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장 불행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세상에선, 내가 살던 5평짜리 방에선 그랬다.
한땐 내가 영화주인공인 줄 알았다. 트루먼 쇼처럼 누군가 내 삶의 모든 부분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 없인 버틸 수 없는 나날들이 쌓여만 갔다.
내 인생이 조작되고 있는 거라면,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이 신이라는 작자라면, 그 빌어먹을 신이 가장 큰 죄악으로 여기는 자살.
그걸로 나만의 작고도 초라한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나에겐 그것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스물 둘 나의 암흑 같던 삶을 끝내려던 그 날, 난 내 인생 가장 큰 빛을 마주했다.
딱히 싫은 것도, 좋은 것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건 한강 다리였다.
해가 뜨고 지는 그 긴 듯, 짧은 듯한 그 순간에 다리 위에 서서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고요한 소음들이 내 성난 마음의 진정제가 되곤 했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어 번은 다리 위를 무작정 걸었다. 그리곤 항상 생각했다. 내가 삶의 마지막, 내가 눈을 감기전 보고 듣는 마지막 장면은 이 장면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한강 다리 위에 섰다. 이 거지같은 삶의 시작은 당신이었을지 몰라도 끝내는 건 내 손으로 끝낼 거라고, 당신 마음대로 당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죽어주지 않을거라는 객기같은 다짐으로 말이다.
그때,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조용히 마지막 풍경을 눈에 담고 있던 내 옆에 멈춰섰다.
"죽으려고? 그래,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근데, 나한텐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좋은 방법이 있는데, 어떻게 속는 셈치고 들어볼래요?"
"가세요 그냥. 이렇게 된 마당에 죽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저렇게 말할 수 있는거다. 내가 처한 이 뭣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가장 평화롭고 확실한 방법은 죽음이다.
내 대답에 묘하게 안정감을 주던 남자의 목소리가 일순간 차갑게 변했다.
"너, 내가 누군지 모르는구나?"
섬뜩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
"김여주, 내가 네 구원이야"
프롤로그라 좀 짧아요 ㅠㅠ 한 편 한 편 갈수록 멤버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남주는 아직 안정했어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