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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용이 돌아왔다. 그 흔한 전화나, 문자 한통 없이 권지용이 다시 돌아왔다. 두달만에 보는 그의 모습을 설명하자면, 수염이 까슬한게 면도는 언제 했는지 불분명해 보였고, 흰 바지는 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더럽혀 져 있었다. 또한 눈은 반쯤 풀려 나를 간신히 바라만 보고 있었고, 말라붙은 입술로 내 이름만을 간신히 부르다가 픽 쓰러져버렸다. 추한 몰골에 놀라기도 전에 푹 쓰러진 권지용을 들쳐업고 내 침대로 내려놓았다. 무게에 못이겨 대충 팽겨쳐놓으니, 먼지가 풀썩 나며 권지용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권지용을 운반하느라 욱씬거리는 어깨를 돌리며 그가 깨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을 하다가, 시원하게 따귀나 한대 때려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개새끼.” 잠을 자는건지 죽은건지 헷갈릴 정도로 쓰러진 권지용을 바라보니 욕이 절로 나왔다. 아이고, 이 화상아…! 권지용의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했을 말이였다. 이 화상아…, 왜 사니? 등짝을 퍽 퍽 때려가며 권지용을 째려봤겠지. 문득 아주머니의 매서운 인상이 그리워졌다. 틱틱거리는 말투였지만, 나한테는 제법 사근사근 하셨는데 말이다. 아직도 먼지가 나풀거리는 내 침대에 누워있는 권지용을 옆으로 밀치고는 자리를 만들어 나도 따라 누웠다. 이렇게 둘이 같은 침대에 누운게 얼마만일까. “승현아….” “뭐야. 쓰러진게 아니였어?” “샴푸냄새…. 오랜만이다.” 쓰러졌던 권지용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내 머리를 잡고는 뜬금없이 샴푸 타령을 했다. 미친새끼, 시원하게 욕을 해주며 흠씬 째려보자, 뭐가 그렇게 좋은지 욕먹은 주제에 헤벌쭉 잘도 웃으며 나를 꽈악 끌어안는다. 떨어져, 냄새나니깐. 쭈욱 내미는 입술을 손으로 탁 막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 맞다. 일어나면 따귀 때리기로 했는데. 급하게 생각난 아까의 결심에,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자고 있는 권지용의 멱살을 잡았다. “어? 어? 뭐야….” “뭐긴, 씨발아. 내 따귀 맛 좀 봐라.” 찰싹!! 푸석해진 권지용의 뺨을 신명나게 후려쳤다. 아, 마음이 이제야 좀 풀리네. 70일동안 묵은 똥이 내려가는 느낌이다. 갑작스레 뺨을 털린 권지용이 어벙벙한 눈으로 날 올려다 봤다. 뭘, 봐. 새끼야. 침을 모아 뱉어주려다, 내 침대인걸 감안해 참아줬다. “이 씨발!! 뺨은 갑자기 왜 때려?” “70일동안 혼자 자위하게 한 벌이다. 이 씨발놈아.” “개새끼야! 그럼 나는 뭐, 여자랑 섹스라도 한 줄 아냐?” “내가 알게 뭐야?” “존나 웃긴다 너? 내가 70일동안 얼마나 개고생 한 줄 알아? 씨발!! 진짜 존나 서러워.” 아니, 누군 집에 오기 싫었냐고오오!! 고함을 빽 지르며 발버둥을 치는 권지용의 샛노오란 대가리를 다시 퍼억 후려쳤다. 냄새나니깐, 닥치고 좀 씻어. 유유히 주방으로 걸어가는 내 뒷통수를 향해 권지용이 또 고함을 질렀다. 오랜만에 시끄러운 밤이 되겠다. *** “그래서, 돈은 찾았어?” “응. 너 먹여 살릴 만큼은.” “뭐? 야! 그럼 아직 다 못찾은거야? 70일동안 뭣 했냐?” “아오 씨발! 그새끼가 존나 사정있다고 못주는데 어떡하냐 그럼? 애가 아직 두살이더만.” 밥을 먹다가 갑자기 울화통이 치밀어 숟가락을 퍽 내려놓고 권지용의 부은 따귀를 다시 찰지게 때렸다. 이 씨발!! 또 때린다! 너 나 없는 동안 뭐 배웠냐? 존나 아파. 사내새끼가 그거 좀 맞았다고 눈가에 눈물을 달고 찡찡대는게 얄미워 꿍얼 거리는 입술에 밥을 넣어줬다. “아니 씨발. 무슨 사채업자가 돈을 못 받아와?” “내가 너무 착한 탈이지….” “좆까는 소리 하시네. 병신새끼, 어떻게 70일동안 돈을 다 못 받아오냐?” “그래도 700은 받았어.” “700? 지금은 얼마있는데.” “600….” “미친새끼. 70일동안 100만원 썼냐? 갈때 가져간 돈은 어쩌고?” “아악! 마누라 처럼 잔소리 하지마!!” “새끼야. 언제는 내가 네 마누라라며?” 하긴, 그건 그렇다. 병신처럼 또 베시시 웃으면서 멀리 던져뒀던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낸다. 꼬깃꼬깃 수표랑 오만원권 몇십장이 묵여 있었다. 사정이 딱한 새끼라더니 거짓말은 아닌 듯, 꾸겨있는 오만원권이 딱한 사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존나 가난한 주제에 사채는 왜 해. 불쌍해서 혼났잖아.” “그래도 700은 어떻게 용케 받았네….” “응. 근데 애기가 너무 불쌍해서 다 못받겠더라.” “생긴건 안그래서 진짜 지랄이다.” 넌 애 나면 진짜 잘 키울꺼야. 권지용이 누군가의 남편이 될 먼 훗날을 상상하며 덤덤하게 말하는데, 열심히 밥을 퍼먹던 녀석이 갑자기 멈칫한다. 왜? 내가 니새끼 애기까지 낳아줄 걸 바랬냐? 말이 없는 권지용을 테이블 밑에서 발로 툭툭 걷어차며,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 그딴거 필요없어.” “참나. 너 애기들 존나 좋아하잖아.” “그렇긴 한데…. 너가 애기같잖아.” “그건 3년전쯤에나 먹혔던 얘기고. 지금은 존나 늙었지, 나도.” “아냐. 너 충분히 매력있어. 혼자 있을때 네 사진 보면서 존나 뺐거든.” “나는 네 팬티.” “또라이.” 큭큭 거리며 웃는 권지용을 따라 나도 환하게 웃어봤다. 참 오랜만이다. 이런 일상. |
그냥 생각 없이 쓴 망글 똥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