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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콩택] 체념 #01 | 인스티즈



[콩택] 체념

 W.돌쇠







 그와 더 이상 사랑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도 더 이상 나와 사랑은 하려 하지 않았다.

 …그게 전부였다. 우리의 끝은.




 
그와는 고등학교 때 만났다. 

첫 만남은 별거 아니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선후배 사이였을 뿐이다. 교내 밴드부에서 얼굴도 길을 걷다 마주치면 돌아볼 만큼 꽤나 잘생긴 얼굴이었는데다가, 성격 자체가 살갑지 못한 나에게 한 살 어린 후배가 먼저 살갑게 굴어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었다. 알고 보니 집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등하교도 같이 했다. 고등학교 내도록 지겹게도 붙어다녔다. 자연스럽게도 내 옆자리는 그의 것이 되었다.

우리에게 서로와 음악은 고등학교 시절의 전부였다. 남들 다 한다는 연애도 한 적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점심시간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점심을 먹고 나서는 자연스레 밴드부실에 모였고.

그는 그 시간을 단 일 분도 어긴 적이 없었다.
내가 늦어 헉헉거리며 부실 문을 열면,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자리에서 내게 차가운 캔 커피 한 잔을 건네주며 미소짓더라.

그게 좋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똑같은 미소로, 언제나, 언제나…

몇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게 좋았다. 듬직해 보는 이마저 마음 편해지게 만드는 그의 행동이.
내가 졸업할 때까지도, 심지어 졸업식날마저도 그는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미소로 똑같은 캔 커피를 건네주었다.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도 없었다.
내가 과연 졸업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그는 무섭게 똑같았다.
커피를 건네 준 뒤 항상 있던 그 자리로 가서 기타를 들었고, 나는 홀린 듯이 내가 쓰던 마이크를 집어들었었다. 그랬다, 그는 그랬다.
졸업한 뒤에도 일 년 동안 그는 고등학교 때 만나던 그 장소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복을 입은 채로 나오지 않을 나를 몇 분간 기다리다가 학교에 가곤 했다.


그리고 나는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고, 실용음악과를 전공했다. 과 선배들과도 친해지고 동기들과도 친해졌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그를 거의 잊어버렸었다. 그 일 년이 다시 되돌아오기 전까지는.


일 년이 지나고, 여느 때와 똑같이 학교에 갔다. 잔뜩 기대를 했다. 일 년 전에 내가 했던 신입생 환영회를 이제 후배들이 하는 구나.
선배가 된다는 설렘과 기대감에 동기들과 선배들과 함께 웃으며 1학년들의 재롱을 기대했다.
나도 정말 일 년 전에는 저랬을까 싶을 정도로 풋풋하고 어려 보이는 신입생들이 각자 장기를 준비해서 귀엽게 뽐냈다.

그리고 마지막 신입생.
슬슬 지루해져 가던 차였다. 입꼬리에 걸려 있던 미소도 많이 죽어 있던 참이었다.
천막 뒤에서 검은 스키니에 연한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은 낯선 남자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반가움보다는 놀라움이 컸다.

그는 하나도, 정말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 년 전 그 밴드부실에서의 그 미소를 지으며, 그 자세를 하며, 그가 항상 잡아쥐고 노래도 가끔 불렀었던 때묻은 그 기타를 쥐며, 우리가 항상 부르던 그 노래를 불렀다.
동기들과 선배들은 그저 잘생겼는데 음색도 꽤 괜찮다며 단순한 감탄만을 내뱉을 뿐이었지만, 나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입을 떼지 못했다.
목에 무언가가 차올라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목구멍이 막혀 버린 듯한 그 기분에 그저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다.
그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똑바로 나를 응시했다.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했던 그 미소를 지으며, 그는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제게 오라는 듯이.

노래가 끝이 났고, 선배들과 동기들은 박수를 쳤다.
그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윽고 발을 움직여 천천히 조용한 실내를 구둣소리로 울리며 내게 다가왔다.
내 코앞으로 다가온 그를 멍하니 응시하자 그가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었다.
검고 깊은 그 눈을 취한 듯 바라보자 그가 그 미소를 지으며,



"정택운."

"……"



그 순간 뺨에 무엇인가 차가운 것이 닿아와 깜짝 놀랐다.
얼굴을 슬쩍 빼자 그가 푸하하, 기분 좋은 중저음으로 웃으며 이 년 전의 그날과 같은 차가운 캔 커피를 내게 건넨다.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무슨 감정인지 지금 생각해도 모를 그 뒤엉킨 감정의 실타래 안에서 나는 대체 네게 무슨 감정이 들었던 걸까.
너무 꼬여 버려 결국은 끊어내야 했던 그 감정을,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면 찬찬히 풀어 낼 수 있었을까.
아직도 내 대답은, 그리고 네 대답은…


그리움일까? 나도 모를 새 시작되고 있었던 사랑의 감정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감정의 기복일까.


그 모든 것이 알아보기 힘들게 섞여 마냥 깨끗하지만은 않은 액체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저 흘려내기만 하다 결국은 먹먹하게 벅차오르는 감정에
그 동안 꾹꾹 쌓였던 잔해를 토해내듯 엉엉 울었다. 통곡 수준의 울음에 모두 당황해서 나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미소만을 입가에 걸친 채
나를 안았다. 그래, 안았다.

그때는 그것을 그저 위로라고, 우는 나를 감싸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그때부터 나를 지독히도 사랑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보다 넓고 따뜻한 그의 품에서 미친 듯이 울어제꼈다. 더 이상 흘러나올 눈물도 없을 정도로, 말라비틀어질 정도로.


