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보야바보.
내가 속이 터진다 진짜.
우리반에 여자애 한 명이 전학왔는데
그냥 딱 보자마자 시선강탈.
계속 시선강탈.
근데 그게 너야.
원래 이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계속 말 걸게되고 들이대게 되는 거 있지.
무엇보다 찬열이한테 철벽치는 거 보고
더 관심이 가고 말야.
근데 이렇게 바보일 줄 몰랐다 정말.
왜그러는 거냐고?
뭐 이렇게까지 하는데
내가 지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눈치없는 건
기본이고
내가 지를 피해다닌 이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정말 아끼는
종대형이랑 동거한다 했을 때.
내 가슴이 얼마나 철렁했는지,
얼마나 식겁했는지도 모르고.
자존심은 더럽게 쎄서 풀어갈 생각은 못하고.
내가 어디갔다 왔는지
물어봐준거면 좋겠는데
니 친구가 어쨌네 저쨌네 하면서
찬열이 들쑤시고.
너가 궁금했으면 좋겠다고 너가.
제일 짜증나는 건
매일 서로 틱틱대던 너네가
언젠가부터 거슬리던 거.
그게 제일 짜증나.
동아리실 복도에서 머리 부여잡고있는
찬열이 보고서
너 저 안에 있는거 알면서도 들어간건데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내가 먼저 숙이려고 들어간건데
찬열이가 가장 아끼는 기타를,
그래서 나도 몇번 못 만져보던 기타를,
찬열이가 너한테 맡기고
그걸 또 자연스레 들고있던 널 보는데 화가나서.
엄청 거슬려 너네.
내가 제일 화나고 니가 미운건
갑자기 골골대는 너 신경쓰여서
너 보건실에 있다는 종대 형 말 듣고
내가 너 간호했는데.
넌 아나몰라.
모르니까 그런거겠지.
추운지 몸도 떨고
그 작은 입에서 뜨거운 입바람이 나오는데
내가 걱정이 안되겠냐.
그거 보면서 내 마이 슬쩍 너 덮어주고
이마 짚어주길 3시간 째.
곧 일어날까 조마해서
급히나간 내가 잘못이었지.
그날 아침
너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너 만나고서부터보다는 좀 늦게,
평소 나보다는 좀 많이 일찍 학교가는데
그 날이 하필 또라이가 선도선 날.
찬열이한테 이름표 빌린거부터 문제였지.
좀 이따 돌려줘야지 하고서
너 신경쓰느라 마이 안주머니에 고이 넣어둔 걸
보건실에서 내 마이 챙기다 어쩌다 봤는지
그거 찬열이가 온 줄 알고있는거 같더라.
이게 몇일 내내 쥐어짠 내 머리에서 나온 답.
이게 문제였지.
그게 얼마나 빡치고 답답했는지
넌 아려나.
내가 술 먹고 너한테 지껄인 말들은
전부 진짜.
근데 다른게 있다면..
처음은 진짜 술김
두번짼 맨정신이었단거.
정말 나는 너가
찬열이랑 가깝게 안 지냈으면 좋겠어.
내가 너 더 많이
더 먼저 좋아했는데
내가 왜 뺐겨야돼 왜.
처음에 어떻게 다가가야되나.
뭐. 내욕심도 앞섰고.
계속 내 여자친구마냥 대한게 잘못이었나.
나도 처음부터 찬열이처럼
못되게 굴었으면 지금 좀 달라졌으려나.
아까 너 방에 들어갔을때도 맨 정신.
다행인건 너가 나 취했다고만 생각한거.
무슨 말을 하든 술주정으로 알고 있던거.
근데 진심인건 알잖아.
내가 불안한건
너랑 찬열이는 모르는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건지
모르겠는 그 감정을 난 느끼겠는거.
그래서 너 뺐길까봐 두려운거.
내가 왜 그러냐고?
왜냐면
찬열인 나 술 안먹은거 아니까.
근데 아까 들어와서
내가 너한테 하려던 말 막은거니까.
그 때 알겠더라.
언젠가부터 너넨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구나.
너넨 모르는거 같은데
그걸 보는 나는 얼마나 화나겠냐.
그래도 나 너 안 뺐길거다.
그니까 너도 찬열이한테
마음 그만줘라.
질투 나잖냐.
아까 본 너 모습이 아른거리는데
봐서 좋다 정말.
잘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