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쩌는 카페 사장님 좋아하기
사장님에게 대차게 까인 후로 집 가는 길에 얼마나 울었는지 집 가니까 꼴이 말이 아니더라. 어느 정도였냐면, 독서실에 간 딸이 미친 듯이 울면서 집에 오니까 엄마가 나 어디서 맞고 들어온 줄 알고 대체 어떤 자식이 우리 귀한 딸 울렸냐며 겉옷 입고 바로 나갈 기세였다.
다음날 시험이라 대충 안경에 체육복 입고 등교하니까 공부는 좀 했냐며 물어보던 수지가 내 몰골을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도 알아.. 내 상태 심각한 거 나도 안다고. 근데 신기하게도 사장님 생각에 개판 날 줄 알았던 오늘 시험은 또 그럭저럭 잘 봤다. 문학 하나 틀렸네... 창균 오빠 탓이다. 가채점을 마치고 채점된 시험지를 보고 있으니 카페 생각이 나서 그만 웃음이 픽, 나왔다. 이제.......
"시험 잘 봤냐 김여주? 문학 쌤 개오바 아니냐. 무슨 문제를 그따위로... 헉, 실환가. 문학 한 개 틀림 너?"
"........"
"지금까지 제일 적게 틀린 애가 옆 반 안희연이래. 걔도 문학 세 개 틀렸다는..... 뭐야. 너 울어?"
언제 내 자리로 왔는지 내 시험지를 훔쳐보던 수지가 시험지 맨 위쪽에 '-1' 이라고 빨간 펜으로 크게 적어 놓은 걸 보고 입을 떡, 벌렸다. 그러면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는데 수지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이제 못 가잖아 나. 창균 오빠한테 가서 하나 틀린 거 오빠 때문이라고 화도 내야 하고, 그러면 옆에서 사장님이 왜 애 공부 방해했냐고 창균 오빠 혼도 내줘야 하는데. 그 꼴 봐야 되는데 나. 그렇게 생각하니 시험지로 눈물이 툭, 떨어졌다. 손을 들어 올려 얼굴을 묻었다. 씨..... 짜증 나 진짜.....
"벌써부터 보고 싶은데, 나 어떡해....."
철 벽 쩌 는 카 페 사 장 님
카페를 안 간지 벌써 일주일째다. 사장님을 좋아했으면 얼마나 좋아했다고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정이 얼마나 든 거야 대체. 밤마다 방에 처박혀서 하도 울어대니까 엄마도 그런 내가 걱정되는지 대체 무슨 일이냐고 방문을 뚜들겼지만 열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며칠은 앓아누워서 학교도 못 가고 골골 됐으니까. 그 덕에 살도 3킬로나 빠졌다. 강제 다이어트 되고 좋네 뭐.
오늘은 드디어 시험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수지는 성적표 나오면 또 얼마나 깨질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성적표를 한 명 한 명씩 나눠주던 담임 선생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그에 교탁 앞으로 가 성적표를 받으려 손을 뻗으니 종이를 내 손에 올려주던 선생님께서,
"고생했다, 여주야."
하며 웃으셨다.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그저 멍하니 성적표를 바라보고 있는 내가 이상한지 내 쪽으로 다가온 수지가 힐끔, 내 성적표를 보더니 놀란 듯 소리쳤다. 아, 깜짝아...
"전교 일 등?! 헐 대박!"
수지의 외침에 반은 순식간에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김여주 전교 일 등이라는데? 와, 이번에 진짜 이 갈았구나. 하며 말이다. 또 옆에서 나를 끌어안고 축하한다며 방방 뛰어대는 수지에도 그저 가만히 성적표만 쳐다보았다. 지금은 어떤 것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했네. 5등 안에 드는 거.
지금 나는 카페 앞에 서 있다. 쫄지 마 김여주. 할 수 있어. 약속한 거잖아? 나는 당당해! 마인드 컨트롤을 아무리 해봐도 쿵쾅 쿵쾅 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카페 안으로 발을 들어섰다. 어디 있지. 카페 안을 두리번 대자 카운터에 있는 사장님과 그대로 눈이 마추쳤다. 그래, 김여주. 가자, 가는 거야! 당차게 걸어가 사장님 앞에 섰다. 카운터를 기준으로 마주 보고 선 사장님과 나.
"... 주문하시겠어요?"
저릿. 그래도 오랜만이라고, 아니.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왔냐고.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그것조차 안되는 거였나 보다. 우리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사장님은 철저하게 날 외면했다. 그저 나를 손님으로만 대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짜..... 진짜, 못됐어. 유기현.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손에 들린 성적표를 사장님 앞에 갖다 댔다. 그러자 이게 뭔가 싶은지 내 성적표를 쳐다보던 사장님의 눈이 시선을 내려 나에게로 향했다. 이게 뭐냐면요,
"보여줘요,"
"........"
"영화."
전교 5등 안에 든. 전교 1등 성적표에요, 사장님.
철 벽 쩌 는 카 페 사 장 님
나의 말에 무슨 뜻인가, 쳐다보던 사장님의 표정이 바뀌었다. 생각이 났나 보네. 표정을 굳힌 사장님과 눈이 마주치니 내 얼굴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언제 우리 곁으로 왔는지 창균 오빠가 내 손에 들린 성적표를 휙, 하고 가져가 버렸다. 그리고 그런 창균 오빠의 양옆으로 붙어서는 내 성적표를 뚫어질 듯 쳐다보는 민혁 오빠와 형원 오빠.
"와. 꼬맹이 너 이거 위조 아니지?"
"아, 뭐래요 진짜."
"꼬맹이 클라스 오진다... 나 전교 일 등 성적표 처음 봐."
신기한 듯 내 성적표를 이리저리 보는 창균 오빠의 모습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전교 일 등 못 했어 봐. 오빠 때문에 문학 한 개 틀렸다고 엉엉 울었을 거야 진짜. 수고했어, 여주야. 멋지다. 민혁 오빠와 형원 오빠 역시 장하다며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그 사이에서 좋다고 헤헤 거리고 있다가 그제서야 웃음을 멈추고 사장님을 쳐다봤다.
"보여줄 거죠? 영화."
오빠들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내가 좀 더 당당하게 말을 꺼냈다. 봤죠. 전교 일 등이 얼마나 어려운 건데. 내가 사장님이랑 영화 하나 보자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내 눈빛을 읽은 사장님이 골 때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너를 어떡하면 좋을까, 여주야."
이렇게 세상 예쁘게 웃는데.... 내가 어떻게 카페를 끊어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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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유기현 움짤 넘 예뻐ㅠㅠ
오늘 편 브금 정하는 거 진짜 여태 글 중에 가장 오래 걸렸어요.... 브금만 30분 넘게 고른 건 오늘이 처음이야,,,,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글 분위기와 잘 맞게 골라졌다고는 생각해서 꽤 마음에 듭니당..!
재밌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예쁜 댓글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시는 댓글 덕에 그거 보려고 얼른 글 쓰려는 거 같아요ㅎㅎ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