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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쥬... 바빠요 ㅠㅠㅠ

진전 없어요. 그치만 곧 뭔가가 나오겠죠. 찬열이 여친이 지금까지와 달리 유난히 비중이 점점 느는 거 같지 않나여..?

악역은 아닙니다 ㅠㅠ 제 픽에 악역은 없어요. 굳이 말하자면 ㅠㅠㅠ 네 제가 악역입니다. ㅋㅋㅋ

 

 

 

 

10.

 

 

 

나 비행기 처음 타봐.

 

백현이 대뜸 찬열을 향해 말했다.

 

그럼 비행기 탈 때 신발 벗고 타는 것도 몰라?”

, 근데 네가 거짓말을 치고 있다는 건 알겠다.”

 

하하하 웃으며 찬열의 허리춤을 가격한 백현이 슬슬 모이기 시작한 반을 확인하고서 손을 흔들었다. , 나 간다. 우리반 모이나 봐. 그제야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찬열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백현을 잡아당겼다. 잠시만 있어봐.

 

, ...”

너 오늘 아침부터 속 안 좋았다며. 혹시 모르니까 이거 붙이고,”

너 손가락 차.”

얼음물 들고 있어서 그래. 미안.”

 

찬열이 진짜 다정해. , 여친될 애가 부럽다. 찬열이 붙여준 귀미테를 만지작거리며 돌아오는 길에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백현의 귀에도 들어왔다. 다정하긴 엄청 다정하다. 문제는 그 다정이 사방팔방을 향한다는 거지. 그 문제로 종종 혼자 속을 삭이던 전여친들을 봤던 백현은 혼자서 혀를 끌끌 차며 다른 여자애들을 비웃었다. 만인의 남자 박찬열일 때야 좋지, 내 남자가 되는 순간 번뇌만 늘어나거든요?

 

이거 먹어. 너 아침 안 먹었다며.”

 

나도 그럼 이제부턴 좀 박찬열처럼 다정 돋게 굴어봐? 갑자기 든 생각에 옆에 선 친구에게 빵을 내밀었다. 물론 박찬열에게 받아온 빵이었지만. 제법 친절이 넘치는 웃음까지 지어보이며 한 말이었건만 돌아오는 반응이라곤,

 

아침은 니가 안 먹은 거 아니냐? 아니면 뭐 잘못 먹은 줄.”

 

옆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니, 왜 잘해줘도 얜 이 지랄이지? 백현이 순식간에 미소를 걷어내고 험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임마?

 

그래서 안 먹냐고! 잘해줘도 지랄이야, 이건.”

, 됐어. 기내식 나오잖아, 병신아.”

이 병신이 누구더러 병신이래.”

자기도 박찬열한테 얻어 와놓고 겁나 생색이네, 이건.”

시발, 언제 봤냐?”

 

백현이 흐흐, 웃으며 묻자 친구가 썩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베이커리 박찬열 동네에만 있는 거잖아. 누나가 완전 좋아해서 케익 좀 사오라고 했는데.

 

거기 완전 비싼데. , 좀 줘봐.”

안 먹는다며. 꺼져.”

먹으라며, 네가 사온 것도 아니면서.”

 

박찬열이 나 먹으라고 준 건데. 얄미운 표정으로 대꾸한 백현이 서둘러 봉지를 여몄다. 비싸다니까 나 혼자서 다 먹어야지.

 

 

 

자꾸 함부로 돌아다닐래?”

 

휙휙 고개를 돌리며 단시간에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는 백현의 등 뒤로 다가온 찬열이 휙, 목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 씨발, 놀랐잖아! 백현의 외침에 찬열이 대번 정색을 했다.

 

“... 알았어, 욕 안 할게.”

너 요즘 왜 자꾸 욕이 늘어. 이 입을 어쩌면 좋아. 너 그러다가 면접 때도 욕 할 거냐?”

씨발, 왜 제 생각에 토를 다시는 거져? 씨발, 왜 저 자식한테만 발언 시간을 더 주시는 거죠?”

, ! , 진짜...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

예뻐 해주면 좋아. 흐흐. 저거 사줘, 찬녈아.”

