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 난 원래보다 몸이 작아져있었고, 비 오는 날씨를 싫어하는 나는 우비에 장화 조그마한 우산까지 완전 무장하고 있었다. 눈 앞에 끝없이 길게 놓여있는 횡단보도를 쳐다보았다. 왠지 눈에 익숙한 곳이었다. 이런 곳에 와 본적 없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두리번거리며 어딘지 알아보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처음 보는 길이었다. 비가 가득 오는 탓에 습도가 높았고, 안개까지 자욱했다. 차가운 비들이 우비 안을 뚫고 들어왔다. 금세 우산을 잡고 있던 손과, 장화 안이 축축해지며 젖었다. 그 어떤 신호등도, 표지판도 보이지 않는 이상한 곳이었다.
그때 마침 도로 끝에서 큰 트럭이 횡단보도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트럭은 무게 때문인지 비로 가득 찬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져 횡단보도를 넘겨 누워있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너무 놀라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트럭에선 회색 연기가 스멀스멀 나오더니 트럭을 뒤덮었다. 그 때 반대방향에서 작은 승용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빵- 빵-. 승용차는 클락션을 몇 번 연달아 울렸고, 들을 수 있을 리가 없는 트럭은 속수무책이었다.
안에 누가 있지. 어서 나와야할텐데……. 이 처음 와보는 이상한 곳에서 움직일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찰나 그대로 승용차가 트럭으로 돌진했다. 둘이 부딪히자마자 승용차는 엄청나게 큰 괴음을 내며 불타고 있었고, 트럭까지 불이 옮겨져 불타고 있었다. 안 돼……. 그제야 무언가 떠오른 나는 불이 꽤 커져 위험한 도로 쪽으로 달려갔다. 가까이서 본 사고현장은 더 끔찍했다. 회색 연기는 안개까지 뒤덮으며 하늘에 가득 찼다.
“나오세요! 얼른 나오세요!”
핸드폰도 없어 119에 전화를 할 수도 없었고, 이 작은 몸으로 누군가를 꺼낼 수도 없었다. 그저 나오라고 울부짖을 뿐 이었다. 제발 나와 주세요……. 한창 울부짖고 있던 그 때 뒤집혀있던 트럭에서 누군가 나왔다. 옷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도 모르게 검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쓰고 있던 모자 사이에서 빨간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아저씨! 여기로 오세요! 힘겹게 트럭에서 빠져나온 아저씨에게 제발 여기로 와달라고 손짓하며 부르고 있었다. 아저씨는 비틀비틀 걷다 손을 흔들고 있는 나를 보곤 잘 올라가지도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반갑게 웃고 계셨다. 아저씨 웃지만 말고 얼른 오세요…….
계속 비틀비틀 걷던 아저씨는 몇 걸음 채 걷지도 못하고 쓰러지셨고, 그 아저씨는 역시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였다.
03-2
[나도 다시 학교 다닐까? 너랑.] - 10:32 pm
오빠가 보낸 문자를 보고 애도 아니고, 투정 부리네. 하고 웃으며 핸드폰을 닫고 그대로 하던 공부를 계속 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기 시작해서 알바도 세 개에서 두 개로 줄이며 공부에 열중했다. 이맘쯤 되면 새벽 두시까지 하던 독서실도 새벽 네시까지 열었다. 너덜너덜한 연습장에 수학 공식을 적기 시작했다. 벌써 같은 문제집만 세 개째다. 볼펜 잉크는 거의 바닥을 보였고, 가방에서 새 볼펜을 꺼냈다. 앞에 놓인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세시를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네시쯤 집을 가면 두 시간도 채 눈도 못 붙인 채 다시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자고 싶어……. 코에서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들어 손을 들어 닦아보았더니 코피였다. 고개를 조금 젖힌 뒤 휴지를 찾아 화장실로 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독서실 밖에 있는 화장실로 향하던 중 뚫려있던 창문을 쳐다보니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다. 땅이 뚫릴 만큼 내렸다. 아까 잠깐 졸았을 때 꿨던 꿈에서 내렸던 것 처럼 추적추적 내렸다.
