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어.
크리스마스날에..
나 좀 죽여줘.
민석아. 내민석아.
사랑한다.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해. 어느날 잠든 너의 앞에서 끊임없이 고백하던 그날처럼.
"사랑해."
"....."
"너를 사랑해. 민석아."
"......"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루한.."
"사랑해."
".........."
"그냥 사랑해.."
"........"
"정말 미치도록..널."
"............"
"사랑하고 있어."
물이 다 식어가도록 그의 고백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그의 셔츠가 모두 젖도록 나를 껴안았다.
감기걸리면 안되 민석아.
정말 너를 어쩌면 좋을까..루한
"오빠. 내일이 크리스마스에요."
"그러네..벌써."
"이번 크리스마스에...아빠랑 파티하기로 했는데..."
"...파티?"
"네. 아빠가 바빠서 크리스마스때마다 혼자 있었거든요."
"무슨..파티하기로 했는데?"
"그냥..트리도 꾸미고..케이크도 먹고..남들이 하는거요.."
아이가 말하는 파티라는건 정말 허무하도록 아무것도 아닌것이었다. 하지만 나도 한번도 해보지 못한것. 크리스마스. 글쎄, 나도 처음이다.
"그럼..우리끼리 하자."
"..뭘요?"
"크리스마스 파티."
아이는 결국 중국으로 가게 됐다. 시내의 체류를 나라에선 더이상 묵인하지 않았다. 강제 소환령이 떨어지기 전에 아이를 보내라는 독촉장이 어제 도착했다.
시내도 나도 약속이나 한듯 그일에 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소접에서는 더이상 나를 찾지 않았다. 아무 소식도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아직 세상이 조용한것을 보니 김민석..아니 형님은 아직 살아있나보다.
이집에 들어온 후 집밖을 나선일이 손에 꼽는다. 오랜만에 밖을 나서니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당신이 떠난 세상이 너무 차가워서 그런가보다.
가까운 마트에 들러 트리를 사고 여러가지 장식품도 샀다. 시내가 정말 제나이때의 아이들처럼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것 같아 나도 웃음이 났다.
당신 도대체 저렇게 예쁜딸 두고 어떻게 눈감았나 몰라. 이 아저씨야.
트리끝에 달아놓을 큰별이 마음에 드는지 굳이 손으로 들고 가는 시내가 제과점 앞에 멈췄다. 내가 먼저 들어서자 아이가 곧 뒤따랐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사람들이 붐볐다. 아이가 다칠까 트리가 든 봉지를 한손으로 옮겨들고 시내를 다른 한손으로 안아들었다. 케이크를 차례로 내려다보던 시내가 곧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제일 작은 생크림케이크.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가장 구석진 곳에 있던 케이크.
"시내야. 더 예쁜거 사지 왜. 파티잖아."
"그냥 저걸로 할래요."
"....아빠..때문에 그래?"
"아니..그냥..다 먹을 사람도 없잖아요.."
더이상 묻지 않고 점원에게 케이크를 부탁했다.
"초는 몇개 필요하세요?"
"한개요."
당신을 기리기 위해서.
"하나만 주세요."
우리의 첫번째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그걸로 만족하라는겁니까."
"그래. 살아는 있으니까."
"한번만..."
"......"
"보면 안됩니까."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지."
"....."
"이것만 알아둬 타오"
"......."
"난 더이상 소접 그 누구의 희생도 원하지 않아."
"....."
"묻어 니 마음속에.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야."
"......"
그럴 수 있었다면 진작 그러지 않았을까.
"루한은 미쳤어."
"크리스마스 이브야 민석아."
죽여달라 말한 이후로 루한은 바뀌지 않았다. 불안한 기색이나 나를 더욱 가두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똑같이 나를 사랑하고 내곁을 지켰다.
"...그러게."
"트리만들까?아주 큰걸로."
아니, 말했잖아 이미.
"...백현이가 보고싶어."
백현이를 한번도 잊은 적 없다. 다만 나타내지 않았을뿐. 그저 송장처럼 누워 숨만 쉬는 백현이라도 보고 싶다. 한때지만 나를 살게 한 아이.
불쌍한 아이. 우리 백현이. 우리 아가.
"..민석아."
"..백현이를 데려와줘."
"..그래. 그러자."
백현이를 보고나면 그러고 나면 정말 나는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우와!!진짜 예쁘다!"
"그러게. 시내가 손재주가 좋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내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트리를 만들었다. 옆에서 거들기만 했는데도 그 작은몸을 움직여 예쁘게도 완성했다.
잘 보고 있어요. 아저씨? 우리끼리 크리스마스파티 할거야. 트리도 만들었고 케이크도 먹어야지. 좋겠지..?
시내는 트리 아래에서 잠이 들었다. 안아들어 침대로 옮기려고 했지만 잠이 든 줄 알았던 아이가 조용히 읊조렸다.
"오빠.."
"시내 안잤어? 내일,"
"나..내일 중국으로 가요."
"....어?"
"할머니께서 아까 전화오셨어요. 새벽비행기로 오신다고."
아까 트리를 조립하던 뒤로 벨이 울리더니 그런거였나.
"..파티 못하고 가요 오빠. 할머니가 아파트 앞으로 오신대요.."
"시내야.."
"오빠는..할머니 안보는게..좋겠죠..?"
"......"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빠.."
"......"
"아빠랑 파티 꼭 해요 오빠..꼭..그리고."
"......"
"저도 열심히 할거니까 오빠도..나쁜 생각..하지 마요.."
작은 아이의 눈에도 내가 삶에 미련이 없어보였나보다. 내일 새벽이라...크리스마스날에...트리만 남겨두고 시내도 떠난다.
"저 이제 잘거에요. 여기서..아빠 생각하면서.."
아이는 이곳에서 이른 이별을 원했다.
그래, 시내야. 너는 크리스 생각 많이 하지말고 예쁘게 살아. 사실은 너희 아빠가 나한테 한말인데...나는 못할 것 같아..그러니까..시내야.
예쁜 삶을 살아라.
시내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히는 순간 눈을 떴다. 한숨도 자지 않았지만 알 수 있다. 시내도 그랬다는걸.
"나..할만큼 한거..맞죠.."
그래. 수고했어.
"이제..나도 편해져도 되?"
첸. 아니 꼬마.
"아직 당신 용서한거 아니야."
미안해. 너에게 모든걸 맡기고 가서.
"내가 가서..복수해줄거야."
얼마든지.
"그럼. 아저씨."
응. 왜 꼬마.
"메리..크리스마스."
참을성 없긴.
그래, 메리 크리스마스.
지금 당신을 만나러 간다.
백현이는 여전히 하얀 얼굴로 잠에 들어 있다. 누워있는 백현이의 손을 잡았다.
"아가. 백현아..형이야."
"우리 아가..어디 떼떼한거 안묻었나."
"지금..무슨 생각해..?"
백현아. 너도..이런건...싫지?
"백현아..이제..그만하고 싶지?"
"이제..너도 쉬고 싶잖아..."
"마음껏 뛰어 놀고 옛날처럼 형아랑 티비보면서 체조도 하고..그러고 싶지.."
"우리 이제..쉬자 아가.."
"이제 그래도되..."
나혼자 떠나기는 백현이한테 미안했다. 그러니..
같이 가자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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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 루한의 독백. 그리고 짤막한 진짜 완결이 나겠네요. 텍스트본으로 만들까 고민중입니다.
번외는 그곳에만 담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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