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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모릅니다

w. 리미니


그는 나를 모릅니다 전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전편 읽고 오시길 추천!



잠을 꽤 많이 잔 것 같은데 어째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뜨거웠다. 어스름한 달빛아래 눈을 힘겹게 떴다.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몇 시인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잠들기 전 그를 보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 이후를 기억하려 했지만 머릿속 필름은 누군가 마구 난도질을 한 것 마냥 모두 끊어져 있었다. 내 기억은 이홍빈과 아니, 선배와 말다툼을 하다가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리고, 그게 다구나. 나는 유감스럽게 병원에서 눈을 뜨지 않았다. 하얀 천장에 소독약 냄새네 뭐네 같은 대사는 날릴 수 없다. 웃음이 비죽비죽 흘렀다. 아직도 무거운 몸을 일으켜 이불을 걷어내고 차디찬 방바닥에 발을 대보았다. 마룻 바닥이 딱딱한게 꿈은 아니구나. 


몇 걸음 안 가 방 문고리를 잡고 돌렸을 때 거실을 포함한 어떠한 방에서도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기척은 거실 한 가운데까지 가서야 있었다. 베란다 문이 반 쯤열려있어 커튼이 팔랑거렸다. 시원한 밤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푸르스름한 달빛아래 난간에 기대 선 남자의 뒷모습이 낯익다. 저 사람은 내가 가장 …하던 사람이야. 홍빈이 형,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입이 열리고 그를 불렀다. 난간에 기대고 있던 그가 스르르, 몸을 돌렸다. 선배는 왜 아직도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피해다닐 수 있다고 생각해?”

“그만해요.”


뒷모습은 익숙하지만 선배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목소리는 낯설다. 분노감, 절망감, 외로움, 슬픔이 한데 섞여 파도쳤다. 고작 목소리 따위에 저러한 감정이 모두 묻어나올리 만무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잘 알아. 그런데 지금 나는 뭘 그만하라고 하는 거지? 선배는 알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뭘 그만하란 거야?”

“홍빈 형.”


그러게요. 하고 대답하려는데 나는 이미 선배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내 부름에 선배가 소리없이 웃었다. 입이 반달처럼 휘어져 이죽거렸다. 난간에 팔을 기대고 선 선배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난간은 선배의 가슴께 까지 왔지만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가버릴 것 같았다. 그런 선배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땐 이미 바닥에서 모두 조각나 있을 것 같은 징그러운 기분이 발가락에서 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덮쳤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뚝, 하고 선배의 웃음이 멈췄다. 그리곤 손가락 세개를 접고 검지와 엄지를 맞대어 마치 사진을 찍는 포즈를 취한 선배가 입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선배의 셔터 소리에 갑자기 머릿속이 어지럽다. 귓가에 자꾸 무어라 웅웅거린다. 손을 내린 선배가 무심하게 얘기한다. 들어, 이게 무슨 소리인지. 네, 선배. 순순히 눈을 꽉 감고 있자 내 몸에 닿는 청각과 촉각이 선명해 졌다, 흐려지길 반복했다. 수업 종이 치는 소리, 말라붙은 혈흔에서 나는 비린 맛, 목을 죄이는 넥타이, 불경을 외는 소리. 가위에 눌린 건가? 최대한 정신을 다잡으려 애썼다. 잠시 눈앞이 하얘지는가 싶더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지저귀는 새 소리, 시원한 바람, 정원의 나무 냄새. 눈을 천천히 떴다. 파란 색 교복 바지, 하얀 와이셔츠. 맞은 편에 보이는 학교의 교실 건물. 그래, 이곳은 바로 우리 학교 옥상이구나.


그런데 지금 여기서 나는 무얼하고 있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내 아래에 사람 인영이 보였다. 고개를 내리니 보이는 건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싹싹 빌며 우는 남학생과 이를 즐겁게 웃으며 내려다 보는 남학생이었다. 갑자기 나는 제3자가 되어 옆에 비켜있었다. 저 둘이 누구인지 가까이서 얼굴을 자세히 보려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것은 파란 불꽃이었다가, 노란 불꽃이었다가, 다시 붉은 불꽃이 되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어!”


여전히 울며 빌고 있는 소년의 얼굴로 다른 소년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억, 소리와 함께 소년이 얼굴을 붙잡으며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투툭, 소리와 함께 교복에 달려있던 명찰이 바닥에 쓸려 나가떨어졌다.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로 적힌 그 명찰을 소년이 무참하게 발로 밟아버렸다.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명찰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발로 조각들을 쓸어버리며 소년이 멱살을 끌었다.


“이홍빈, 일어나.”

“상혁아.”

“내 이름 부르지 마!”


아, 저건 나잖아? 그리고 맞고 있는 소년은 선배. 이거 꿈이구나, 아니 여태 꿈이었어. 그제야 심장이 원래 제 박동수를 찾아갔다. 어쨌거나 이게 꿈이든 현실이든 이제 그만 깨고 싶다. 옥상 난간을 딛고 몸을 숙였다. 바람을 가르며 뛰어내리는 기분이 참 생소하다. 바닥이 축축하다. 땀에 젖은 베게인가? 했는데 이제는 머리가 축축하다. 가늘게 눈을 뜨자 선배가 우리 집난간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여긴 우리 집 아래… 느리게 눈이 감겼다. 선배가 나를 내려다보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는 나를 모릅니다.


왕따

결국 벗어나지 못한 죄책감이 빚어낸 망상, 그리고 그 망상이 정말 망상이길 바라는 사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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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글도 너무 좋은데 브금도 너무좋다.. 브금이름 알려줄수 있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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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니
허허 감사합니다 316의 하얀 거짓들! 맞나? 하얀 어쩌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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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뀨ㅠㅠㅠㅠㅠ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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