즐거워야 할 신입생 환영회가 나의 눈물로 어정쩡하게 끝나 버렸다.
그는 울다 지쳐 거의 기절한 나를 부축해 나를 제외한 모든 것에는 관심 없다는 태도로 홀연히 학교를 떠나 버렸다.
…라고 아직 연락하고 있는 대학교 동기에게 들었다.
어쨌든 그 때 눈을 떠 보니 그의 집이더라. 익숙한 천장, 익숙한 쇼파, 익숙한 그 냄새.

그는 내 옆에 가만히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길이 조금은 부담스러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그가 더 자야 하지 않겠느냐고 내게 물어왔다.



"잠 많잖아, 형."
 
"……"

"매일 아침에 늦게 나오고."

"빈아."

"내가 지난 일 년 내내 얼마나 집 앞에서 형 기다렸는지 알아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미미하게 들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작년에는 내가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저와 함께 갈 수 없는데.
그럼 매일 아침 나를 기다리던 게…

그저 순수하게 서로밖에 몰랐던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나 했었는데, 그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날 왜 기다려?"
 
"우리 학교 갈 때 매일 같이 가기로 약속했잖아요. 벌써 잊어버렸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홍빈. 우리 일 년 동안 안 보고 살았잖아, 나 대학교 가고."

"형이야말로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어제도 같이 학교 가서 밥 먹고 밴드부실에서 놀았잖아요."

"…뭐?"



얘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 지나가버린 일 년은 네게 어떤 의미일까?
아니, 어쩌면 의미라고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을까.

너는… 그 일 년을 대체 어떻게 버텨왔던 걸까.

내가 있다고 그렇게 믿어버린 채로 일 년 동안 허상과 함께 지내왔던 것일까.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농담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어가버린 그때가 지금은 후회스러워지기도 한다.
어쩌면, 어쩌면 미리 내가 알았더라면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는 오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가 술 두 병과 마른 오징어를 자그만한 판에 받쳐 내왔다. 
마른 오징어 특유의 비릿하고도 짭짜름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말없이 다리를 뜯어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형."

"왜?"

"우리 사랑할래요?"






그게 시작이었다. 그 단 한 마디가.
뒤틀리고 뒤틀려 결국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져 버린 우리의, 어긋난 사랑의 이름을 쓴 욕망의.




-----------------------------------------------------------------------------------------------------------------------------




네 1편입니다!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ㅠㅠ
댓글 하나 하나가 정말로 많은 힘이 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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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아아아아..대박...제가 쓰고 있는 글하고 퀄리티 어쩔거에요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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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아니에요ㅠㅠㅠ 독자1님이 쓰시는 글도 분명 퀄리티 쩔고 재밌을거예요 전 알아요!!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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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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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뀽뀽이님 오셨구나ㅠㅠㅠ!! 헐 저도 사랑합니다..♥ 네 바로 그걸 표현하고 싶었던 거예요ㅠㅠ 너무 사랑해서 오히려 무서운 ㅠㅠ 콩택은 레알이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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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구름이에요!!신알신뜨자마자 바로 달려왔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콩이의 일년은 어디로 간건지...택운이가 많이 당황했을거같아요 다음편도 기다리고있겠습니닭!!!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짱짱 체고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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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구름님!!! 반가워요ㅠㅠㅠ 콩이의 일년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요.. 싸이콩ㅠㅠㅠ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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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담편보ㅇ고싶어요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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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열심히 써 올게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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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정수리요정이예요!!신알신울리자마자 바로 달려왔어요!!!콩이가 저때부터 조금씩 택운이한테 집착하고있었군요.다음편도 기다리고있을께요.다음편 진짜 기대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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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정수리요정님 어서오세요!!! 네.. 이홍빈 막 집착하고 그랬어요 저때부터ㅠㅠㅠ 집착콩 너무 좋아ㅠㅠ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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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퀄리티쩔어요ㅠㅠ제가 진짜좋아하는분위기의 글이에요 ㅜ ㅜ택운이,홍빈이둘다 각자의 분위기랑 느낌이 잘맞는것같아요ㅠㅠ다음편이시급합니당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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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칭찬 감사드려요ㅠㅠㅠ 완전 기분 좋은 칭찬인데요!? 글 속에 흐르는 분위기를 잘 캐치해내고 싶었는데 분위기 칭찬 완전 기분 좋습니다ㅠㅠ 다음편 열심히 써 오도록 할게요!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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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으아아 ㅠㅠ 신알신 울리자 마자 바로오고싶었는데 ㅠㅠ 늦어버렸네요 ㅠㅠ콩이의 일년은.....와...다음편이시급합니다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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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늦으셔도 상관없어요! 전 읽어주셨다는 게 더 기분 좋으니까요ㅎㅎㅎ 콩이 일년 어디간거야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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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도대체 콩이의 일년은 어디로 사라졌을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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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ㅠㅠ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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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으으ㅠㅠㅠㅠ다음편이 너무 궁금하네요ㅠㅠ작가님금손! ㅠㅠ신알신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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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오오 작가님 글 너무 잘쓰세요...진따 대다나시다ㅜㅜ 콩이 되게 섬뜩하네요... 으앙 다음 편도 나오길 바랍니당!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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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캔커피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는 무슨.. 택운이 줘요 다 줘ㅠㅠㅠㅠ 근데 진짜 시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홍빈이가 함께 했다던 택운이는 누구고. 혹시 몰라 홍빈이가 가상인물일지!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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