는 거리가 꽤 되는 곳이야. 몇년만 있으면 이 일도 잠잠해지겠지."
"세훈아."
"형 말고는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어. 나 돈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한 게 없어. 이 일로 발목 잡거나 하지 않아."
"알아, 하지만."
"……."
"알았어."
사내는 손을 책상 서랍 깊숙이 찔러 넣어 비상용으로 챙겨 놓은 금화 주머니를 꺼내어 세훈에게 주었다. 세훈은 금화 주머니를 자신의 소매 안에 숨겨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내의 눈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아이였다. 자신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아니 아직 자신들은 스물도 넘지 못한 아이였다. 사내는 세훈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대견해보이기도 했다. 어찌보면 독립이려나, 매일 한발 앞서 판단을 하는 세훈을 보며 사내는 미소를 흘린다.
"도착하면 꼭 서찰을 보내."
"응. 고마워."
"……."
"경수형."
이들은 알까, 몇년 후 자신들이 꼬이고 꼬인 명주실처럼 풀기 어려운 관계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일체유심조, 그들은 이 말을 알까. 세상사 마음 먹기 달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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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쏘크라테스 힙니다.
여기에는 첫 소설을 선보이는데 참 떨리네요ㅋㅋㅋ
제가 첫 소설을 올린 것이라서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서 덧글로 어떻게 어떻게 하는거다 라고 알려주시면 참 감사할 것 같아요ㅠㅠㅠ
일단, 제목은 "일체유심조"이고 사극물입니다! 여주인공은 첫 부분에 나오고 1화부터 천천하 하나둘씩 연결이 될 것입니다.
0화에서는 이들의 과거 스토리가 나왔고 1화부터는 현재로 넘어가 스토리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많은 관심, 사랑 부탁드려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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