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은 싫다. 정확히 말하면 비오는 날 타는 버스가 싫다. 마치 지금처럼
"야, 시험 잘 쳤어?"
"아니, 미쳤냐? 너는?"
"나도 망했어"
"몇 개 틀렸는데"
"하나. 아 실수했어"
"이 새끼가"
하고 몇 몇의 장난스런 주먹이 오가는 광경을 보는 것은 좋다
물론 그게 비오는 날 탄 버스 내 옆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왜 하필 딱 학생들 마치는 시간이랑 겹치게 버스를 탄건가. 부지런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
그러다가 문득 제가 그 나잇대였을 때 시험 날이 떠올랐다
그 날도 비가 왔었지, 아마
"야! 변백현!"
"악"
제 등 뒤로 온 몸을 날리는 박찬열을 피한다고 피했지만 결국 치이고야 말았다
"야 임마!"
"시험 잘 쳤냐?"
"이 존나 할 짓 없는 놈아. 그거 물어보려고 그렇게 무식하게!"
"그래서 잘 쳤냐고"
능글맞게 웃으며 저에게 물어오는 박찬열을 보고 졌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하나 틀렸다. 왜"
"오. 이번에 전교 일 등은 물건너갔네"
"뭐 임마?"
하며 가볍게 옆구리를 한 대 쳤다
"내가 다 맞았거든"
"이 개새끼"
박찬열은 의외로 공부를 잘했다. 맨날 나와 일, 이 등을 놓고 엎치락 뒤치락 했으니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딱히 나빴다거나 하진 않았다
"야 버스온다. 뛰어"
"어? 아이 씨"
그렇게 땀을 줄줄 흘린 채 버스정류장에서 곧 달아날듯한 버스를 겨우 잡아탔다
비집고 비집고 들어가 그나마 사람이 없는 뒤 쪽에 자리를 잡았다
"휴, 못타는 줄 알았네"
"이 형 덕분이지, 뭐"
"응. 니 놈 덕분에 난 안 뛰어도 되었는데 뛰었네"
입을 삐죽거리며 서있는 사이 맨 뒤 세 자리가 비었다
"오, 재수"
"웬일이지. 이렇게 빨리 앉고"
"어?"
"왜"
"친구"
"너같은 놈 한테도 친구가 있구나"
하고 혼자 끄덕거리고 있으니 옆에서 박찬열이 큰 소리로 외쳤다
"도경수"
박찬열의 친구라고 생각되는 아이 하나가 뒷 쪽을 스윽 쳐다보더니 곧 웃음을 짓고는 다가왔다
"야, 얼마만이야 이게"
"그러게, 왜 연락 안했냐"
"형이 좀 바쁘잖냐"
"어휴, 그 지랄병은 언제 고쳐지냐"
도경수의 말을 들은 박찬열이 흐흥하고 웃었다. 그러다 이내 생각났는지
"아, 변백현. 내 친구 도경수"
"안녕"
"어? 으..응. 안녕"
"너 소개팅 나왔냐?"
제가 생각해도 조금 민망한 말투였다. 그리고 방금 박찬열의 말을 들은 도경수는 푸핫- 하고 웃었다
"야, 얘가 뺀질하게 생겼어도 은근히 공부 잘한다"
"뭐가, 공부 잘 하게 생겼네"
"너네 진짜 소개팅하냐?"
약속이라도 한 듯, 푸하하 하고 웃었다
투둑. 그 사이 여름의 유리창 밖에는 소나기가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 간다. 둘이 친해져 봐"
나와 도경수를 쳐다보며 씨익 웃고는 먼저 내리는 박찬열이었다
"....."
"....."
곧이어 적막감이 버스 안을 감돌았다
그렇게 말 없이 서로 눈치만 본 채 집으로 달려갔다
쏴아아아-
도경수는 나와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다. 덜커덩거리는 버스에서 중심을 잡는답시고 봉을 잡고 있는 다리에 도경수의 우산이 닿였다
도경수는 우산을 떼지 않았다
나도 뒤 돌아보지 않았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머리 끝을 적셔왔다
뒤에서 찰박이는 물방울이 튀어왔다
그렇게 도경수와 씨익 웃었다
"으악, 차가워"
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푹 패인 보조개를 보이는 도경수였다
"아악"
이미 젖어버린 운동화로 도경수를 향해 물을 튀겼다
젖어버린 도경수의 우산이 다리에 닿았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곧 가방을 메더니 아이들은 내릴 준비를 하였다
여기다. 도경수가 버스를 탔던 곳이
끼익-
아이들이 내리는 것을 정신없이 구경하던 순간 앞 문이 열렸다
씨익 웃는 얼굴. 패이는 보조개. 너이다
"집에 장화 사 놨어. 놀러 가자"
고등학생의 도경수이든, 대학생의 도경수이든, 지금의 도경수이든
여전히 비오는 날의 도경수이다
소나기처럼 찾아와 떠나지 않는 오랜 장마의 도경수이다
| 원래 쓰려했던 내용 |
"저기" "저기" 서로 머쓱했던걸 느껴서인지 말을 꺼냈다가 더 어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 먼저 말해" "아니.. 별 얘기 아니야.. 먼저 말 해" "나도 별 얘기 아니야.. 그냥 박찬열이랑 언제부터 친구로 지냈냐구. 그거 궁금해서.." "어? 나도 그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마지막 도경수의 말 뒤에는 해사한 웃음도 따라 붙었다. 접히는 눈꼬리를 보다 내 눈꼬리도 따라 접혔다 "와, 너 웃는거 되게 신기하다. 눈이 다 접혀" "너도야" 하며 크크거리기 바쁘다 도경수는 곧 내린다고 말했다 "나도 곧 내리는데, 너 어디서 내려?" "나? 이 옆에 수연초등학교" "어? 나도" "진짜?" "응. 우와 신기하다. 왜 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 "아. 나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되서" |
원래 긴 내용인데 줄이고 줄이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또르르
사실 원래 쓰려했던 내용은 정말 본문의 내용인데 숨김글 되어있는 글이 글쓰다가 자연스럽게 쓰여서 적어봤어요.
나중에 폭풍수정.ㅋ큐ㅠ
아, 이 글이 청춘으로 올리는 오백의 마지막글일것같습니다.
취향이 다르신분들이 계실거같아서
청춘.-카디, 찬백으로 계속 쓸 거구요
제 다른 필명인 잠깐 연재만 하고 끝내려했던 필명인 아이팟에 오백글을 올리겠습니다
그럼 안뇽! ㄴ진짜 오랜만에 글써서 독자분들 계실지 모르겠네요...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500] 오랜 소나기 5
12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