원래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잠도 잘 못자고, 잘 먹지도 못하는 터라 자주 꾸던 악몽이었다. 그 꿈을 꾸기 시작한 처음엔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능력한 자신을 탓했고 일상생활도 잘 못했다. 하지만 몇 번 꾸고 나선 익숙해졌는지, 우스갯소리로 아빠는 딸 시험기간인데 좋은 꿈에 나오지 왜 그런 꿈에 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부녀간에 그리 좋은 기억은 없어서 좋은 꿈에 나오지 못하는 거 같기도 하다. 화장실에서 흐르던 코피를 대충 휴지로 닦고 세면대 물을 틀어 닦았다. 맞다 우산 없는데. 물건 같은 걸 자주 까먹는 성격이라 옆에서 창섭이나 민혁오빠가 챙겨주지 않으면 잘 갖고 다니지 못하는 물건들 중 일 순위가 우산이었다.
다시 독서실로 들어가 풀던 문제집과 물건들을 가방에 챙겼다. 창밖을 보니 아직 그대로 비가 내렸다. 이 꼭두새벽에 누구보고 나와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맞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진짜 비가 이렇게 내렸던 터라 그 이후로 비 오는 날씨를 끔찍이 싫어했다. 비 맞는 것도. 또 비 오는 날엔 진짜 일이 잘 풀리지도 않았다. 민혁오빠가 회사에 들어간 기념으로 사준 새 가방을 머리 위로 썼다. 뭐가 이렇게 많이 들었는지 무거웠다. 심호흡 한 번하고 문을 열고는 그대로 뛰었다.
뜀박질 할 때마다 옆으로 튀는 빗물들이 맨 다리에 닿을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끼쳐서 눈을 꼭 감고 뛰었다. 집이 그리 멀지 않아 빨리 도착했지만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거울로 내 모습을 확인하자 웃음만 나왔다. 오빠가 사준 가방을 젖게 하고, 다리에 빗물이 튀길 정도로 뛴 내 노력은 우습다는 듯이 온 몸이 다 젖었다. 역시 비 오는 날은 최악이야. 올라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한 다음에 얼른 자야지.
03-3
개운하게 잠도 못 잤다. 자기만하면 계속 같은 악몽을 꾸느라 잠도 못자고 뜬눈으로 밤을 샜다. 일어나서 머리도 감고 교복까지 차려 입었지만 통 입맛이 돌아 올 반응이 안 보여 물 두 컵만 마시고 나왔다. 밖은 아직도 비가 내렸다. 내가 비를 싫어하는 걸 아는 창섭이는 비가 오는 날이면 일찍 나와 우리 집 앞까지 와서 나를 기다리고는 어머님을 졸라 차를 타고 등교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을 나오니 창섭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그렇게 쳐다 봐?”
“얼굴이 빨개. 나 봐서 부끄러워?”
“뭐라는 거야……. 얼른 가자.”
“엄마 차 빼고 있어. 기다려.”
“맨날 어머님 귀찮게 해서 어쩌지…….”
“참내, 귀찮긴 무슨. 비만 오면 신나가지고 차 빼러 달려가는구먼.”
나는 슬쩍 웃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창섭이는 현관 밖을 쳐다보더니 내 오른쪽 손목을 잡곤 이끌었다. 엄마 왔어, 가자. 나는 왼손으로 오른쪽에 있는 창섭이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창섭이는 문을 열다말곤 뒤돌아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큰 우산을 펼쳤다. 거의 안다시피 내 어깨를 꽉 잡아 차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너 어제 비 맞고 집 갔지? 나는 놀래서 창섭이를 쳐다봤다. 창섭인 내 쪽을 한 번 흘끗 보더니 그러지 않고는 비 앞에서 덜덜 떠는 병이 다시 도지진 않지. 라고 말하며 여전히 우산을 들어준 채로 차 뒷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얼떨떨하게 차를 탔고 어머님이 고개를 돌려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셨다. 나도 똑같이 웃으며 인사를 했고 창섭이까지 완전히 차를 탄 것을 확인하시고 차에 시동을 걸며 출발하셨다.
