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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paranoia 03 | 인스티즈

 

 

 

 

 

 

 

paranoia 03

 

W. prisJ

 

 

 

 

 경수는 주저앉았다. 처참하게 엎어진 바이올린 꼴이 저의 모양세같았다. 경수의 눈 앞에는 어느 덧 어린 시절, 종인을 남몰래 분개하던 저의 모습이 펄쳐졌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수백번이고 내리치던 고사리같은 손. 언제나 저의 시선을 향했던 종인의 뒷모습. 경수는 눈을 감았다. 현실과 신은 언제나 저에게만 잔인했다. 세헤라자데의 악보를 꾸깃하게 엉망으로 쥐었다. 저의 필기체와 반듯한 종인의 필기체가 엉그러졌다. 경수는 애닳게 웃었다.

 

"종인아, 종인아."

 

경수는 반 쯤 넋이 나간 것마냥 종인의 이름을 불렀다. 마치 경수의 너덜너덜한 마음을 치유해줄 유일한 주문인 마냥 계속 종인을 불렀다. 한기가 등 쪽부터 훅 끼쳐 소름이 돋았다. 경수는 저의 다리에 얼굴을 묻었다. 뜨거운 눈물이 바지를 적셨다. 종인아. 김종인. 어떡해.

종인은 모든 경수의 행동을 대기실 문에 길게 기대어 지켜봤다. 정신 착란증세같은 경수의 모습에 종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길지 않은 손톱이 손마디를 쑤셔왔다. 차마 경수에게 다가가 안아줄 수 없음을 잘 아는 종인은 그저 묵묵히 경수의 뒤를 지켰다. 자신의 손에 들린 악보를 주름이 지지않게 피며 종인은 벽에 머리를 쿵쿵 가볍게 쳤다. 언제나 실기 발표회가 끝나는 날이면 변하는 경수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험한 일을 저지르지는 않는지, 감시 아닌 감시를 보내는 시선이 아니고선. 종인은 한번 더 경수에게 닿지 않을 고백을 중얼거렸다. 좋아해, 도경수.

 

 

 

.

 

 

 

 

"첫 번째 향상을 마친 걸 축하한다. 이젠 당당히 K예술고 학생이라 말 할 수있겠어."

 

향상이 끝나고 음악과 1,2반이 합반으로 음악감상실에 모였다. 음악과의 정원은 80명. 그 중 종인과 경수는 1등 조로 가장 맨 앞줄, 가운데 첫번째칸과 두번째칸에 앉았다. K예술고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나이 지긋한 지휘자 선생님은 감상실에 중간 홀에 섰다. 곧곧에 음악과 선생들과 실기 선생들이 학생들과 함께 앉아있었다.

 

"이번 향상의 주제는 협동심이었다. 악기와 악기 또는 악기와 목소리가 만나 얼만큼 어울려지느냐에 가능성, 즉 앙상블의 요소로 평가됐지."

 

경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손장난을 쳤다. 비록 마지막 음을 실수한 것을 저밖에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해도 종인의 연주로 1등을 한 것이니 정당하진 않다고 생각하는 경수였다. 경수의 손들이 서로 엉키고 섥혀 서로의 손톱을 뜯었다. 경수가 손톱을 물어뜯기 위해 입술로 손을 가져다대자, 종인은 그런 경수의 손을 꽉 쥐어 마주잡았다. 경수는 베시시 웃으며 종인을 쳐다보자 종인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떳다.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웃음이었기 때문에.

 

"고로 평가의 의의가 있다면..."

"의의있습니다!"

 

백현은 무모하게 보일만큼 씩씩한 모습으로 팔을 치켜올렸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이 쳐다보는 지휘자 선생은 백현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아, 변백현? 어디보자. 38등 조 아닌가?"

"네! 맞습니다!"

"의의가 뭔가?"

 

선생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백현에게 다가왔다. 백현은 비장하게 입술을 다물며 야무진 표정으로 같은 조로 콜라보레이션 연주를 한 짝을 가르켰다. 짝은 당혹감으로 물들어 모든 이들에 시선에 빨갛게 익어버렸다.

