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보름달이 차오르는 밤이면 죽은 이를 소환할 수 있다는 전설이 깃든 신비의 돌이 있었다. 돌을 꼭 쥐고서 앞 뒤로 세 번 뒤집으면 죽은 이를 잠시동안 눈 앞에 보이게 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은 만월이었다. 준면은 속는셈 치고 돌을 꼭 쥐고서 베란다 앞에 섰다. 달을 바라보며 너무나도 보고 싶은 세훈의 얼굴을 그리며 손 안에 돌을 쥐고서 앞 뒤로 세 번 뒤집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커튼이 이마에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사위가 고요해졌을 즈음, 준면은 천천히 눈을 떴다.
……세훈이?
준면은 커튼 사이로 비추이는 인영에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세훈이 맞아? 준면이 재차 묻자, 인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준면은 반가운 마음에 왈칵, 눈물을 쏟으며 당장에 저와 세훈의 사이를 가로막는 커튼을 걷으려 했으나 곧 세훈의 손에 의해 제지되고 말았다. 준면은 곧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커튼을 사이에 둔 채 제 손목을 붙잡은 세훈의 인영을 보았다.
세훈아 보고 싶었어.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그러니 제발 이 커튼을 걷어줘, 얼마나 많이 네 품에 안기고 싶었는데. 응? 세훈아, 제발.
준면의 애닲픈 목소리에 세훈은 그저 말없이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고, 대신에 준면의 희고 가느다란 손 마디에 제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준면은 손 마디 마디에 느껴지는 찬 기운이 세훈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아 눈꼬리를 늘어트렸다. 세훈이 잡고 있던 준면의 손을 끌어와, 준면의 손등에 제 입술을 대었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 속삭여지는 세훈의 음성에, 준면은 세훈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숙였다.
세훈아, 이제 겨우 일 년 버텼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은 또 어떻게 버티지? 세훈아. 집 안에도, 거리에도, 온통 다 너라서 너무 너무 힘들어.
미안해요, 힘들게 해서.
아니, 아니야. 미안해 하지마… 내가 더 미안해, 씩씩하게 잘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는데…….
형, 난 아직도 형을 사랑하고 있어요.
나도, 나도 아직 널 사랑해. 오직 너만 사랑하고 있어, 세훈아. 사랑해. 사랑해 세훈아.
형, 준면이 형. 나… 이제 다시 가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가지마, 왜 벌써 가. 세훈아. 가지마, 조금만 더 있어줘. 세훈아, 세훈아.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내 이름을 부르며 보고 싶다고 말 해요. 언제 어디서나 형의 곁에서 형이 내게 하는 말, 전부 다 듣고 있을게.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티고, 형은 되도록이면 아주 천천히 와요. 나는 그저 여기서 형 기다릴게.
…알았어. 세훈아, 사랑해.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커튼을 사이에 두고 연인과 입을 맞추었다. 찬 기운이 입술 새를 비집고 들어오더니, 곧 사라졌다. 준면은 그저 그 앞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세훈아 사랑해. 말하고 또 말해도 부족한 것 같은 사랑의 말을 속삭였다. 자신의 속삭임이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제 연인에게 닿기를, 준면은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나오는 '죽음'이 준 세 가지 성물 중 하나인 죽은 이를 이승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소환의 돌'에서 얻어온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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