 

아까까지 친구와 평범한 고등학생의 대화를 나누었더니 욕이 입에 붙었나보다. 매일 붙어 다니던 찬열과 떨어져 몇 시간을 지내니 단번에 이렇게 나쁜 버릇은 되살아난다. 찬열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우고 백현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얘 손은 진짜 예쁜데, 입은 이렇게 밉다. 문득 든 생각에 또 미간을 찡그린 찬열에게 매달려 낑낑대던 백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사줘! 사줘!”

너 환전 안 해왔어?”
“... 책상 서랍에 두고 왔어......”
못살아.”

괜찮아. 카드 들고 왔어. 씨티은행 카드. 나중에 돈 뽑으러 가야지. ...”

선생님이 잘도 보내주시겠다. 개인행동을 어떻게 허락해주냐. 그냥 내가 빌려줄게, 나 환전 넉넉하게 해왔어.”

 

, 완전 멋있어. 백현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는 찬열을 올려다봤다. 왜 그렇게 봐. 찬열이 영 미심쩍다는 투로 묻자 백현이 고개를 저으며 찬열의 등에 매달렸다.

 

도비야, 넌 나의 수호천사인 듯.”

그냥 난 너의 종인 듯.”

무슨 말을 그렇게 해, ...”
아니야?”
. 근데 이대로 앞으로 좀 가봐. , 사람 진짜 많다. 좀 뚫어봐. 버블티 하나만 사먹게.”

 

백현의 말에 결국 찬열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못살아, 진짜.

 

 

 

결국 버블티를 먹고서야 만족을 한 백현을 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찬열이 눈을 빛내며 가게로 들어섰다. 백현아, 우리 저기도 가보자.

 

, 이거 예쁘다.”

백현아, 팔 좀 내밀어 봐.”

 

백현이 팔찌를 가리키며 말하자 찬열이 이것저것 집어 들며 물었다. 이거? 저거? 껴보자. 직접 찬열이 채워준 팔찌를 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은 백현이 빤히 찬열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해?

 

계산해야지.”

, 완전 머슴부리 듯 부려먹네, 이게.”

예전 여친은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었다며, 자기.”

못살아, 진짜.”

 

피곤하게 구는 여친의 흉내를 내는 백현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 찬열이 익숙하게 백현이 골라둔 팔찌들을 계산했다.

 

.”

뭐야?”

내가 설마 내꺼만 골랐겠냐? 이건 니꺼. 오늘 입은 옷이랑 깔 맞춤임. 나 센스 쩔지.”

, 진짜...”

, 별로야?”
아니, 꼭 이렇게 한 번씩 예쁜 짓을 해요, 변백.”

 

씩 웃은 찬열이 백현이 채워준 팔찌를 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

 

 

 

동시에 연애를 시작하면, 아니 비슷하게라도 하면 상관이 없는데 이렇게 혼자 남겨지는 순간에는 그렇게 심심할 수가 없다. 고등학교 때는 보충수업이라도 나갔지만 지금처럼 애매하게 여유로운 때, 찬열마저 곁에 없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종종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묘하게 배가 아팠지만 백현은 굳이 내색을 하지 않았다.

 

존나... 못생겼... 에이, 아니지, 속 좁아 보이니까.”

 

찬열과 다정하게 찍은 투샷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누구 페이스북에? 물론 박찬열 여친의!! 타임라인을 가득 메운 그들의 근황을 입을 삐죽거리며 확인하던 백현이 댓글을 적다 말고 도로 모조리 지워버렸다. 쿨 해 보이지만 뭔가 박찬열을 깎아내릴만한, 그런 참신한 댓글이 없을까? 웃기면 더 좋고.

 

여자 소개라도 시켜주고 연애를 시작하든가, 눈치가 없어요. 흐엉...”

 

백현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발을 버둥거렸다. 찬열이 없는 방학은 너무 길었다. 집에서 굴러만 다니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아르바이트야 단기였으니 그것마저 끝나고 난 지금은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애매했다.

 

“..... 진짜 예쁘다. 잘 어울리... ?”

고개를 갸웃거리며 둘의 사진을 살펴보던 백현이 흥, 코웃음을 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모처럼 씻고 나가볼 생각이었다. 마침 도경수가 알바를 시작했으니 한번 놀러 가줘야지.

 

너 나가라고!!!”

