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는 날 좋아해
W.1억
스테이크를 시켜먹긴 또 처음이었다.
근데 주지훈이랑 단둘이 처음 먹는 것도 처음이고, 주지훈 집에서 먹는 것도 처음이고.
대스타 집에서 밥 먹는 것도 처음이라 너무 어색하고, 몸둘바를 모르겠어서 숟가락을 쥔 손이 파르르- 떨려오면 주지훈이 음식을 씹다말고 나를 보고 웃으며 말한다.
"수전증 있어 무슨?"
"네?"
"막 이러고 떨길래."
이러고 떤다며 내가 떠는 걸 그대로 따라하는 주지훈에 더 민망해졌다.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말을 끝까지 하지도 못 한채 어색하게 웃으며 고기를 입 안에 넣고 씹으면, 주지훈이 또 내게 말한다,
"집에 있을 땐 주로 뭐해?"
"운동도 가끔 하구요! 그냥 핸드폰 보거나.."
"핸드폰으로 뭐 보는데."
"그냥.. sns구경 하고 그래요. 웃긴 영상들도 많구요.. 아! 누가 선배님이나, 저 움짤 만들어서 올리면 댓글도 많이 달려요!
아, 그리고 선배님 인스타도 구경하구요.. 얼굴이 너무 재밌으셔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구경했네요 ㅎㅎㅎㅎ.. 그리고 그리고! 저요!"
"ㅋㅋㅋㅋㅋ."
"..왜요?"
"아니 혼자 막 신나서 말하는 거 귀여워서 ㅋㅋㅋㅋㅋㅋㅋ."
"…크흠."
"그리고 너 뭐."
"저!! 고등학생 때부터 선배님 인스타 팔로우 했었다구요...! 팬 인증입니다! 저 진짜 선배님 팬인데.."
"고등학생 때....?"
"…네. 고3이요! ㅎㅎ 어.. 그 때 선배님은 서른넷..."
"어쩔."
"…에????"
"ㅋㅋㅋㅋㅋㅋ."
어쩔- 하며 웃는 주지훈에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뻔 했는데 그래도.. 선배님은 선배님이니까.. 그래.. 예의를 차려서....
대화는 끊이지 않게.. 어색하지 않게.. 난 지금 어색하다는 걸 들키면 안 돼.
"근데 위에 공기는 맑나요??"
"응?"
"키가.. 되게! 크셔서.. 188이시잖아요! 키가!.."
"너는 개미들이랑 교감 잘 되겠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ㄱ-ㅎ...하...하하하하!!...ㅎ...ㅏ.... 선배님 옆에 있어서 작아 보이는 거예요.. 선배님이 말도 안 되게 작으시잖아요!..."
"아유.. 그 선배님 좀."
"…에?"
"선배님 하지 마. 오글거려."
"어.. 그럼.."
"말놔. 15살 차이면 친구 아닌가."
"……."
"말놔. 거절하면 나 좋아한다고 생각한다고 했ㅈ.."
"야."
"야라고 할 줄은 몰랐어."
"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빠라고 부를..까요?"
"그래. 선배님보단 그게 낫다. 뭔가 선배님은 사이 엄청 멀어보이잖아."
"그렇죠...?"
"맛이 없어?"
"아뇨! 맛 있어요."
"근데 왜 이렇게 못 먹어."
"뭔가..아직 너무.. 대!!선배!!느낌이 뿜뿜하셔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어서요."
"아직 불편하다는 거네."
"아뇨! 불편하다는 소리는 아닌데!!"
"불편해서 밥을 못 먹겠다는 말을 삥삥 돌려서 말했어, 너 지금."
"아뇨! 같이 있으면 너무 좋은데요! 불편하지 않은데요."
"어떻게 좋은데?"
"…네에??"
어떻게 좋냐며 아무 표정도 없이 내게 묻는데. 진짜 이 사람은 사람 당황스럽게 하는데 선수인 것 같다.
빨리 대답을 해보라는 듯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무심하게 바라보는 주지훈에 결국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선 말한다.
여기서.. 관심 있는 걸 티내면 안...되겠지? 되려나..
"오빠 팬이니까요!.."
"아~ 팬이라서 ~.."
"…넵. 아, 근데요! 오빠는 애인 없으세요?"
너무 뻔뻔했나.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부른 것에 대해 너무 뿌듯해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런 말이 튀어나올 줄 나도 몰랐다. 내 말에 여전히 무심하게 나를 보던 주지훈이 살짝 웃으며 말한다.
"있으면 네가 여기 있었겠냐."
"아아~!"
"뭔 아아~야 ㅋㅋㅋ"
"아니! 엄청 잘생기셨고.. 성격도 좋으시고.. 인기도 많으신데 연애 안 하시는 게 신기해서..."
"너도 없으면서 뭘 신기해."
"에이 저는...ㅎㅎㅎ... 아, 맞아요!.. 저 어제 밤에요.. 어디에 손등 박았는데 손등에 멍 들었어요."
