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레오총수]
CAFE_V #001
W.돌쇠
프롤로그를 읽고 오시는 걸 추천합니당..☞☜
"케이크 가게?"
"네."
"하라는 경영 공부는 안 하고 웬 계집애들이나 하는 케이크 타령이냐? 절대 안 돼!"
"아, 아버지. 가업은 형이 있잖아요. 저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어요."
학연이 특유의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늦둥이 막내아들에게 상당히 약한 학연의 어머니는 옆에서 남편을 재촉했다. 학연이가 이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가게 하나 못 내줄 정도로 우리 형편이 궁색해요? 앙칼지게 톡톡 쏘아대는 밉지 않은 아내를 금세 유순해진 눈빛으로 힐끗 쳐다본 학연의 아버지가 한숨을 쉬었다.
"…알았다. 하지만 큰돈 들여 가게 내주는 대신, 가게 말아먹으면 넌 당장 하라는 경영 공부 해야 한다."
"아싸! 아버지 사랑해요! 가게 꼭 성공시킬게요!"
거실을 방방 뛰어다니는 막내 아들의 모습을 어머니는 마냥 흐뭇하게, 아버지는 마냥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
"사표라구요?"
택운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택운의 앞에 앉아 있는 금발의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눈 앞의 새하얀 남자를 쳐다보았다. 표정은 너무나도 확고해서, 어떤 말을 해도 택운의 결심을 돌려 놓을 수는 없을 거라는 걸 그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말이라도 해서 그를 붙잡아 두어야 했다.
"Bin이 이걸 알면 호텔을 뒤집어 놓을 거예요."
"…상관없어요."
"한국엔 우리 호텔만큼 페이가 좋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자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요. 당신은 우리 호텔에 있어야 해요."
택운이 말끄러미 새카만 눈동자로 억양이 독특한 불어를 하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에 남자가 움찔했다.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택운은 마치 단백질 인형이나 밀랍인형 같은 특유의 분위기를 풍겼다. 그대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에서 시선을 황급히 뗀 남자가 붉어진 얼굴로 흠흠 헛기침을 했다. 말을 잘 하지 않는 택운이었다. 몇 년을 그와 함께 일하면서 그가 문장을 구사하는 것을 들어본 횟수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범접할 수 없는 냉기에도 불구하고 택운은 그 호텔의 모든 파티쉐들에게 호감을 얻어냈다. 새하얀 피부와 새카만 머리카락, 눈동자. 적당히 발간 입술에서 묘하게 뿜어져나오는 도도한 분위기는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유리 공예품을 연상시켰다. 물론 택운의 앞에 있는 이 남자 또한 수많은 'woon holic' 중 한 명이었다. 택운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남자가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알았어, 알았어요. 맘대로 해요. 하지만 후폭풍은 감당 못해요. Bin이 한국으로 쫓아갈 지도 몰라요."
"…고마워요, Frédéric."
처음 보는 택운의 웃음이었다. 그리고 처음 듣는 Bin 이외의 다른 사람의 이름이었고. 모든 파티쉐들의 시선이 택운에게로 향했다. 남자의 벙 찐 표정을 보고 푸훗, 하고 작게 웃은 택운이 쪽, 하고 남자의 볼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는 길쭉한 몸을 돌려 구둣굽 소리를 울리며 호텔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비행기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겠네, 하고 택운은 생각했다.
-
"아니 엄마…"
"너 가게 차리는 것도 엄마가 도와줬는데, 이번은 엄마 말 들어."
"내가 애도 아니고, 도대체 몇 년째 이거 달고 살아야 되는 거예요!"
학연이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원식을 손가락으로 사납게 가리켰다.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떡대, 순해 보이지만 은근히 탄탄해 보이는 얼굴. 코찔찔이 때부터 항상 원식을 옆에 달고 살았던 학연은 이제 질린다는 듯이 홱 원식을 노려보았다. 자기가 아직도 조그마했던 꼬마로 보이는 건지, 키도 비슷하고 체격도 비슷한데 무슨 보디가드야, 정말 엄마도 주책이지. 내가 뭐 위험한 일 하는 것도 아니고 케이크 가게 하겠다는데 웬 보디가드… 학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 원식이 안 데려 가면 가게 여는 거 반대야, 엄만."
"아 엄…!"
"차학연."
"……알았어요."
학연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리곤 밖으로 홱하니 나가버렸다. 원식이 어, 도련님! 하고는 황급히 학연을 따라갔고, 곧이어 학연의 화풀이 상대가 된 원식이 호되게 잔소리를 듣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학연의 어머니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
"혁아, 집에 뭐 없쏘?"
"라면 세 개 남았어요."
"헐… 돈은?"
"전 재산 이만 오천 원. 주인 아줌마가 일주일 내로 밀린 방세 못 내면 방 빼래요."
재환이 우리 큰일났다 혁아. 하고 상혁을 쳐다보았다. 부스스한 금발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상혁이 으아아… 하고 신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에 철판 깔고 돈을 빌려달라 할 부모님조차 그들은 없었고, 사채를 하기엔 둘 다 겁이 너무나 많았다. 이곳에서 쫓겨나면 더 이상 갈 곳도 없고, 재환의 수입은 너무 작았고 너무 불안정했다. 전직 권투 선수라는 경력은 이제 권투를 할 수 없게 된 상혁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아르바이트 찾으러 가야겠는데, 혁아."
"저번에도 쭉 돌았었는데 다 떨어졌잖아요…"
"한번만 더 돌아다녀 보자, 혹시 알어?"
하기사, 찾아보지도 않고 굶어 죽는 것 보단 찾아보기라도 하는 게 낫지. 하고는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남은 라면 끓여 먹고 배 든든하게 채워서 아르바이트 찾으러 가자! 하고 귀엽게 졸라대는 재환에 상혁이 큭큭 하고 웃었다. 손으로는 벌써 라면 봉지를 뜯고 있는 상혁이었다.
-
학연이 인테리어가 끝난 카페 내부를 뿌듯하게 둘러보았다. 제법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였다. 이제 파티쉐랑 알바만 구하면 되는데, 하고 학연이 중얼거렸다. 광고를 낸 지 이틀만에 찾아오길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 라고 생각했을 때, 카페의 문에 달린 종이 짤그랑 하고 울렸다. 학연이 뒤를 확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큰 키, 늘씬하게 쭉 뻗은 몸매에, 새하얀 피부, 새카만 머리카락, 발간 입술. 입가에는 미소가 작게 걸린 채로 택운이 학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학연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떼었다. 택운이 즐거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파티쉐 구한다는 광고 보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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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편ㅠㅠ
프롤로그 생각보다 좋아해주셔서 짱 감동먹었습니다ㅠㅠ택총러분들 일어나쎄요!!!!!!!! 함께 택총을 외쳐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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