 

결국 이죽거리다 한 대 세게 맞은 백현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새어나왔다. 이게 남의 집 귀한 아들을 때리고 있어. 좀처럼 흥분하는 일이 없는 경수가 씩씩거리며 새 스푼을 백현을 향해 던졌다. 핑돌아, 스푼 좀 나 또 부러트렸어. 부러진 스푼을 얄밉게 흔들어댄 백현에 대한 분노가 아직도 가시지 않아 경수는 분노를 담아 스쿱으로 더 푹푹, 아이스크림을 긁어냈다.

 

할 일이 그렇게 없냐? 가서 알바라도 해.”

 

경수의 차가운 멸시를 받으면서도 백현은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어차피 나 아니면 손님도 별로 없으면서 괜히 난리야. , 근데 이거 진짜 맛있는데.

 

여긴 리필,”

없어. 뷔페야, 여기가? .”

, 다른 알바들은 친구 오면 눈치껏 더 담아주고 그런다는데... , 딴 매장 가도 맨날 얘기해, ‘정량보다 더 담아드렸습니다!’ 하고, 예쁜 알바생들이, ...”

“.....”

경수야.”

“.....”

경수야. 경수야. 도경수. , .”

 

결국 밖으로 뛰쳐나온 경수에게 한 대 얻어맞고서야 백현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짤리고 말지. 경수의 대꾸에 백현이 입을 삐죽거렸다. 존나 모멸차.

 

다들 아쉬울 땐 불러놓고, 내가 심심하다고 하니까-.”
박찬열은 어디 가고.”

연애하느라 바빠.”

너도 해.”

그럴까, 누구랑 하지? 경수야, 그냥 나랑 사귈,”

 

, 입을 다문 백현이 가만히 옆 테이블을 정리했다. 조금만 더 장난을 쳤어도 주먹이 아닌 발길질이 날아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거 박찬열 가져다 줘.”

뭔데. 웬 가디건? 박찬열 사이즈 아닌데?”

저번에 두고 간 거.”
“...... 시발? 여친도 데려왔냐?”

 

단번에 눈빛이 변한 백현을 보고 한숨을 내쉰 경수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강박증도 아니고 꼭 곱게 접어서 분홍 종이백에 넣어준다. 그걸 또 대충 꺼내 살펴본 뒤 아무렇게나 욱여넣는 것은 백현의 스타일이었다. 눈을 찌푸리며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본 경수가 휙 몸을 돌려 다시 여기저기를 닦아냈다. 한가한 매장을 어차피 혼자 살피는 주제에 제일 바쁜 척이다.

 

“...... 나 기분 상했어. 박찬열 보고 가져가라고 해.”

 

신경질적으로 탁, 종이백을 내려놓은 백현을 빤히 쳐다본 경수가 고갤 내저었다. 씩씩 거리던 백현이 마구 머리를 헤집고는 중얼거렸다. , 경수야.

 

박찬열이랑 나랑 친한 거 알지?”

니가 자주 빌붙은 건 알지.”

나 되게 많이 챙겼잖아, , 그 자식이.”

걘 아무나 다 챙기지.”

, 나보고 동생 같다고 하면서,”

작잖아, 딱 봐도.”

시발? 이게, 지도 쥐똥만한 게.”

 

따박따박 말을 받아치는 경수를 향해 욕을 날린 백현이 탁, 종이백을 집어 들고 나섰다. 간다, ! 내가 다신 너 놀아주나 봐라.

 

 

 

우와, 여기서 다 보네. 하하.”

 

습관적으로 백현이 입술을 핥으며 과장된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진짜 이런 우연이!

 

너 밥은 먹었어?”

 

우와, 오랜만이다. 겨우 며칠 안 봤다고 오랜만이라는 말부터 꺼내는 찬열에게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백현이 대답했다. , 그래. 대뜸 백현의 어깨부터 감싸며 걸음을 옮긴 찬열이 시계를 확인하며 물었다. , ... 밥이라.

 

, 안 먹었는데!”

그래? 우린 먹었는데.”

 

시발, 그럴 거면 묻지나 말지. 백현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경수의 가게를 나와 향한 곳은 홍대였다. 박찬열이 데이트를 하는 곳이라면 뻔하지. 자신 있게 걸음을 옮긴 백현은 찬열이 종종 가는 카페와 식당을 모조리 뒤졌더랬다. 시발? 근데 왜 안 보이지? 백현이 슬슬 지쳐갈 때쯤, 길에서 찬열의 커플과 마주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백현아, 진짜 괜찮겠어?”
? .. , 사실 나 진짜 배 안 고팠어! 진짜.”

