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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로 17살이 되었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나는 내게 내가 무언가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해도 되는가.









열일곱살



w. ginger

















목석 고등학교. A 도시에 속하여 아주 작은 땅덩어리를 차지 하는 나의 고등학교. 오늘부로 내가 다니게 될 고등학교였다.

일단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 나는 시리얼을 반 쯤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며 생각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

우리 동네는 같은 유치원 다닌 애들이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그 인연이 중학교까지 이어지던 매우 좁고도 아늑한 동네였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 나는 시리얼을 꿀꺽 삼켰다.

내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나는 벌떡 일어났다. 내 앞에서 살랑살랑대던 우리 집 복순이가 벌떡 일어난 날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지각이다."



 


*

 





일단 나는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입학 첫날 지각을 했다는 것에 대한 존경심의 박수이자, 앞으로의 내 인생에 대한 위로의 박수였다. 힘내라. 힘. 하필 입학 첫 날 지각을 한 것은 내 인생의 실수였던 것 같다. 다행히도 입학 첫날 지각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벌을 내린다거나 그 어떤 물리적 구타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안녕."

나도 안녕.

"안녕. 병신아. 처음 본 사람인 척 좀 하지마."

....

"응. 개새끼야."

나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았다. 이건 절대 내 앞에 있는 얘와 나의 대화가 아니었다. 내 앞에 있는 애와 그 애의 옆에 있는 애의 대화. 그 애를 바라보았다. 빨간 체크 무늬 넥타이다. 나도 그렇다. 황금색 명찰이다. 나도 황금색. 이름은, 변백현. 변백현이었다.

나는 명찰에서 얼굴로 눈을 옮겨보았다. 하얀 목. 생기있게 흰 피부. 다르게 말하면 뽀얗다고 해야하나. 콧망울에 얄쌍하면서도 부드럽게 찢어진 눈매까지. 나는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보았다. 검은색 눈동자. 그 애는 나와 같은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애의 동공에 내 얼굴이 비치자마자, 그 아이는. 나를 또렷하게 보았을 것이다.

이크,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러니까 내가 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기도 전에 그 애의 동공에 내가 또렷하게 보았다. 다르게 말하자면 나의 동공에 그 아이가 또렷하게 비춰졌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그 아이도 씨익 웃으며 나를 보았다. 서로를 피할 겨를도 없었다만, 피할 이유도 없었다. 그 애의 눈동자에 총기가 서렸다. 내 쪽으로 걸어온다.




"안녕."

그 얄썅한 눈매를 반쯤 접었다. 그러고보니 개같이 생겼네. 아니, 그 개 말고. 목소리는 변성기가 아직 덜 된 소년의 목소리. 내게 손을 건넸다. 나는 몸을 움찔하다가도 그 애를 똑똑히 보았다. 내가 그 애의 손에게 기죽을 명분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 애의 손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었지만 피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던 것이다.

"도경수."

그 애와 나는 서로를 마주했다. 내가 그 애를 피하지 않은 이유. 그 애와 나는 서로에게서 서로가 보였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안녕."

너는 내게 웃어보였고, 나는 웃지 않았다.


 





 *











"우리 경수야아아아아아아!"

"꺼져."

집에 가는 시간이었다. 박찬열은 일치감치 종례를 마치고 우리 반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는 매우 정신 사납게 팔짝 팔짝 뛰기도 했고 갑자기 뜬금없이 뻐큐를 날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모른척했다.

아직 반에서는 학교 첫날이라는 것에 대한, 그것도 고등학교 첫 날이라는 그런 들뜸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열기가 채 식지 않았다. 나는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아니, 시발. 뭐가 이렇게 무겁나 싶더니 생각해보니 그 애의 지갑과 책이 들어있었다. 여기서 그 애라고 하면은, 변백현. 오늘 친해진 그 애의 소지품이었다. 아니 안그래도 작아서 소멸할 것만 같은 내 어깨는 이미 소멸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았다.

"도- 경- 수우- 얼른 나와아-."

박찬열 저 것은 참 뭐라 해야 될까. 개같다. 강아지로 따지자면 비글과. 그나저나 그 애는 왜 나에게 이런 소지품을 맡겼을까? 날 따까리로 알았거나 나를 그만큼 신뢰하거나. 아무래도 전자가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니 그 애의 휴대전화도 내 가방 안에 있었다. 멍청한건가? 왜 두고 가, 그것도 휴대전화를. 내 앞의 멀대는 팔을 휘적대며 손으로 내 어깨를 집었다.

"야, 손 치워. 무거..."


"오."

오, 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 애였다. 그 애는 나와 박찬열을 한번씩 보더니 나에게 걸어왔다.

"집에 잘가. 경수야."

손까지 흔들고는 그 애는 싱긋 웃는다. 나는 가만히 그 애가 그러는 꼴을 보았다. 박찬열은 어벙벙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 애의 미소와 박찬열의 어벙벙한 표정, 둘 다를 무시하고 발을 재촉했다. 발을 재촉하다보니 꺠달은 것. 아, 맞다. 쟤 소지품.










"야, 너 변백현이랑 친해?"

"쟤 원래 저런 애 아니야."

아닌가? 음, 나도 오늘 알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저렇게까지는 이상한 애가 아니었다. 분명 오늘 점심까지만 해도 무슨 게임 잘하냐, 게임 조또 못한다. 이런 얘기를 나눴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

"아니, 말고. 친하냐고."

"몰라. 오늘 알았어."


히익, 박찬열이 걸음을 멈추더니 날보고는 경악한 소리를 내었다. 얘는 또 뭔 어그로야. 다시 발을 재촉하려하자 박찬열이 내 어깨를 꾸욱 눌렀다. 아니, 아프다니까.