 

"전 이 친구와 함께 향상을 준비하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향상 당일 날, 메인 멜로디를 잡고있는 피아노의 실수로 제 바이올린의 소리 또한 실수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왜 같은 점수를 받아야하는지 이해가 안 가서요."

"왜 같은 점수를 받느냐... 결국 실수는 네가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지?"

"좀 치사하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생은 패기있는 백현의 모습에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백현에서 바이올린을 켜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백현은 밑에 뒀던 바이올린을 꺼내들고 선생에게 다가갔다. 중간 홀 무대에 선 백현은 자신의 바로 앞에 경악으로 가득찬 종대를 보곤 씩 웃어줬다.

 

"자, 재평가를 받을 순간이다. 변백현. 최선을 다해보도록."

 

선생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경수의 옆에 앉았다. 1반과 2반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백현의 바이올린 소리에 집중했고 경수는 그런 백현이 무모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받은 점수, 번복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고 협동심을 평가의 요소로 봤다는 것은 이미 파트너의 실수가 곧 나의 실수임을 깨우쳐야 했다. 그런 점에서 경수는 백현이 마냥 객기부리는 어설픈 바이올리스트로 보였다. 백현은 긴장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현을 들어올렸다. 어릴 적부터 백현이 가장 좋아하여 즐겨켜던 '나비야'를 바이올린 2중주처럼 음들을 겹쳐 켜기 시작했다. 눈과 귀가 신선한 백현의 연주에 선생은 흐뭇하게 웃었다. 경수는 한숨을 쉬며 종인의 손을 단단히 옭아매며 종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살결 위로 종인의 숨소리가 느꼈다. 경수는 다시 기분좋은 울림이 심장에 퍼지기 시작했음을 감지했다.

 

"훌륭하군, 재평가하지. 다음 향상 때 너는 1점 가산점을 주겠다."

"얏호!"

 

술렁이는 학생들 사이로 백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가슴부근을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허스키한 웃음소리를 내며 종대의 뒷통수를 내리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선생이 다시 중간홀 무대 위에 섰다.

 

"그리고 실수를 범한 너는 다음 향생 때 -2점을 주도록 하고. 왜냐,"

 

 

 

"음악은 무대위에서 완성된다. 무대 위에서의 그 어떤 실수도 용납받을 수없지. 물론 오케스트라의 기본 모토는 협동심이다. 하지만."

 

경수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종인을 올려다봤다. 선생의 말들이 모두 저와 종인을 겨냥해하는 말 같아 식은땀이 났다. 종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올곧게 앞만을 바라봤고 경수는 다음의 나올 선생의 말을 듣기 싫어 귀를 막았다. 경수를 더 혼란스럽게 빠지게 만든 건, 종인이 경수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아 막은 귀에서 떨구게 했다는 것이었다. 종인은 끝까지 경수를 바라봐주지않았지만 종인의 손은 끝까지 경수를 놓지않았다.

 

 

"실수란 죽음이다. 죽고 난후에는 아무것도 필요없지. 오케스타라의 단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죽지마라." 

 

 

경수는 종인의 손을 꽉 잡았다. 향상 무대때 실수했던 라b 선율이 계속 귓가에 울렸다. 음악감상실에서는 향상에 대한 음악과 학생들의 소감을 묻기 한창이었다.

 

 

 

 

.

 

 

 

"이 쯤에서 향상에 대한 건 끝내고.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전한다. 김종인?"

"네."

종인의 잡고 있던 경수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경수는 그런 종인의 손마디를 놓치지않고 손목부근을 붙잡았다. 졷인은 그런 경수를 바라보다 이내 선생에게로 시선을 줬다.

 

"한국 피아노협회에서 유례없는 건으로 김종인의 단독 연주회를 개최한다고 하더군."

 

"대박이다, 대박. 아직 고1인데 단독 연주회? 그것도 한피회에서?"

"난 쟤 아주 어릴때부터 봤었어, 국내 콩쿠르대회에서."

"나도. 뭐 거의 항상 대상은 내줬지."