 

어우~ 소화가 안돼서 걸어 다니던 중이었지. 능청까지 떨며 백현이 보폭을 맞춰 걸었다. 예의상 건넨 말임을 알면서도 백현은 굳이 이 커플의 데이트에까지 끼어들었다. 나란히 빙수 가게에 들어간 후, 찬열은 빙수 외에도 여러 가지 디저트를 주문했다. 배 안 고픈데, 진짜. 백현이 중얼거렸지만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하진 못했다. 맛있겠다. 여기 인절미 토스트는 진짜 끝내주니까.

 

사귀기 전부터 자주 봐서 따로 너 안 불러도 될 줄 알았지.”

“... 아니, 다 부른 자리에서 나만 안 불렀으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웃을 때 보조개 봐. 완전 예뻐. 힐끔힐끔 찬열의 여자친구를 쳐다보면서 백현이 공연히 얼굴을 붉혔다. 푹푹 제 앞의 빙수만 뒤적이는 백현을 보고선 찬열이 토스트를 앞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백현아, 이거부터 먹어.

 

빈속에 찬 거 먹으면 탈나잖아. 이거부터 먹어.”
“... , 알았어.”

망고빙수도 이따가 먹고 싶으면 시키자, 일단은 이것부터 먹고.”

 

쓸데없이 또 챙기고 있어, 라는 생각이 금세 쏙 들어가 버렸다. 아니, 망고 빙수를 먹어야지, 왜 흔한 딸기 빙수 따위를 먹어. 또 입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알고 보니 찬열의 여자친구인 우희가 딸기를 좋아한단다. 당연하다는 듯이 딸기 빙수를 주문하던 찬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백현이 애꿎은 빙수만 뒤적이다 스푼을 내려놓았다.

 

찬열아, 나 물 좀.”

, 잠깐만 기다려. 따뜻한 걸로 가져다줄까?”
. 너무 뜨거운 거 말고.”

 

이렇게까지 둘의 연애에 끼어든 적은 처음이라 백현도 괜히 어색함에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간접적으로 찬열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게 처음이라 이렇게 여자친구에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좀 어색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찬열이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거 맞죠?”
, ..? , ! 그렇죠, 그랬죠.”

 

진짜 병신이 따로 없다. 백현은 자꾸만 말까지 더듬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 죽을 것만 같았다. 살짝 웃으며 그런 백현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우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일 친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찬열이한테도, 다른 동기분들한테서도요.

 

혹시 전화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 ... 제 번호,”
찬열이랑 동아리에서 제일 친하게 지냈긴 한데, 그래도 고등학교 친구만은 못하잖아요. 물어볼 일 있으면 신세 좀 질게요.”

 

저렇게 예쁘게 웃는데 어떻게 거절을 해.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서로 번호 교환까지 마쳤을 때, 자리로 돌아온 찬열이 백현의 앞으로 빙수를 놔주며 씩 웃음을 지었다.

 

, 망고 빙수. 아까부터 저쪽 테이블만 쳐다봐서, 형이 사왔다.”

 

그건 시선 둘 데가 없어서 쳐다본 거고. 입을 꾹 다문 백현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생각했다. 막상 안 먹는다고 다른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백현은 빙수라도 부여잡고 먹기 시작했다. 두어 스푼 뜨고 나니, 그것도 또 물렸지만. 앞에서 이런저런 얘기로 한창인 커플의 대화에 끼어들기란 여간 힘들고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주현이가 나중에 시간 정하자고 하더라구.”

나야 뭐, , 과 활동이랑 겹칠 수는 있겠다. 개강 해봐야 아니까 그 때 가서 정하자, 그럼.”

 

거기다 둘의 교집합인 동아리에서 백현은 동떨어져 있으니 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가만히 스푼만 물고서 폰으로 카톡을 하던 백현은 대꾸 없는 경수에게 지쳐 그마저도 그만 둔 상태였다. 덕분에 백현으로서는 대단히, 재미가 없었다, 지금 상황이.

