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이상향 번외)
w. 리미니
잠이 오질 않아 근처 바닷가를 걷다가 모래사장 위에 앉았다. 바다의 내음이 잔뜩 스며든 모래가 부드럽다. 낮에 게으름을 피우다 결국 제 시간 내에 다 접지 못한 잎을 하나하나 접어가는 꽃과, 소금기 머금은 바다의 바람, 새하얀 달빛과 바위에 부딪혀 조각나는 파도 소리. 사근사근 밟히는 모래와 적지만 나처럼 잠에 못들어 산책하러 온 사람들.
외롭지만 혼자라도 오길 잘 한 것 같다. 바닷가의 밤은 꽤나 평화롭지만 새까만 밤바다가 일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한 공포감이 몰려든다. 소름이 돋은 팔을 손으로 비비적거리며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이제 들어가야지.
펜션으로 들어와 자리에 누웠지만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몸을 돌려 바닥에 손가락으로 작게 그림을 그려본다. 우리 백현이는 이렇게 눈이 축 쳐졌고, 코는 작고, 입술은 보드랍고, 피부는 하얗고. 머리는 찰랑이는 갈색 머리. 딱딱한 나무 바닥에 흩뜨려진 조각들이 한데모여 백현이의 얼굴이 완성됐다.
너는 꽃이 됐니, 별이 됐니, 바람이 됐니, 달이 됐니, 무엇이 됐니? 자꾸 한 번 쯤 죽어보고 싶다던 백현이의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고 맴돌기만 한다. 진짜 죽으니까 기분이 어때? 물었지만 그저 텅 빈 방안엔 고요한 내 숨소리만 들려온다.
지독한 악몽은 오히려 내가 꾸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모든게 꿈일 것 같다. 백현이의 죽음도, 사고도, 나를 향한 사랑도. 급하게 몰려오는 피로감에 눈을 감으니 백현이가 죽기 몇 시간 전 뒷모습에서 맡았던 슬프고 약한 풀냄새가 미약하게 났다. 적막, 너도 이런 기분이었니. 눈두덩이가 시리다가 뜨거워졌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방안에만 가득하던 고요한 숨소리가 멎어가고 어스름한 빛이 창문을 통해 쏟아졌다. 눈앞이 온통 새하얀 빛으로 가득하다.
| 소년을 위로해줘 |
요즘 글이 안 써져서 너무 짜증난다... 슬럼프?! :(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