“○○ 얼굴이 빨간데? 감기 걸렸니?”
“네? 아뇨! 저 괜찮은데…….”
“얘 또 우산 못 챙겨서 비 맞고 집 갔나봐.”
창섭이는 거의 나를 째려보는 수준으로 쳐다보며 어머님께 말했다. 나는 표정을 굳히며 아니라고 다시 얘기했고, 어머님은 뭐가 아니냐며 벌써 목소리가 감기 걸린 것처럼 축축하다며 알 수 없는 말을 하셨다. 창섭인 크게 웃으며 또 축축 타령이냐며 그만하라고 말했고, 어머님은 운전하다 마시고는 뒤를 돌아 말하셨다.
“얘는? 감기 걸렸을 때 그 특유의 축축함이 있어!”
“아니……. 저 감기 안 걸렸어요…….”
“○○야 앞으로 그런 일 있으면 창섭이나, 민혁이 불러! 내 전화면 몰라도 네 전화면 자다가도 금방 일어나서 받을 테니까.”
“네?”
“오늘도 민혁이가 데려다주겠다는 걸, 이창섭이 아주 노발대발 화내길래 그냥 내가 왔어.”
“아, 엄마!”
그렇게 두 번쯤 더 똑같은 얘기를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앞으론 그런 일이 있을 때 전화하겠다고 얘기했고 처음 시끌벅적했던 차는 창섭이의 “다신 엄마한테 데려다달라고 안 할 거야!” 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다시 조용해졌다. 차창을 닦는 와이퍼 소리만 삐걱- 삐걱-. 났고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창문은 김이 서려져있었지만 형형색색 우산을 쓰고 걷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창밖을 구경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차는 금방 학교 앞에 도착했고, 어머님께 데려다 주셔서 감사하다고 몇 번을 말하곤 내렸다. 창섭이는 아까 했던 것처럼 거의 안다시피 우산 속으로 이끌었고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은 채로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창섭이는 3층 계단에서 인사했고, 나는 4층에 있는 내 반으로 향했다. 뒷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4분단 끝자리에 있는 내 자리에 앉았고 어제 잠을 통 못잔 탓인지 몸이 나른해지며 잠이 오기 시작했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뜨거워지는 거 같기도 하고, 안 나오던 기침도 나왔다. 손을 머리로 갖다대보니 불덩이 같았다. 어제 맞은 비가 화근이었나 보다. 별로 친하지도 않던 짝까지 내게 아프냐고 물어왔다.
“아니……, 별로 안 아파…….”
“그래도 양호실 좀 가봐. 전혀 안 아파보이진 않는데…….”
“그냥 책상 위에 좀 누워있을게…….”
“그래, 선생님들한텐 내가 말할게 좀 누워있어.”
걱정 말고 좀 누워있으라는 짝의 말에 책상 위로 쓰러지듯이 엎으려 잠을 청했다. 눕자마자 잠은 바로 왔고 진짜 엿 같게도, 어제 저녁 그리고 오늘 아침과 같은 꿈을 반복했다. 많이 꾼 꿈이라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꿈이 오늘따라 더욱 고통스러웠고 눈물까지 나왔다. 꿈을 깨고 싶었지만, 또 깨기 싫었다. 아빠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게 흔치 않은 일이니까. 고개까지 흔들며 울었다. 하지마……. 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몇 번 되뇌었다. 내가 외친 소리에 내가 깨버렸다.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이 들어 슬며시 눈을 뜨니 창섭이었다.
“또 악몽 꿨어?”
“…….”
“조퇴증 끊어놨으니까 집 가자.”
“창섭아…….”
