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달릴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달려서 놀랐습니다;
글잡의 분위기에 맞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
웹사이트에 그냥 올려보고 싶어서 인스티즈에 올리게 되었는데
관심도 받고 되게 기분 좋네요.
여튼 이번 편도 잘 부탁드립니다
3. 속 좋은 너와 예상외의 너
체육시간이라 강당에 옹기종기 모이며 떠들썩한 분위기에 체육선생님은 고만 좀 떠들어라라고
장난스럽게 말하신 다음에 공지를 알리셨다.
"배드민턴 복식 수행평가는 다다음주 첫번째 시간에 할거다. 연습 얼른얼른 움직여라."
예전에 이미 짝이 정해졌는지 모두들 다들 분주히 움직여 짝에게로 갔다.복식이면 2:2인데… 1:1도 짝을 못 구했는데 2:2할 팀을 어디서 구하지?
복잡한 생각을 가진 나는 빠른 속도로 복잡하게 움직이는 아이들 사이에 홀로 서 있었다.지난번에 같이 밥을 먹어 준 여자 아이들이 내게 다가오더니 긴장 풀라며 어깨를 토닥이고서 말했다.
"아직 짝 못 구했지? 괜찮아. 너 전학오기 전까지 홀수여서 한 명 모자랐거든.""근데 2:2는 안 될거고 1:1일거야. 38명이니까.""그럼 나머지 한 명 남은 애는 누구였어?""근데 그게 여자애가 아니라 남자애야."
수정이가 이리저리 강당 안을 둘러보더니 발견한 듯 그 애를 보며 소리지른다.
"야!! 김민석!! 너 짝 없지?"민석이라고 불린 남자애가 한 손에 배드민턴 채를 두 개 쥐고 이 쪽으로 달려왔다.
"드디어 짝 생김. 축하."민석이는 손에 쥔 배드민턴 채 하나를 내게 건네더니짝이 생긴 걸 축하한다는 보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젠 다른 애들한테 비굴하게 안 붙어있어도 돼."민석은 나름 만족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서 말한다.
"잘 해보자."
응.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나은이가 아무래도 남자애랑 같이 하니까 수행평가 점수가 좀 불리하지 않을까라며걱정을 해왔지만 수정이가 웃더니 어차피 쟤 체육 잘 하는 편이 아니니 걱정 말라며 말했다.
"끝나고 바로 점심시간이니까 종 치기 오분전에 무조건 준비하고 우리 코트쪽으로 와! 알았지?"절대 점심시간에 늦어서는 안된다며 신신당부하는 보미를 보고 웃다가 우리도 코트로 움직였다.민석이가 먼저 서브를 넣었다. 수정이 말과는 다르게 여유있는 서브였다.받기 수월하게 넣은 서브를 나는 가볍게 쳐냈다.그래도 둘 다 기본실력이 있어서인지 주고 받는 횟수가 많았다.중간중간 돌아다니면서 애들 모양새를 체크하시는 체육선생님이 우리 코트를 보며고개를 끄덕끄덕 거리시더니 잘 하고 있다며 칭찬해주셨다.잠깐 쉴까? 숨이 조금은 차오른 상태에서 민석은 내게 물었다. 그래.
나도 조금은 진이 빠졌던 터라 코트를 벗어나 구석자리로 가 바닥에 철푸덕 앉아버렸다.식은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걸 손으로 닦아낸 민석이 나를 보더니 내게 묻는다.
"전학왔댔지? 어느 학교에서? 이사 온거야?""…응. 그렇게 멀리는 아니고 가까이서 왔어."거짓말은 아니다. 우리 아파트는 여기서 겨우 20분거리니까.오히려 세림예고를 다녔을 때는 등교시간이 1시간이 넘었다.그래? 민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화제를 돌렸다.
"너 배드민턴 잘 치더라."
수정이 말과는 다르게 수준급의 실력이였다.민석이는 갑작스러운 칭찬에 놀란건지 당황한건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살살 웃었다.