 

그리고 내 친구들도 너 보고 싶다고 했는데, 약속 잡아도 돼?”
다들 시간 잡고 나면 알려줘, 내가 맞춰볼게.”

 

사귀기 전부터도 굉장히 친했다는 말은 맞는 모양인지 얘기의 흐름까지도 하나도 어색한 것이 없었다. 데이트 하느라 소외된 게 짜증나서 끼어들었는데 이건 또 다른 차원의 소외감이다.

 

우리 이제 일어날까?”
, ... 그럼 나 화장실 좀.”

 

비실비실 걸음을 옮겨 화장실로 향한 백현이 손을 씻고 있으니 뒤이어 들어온 찬열이 가볍게 어깨에 손을 올렸다. , 뭐야. 치워. 고개도 들지 않고 손을 마저 씻어내는 백현을 향해 찬열이 가볍게 머리를 쓸어주며 말을 걸었다. 백구,

 

집에 가서 라면 먹을까?”
너나 많이 쳐드세요.”
말 하는 거 봐라. 또 누구랑 놀았어.”

혼자 놀았는데?”

욕은 또 어디서 주워듣고 와서 이렇게 늘었어.”
너만 보면 욕이 느는데?”

 

이죽거리는 백현의 뺨을 꾹 꼬집은 찬열이 백현을 향해 말했다. 이게 걱정돼서 데이트도 빨리 끝냈는데.

 

“... 데이트, 더 안 하고?”
.”

? ... 나 안 그래도 집에 가려고 했는데,”

너 눈치 보여서 하겠어? 일단 우희, 집에 데려다 주고... 저녁에 노래방이나 갈까?”

됐거든. 나 저녁에 일 있어. 바빠.”
무슨 일인데? 많이 바빠?”
“... 도경수랑 약속 있어.”

대충 둘러대고서 손을 말리는데 찬열이 곁에 바짝 붙어선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 뭐야. 좀 떨어져, 너 완전 걸리적거려. 백현의 대꾸는 무시한 채 찬열이 입을 열었다. 백현아,

 

경수가 아까까지 너 매장에서 귀찮게 굴었다고 욕 엄청 하던데. 또 가서 뭐하려고?”

“.......”

왜 또 경수한테 가서 그래. 이거 도경수가 만든 거지?”

 

이마에 솟은 혹을 쓸어주며 찬열이 물었다. 아프니까 건들지 마! 백현의 대꾸에 찬열이 웃으며 어깨를 끌어안았다. 집에는 못 데려다주는데, 기다릴래? 금방 우희 데려다주고 올게.

 

“... 빨리 와라.”

, 여기 근처라서 얼마 안 걸릴 거야.”

라면 말고,”

?”

“... 조폭 떡볶이 먹고 가자. 고등학교 때 매일 여기 오면 그거 먹었잖아, 우리.”

 

백현의 말에 찬열이 씩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

 

 

 

백현이 후드를 고쳐 쓰며 걸음을 옮겼다. 아직 덜 마른 머리에서 물기가 묻어나왔다. , 코를 훌쩍이며 엘리베이터에 오른 백현이 괜히 주변을 살폈다. 또 괜히 선생님을 만났다간 피곤해지니까. 거의... , 왔음. 느릿하게 카톡을 전송한 백현이 막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고개를 든 순간 바짝 얼굴을 마주한 찬열과 눈이 마주쳤다. 아 놀래라!

 

, 피곤한데 또 어딜 나가자고. 선생님한테 걸리면 둘 다 혼나잖아.”

방금 화장실 가신 거 봤어. 얼른 나가자.”

 

어지간해선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얌전히 따르는 찬열이 먼저 이렇게 나서니 또 동하는 것도 사실이라 백현이 못이기는 척 찬열을 따라나섰다. 호텔 밖으로 나가자마자 부는 조금은 싸늘한 바람에 백현이 몸을 움츠렸다. 머리 왜 덜 말리고 나왔어. 찬열의 걱정 섞인 목소리에 백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니가 재촉했잖아.”
그럼 말을 하지.”

됐어. 뭘 이제 와서.”

 

, 가만히 걸음을 멈춰서 고민을 하던 찬열이 옷을 벗어 백현에게 건넸다. , . 백현의 대꾸에 찬열이 무작정 옷을 껴입히며 말을 이었다.

 

감기 걸려서 또 덜덜 떨지 말고.”