"어디."
멍 들었다며 내 손등을 보여주자 어디- 하며 내 손을 가져가 확인을 해본다.
멍든 손등을 만지며 인상을 쓰는 주지훈에 또 심장이 떨려왔다. 뭘 저렇게 진짜 애인 걱정 하듯이 ㅠㅠㅠ
"조심 좀 하지."
"…그러게요. 조심 좀 할 걸 그랬네요."
"생긴 거랑 다르게 은근 애가."
"네에?"
"아니다, 됐다. 얼른 먹어."
"…뭔데요. 궁금한데..!"
"바보같다고."
"…헐."
"ㅋㅋㅋ."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바로 집에 가야 하는 건가.. 속으로 미친 듯이 질문을 했다. 하지만 속으로 질문 하면 뭐하나 들리지가 않는데.
커피 마시겠냐는 말에 고개를 마구 끄덕이면 주지훈이 소파에 앉아있으라며 소파를 가리킨 뒤에 부엌으로 향한다.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집을 구경하는데.. 뭔가 밥도 먹었고.. 집 냄새도 좋고 해서 그런지 조금 졸린 것 같았다.
막 졸리다는 게 아니라.. 그냥 정신이 조금.. 어...
"졸려?"
내쪽으로 커피를 들고 다가오던 주지훈이 내게 졸리냐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눈 풀렸는데 너."
"…하하 조금요! 아주 조금..조금 졸려요!..."
"자."
"여기서요..?"
"소파 불편하면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서 자던가."
"네에?? 침대에서요!?"
"ㅇㅇ."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갤 끄덕이는 주지훈에 나는 헉- 하고 입을 벌린 채로 주지훈을 바라보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다 못 일어나면요...? 눈 떴는데 새벽이면요..?"
"자고 가면 되지 그냥."
"네에?????????????? 여기서 하룻밤을요!?"
"뭔 상상을 하는 거야."
"……."
"너 나랑 잘 거야?"
"아뇨??"
"그래. 잠만 자라고, 잠만."
"…아 하하하하."
"참나 ㅋㅋㅋㅋ."
"핳..."
너무 어색하다.그리고.. 주지훈이 자기와 잘 거냐 물었다... 내가 만약에 아뇨?라고 답 하지 않고 네- 라고 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이쯤되면 주지훈도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나도 알아채기는 했다. 믿기지 않을 뿐..
어장이라면... 진짜로 어장이라면 어장에 걸리지 않고 싶어서,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질문을 했는데.
"신인배우랑 연애 해본 적 있으세요?"
"해봤을 것 같아?"
"네."
"왜?"
"…그냥요!"
"안 해봤는데."
"…정말요?"
"이게 왜 궁금하지?"
"…아뇨! 너무 친절하시고... 그래서 혹시라도 있을까 싶어서요."
"너는 나 어떤데."
너무 갑작스레 들어오는 질문에 졸렸던 눈을 번쩍 뜨고서 주지훈을 보자, 주지훈이 커피 한모금 마시고선 무심하게 나를 본다.
아니..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면.. 어떡해요. 내가 뭐라고 대답을..
"대선배. 착하신 것 같아요. 그런 거 말고. 사람으로, 남자로 어때."
내가 뭐라고 대답할지 이미 꿰뚫고 있었다. 그럼 나는 여전히 당황한 채로 주지훈을 바라보다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한참 동안 말도 못 하고 입만 뻐끔 뻐끔 하면 주지훈이 이런 내 모습이 웃긴지 살짝 웃는다. 모르겠다..!
"그런 건 왜 물어보시는데요?"
"……."
"저 좋아하세요?...."
말해놓고서 조금은 후회를 했다. 좋아하냐고 묻는 내 말에 푸하하- 내가? 너를?? 하고 웃어버릴까봐 솔직히 너무 무서웠다.
고작 데뷔한지 몇개월 안 된 신인배우가 데뷔한지 10년을 넘긴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고 웃어버리면 어째.
"관심이 있으니까 물어보지 않았을까."
내 생각과 달랐다. 주지훈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 진지했다.
그래서 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왜 나예요? 왜 하필?
"왜요??"
나같아도 어이가 없을 것 같다. 왜 자신을 좋아하냐는 말에 제일 먼저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그냥. 이유 없이 네가 궁금해졌고, 계속 보고 싶었고."
"…ㅇ..ㅔ...?."
"못 믿겠어?"
"…조금요?"
"조금이 아닌데."
"많이요."
"왜."
"…인기도 많고, 톱스타이신 분께서 저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이게 마치 막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어...음..."
"나는 뭐 누구 좋아하는데 가려가면서 좋아해야 되나?"
"아뇨! 그건 아니지만! 왜 하필.. 저...일까 싶어서..^..^....ㅠㅠㅠㅠㅠ. 그리고 학생 때부터 tv에서 많이 봐왔고...! 너무 너무 아직도!! 연예인 보는 것 같은데.. 갑자기 그러시니까.."