"변백현이 먼저, 너한테, 말 걸었어?"

"어... 아니... 그랬던가. 그래. 그랬어."

몰라. 대충 맞겠지. 이렇게 까지 말하자 박찬열의 표정변화가 볼 만했다. 얼굴 근육이 온통 엉망이었다. 아주 안좋은 표정이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도경수. 너는 너무 인간관계를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어."

"그런가."

"또, 주위에도 너무 무심하고."

"그랬던가."

"변백현 쟤 진짜 이상한 애야."


박찬열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왔다. 굉장한 표정으로 엄중하게 중요한 것을 말하듯 박찬열은 비장해보였다. 이럴 땐 별말없이 들어줘야지 뭐. 궁금하진 않았다. 말해줄 필요도 없고. 근데 안들어주면 삐지잖아. 박찬열 새끼.





 

 

 


 *

 

 

 





중3 말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했다. 아, 이게 사랑이려나. 이것은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좋아했다. 좋아해서 나는 그 아이에게 과자를 조금 더 주고, 책도 빌려다 주고, 원하는 것이면 들어주고, 대화도 나누어 주고. 나는 그 애를 좋아했다. 확실하다. 나는 너무 순수했다.

사랑이라니. 그게 무엇이지? 좋아하다. 이게 무엇일까. 여기서 말할 것이 있다면 그 애는 남자애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애가 좋은게 맞다. 그 애의 옆에 있고 싶었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웃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나는 그 애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내가 사랑을 한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게 사랑이었나? 하고 꼬리를 물고 물어 타고 올라가면 끝이 없었다. 내가 정말 그를 사랑했을까? 사랑이었을까 그것은? 하고 떠올리면 나는 지금도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확실한 건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마주하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하고 매일 밤 꿈꾸며.


 

 

 

 




 *




 

 

 





 "변백현 그 새끼, 좌우명이 뭔지 알아?"

"뭔데 그래."

"썸탈때 키스까지."

"... 오."

좌우명 한번 화끈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썸탈 때 키스라는 거면, 사귈 때는 섹스까지인가. 놀라진 않았다. 그렇게 생겼다기 보다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서, 마치 다른 그 애와의 동명이인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애론 보이지 않는데, 그렇지만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니까. 그렇다고 내가 개방적이고 이해심많은 성격이란건 아니구.

"야!"

"왜."

"뭔 반응이 그래애애!"

"뭔 반응을 원해..."

"걔랑 놀지마아아아!"

"니가 애냐."

"수진이 뺏어간 새끼란 말야아아!"

"진짜 애구나."

"아씨. 진짜 도경수!"

"아, 뭐."

"걔랑 놀면 너 진짜 친구 아니야. 너."

나는 상당히 무감각한 것은 사실이었다. 소문이란 건 원래 좋은건 나질 않는 법이거든. 언제 좋은 소문 나는거 봤냐. 소문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도 조금 뭔가 께림칙해진건 사실이다. 미묘하게 불편한 느낌. 소문이 안좋은 애라니. 그것도 내 첫 친구가. 상당히 난이도가 어려운 고등학교 생활을 잡은 것 같다. 박찬열 말대로라면 나는 딴 친구나 구해야 했다. 누굴 구해. 구하긴. 갑자기 온 몸에 전기를 쏘듯 찌릿찌릿해졌다. 고등학생이 되면 나는 그 모든 것에 대한 확실한 답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 정신이 바짝 든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그 애와, 그 애와...

"친해질거야."

매우 매우. 나는 콧김을 내뿜었다. 총기로 가득 찬 눈. 난 내 어깨에 메여있는 책가방 끈을 꽉 쥐고는 발걸음을 또 재촉했다. 야!! 도경수 너 진짜 이러기야-? 하고 징징대며 달려오는 박찬열을 뒤로 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아니, 너 이유나 묻자. 왜 친해지게!"

"내 맘이거든."

"아아니이. 그래도!!"

나는 억지로 씨익 박찬열에게 웃어보였다.

"재밌어보여서."

재밌어보인다- 라는 생각. 그것도 무지무지. 그리고 등 뒤로 들리는 박찬열의 크디 큰 목소리. 존나 취향 개미친 새끼!


 

 

 

 

 

 

 

*

 

 

 

 

 






복순이는 내 배위에서 내 배를 꾸욱 꾸욱 눌러대는 중이었다. 꾸욱 꾸욱 누르다가도 내가 멍하니 천장만 보고 반응이 없자 주인새끼 왜 이래, 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다가 급기야는 내 얼굴을 핥았다.

"복순아."

나는 복순이의 겨드랑이를 잡고는 정자세로 앉았다. 복순아아, 하고 부르자 복순이는 끼잉?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또라이같은 주인 만나서 많이 힘들어?"

"미친새끼..."

타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순간 나는 복순이가 말을 한줄 알았다. 하지만 복순이가 말할리가 없고, 고개를 돌려보니 김종인이었다. 내 아주 아주 귀여운 사촌동생.

"방문 두드리고 들어와."

"싫어, 내가 왜?"

박찬열을 개로 치자면 비글과에 속해있는 지랄견이라면, 이 새끼는 그냥 개다. 개. 아주 개새끼. 썅 씨팔롬. 아직 중학교 2학년이라 성장이 미숙해서 저리 경우없는 거일 수도 있고, 아니면 태생이 저런 걸 수 도 있고.
나는 가만히 복순이를 쳐다보았다. 복순아. 저 자식 물어버려.

종인은 침대에 털썩 눕더니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복순이의 털을 빗어주며 물어보았다.

"어때, 학교는."

"감상평, 내가 어쩌다 중학교 2학년 같은 걸 하고 있을까. 끝."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종인이 새끼. 중2병이 올때도 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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