"부럽다. 그치? 경수 너도 알잖아, 나 맨날 김종인 때문에 꼴찌한 거."

 

경수의 옆에서 뒤에 앉았던 피아노 전공인 준면이 경수에게 말을 걸었다. 경수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음악 유치원을 나온 준면은 그런 경수를 보며 웃음을 거뒀다. 밑으로 붙잡은 종인의 손목이 저의 떨림때문에 떨리고 있었다. 선생은 종인을 앞으로 불렀고 경수는 가지 말라는 듯, 더 세게 종인을 붙잡았다. 종인은 그런 경수의 손을 손목에서 떼어냈다. 그저 앞으로 나가 선생의 앞으로 섰다. 경수는 왜 떠는 지 알 수 없었으나 종인의 태도가 마냥 불안하게 다가왔다. 내가 또 질투 할 걸 아니까 거리두는 거야? 뭐야, 왜 이렇게 매몰차. 경수는 종인의 온기가 남아있는 손바닥을 문댔다. 불안한 시선으로 종인을 쳐다봤다.

 

"김종인, 축하한다. 자, 천재 피아니스트라는데 연주 한번 아쉽지 않게 듣고 싶지않나? 모두?"

"네!"

"곡은 베토벤 작품으로. 아무거나."

 

경수는 생각했다. 분명 소나타를 칠 것이다 하고. 그리고 아주 멋지게 연주해낼거라 예상했다. 분명 종인이 하얗고 검은 건반위로 손을 올렸을때 시작했던 첫 음과 반주는 베토벤 소나타였으나 종인은 의도적으로 엉망으로 연주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트릴을 제대로 해내지 않아 뚜렷한 음을 내지 않고 흐지부지되도록 건반을 눌렀으며 박자는 반박자 정도를 계속 엇박자로 연주했다. 완급 조절도 하지않고 정말 이토록 완벽하게 망친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도 몇 안 될 정도로 엉망인 연주도 종인은 천재적이었다. 경수는 마치 종인이 저를 우롱한다고 느꼈다. 저토록 형편없는 연주인데도 왜 종인은 피아노와 고고히 소통하며 매혹적으로 연주 하는지. 정말 저 연주가 엉망인 연주이긴 한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손을 뭉개지게 말아 음 하나하나를 작살냈던 종인은 마지막 음인 시b 를 반을 올려 시 로 연주하며 손가락사용을 멈췄다. 경수는 또 다시 생각했다.

어쩌면, 신보다도 야속한 건 종인이라고.

 

 

그리고선 종인은 힘없이 경수를 쳐다봤다. 짧은 몇초에 마주침이 경수에게는 영겁의 시간 같았다. 종인의 눈빛은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어 경수는 답답했다. 종인은 피아노에서 박차고 나가 음악감상실을 뛰쳐나갔다. 경수의 어깨가 눈꼬리와 함꼐 축 쳐졌다. 종인의 뒷모습을 끝까지 시선에 담으며 그래도 신의 은총이 종인에게 간 것은 야속하지 않노라 했다. 경수는 마음으로 울었다. 이중적인 종인을 향한 저의 마음이 분명 종인이 이런 연주를 하게끔 괴롭힌 거라고 또 다른 경수가 경수를 헐뜯었다.

 

 

 

 

 

 

 

 

 

 

 

*

똥망글주의보가 내립니다..

자꾸 새벽바람에 쓰네요

시간이 너무 없는 저에게 시간을 나눠주세요(굽실..)

20부작 예상하고 기획했습니다

아직 초반부이고 힘차게 달려나갈 계획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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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리 불쌍한 경수ㅠㅠㅠㅠㅠㅠ경수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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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J
ㅎㅎ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경수가 앞으로 어떻게될지 지켜봐주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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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경수가너무블쌍해요ㅠㅠㅠㅠ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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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J
그런가요ㅠㅠㅠ미안합니다 경수에게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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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종인이가 어떤생각으로 선생님말씀을 다 듣게하고 연주를 그리했을지....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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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J
비,비밀이요.... 가면갈수록 알게됩니다..(뜨금)ㅋㅋㅋㅋ초반부니까요..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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