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녹여서...
벤치에 앉아 있던 성종이 바지를 탈탈 털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껌을 오물거리며 명수는 성종의 뒤를 졸졸 쫓았다. 성종은 뒤도 안 돌아보고 몇 걸음 걸어가다가 홱 고개만 돌려서는 명수를 훑어 본다.
“비싼 거면 되냐?”
“어.”
“그럼 비싸고 맛없는 거 사줄거야!”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맘에 안 들면 싸고 맛있는 거 사줄게.”
명수는 왜인지 이 녀석의 행동이 귀여워서 풉-하고 웃음이 터졌다. 명수는 웃는 자신을 불만스레 쳐다보는 성종의 얼굴이 꽤나 귀엽다고 느꼈다. 음...너....그거 같아. 고양이.....하고 중얼거리는 명수를 성종이 눈에 힘을 빡 주고 꼴아봤다. 명수는 그 모습도 귀여웠지만 더 웃으면 진짜 화낼 것만 같아서 꾹 참고 헛기침을 했다.
“크흠......별 수 없지 뭐, 싸고, 맛있는 거 사줘.”
“진작 그럴 것이지!!.... 잔말 말고 가자!”
성종의 뒷모습에서 뿌듯해하는 기운이 느껴져 명수는 이를 악물고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진짜....고양이랑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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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과 명수는 떡볶이 골목의 세 번째 가게로 들어가 마주보고 떡볶이를 집어 먹고 있다. 명수는 입술에 양념을 다 묻히고 먹는 성종을 슥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할 말 있다며?”
“아! 맞다!! 너!! 그거 무슨 뜻이야? 비관주의자. 네가 뭔데 날 평가해?!”
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성종의 코 끝을 톡하고 치며 말했다.
“꼬마야. 예술가라면 누구의 평가든지 달게 받아야 하는 거 아냐?”
“개새끼. 어린애 취급하지마!”
성종은 기분 나쁘다는 듯 코를 손바닥으로 탁탁 문질렀다. 명수는 물을 한 컵 들이키고는 성종을 보고 말했다.
“네 음악은. 나 이렇게 멋진 놈이에요. 이렇게 세련된 기교를 부릴 줄 알아요~ 하는 느낌이야. 좋게 말하면 화려하고, 나쁘게 말하면 난잡해. 게다가, 음악에 그렇게 핏빛 죽음을 담았어, 심지어 그 죽은 대상은 변명만 하고, 자기 회피만하다 죽었지. 음악은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하는 거 아냐? 네 음악은 알맹이 없이 화려한 죽음만 보여 줄 뿐이야.”
성종은 한 대 얻어맞은 거처럼 멍하니 명수를 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포크로 떡볶이를 쿡쿡 찌른다. 몇 분간 말없이 생각만 하던 성종은 고개를 들었다.
“인정! 근데.... 나는 내 길을 쭉 갈거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네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 너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빛나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현실은 쓰레기장인데. 빛나고 아름다운 미래를 노래하는 음악? 그런게 청중의 귀에 박힐거라 생각해? 나는 아니라고 봐. 결국 음악도 청중이 공감해야 음악일 수 있는거야. 더러운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겐 더럽고 치졸한 음악이 좋아. 왜냐고? 자신이 사는 세상을 담은 음악이니까. 그러니까....나는 이 더러운 세상에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할거야.”
명수는 웃는 듯, 우는 듯 애매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와...진짜 내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성종은 어이없단 듯 콧방귀를 끼며...
“오...우리 쫌 통하는데?”
그 말에 명수의 의아한 표정을 보며 성종은 비웃 듯이 말했다.
“우리 둘...맘이 꽤나 잘 맞는데? 나도 너 열라 싫어.”
둘은 그 순간 터져버린 웃음에 눈물이 나올 때까지 웃어재꼈다.
-이게...두 사람의 첫 호흡.
=
과거 챕터가 끝났어용...중간중간에 과거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담편부터 눈물구간입니당.
눈물이 날 만큼 슬픈건 아니에요. 단지 그냥 아련하게 적으려고하는 부분이 담편부터....ㅋㅋㅋㅋ 어쨌든..ㅋㅋㅋ 인티 대표 똥글 푸들은 도망갑니다...
+) 제 다른 소설들도 많이 봐주세용(구걸맞아요)
호이시랑(우열)
반디(수열)
시클라멘 센토리아(수열)
Waiting(수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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