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찬열경수세훈종인백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왜인지 너를 놓을 수가 없겠구나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1219/d4bec2d5851c5bf9ab54989b208fd18b.jpg)
일체유심조
一 切 唯 心 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쏘크라테스
3
왜인지 너를 놓을 수가 없겠구나
"지금이 몇 시야."
"죄, 죄송합니다."
"시간 꼬박꼬박 지키라고 몇번이나 말했어."
"아니, 근데 오늘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를 찾는 대장은 평소의 말투로 나를 혼내기 시작했다. 대장이 싫어하는 것은 딱 세가지였다. 통금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 여자로서의 행동을 어기는 것. 대장은 내가 사내와 섞여 있다보니 이것저것 챙겨주거나 가르치는 것들이 많았다. 소리내어 웃으면 안된다, 거친 말은 너를 망치는 것이니 되도록 사용하지 말아라 하는 것들을 듣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려 늘 욕을 할 때에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고는 했다. 대장이 화가 났을 때에는 얼음처럼 몸이 굳곤 했다. 겨울 나비,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부르는 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무슨 이유로 늦었냐고."
"산 길에서 길을 잃은 사내 하나를 발견하고, 어귀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그 사내는 어쩌다 발견했는데."
"그게, 산 모퉁이를 돌다가 그만."
"산 모퉁이 돌지 말라고 했지 않나, 쓸대없는 짓 하지 말라고."
대장은 가끔보면 나를 어린아이 취급 한다. 난 그저 대장의 일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어서 그랬는데, 대장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누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피부가 희다. 전혀 도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수수한 외모와 몸집 때문에 사람들은 대장을 양반집 자제로 오해하기도 했다.
"내일 포(浦)산에 갈 계획이야. 3일후에야 올 거야."
"정말입니까? 그럼 저도 같이 데리고 가주시는 겁니까?"
"아니, 넌 혼자 남아 마을을 지켜."
"대장."
"포산은 이른 새벽에 출발해도 자정쯤에야 겨우 도착하는 험한 산이야. 물가가 두르고 있는 산이라 습하기도 습하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냥 집을 지켜. 내일 새벽에 출발할 거야. 알아둬."
대장은 자꾸 말하면 짧게 안 끝날 것 같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대장이 나가자 나는 허탈한 마음에 입술을 잘근 깨물고 말았다. 갈 수 있는데, 중얼거렸지만 대장이 들을 일은 없었다. 언젠가부터 대장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막 17살을 넘어갈 즈음 부드럽던 목소리가 강압적으로 들리게 되었고, 나를 여자로서 대우하면서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장은 왜 갑자기 내게 거리를 두었던 것일까. 나는 방을 나와 바로 보이는 마당으로 나갔다. 벌써 밤이 다 되었구나, 하늘에 둥그런 보름달이 떴다.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겁니까."
/
기생집으로 돌아온 찬열은 철이에게 아까 보았던 사내의 대해서 얘기 했다. 이미 찬열의 머릿속에선 도망가버린 기생 따윈 잊혀진지 오래였다.
"그 사내 말이야, 아무리 봐도 계집이었단 말이지."
"그렇습니까? 전 잘 모르겠던데요."
"내 여태까지의 경험과 촉으로는 확실해. 그래서 말이야, 철아."
"예."
"그 새끼, 도망간 기생 대신으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아."
"예? 그게 가능합니까? 아까 도련님이 그렇게 말했을 때 진심으로 싫어하지 않았습니까."
"머릿속에서 자꾸 얼굴이 맴돌아. 보통 내기가 아니였어."
"그렇습니까."
"내일 아침까지 걔가 어디 살고 있는지 알아와."
찬열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평소 찬열은 사람의 대한 욕심이 대단했다. 지나가다 예쁜 계집이나 사내가 지나가면 반드시 자신의 기생집으로 데려오는 것이 찬열의 악독한 취미이기도 했다. 철이는 아까봤던 그 사내가 조금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조선에서 가장 큰 기생집인데에는 이유가 존재하다. 찬열이 몇년간 운영해 온 방침은 다들 혀를 내두룰 정도로 규모가 컸고 또한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뒷소문으로는 왕조차도 마음에 드는 기생이 있어 몰래 행차한다는 말이 있으니. 그만큼 찬열은 모든 면에 전부 특출난 것이었다. 노래, 춤, 시조, 언변등 다방면으로 뛰어난 기생들을 키우기 위해 전국 곳곳의 스승이란 사람들을 불러모으질 않나, 최상의 술상을 차리기 위해 궁에서 왕의 음식을 차리던 궁녀들을 데려왔다는지의 노력 끝에 찬열은 성공했다.
철은 고개를 숙이며 찬열의 방을 나갔다. 찬열이 나가자 덜컥하고 문이 열리더니, 왠만한 여인보다 고운 외모를 가진 사내 한명이 나타났다. 찬열은 그 사내를 보고는 왼쪽 입꼬리를 올렸다. 기생집에서 제일 유명한 남자 기생인 백현이었다.
"너 그 년은 찾았어?"
"아니."
"또 하루 종일 뻘짓 했구만. 등신아, 그냥 사람 시켜서 찾으라고 했잖아."
"대신 좋은 보물 하나를 찾았어."
"뭔 소리야."
백현의 눈이 요망스럽게 좁혀 들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의 표정조차 귀여운 듯 눈을 떼지 않았다.
"새 기생하나."
"이번엔 또 무슨 기생인데. 노래야? 춤이야? 저번에 좆질 잘하는 여자애로 데리고 온다며."
"아니, 사내인지 계집앤지 구별 안 가는 애."
"뭐? 사내라니."
"너 친구 한명 생기겠다."
사내라니, 백현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찬열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백현은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열이 뻗쳐 있을 수 없겠다고 생각하곤, 찬열에게 아무 말 없이 방을 나가버렸다. 백현은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면서도 화가 났는지 결국 빽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 기생집에서 제일 유명한 백현이지만, 같은 기생들 사이에는 제일 피해야 하는 기생 중에 하나인 백현. 백현의 성질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다들 백현을 멀리 하기 바빴다. 백현의 질투는 그 중 하늘을 찔렀기에 자기 보다 나은 기생이 있으면 그 기생은 그 날로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씨발, 어디서 굴러먹은 새끼길래."
백현은 자신의 눈치를 보며 지나가는 기생들을 한번씩 째려봐주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백현은 찬열이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웠기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 기생이 온다는 게 화가 났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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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내가 본 사건중에 제일 끔찍한것 같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