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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남자

백현x준면

w.광대











  내 나이 스물넷. 멀쩡히 군대도 갔다 왔고, 비록 남중 남고를 나와 연애 경험은 전무 하다만 그래도 이 정도 얼굴이면 어디 가서 꿀리지도 않고, 적당한 유머와 몸에 배어있는 매너 그리고 꿀같이 달달한 목소리까지. 비록 키는……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대한민국 평균 남자 키에 살짝, 아주 사알짝 못 미치지만 창피할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나는 내 키에 당당하다. 어쨌든 모자랄 것 하나 없는 나를 차버린 그 여자는 진짜!

 

 

“백현아아, 으허엉, 야 니가 보기에도 내가 그렇게 많이 못났냐?”

“솔직하게 말해줄까.”

“솔직히, 어? 나만 하면 꽤 괜찮은…”

“지금은 좀 찌질해보여, 너.”

“씨이이발 친구라고 있는 놈이, 으어엉.”

“내가 뭐랬어, 그년 처음부터 너 갖고 놀 작정이었다니깐?”

“몰라, 모른다고오! 씨발.”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만취한 이유는, 그래. 백현의 말을 빌리자면 뭣도 아닌 ‘어장관리에 당한 물고기’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나는 남중 남고라는 암울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연애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와서도 일학년을 마칠 때까지, 숫기가 없어 여자 근처에도 가보질 못 했다. 물론 신입생 환영회, OT, 동아리 모임 등등 여자와 말을 할 기회는 많았지만 내 뭣 같은 성격 탓에 공적인 대화 그 이상, 이하의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 내게 곧잘 얘기도 잘 나누게 되는 여자가 한 명 생기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이었던 그녀는 조별 과제를 할 때 처음 만났다. 신입생답지 않게 먼저 나서서 조별 과제 방향을 제시하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남자 조원들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을 해서, 일명 ‘먹튀’하려던 놈들이 단 한 명도 없게 되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으나, 유독 나에게 만큼은 더 친절했고, 곧잘 웃어주었으며, 가끔씩 보고 싶다며 먼저 약속을 잡기도 했다. 물론 내게서 이 말을 모두 전해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인 변백현은 어장관리 하는 거라며 초를 치긴 했으나, 그 당시에 나는 변백현의 말 따위 부러워서 저러는 것이라고 흘려 넘겼었다.

 

  어쨌든 그렇게 그녀와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횟수도 잦아지자, 주변에서는 사귀는 사이라도 된 거냐며 난리였고, 공공연하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할 것이라 굳건하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 이참에 확실하게 못 박아두기 위해 그녀에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말을 하기로 결심했었다. 조금 설레발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백일이 언제인지도 미리 계산해보기도 하고, 주변에도 이제 드디어 모태솔로를 탈출하게 된다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었다. 그만큼 당시에 나는 그녀와 사귀게 될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 차있었다. 물론 그 확신은 주변에서도 인정했었다. 단 한 사람 변백현만 빼고.

 

  그리고 고백하기로 한 날. 카페에서 그녀와 마주앉아 있으려니 계속해서 갈증이 나서 물을 좀 자주 마셨고, 손에서 나는 땀을 닦으려 몇 번이고 바지춤에 손을 문질렀지만 딱히 정 떨어질 만한 행동은 없었다. 물론 사귀자는 말을 할 때, 말을 좀 더듬긴 했다. 그렇지만 전혀 티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참 가관이었다.

 

 

“오빠가 지금 착각을 하신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어? 너, 너! 술 먹고 보고 싶다고 연락한 것도 나였고, 더치페이도 곧잘 하고, 나 같은 사람이 왜 여태 애인이 없냐고 안타까워하고, 주변에서도 우리 둘이 언제 사귀냐고 할 정도였는데?”

“저, 저기… 오빠? 저한테 오빠는 그냥 좋은 오빠에요. 제가 외동이라서, 단지 오빠가 제 친오빠 같아서 그랬을 뿐인데…….”