“비도 그쳤어.”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침대에, 커텐이 보였다. 아마 양호실인 듯 했다. 오늘처럼 창섭은 내가 아플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매 쉬는 시간마다 올라와 내 상태를 확인했다. 오늘도 아마 1교시 끝나자마자 올라와서 내 상태를 보곤 양호실에 데려왔을 것이다. 시계는 벌써 학교가 끝날 시간인 저녁 5시를 향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 앉자 창섭이는 그대로 날 안아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완전 애기야, ○○○. 너 아까 열도 38도 넘어간 거 알아? 눈을 뜨고 있는 것 조차 너무 힘들어 얼굴을 창섭이 어깨에 파고들었다. 창섭이가 움찔한 것을 보아 당황한 것 같았지만 계속해서 등을 쓸어내려줬다. 창섭이는 내가 누워있던 옆 침대에 있던 두 가방을 제 양쪽 어깨에 메더니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창섭이에게 집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가자, 데려다줄게.”
“…….”
“가방도 다 싸놨어. 얼른.”
“집에 아무도 없어.
”“…… 응?”
“또 악몽 꿀 거 같으니까……, 옆에 있어주라.”
창섭이는 나를 한동안 쳐다보니 이내 알겠다고 말하며 신발장에서 내 신발을 꺼내주고 자신도 신발을 신으며 나를 부축해줬다. 교문 밖으로 나가 보이는 택시를 아무거나 잡은 뒤, 창섭이가 내 집 주소를 익숙하게 말했다. 시간이 초저녁을 향하자 낮이 짧아져 해가 벌써 지고 있는 것 빼곤 날씨가 좋았다. 하늘도 파랬고, 비도 더 이상 오지 않았다.
03-4
집에 도착해서 창섭이를 잠시 거실에 앉게 한 뒤, 저번에 민혁오빠가 놓고 간 반바지를 건네주고 방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미니 핸드폰을 보면서 앉아있어야 할 창섭이는 없었고 교복셔츠만 달랑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방 쪽으로 향하니 검은색 티에 교복 바지만 입은 창섭이가 가스레인지 불을 켜 냄비로 뭘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죽을 만들고 있었다. 창섭이는 나를 슬쩍 보더니 식탁에 앉으라고 턱으로 가리켰고 나는 앉았다.
“내가 너 걱정되서 죽는 줄 알았다.”
“미안…….”
“원체 감기 잘 걸리는 애인 건 알았는데. 그만 걸려라 좀.”
창섭인 죽을 밥그릇에 국자로 가득 펐고 가스벨브까지 잠군 뒤 내게 주었다. 손을 뻗어 내 이마에 가져가 열을 쟀다. 다행히 전보다 떨어졌는지 숟가락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움직일 낌새도 안 보이는 내 손을 계속 쳐다보더니 먹여줘? 라고 했고, 난 고개를 저으며 작게 한 숟갈 떠 입에 넣었다. 아무 맛도 안 나는 그냥 흰 죽이었다. 어떻게 냉장고에 먹을 게 하나도 없냐, 야채도 없고……. 나을 때 까지 죽만 먹어. 창섭이가 내 앞 의자에 앉아 말했다. 나는 작게 끄덕였고 계속 해서 죽을 먹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우리 꼭 초등학생 때 같다.”
“초딩 때?”
“그 때 네가 처음으로 라면 해줬잖아. 너희 집에서.”
창섭이가 해준 죽을 먹다가 어렸을 적이 갑자기 생각나서 말했더니, 처음엔 모르는 표정이었다가 이내 알아챘는지 눈을 휘며 웃었다. 그 때 요리사 된다고 맨날 그랬잖아. 중학생 때 까지 그랬나? 뭣도 모르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찡찡 댔던 창섭이가 떠올라 웃음이 막 났다. 창섭이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 내가 그 때 왜 요리사 된다고 했는지 알아?”
“음……, 요리가 좋아서? 너 요리 잘하기도 했고.”