"배드민턴만. 나머지는 다 별로 못 해."약수터 배드민턴이거든. 민석은 자기 실력이 다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배운거라며 크게 웃었다.민석이는 손을 들어 남자애들 넷이서 배드민턴 복식을 하는 코트를 가리켰다.
"나 너 없었을 때는 쟤네들한테 붙어서 배드민턴했어.""쟤네 다 잘 치는 것 같아.""다 기본은 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남자애들이라 그런가."민석이는 손가락을 들어 한 명을 가르키더니 말했다.
"저기서는 김종대가 제일 잘해. 그 다음이 권해진."쟤,쟤. 내가 해진이라는 애를 모른다는 표정을 하자 손가락을 짚으며 설명해줬다.
쟤가 부반장인데 사실 완전 부자야.남자애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말해주었고 나름 재미있게 말하는 민석이덕에나도 재밌게 그 얘기를 들었다. 구석에서 둘이 얘기하는 모습을 본 한 남자애가"전학생이랑 김민석이랑 연애한다!"라며 크게 소리쳤다. 주위 남자애들은 거친 환호 또는 야유를 보내며 박수를 쳤고수정이는 어디다가 우리 00이를 하며! 하고 소리쳤다.
점심시간에 체육복을 갈아입고 나온 후에 수정이랑 떠들면서 교실로 들어왔는데
내 자리에는 아침에 봤던 찬열이라는 애가 앉아있었다. 찬열이라는 애는 내 쪽을 보더니
긴 팔을 공중에서 휘휘 저으며 00아! 라며 몇 년 된 친구처럼 살갑게 불렀다.
종대친구들은 다 왜 내 자리에 앉아있는 걸 좋아하는지.
나는 작게 손을 흔들고 안녕이라고 말한 후에 내 자리쪽으로 걸어갔다.
분명 내 자리로 돌아가는 건데도 찬열이가 불러서 그 쪽으로 가는 것 같이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수정이는 찬열이를 보며 안녕!이라고 한 후에 수정이를 부르는 친구들무리로 가버렸다.
나도 여기에 있느니 그 무리로 가버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말 한 두마디만 섞어본게 다라서 포기했다.
자리로 가니 내 옆자리에 종대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완전히 빗겨나간 듯 종대는 없었다.
나는 찬열이에게 물었다.
"종대는?"
"어? 종대? 너 종대하고 그렇게 친해?"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아니, 너 종대 친구잖아. 걔하고 있어서 우리 반에 있는 거 아니야?"
"아~ 아니! 걔 지금 애들이랑 밥 먹고 있을걸?"
그럼 니 친구도 없는데 왜 여기 앉아있는건지. 이해를 못 하겠네.
"나도 니 친구잖아!"
속을 훤히 읽은 것 같이 빠르게 대답했다. 새하얀 치아를 보이며
크게 웃은 찬열이는 똘망똘망한 검정 눈으로 웃었다.
친구아닌데. 오늘 딱 한 번 본 걸로 친구가 될 수 있나.
"나 너보러 왔어."
"왜?"
"친구니까."
도저히 속을 모르겠다. 그래. 나는 어물쩡하게 말꼬리를 늘였고 내가 계속 자리에 서 있는걸 눈치 챈 찬열이
얼른 종대자리로 가서 내 의자를 손으로 툭툭치며 앉으라는 말을 했다. 내 자리니까 일단은 앉았는데, 왠지 내가 개가 된 느낌이다.
"종대랑 많이 친해?"
"아니. 그렇게는."
"하긴. 김종대가 친한 애들하고만 친해. 낯을 많이 가려서."
"응."
넌 어디살아? 아. XX아파트. 어? 거기 우리동넨데. 너 버스 9421번타고 오지? 아니, 걸어오는게 더 빠른 것 같아서 걸어다녀.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아? 별로 안 멀잖아. 그래도.
"집에 같이 갈래?"
이 아이는 왜 오늘 처음 본 애한테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집에 같이가자는 이야기까지 하는건지 모르겠다.
아, 편의점에서 매번 보던 애니까 처음 본 애는 아니네. 아무리 그래도.