"그럼 나 싫다는 거네."
"네??????????????아니요???????????제가 언제요?????????????????????????????"
"돌려가면서 나 까는 것 같이 들려서."
"절대 아닌데요!! 저도 좋아하는데요.. 진짜 진짜 진짜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 하고 있구요!!"
"……."
"저도 좋아한다구요...."
"네가 생각하는 연예인 주지훈이 좋은 거야. 아니면 사람 주지훈이 좋은 거야."
"……."
"되게 애매하게 대답을 하네. 너 이것도 능력이다."
"…연예인 주지훈이 아니라. 오빠가 좋아요."
오빠라는 말에 솔직히 주지훈의 눈썹이 움직였다. 한참 뚫어져라 주지훈을 보니, 주지훈은 웃지 않는 얼굴로 나를 본다.
뭐지... 왜 그렇게 봐요 진짜. 무서우면서도 설레게 진짜.......? 뻘쭘해서 '왜..요..?'하면 주지훈이 내게 말한다.
"잠 좀 깼어?"
"…네."
"예쁘네."
예쁘다며 웃으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길래 얼굴이 붉어져서는 주지훈을 보면, 주지훈이 내게 말한다.
"커피 다 마시고 데려다줄게."
"네!..."
"꼭 다 마셔야 데려다준다."
"…그럼 천천히 마셔야겠다."
주지훈이 날 보았다. 얘가 이런 말장난도 해? 하는 듯한 표정이기에 어색하게 웃으면, 주지훈이 어이없다는 듯,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마른세수를 한다.
내 옆에 앉기는 했지만..확실히 아직까지는 서로에게 거리가 있다. 커피잔을 쥐고있는 주지훈의 손은 너무 섹시하게 생겼고, 말랐지만 그래도 근육이 있는 허벅지는 더 섹시했다.
나도 모르게 주지훈의 몸을 스캔하는데 주지훈이 내게 말했다.
"대놓고 몸을 훑어보네."
"제가 언제요?"
"지금."
"아닌데."
"뻔뻔하기까지."
"…몸 되게 좋으신 것 같아서. 그냥 봤어요...!"
"몸?"
"네!... 몸 좋으신.."
"볼래?"
볼래? 하며 방을 턱짓으로 가리키는 주지훈에 '아니요!'하고 무한 거절 하면 주지훈이 소리내서 웃는다.
뭔가 너무 간지러웠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을 했고.. 아직 만나자는 얘기는 안 했고..
아니 그래서 진짜?????????????????????????????????????????????
"아니 주지훈이 진짜 나를?????????????"
어제 밤에도 믿을 수가 없어서 맥주 한캔 마시고 잤는데. 깨어서도 이 난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주지훈이 어떻게 나를 좋아해??? 이신이 왜 나를??????????
해원맥이 왜 나를????????????????허- 참나 어이없어!! 하며 아침을 맞이했는데... 혹시나 연락이 왔을까.. 썸이라면 와야지!! 하며 핸드폰을 보았다.
"뭐야..."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좌절을 하며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마침
[밥 먹자아아아아아]
아중언니에게 온 카톡에 허겁지겁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너네 집으로? 안 그래도 너네 동네야. 금방 갈게. 뭐 먹고 싶은 건 없구? 알겠어~~"
"엇... 혹시 죄송한데.. 저희 가게에 붙이려고 하는데 사인 좀 해주시면 안 되나요?"
전화를 끊은 아중이 친절하게 웃으며 카페 사장에게 펜을 받는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갖고 나왔을까. 웬 익숙한 차에서 누군가 내렸고... 아중은 웃으며 그 남자에게 인사한다.
"현중아 오랜만이네."
"아, 네 누님!..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지. 어디 가?"
"아, 대본리딩이 있어서요. 방송국 가던 길이었습니다."
"아, 그래? 그래그래. 조심히 가고. 다음에 또 보자."
남길의 매니져였다. 매니져가 여전히 예쁘시다며 따봉을 하면, 아중에 같이 따봉을 하며 방향을 틀었을까.
"왜 이 동네에 있어?"
"아는 동생 만나러 나왔어. 드라마 찍나봐."
"응. 영화 잘 봤어. 잘 봤다고 연락 했어야 됐는데.. 요즘 바쁘다 보니."
"됐어. 우리가 뭐 연락 주고 받을 사이인가."
"그런가."
"가볼게."
"응. 잘 가."
대충 고개를 끄덕인 아중이 뒤돌아 걸으면, 남길이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아중을 보았고, 옆에서 매니저가 말한다.
"영화 잘 봤어..만 하시지. 연락 했어야 됐는데는 뭐예요. 깨요. 형.."
"…안 그래도 쪽팔리니까. 조용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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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하러 갈 거야!
하! 근데 뭔데 벌써 8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