“너 먹는 게 예뻐서.”
“응?”
“너, 내가 해준 음식 맛있다고 먹는 게 너무 예뻐서. 요리사 하고 싶었어. 너 매일 요리해주려고.”
나도 모르게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움찔거렸고, 창섭이는 그런 내가 보이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를 몰라 식탁 위에 있던 접시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평소 듣기 좋던 창섭이의 목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그만 얘기해줬으면 했다. 그런 내 바람과는 달리 창섭이는 이제 아예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곤 눈을 마주보게 했다.
“너도 눈치가 없진 않으니까 알겠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
“내가 얘기 안 했던 건, 너 위해서 그런 거였는데 오늘 너 이렇게 아픈 거 보니까 너 옆에 내가 항상 함께 했으면 좋겠어.”
“창섭아,”
“그래서 너 이민혁이랑 붙어있는 꼴도 뵈기 싫고, 그냥 내 옆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
“그래, 뭐 다른 남자 옆에 있더라도 나만 너한테 특별한 존재였으면 좋겠다.”
“넌 누구보다 나한테 특별해. 지금은 엄마밖에 없지만, 피 나눈 내 가족보다 가깝고 소중한 존재야.”
“…….”
“근데, 그 이상은 아니야. 미안.”
창섭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았고, 그래서 민혁오빠와 눈만 마주치면 싸운 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나와 그렇게 가까이 있음에도 내게 한 번도 “널 좋아해.” 같은 말을 하지 않은 창섭이 덕분이었다. 그래서 창섭이한테 항상 고마워했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 여자가 나 밖에 없어서 그럴 거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둘 다 나 같은 불행덩어리인 사람과는 안 어울리는 사람이다. 밝고, 옆에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들이라 더 밝은 사람들과 있어야하는 사람들이다. 숙였던 고개를 들어 창섭이를 보니 입을 꼭 다물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더 이상 창섭이 얼굴을 볼 수 없었던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 졸려서 이만 들어갈게. 오늘 일 없었던 걸로 하자. 너도 빨리 집 들어가.”
“넌 드라마도 안 보는 애가 드라마에 나올 법한 얘기만 한다.”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서서 내 방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창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렸고,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창섭이는 급하게 달려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비를 싫어하면서 자연스레 천둥소리와 번개를 무서워하게 됐다. 다시 한 번 천둥이 크게 쳤고 나는 또 몸을 움츠렸다. 창섭인 아까 양호실에서처럼 내 등을 쓸어내려줬다.
“나 없으면, 또 이렇게 혼자 무서워 할 거면서.”
“…….”
“그냥, 비 멈출 때 까지만 옆에 있을게.”
오늘따라 하루가 길었다.
+) 1주일 1연재 징크스를 담화는 무조건 깨고야 말겠어요.. (다짐)
사실 이번 편도 어케 써야될지 몰라서 1도 안 써놨다가 오늘 안에 부랴부랴 쓴 것....
아니 빙의글이라 하면 설레야하는디 설레긴 커녕 글이 너무 우중충하고 우울하고 재미없죠..? ㅠ_________ㅠ
사실 짱친들 끝나고 로코물같은 재밌는 거 쓰려고 했는데 딱 갑자기 이형제로 쓰면 재밌겠다 싶어서 쓴 건데
이형제 쓸 때 제일 노력하는 점이 음.. ○○의 복잡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거 거든용.. 그랬더니 글이 우중충하고 우울하네여....
1화랑 2화 반응이 좀 다른 거 같아서 저도 우울.............. 그래도 참고 봐주시는 독자분들 많아서 햄복해요ㅠㅠ 싸랑해요 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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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푸소푸 미적분 곰돌이 당요니 창섭선배 뚜밥 레드라잇 육별 만원 요거트 늪지대 김치찌개 꿀벌 마키 포카칩 선크림 범블비 템포비 |
암호닉 계속 받아욥! 완결 가면 암호닉분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있을텡까 꼭꼭 신청해주세여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