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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paranoia 02 | 인스티즈

 

 

 

 

 

 

 

paranoia 02

 

W. prisJ

 

 

 

 

 

 

 

 

 

 

 경수에게 피아노는 사치였으며 미련이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한 헛된 욕망이라 치부되도 좋을 만큼 하찮았다. 적어도 경수에게만은 그런 의미였다. 피아노에 퇴페하고 노련한 종인을 따라간 다는 것은 애시당초 말이 되지 않았다. 경수와 종인이 향상을 준비 할때도 이러한 사실은 여과없이 들어났다. 종인의 손마디에서 뿜어져나오는 고혹한 음색들을 저는 결코, 죽어서도 흉내조차 못 낼 것이라 경수는 채찍질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천일야화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왕비의 이야기 보따리.  경수는 이 곡을 좋아했다. 장정 50분에 육박하는 선율에 정신을 놓고 하루종일 들은 적도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종인이 처음으로 경수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을 저가 알게된 시점에서 들었던 곡이어서였다. 잔잔한 멜로디가 경수를 붕 띄었다가 추락하게 만드는 꼴이 꼭 저가 종인에게 얽매이는 꼴과 같이 느껴졌다.

 

"종인아. 세헤라자데 왕비는 포악한 왕을 사랑했을까?"

"끝내는 사랑하지 않았을까."

 

경수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종인의 등을 마주댔다. 머리를 숙여 종인에게 더 기대자 종인이 뒷 팔을 이용해서 경수의 턱언저리와 입술부근을 매만졌다. 경수는 간지럽다는 듯이 웃으며 종인의 널찍한 등을 힘주어 안았다.

 

"왜?"

"그러는 너는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해?"

 

종인의 필기체로 어지럽게 춤추고 있는 오로지 종인과 경수를 위한 새로운 세헤라자데의 악보가 피아노 선반위에 놓여있었다. 종인은 팔을 돌려 경수의 손을 지긋이 잡았다. 경수도 종인의 손을 깍지를 껴 단단하게 마주잡았다. 경수는 힘을 더 빼며 종인에게 기댔다. 종인은 남은 손으로 세헤라자데의 메인 멜로디를 연주했다. 서로의 달큰한 숨소리가 마주했다.

 

"죽기 싫어서 사랑한 척 한거면?"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널 사랑하는 척 하는거면? 넌 그때도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할 거야? 경수는 물음을 삼켰다. 종인은 부스스하게 웃으며 완성된 악보를 경수의 손에 쥐어줬다. 경수도 말없이 저의 바이올린을 케이스에서 조심스럽게 꺼내고 송진을 묻혀 현을 튼튼하게 다듬었다. 바이올린을 어깨에 놓은 뒤, 종인을 바라보자 종인은 그런 경수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며 반듯한 저의 코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경수는 현으로 종인을 아프지 않게 밀어냈다. 겉은 향상을 위한 연습이었지만 경수는 피아노를 위한 연습이었다. 유일하게 경수가 종인의 연주로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연습시간은 향상 연습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수는 피아노 건반위에 반듯하게 올려져있는 종인의 손을 바라봤다.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하나 둘 셋 하고 카운트를 세는 종인과 눈을 마주하며 경수는 현을 들었다. 경수는 피아노와 미치도록 어울리는 종인이 눈부셨지만 저의 심장은 조금은 다른 떨림들이 공존하여 미칠거같았다. 불안하고 불안하지만 좋아하는 건 또 좋아하는 거라서. 경수는 저의 이런 다중적인 감정이 뭔지 몰랐다. 평생이 가도 모를거같았다. 연주의 중반이 다다르자 경수는 깨달았다.

 

이 첫번째 향상은 종인을 위한, 종인의 의한 세헤라자데 왕비의 연주임을. 저의 바이올린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을 것임을.

 

 

 

 

.

 

 

 

 

향상 발표회때는 날이 밝았다. 처음으로 K예술고에 입학한 1학년 음악과들의 실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터라 각종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매스컴을 타고 온 기자들와 칼럼니스트로 오페라홀은 가득찼다. 인재들을 보기 위한 명목 하에 온갖 교수진에 음대 재학생들로 인산인해였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는 종인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으로 해외에서 참가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고 난 후로 온갖 국제 콩쿠르를 휩쓸며 저명한 유명인사로, 천재 피아니스트로 알려지게 됐다. 고등학교마저도 유럽쪽으로 진학 할 줄로 예상했던 언론과 여론을 제치고 종인이 입학을 감행한 K예술고라서 인지 더욱 이번 향상은 주목을 받았다.