아빠 옷 훔쳐 입은 거 같잖아!”

아니야, 괜찮아. 그냥 크게 입은 거 같고, 그렇게 안 이상해.”

 

후드를 벗겨 아직 젖은 머리를 만져본 찬열이 인상을 찡그렸다. , 대충이라도 말리지.

 

니 옷에 닦을래.”
, !! 차가워! , 변백...”

 

흐흐, 웃음을 지은 백현을 향해 후, 한숨을 내쉰 찬열이 백현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걸음을 옮겼다. , 늦기 전에 가자.

 

박찬, 이것도.”

너 다 먹겠어?”
못 먹으면 뭐, 내일 버스에서 먹어도 되잖아.”

그래, 다 먹어.”

 

백현이 잔뜩 골라온 과자며 빵을 내려다 본 찬열이 못 말린단 표정으로 대꾸했다. 찬열이 계산을 하는 와중에도 두리번거리던 백현이 찬열의 팔에 걸린 팔찌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가 센스가 좀 있지. 주변의 시선은 개의치 않고 찬열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은 백현이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다. 근데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얘는 날 끌고 온 거야.

 

현아, 여기 앉자.”

엉덩이 시려.”

그럼 여기 우리 현이 자리! , 미안! 아악!”

 

탕탕! 허벅지를 두드리며 백현을 향해 웃어 보인 찬열에게 다가간 백현이 목을 조르자 그제야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찬열은 항복을 선언했다. 미리 찬열이 봐둔 벤치에 앉아 과자를 씹고 있자니 또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이질감이 없냐. 박찬열이랑 있어서 그런가.

 

, 좋다.”

야자 안하니까?”
어떻게 알았냐.”

 

백현이 우적우적 과자를 씹으며 대답했다. 입가에 묻은 과자부스러기를 떼어준 찬열이 음료수를 내밀었다. 활동량이 많은 백현이지만, 요즘 들어 앉아있는 시간이 늘고 부쩍 군것질이 늘어서 그런지 어느새 뺨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빤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 백현의 배를 쿡 찌른 찬열이 말했다. 배 나온 거 봐.

 

야 함부로 찌르지 마. 지금 많이 먹어서 잘못 찌르면 위로 올라온다.”

그럼 그만 먹어, 왜 굳이 그걸 다 먹어.”

먹어서 내려 보내려고.”

 

근데 우리끼리 와도 되나? 이렇게 둘이서만 있으려니 슬슬 걱정이 된 백현이 물었다. 종종 같이 어울리던 애들을 두고 온 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공모자가 없으니 더 걱정도 되고. 백현의 물음에 찬열이 웃으며 대답했다. , 불안해서?

 

근데 우리끼리 오는 게 나아. 여럿이서 움직이면 눈에 띄니까.”

너 방은 누구랑 쓰냐?”
, 놀러 올래?”
니가 올래? 나 김종대랑 씀.”

 

그럴까? 찬열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대꾸했다. , 뭐해? 바짝 찬열의 어깨에 기대어 붙은 백현의 물음에 찬열이 자연스럽게 백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방금 친구한테 말했어.

 

친구 일찍 잔대. 나 너희 방에서 자다가 그냥 아침에 넘어가야겠다.”

. 침대 완전 넓던데. 셋이서 자도 되겠더라.”
실험해볼까, 종대까지 같이 잘래?”
김종대는 네가 껴안고 자라. 난 혼자 자야지.”


 

자리에 일어선 백현이 콩콩 발을 굴리고선 고개를 돌려 찬열에게 말했다. , 나 추워. 얼른 가자. 조금은 싸늘해진 찬열의 팔을 끌고 백현이 걸음을 재촉했다. 얘는 꼭 추워도 춥단 소리를 안 해요. 옷을 돌려달라고 하든가, 꼭 내가 챙기게 만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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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작가님 오셨쥬 ㅠ 기다렸쥬 ㅠ 이거이거 갈등이 더 심화 되어가는 기분(? 이러다 뭔 일 생기나~? ㅅㅇ..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백현이 반응이 미묘하게 달라진거 같아서 ㅠ오구오구 ㅠ 둘 다 터져 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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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우와 불량 진짜 혜자에요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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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ㅠㅠㅠㅠㅠ 아 넘나 재밌는것..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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