 

 

  그 순간 얼이 빠져 내 앞에 앉아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는 그녀를 보기만 했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제 할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아니, 붙잡을 겨를도 없었다. 이 모든 게 나 혼자만의 착각에 불과했다는 충격에 빠져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카페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저녁노을이 질 때쯤에야 카페에서 나와 넋을 반쯤 놓고서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눈에 보이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그 순간에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보기 좋게 차이고 오지나 말라던 변백현이었다. 그래서 휴대폰을 꺼내 변백현에게 전화를 하려고 연락처를 뒤지는데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백현아… 엉엉.”

“-야, 김준면? 너 울어?”

“몰라,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나와… 으엉.”

“-너 어딘데? 금방 갈게.”

 

 

  위치를 말해주니 전화가 끊겼고, 나는 백현이 올 때까지 소주 두 병을 비워냈다. 그리고 백현이 포장마차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막 소주를 한 병 더 추가해서 병나발을 불려던 찰나였다.

 

 

“야, 김준면! 너 미쳤어? 술도 못 마시는 애가.”

“놔둬 좀! 똥백, 나 오늘 그냥 마시고 죽을 거야. 쪽팔려서 학교 어떻게 다녀? 으엉.”

 

 

  솔직하게 말하자면 차였다는 것에 대한 슬픔보다는 이리 저리 설레발 쳐놓은 것이 창피해서 눈물이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변백현 말 좀 들을 걸. 아니 그리고 걔는 어? 처음부터 진지한 만남 따위 눈곱만큼도 관심 없다고 말했으면 좀 좋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 여자, 너무 괘씸했다. 나는 기어이 변백현의 손에서 소주병을 빼앗아 들고 입 안으로 들이부었다. 술에 취해서 창피함을 잊어보려 했지만, 어쩐지 자꾸만 또렷해지는 정신에 미칠 지경이었다.

 

 

 

  사실 나는 술을 잘 못한다. 그런데 소주 세 병을 연달아 비워냈으니 정신이 멀쩡하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었다. 아무리 마셔도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쉬지 않고 마셨더니, 취기는 단숨에 그리고 한꺼번에 몰려왔다. 순식간에 얼굴부터 목까지 발갛게 달아오르고 발음이 꼬이더니 이제는 눈앞에 있는 백현이 흐릿하게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백현은 내 상태를 보고는 취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소주병을 빼앗아 들었다.

 

 

“야 김준면, 너 걸을 수 있겠어?”

“똥백!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집에 가자.”

“그래, 그래. 배켜나 역시 나한테 너밖에 없어. 내 마음 알지?”

“개새끼야, 나밖에 없으면 잘해 좀.”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하고 있는데. 우리 배켜니가 짱이다. 체고! 체고시다!”

 

 

  그리고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내가 뭐라고 말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고, 백현의 얼굴도 흐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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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 준멘 불쌍한데 뭔가 백현이가 든든해보이네요! 멋있다 변백! 잘 읽고 갑니다 신알신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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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어휴ㅠㅠㅠ준멘 친구하나 잘뒀어ㅠㅠㅠㅠ이제 친구말고 행쇼해라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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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백현이가 준면이 짝사랑하는건가? 암튼 백면이들 둘이 그냥 행쇼해...젭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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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어휴 백면도 감사한데 10p밖에 안된다니ㅠㅠㅜㅠ
감사합니다ㅠㅠㅠ
어어어어어어휴ㅜㅜㅜ 백면 최고시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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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헉 아뇨.. 전 구독료 건 것 자체가 굉장히 죄송스러웠는데... ㅋㅋ.. 원래는 안 했거든요. 여하튼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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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백면이라뇨...감사해여...♥...내사랑다머거요..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이다음은언제올라오는거죠?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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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다음편ㄴ보구시퍼요ㅜㅜㅜㅜㅜㅜㅜ친구랑사구려라ㅈ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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