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포시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ㅇㅇ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동동 날듯이 걸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던 찬열은 그리 좋을까 하고는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 스승님은 뭐가 웃겨서 웃으십니까? "
ㅇㅇ이 정말로 궁금하다는듯이 뒤로 돌아 묻자 찬열은 미소를 입에서 떠나보내지 않은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아니다. 가는길이나 조심해서 걷거라 "
" 치…. "
ㅇㅇ은 입을 삐죽이며 다시 앞서 걸었다.
어느새 찬열이 말한 집에 다다르자 ㅇㅇ은 손을 들어 가르키며 외쳤다. 저것 좀 보세요! 집이 정말 큽니다!
찬열이 ㅇㅇ과 더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해 알아낸 집이였다. 뭐가 그리 신나고 신기한지 두눈을 크게 뜨며 좋다며 방방거리는 ㅇㅇ을 본 찬열은 괜시리 어깨가 으스거렸다. 이제 제법 붓을 휘갈길줄 알았던 ㅇㅇ은 좀 더 공부하면 될 아이였다. 집안의 반대로 여자가 나서지말라는 말에 따로 집으로부터 나오게 된것이다. 여자와 함께 돌아다니는 모습이 그리 사람들 시선에 좋지않아 어쩔수없이 ㅇㅇ을 겉모습을 남자로 꾸며야했고 그렇게 조치를 취한 덕분에 다행히 안전히 집으로부터 멀어진 이 곳 까지 온것이다.
" 스승님 저기 보시면 계곡도 보입니다! 어서 짐풀고 그리러 가면 안됩니까? "
" 오냐오냐, 좀 천천히 좀 하여라 "
분주하게 짐을 방안에 던져놓고는 ㅇㅇ은 자신의 지필연묵(紙筆硯墨)을 급하게 챙기고서 자신이 말한 계곡쪽으로 뛰어갔다. 천방지축한 모습에 찬열은 그저 흐뭇하게 웃을뿐이였다. 찬열은 잠시 마루에 앉았다. 하늘을 보니 자신의 계절을 뽐내기라도 하듯 천고마비였다. 찬열은 자신의 체면을 잊은체 마루에 벌러덩 누웠다. 이 상황이 좋기도 하지만 ㅇㅇ의 대한 걱정도 컸다. 자신만 믿고 따라온 ㅇㅇ이 너무도 고맙고 더 잘해줘야한다는 생각에 찬열은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다 자신도 모르게 잠이들었다.
ㅇㅇ은 허겁지겁 달려와 계곡앞에 섰다. 꼭 자신을 잡아먹을듯한 굉음과 별같은 물들이 우수수 쏟아져내렸다. 벼락과 이어진 강물은 넘실넘실 재주도 좋게 잘 흘러가고만 있었다. ㅇㅇ은 너무 아름다운 풍경의 넋을 잃고 보다 정신을 퍼뜩 차리고는 자리에 앉아 먹을 갈았다. 물이 세차게 떨어지는 소리에 먹을 가는 소리도 잘 들리지않았지만 좋았다. ㅇㅇ은 붓을 들었다. 장엄한 산과 그 안에 풍성한물이 넘치는 계곡 한 종이에 담아내기에 아까운 풍경이였지만 ㅇㅇ은 최대한 자신의 기력을 다하여 그렸다. 시간이 슬슬 지나가며 ㅇㅇ의 그림이 완성되갈즈음에 ㅇㅇ의 귓가에 낮은 음성이 들렸다.
" 거참 그림도 드럽게 못그리네 "
" 누, 누구요? "
ㅇㅇ은 고개를 들어 보자 거뭇거뭇하게 탄 선이 강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ㅇㅇ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ㅇㅇ을 남자는 물끄러미 보다가 붓을 빼아들었다. ㅇㅇ의 그림에 이곳저곳 선을 굵게 그리고 옅게도 그리면서 주인의 허락없이 주욱주욱 그려나갔다. ㅇㅇ은 황당한 마음에 뭐라고 하지도 못했다. 몇번 붓을 왔다갔다하더니 붓을 내려놓고는 ㅇㅇ의 눈앞에 그림을 떡하니 들이밀었다.
" 이것봐라. 이게 그림이라는거다 생긴건 기집애같아서 그림도 기집처럼 그리네. "
남자가 만진 그림은 굉장히 신기했다. 산이 눈앞에있는것처럼 계곡이 눈앞에있는것처럼 보이면서도 꽤나 그림이 거칠었다. 자연의 야생을 담은 듯 하였다. ㅇㅇ은 그림을 보며조그맣게 탄성을 내뱉었다.
" 대단하시오. 어디서 그림을 배웠소? "
" 그건 니 알빠아니다. 곧 있으면 해지니 집가라. 니가 아무리 남자라도 이 동네는 못당해. "
남자의 말에 내가 남자라니? 라고 생각하다가 옷도 갈아입지않고 짐만 풀고 급하게 나온 것이 생각났다. 벌써 자기 갈길을 가고있는 남자를 보고는 ㅇㅇ은 갓을 매만지고는 이름이 뭐요? 하고 외쳤다. 남자는 김종인. 이라며 뒤도 돌지않고 대답하며 걸어갔다. ㅇㅇ은 종인이 그린 그림을 다시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괜히 선이 짙은 종인의 얼굴과 거칠은 그림이 겹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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