 

"종인아, 나 떨려."

 

실기 시험날때도 하염없이 떨기만 하여 종인의 애를 태웠던 경수는 그날도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바이올린 케이스 위로 둘이 함께 편곡하고 연습하여 동글동글한 저의 글씨체로 빽빽히 악보에 가지런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종인은 그런 경수를 쳐다보며 경수의 뒷목을 감싸안아 껴안았다.

 

"괜찮아. 나랑 같이 서는 무대잖아."

"응."

 

경수는 종인의 팔을 내치지 않았으나 종인을 마주 안지는 않았다. 무심코 널드러진 저의 바이올린 케이스가 눈에 띄자 경수는 처음 종인과 듀엣일 맞췄던 그 날을 회상했다. 망쳐버린 박자, 말려버린 리듬과 멜로디. 결국 주축을 잃지않고 리드해준 종인의 덕분에 완벽해 보였던 연주. 어설픈 분노가 부른 참사. 종인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 인정 하고 싶진 않지만 거대하게 숨겨놓은 종인에 대한 질투심. 경수는 아찔아찔했다. 또 다시 악몽을 꾸고 싶지않다. 아스피린 대량으로 먹은 것처럼 저의 몸이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등 뒤로 따뜻한 온기 덕에 경수는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도경수. 연습때처럼만. 알지?"

"종인아."

 

경수는 순간 확 얼굴을 굳혔다. 냉랭해진 표정으로 종인의 손을 잡아끌어내렸다. 경수의 눈이 또 다시 공허하게 변해 아무것도 담지를 못했다. 경수는 손을 떨었다. 종인에게로 내리치던 무거운 피아노 뚜껑. 순간 일그러져 고통스러워 하던 종인의 표정. 경수는 눈을 또렷이 떳다.

 

"만지지마."

 

종인을 지나쳐 바이올린 케이스를 집어든 경수는 악보를 붙잡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곧 3팀의 연주가 끝나면 저와 종인의 차례가 온다. 경수는 기도했다. 제발 나의 음악적 재능과 나의 삶인 음악을 종인에게 주지 말아달라고. 기어이 뺏어가야 하시다면 나에게 망가진 종인을 달라고.

 

 

곧이어 경수와 종인의 차례가 돌아왔고 둘은 나란히 무대 위로 섰다. 초등학생때에 어리고 앳된 2명의 소년은 이제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어엿한 대한민국의 예술계를 이끌어갈 K예술고등학교의 재학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종인은 묵묵히 경수의 뒤에 서서 인사를 하고 피아노 앞으로 섰다. 의자 위로 앉으며 경수를 쳐다보자 경수는 어느덧 종인의 숨을 조여오게 만들던 그 때의 얼굴, 표정으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세헤라자데의 악보를 선반위에 올리고 상기시키고 싶지않았던 어릴 적에 종인의 손과 울던 경수가 어른거렸다.

 

"경수야. 네가 이 곡을 처음 너에게 쳐줬을때 기억 나냐고했지?"

 

종인은 연주를 시작하기전 경수에게 말을 걸었다. 경수는 문득 정신을 차리며 멍했던 자신을 돌아보곤 깜짝 놀랐다.

 

"응, 그게 왜?"

"내가 어떻게 기억 안 날 수가 있겠어. 너한테 처음으로 고백했던 날이잖아."

 

경수는 정말 입으로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눈은 시큰거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 질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눈가만 시큰거리면 모를까. 종인의 말은 비수가 되어 경수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고백. 경수는 속으로 되새겼다.

 

"좋아해, 도경수."

 

종인은 처음 반주를 시작했다. 경수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종인을 등지고 서서 원형 구도 앞 관객들을 향해 현을 치켜들었다. 좋아해, 도경수. 세헤라자데의 선율이 종인의 풍부한 음색을 바탕으로, 엄청난 종인의 섬세한 감성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경수는 또 다시 어릴 적에 비참함을 느꼈다. 좋아해, 도경수. 어린 종인이가 저의 앞에서 수줍어 하며 손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현을 한번 더 치켜들고 절정을 향해 메인 멜로디를 연주했다. 그래봤자지. 연주를 하는 나도 바이올린 선율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로히 천재적인 저 피아노의 음율. 모든 소리를 다 잡아 먹는 종인의 피아노 소리가 저마저도 잡아 먹는 듯했다. 좋아해, 도경수. 지금의 종인이가 어릴때와는 다르게 큰 키와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며 손을 다시 내밀었다. 경수는 현을 힘없이 내렸다. 바이올린은 거들뿐. 연주의 리드, 연주의 모든 것은 피아노였다. 연주가 끝나고 경수는 눈물짓게 웃었다.