"아니야, 괜찮아."
"그래? 그러면 밤 길 조심하고."
왜 나를 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예의상 고맙다는 말을 했다.
찬열이가 쉴 새없이 이런저런 화제거리를 내놓으며 대화를 거는 바람에
책상 밑에 내 손짓에 수학문제집만 꾸깃꾸깃 구겨져갔다.
밥을 먹고 돌아와 축구라도 한 판하고 온 건지 윗 단추가 한 두개 풀려있고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굵은 땀을
손으로 대충 닦아낸 종대가 자리로 돌아와 찬열이에게 왜 왔냐며 무심하게 물었다.
"친구랑 얘기."
오늘 축구 이겼냐? 너 없어서 이겼어. 장난스럽게 웃는 종대의 목에 한 팔을 감으며 졸라대는 찬열이에게
종대가 켁켁대며 허우적댔다. 어느새 힘을 푼 찬열이 웃더니 종대가 죽을 뻔 했다며 주먹으로 배를 한 대 가격했다.
"근데 내 짝이랑 너랑 언제부터 친구야."
"오늘부터? 오늘 통성명했으니까."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은 종대가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어련하겠냐. 라며 핀잔을 주듯 말했다.
수업 10분전에 울리는 예비종이 쳤고, 찬열은 담임시간이라며 일찍 가봐야겠다고 말하며 반으로 돌아갔다.
나는 10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속으로 경악하며 얼른 책상 아래의 손을 빼내 수학문제집을 폈다.
10문제가 목표인데, 3문제밖에 풀지 못할 것 같다.
"넌 항상 수학문제만 푸는 것 같아."
갑작스러운 종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종대를 쳐다보았다. 종대는 아직도 가시지 않는 더위때문에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흘렀고 손으로 힘 없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아래로 내리까는 듯한 눈을 하더니
더위에 지친 듯 살짝 눈을 감았다가 눈꺼풀을 일으켰다. 보기좋게 긴 속눈썹이 선을 그려냈다.
"난 수학 잘 못하거든."
다시 고개를 돌려 연습장에 문제를 써내려가며 말했다. 이 문제는 단순연산이면 쉽게 풀릴 것 같다.
일곱줄의 연산을 내려가봤지만 오히려 미지수가 한 번 더 나오는 바람에 나는 샤프만 연습장에 콕콕 박아댔다.
왜 미지수가 나오는거지. 풀려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거 그렇게 풀면 안되는데."
응? 내가 고개를 돌려 종대를 보고 말하자 종대가 눈도 쳐다보지 않고
문제에 눈을 고정한 채 다시 한 번 무심하게 말한다.
"그렇게 풀면 안된다고."
"그러면 어떻게 푸는건데?"
펜 좀. 종대가 낮게 말했다. 나는 필통을 뒤적거려 검정색 볼펜 끝부분을 잡아 종대에게 내밀었고
종대는 볼펜 뚜껑부분을 잡아 받았다. 뚜껑을 열어 책상에 아무렇게 놓은 다음에
문제 아래의 새하얀 여백에 연산식을 써내려간다.
나는 머리를 에워싸가며 내린 연산 식이 일곱줄이나 됬는데,
빠른 속도로 내려가던 손은 겨우 두 줄만에 답을 내리고 만다.
"이렇게."
써내려간 연산식에 웬만한 곱셈과 미분식들은 혼자 머리속에서 암산해버린 듯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생략이 이렇게나 많은 연산식을 나보고 어떻게 이해하라는건지.
간단한 문제로 왜 애를 쓰지?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종대가 이해가 갔냐며 물었다.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
종대는 왜? 라는 말을 참는 것 같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한 번 다시 내쉬며 종대에 말했다.
"쉽게 알려줘."
"그러니까…"
종대는 귀찮다는 표정을 짓다가 내 눈을 보고서는 하…하고 귀찮다는 감정을 잔뜩 드러냈다.
그리고서는 자세를 고쳐앉아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이건 미분을 하는게 아니라 적분을 해서 오히려 세제곱식으로 고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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