 

 

좋아해, 도경수.

 

 

좋아해, 김종인. 딱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종인과 경수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첫 향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고 둘은 나란히 1등을 차지했다. 종인은 그동안 기교에만 충실한 피아니스트 답지 않은 피아니스트라는 불명예스러운 안티들의 공격이 들어오곤 했다. 그러나 17살의 천재 피아니스트는 세헤라자데의 미묘한 감정선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캐치하여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감성으로도 충만한 피아니스트로 재 평가해야한다는 희소식들이 마구 들어왔다. 자신의 주변 상황들에는 무심한 종인은 신경 조차 쓰지않았지만 국내의 유명한 피아니스트들과 음악 애호가들은 전부 종인에게 시선을 쏟고 있었다. 이번 향상은 그런 종인의 기량을 가늠해 볼 수 있던 아주 좋은 기회 였다.

 

"야, 도경수! 축하한다. 우리조는 꼴찌만 간신히 면했다."

 

벡현은 해맑게 웃으며 경수에게 매달렸다. 경수는 발표된 순위표가 띄어진 오페라홀의 위쪽을 바라보다 멍하니 종인이 어디있는지를 찾으려했다. 백현은 기뻐하지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경수가 이상해 더 장난을 걸었다.

 

"에이, 우리 경수. 뭘 그리 애타게 찾아? 축하한니까, 자식아."

"뭐, 축하? 내 실수를 보고도 축하한다는 소리가 나와, 넌?"

 

날카롭게 쏘아 붙히는 경수의 눈초리에 백현은 장난이 심했다고 생각하며 손을 내렸다.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경수의 얼굴이 낯설어 백현은 가만히 이 상황을 당황스럽게 느끼지 않게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경수는 심하게 손을 떨려 현을 두 손으로 붙들었다. 경수의 손에 쥐어진 악보는 경수의 악력으로 꾸깃해져있었다.

 

"무슨 실수... 아니, 난 그냥 너네조가 1등해서,"

"내가 1등한거야? 아니잖아. 김종인이 1등한거야, 그거."

 

경수는 백현을 쏘아보여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경수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대기실로 도착해 바이올린 케이스를 찾았다. 종인이 아까부터 보이지 않으나 오히려 더 잘됐다. 경수는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힘없이 현을 놓은 이유를. 경수는 마지막 바이올린의 음이었던 라#을 라b으로 연주했다. 그에 반해 종인은 완벽했다.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경수와 종인의 모든 것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참을 수 없는 패배감, 비참함이 다시 경수를 물들였다. 경수는 들고있던 저의 바이올린을 세게 내던졌다. 현들도 모조히 손톱으로 갈기며 던졌다. 몰아쉬는 숨들이 가빴다. 몇년전부터 도지지않던 천식이 다시 오는 것 같았다.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떨궈졌다. 저의 손아귀를 쳐다보자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었다.

 

 

좋아해, 도경수.

 

 

증오해, 김종인. 난 널 감당할 수 없어. 널 버리면 음악이 찾아올거야. 나에게 돌아오겠지.

 

 

 

 

 

 

 

 

 

 

 

 

 

 

 

 

 

 

 

 

 

*

똥망끌 주의보~_~

앞으로 점점 더 불행(?)해질 둘의 관계를 지켜봐주세요!

일주일 안으로 돌아올게요

그전에는 밀린 과제ㄸ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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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울리기에 달려왔어요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네요ㅠㅠㅠ경수 불쌍해ㅜㅜ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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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J
경수에겐 언제나 미안합니다... 항상 지켜봐주셔서 감사해요^_^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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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윽 더 불행해진다뇨 ㅠㅠ...그래도 잘봤어요 ㅎㅎㅎ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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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J
하트,하트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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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잘보고가요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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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J
넵!!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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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경수가 점점더 종인이에 대한 생각이.. 안좋게.....ㅠㅠㅠㅠㅠㅠ 경수가 더 종인이를 의식해서 실수를 한걸까요ㅠㅠㅠ 실수한걸로 너무 졌다고만 생각하는 경수가 안쓰럽네요ㅠㅠㅠ 경슈야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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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J
의식해서가 정답인거같습니다... 경수는 항상 종인이앞에서만 스면 얼어버리죠ㅠㅠ자신도 의식못하는 사이에 너무 의식해요 종인이를ㅠㅠㅠㅠ저도미안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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