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인데도 학교라니 정말 최악이다.
방학전과 똑같이 사람이 만원이 버스를 타고 언제나 지나가는 길을 새로운 듯이 차창 넘어로 쳐다보고
한 정류장, 한 정류장 지날때마다 타는 사람들 중 우리학교 학생을 바라보고
내려야 할 정류장에 도착해 그 많은 사람들 속을 비집고 나와 학교로 가는게 이젠 정말 변하지 않는 하루일과가 되었다.
지겨워...
오늘도 역시 똑같은 일상의 시작이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감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타는 사람이라도 다를 법도 한데 항상 같은 시간에 나오다 보니 매일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쩜 하루가 똑같은지... 지루해.
때마침 진동이 울렸다.
내가 하루중 가장 신나는 시간이다.
온라인에서 어쩌다 보니 알겠된 아이.
서로 어디 사는지, 성적이라던지, 그런건 서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물어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름마저도 모르는 사이다.
그아이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남자라는 것과 나와 동갑이라는 점, 그리고 나처럼 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다는 것.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눌때면 언제나 지쳐있던 몸에 힘이 들어왔고 우리학교에 그 아이같은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백 번이고 만 번이고 더 했다.
물론 그럴 수는 없겠지...
혹여그 아이에 대해 생각하다 답을 늦게 해버리면 문자가 끊길까 허겁지겁 답을 보냈다.
그 역시 나처럼 콩나물시루같은 버스 안에 있다고 했다.
옆에는 꽤나 살집이 있는 아저씨가 있는데 땀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며 미치겠다고 호소하는 그.
얼굴도 키도, 체격도 그 아이에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지만 나혼자 그 아이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선 웃음이 나와 피식 웃었다.
때마침 앉아있는 내옆으로 우리학교 학생 하나와 그 옆에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기에 상상하기가 쉬웠다.
학교 앞에 있는 정류장에 도착해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를 뚫어 겨우 내렸다.
이제야 숨이 트이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에게서 문자가 와있었다.
[방금 버스 내렸는데 사람들 출구에 몰려있는데 못내릴뻔했다. 역시 출근버스는 숨막혀]
나도 방금 버스 내렸는데 뭔가 통한건가 싶어 기분이 좋다.
재빠르게 답을 보내고평소와는 다르게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연스레 학교로 향했다.
늦지도 그렇다고 이르지도 않은 시간임에도학교가는 길에는 아까 버스안에서 본남자애와 나밖에 없었다.
워낙 학교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우리학교에저렇게 잘생긴 애가 있는줄은 몰랐네...
왜인지 나와 문자하는 이아이, 저 애랑 닮았을 것만같다.
물론 저런 애는 생각하는거나 행동에 무식함이 철철 넘치는 경우가 많으니 생김새만 닮아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 방과후라서 그런지 다른애들의 낯선 얼굴만 가득했다.
그 애들이나 나나 서로 신경안쓰는 사이니까 상관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가장 끝자리로 향했지만 그 자리는 이미 주인이 있었다.
오늘 자꾸 내눈에 비치는 그 남자애다.
할 수 없이 그 애 앞자리에 앉았다. 항상 앉던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불편함이 없지 않아있다.
괜히 불편함에 혼잣말로 투덜대고 있자니 우리학교에서 가장 재미없는 분으로 유명한 물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제길... 하필이면 첫시간부터 물리라니...
다시 기분이 우울해졌다.
"일단 출석부터 부르고 시작하자. 방과후 너무 안온거 아냐?"
"..변백현.. 안 왔고... 오세훈?"
선생님이 부름에 뒤에서 조용히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아마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니 나도 듣지 못할 정도로무척이나 작은 목소리였다.
"오세훈 안왔어? 오세훈?"
"저어...왔는데..."
그제야 내 뒷자리 그 남자애가 오세훈임을 알았다.
아까보다 목소리가 조금 커진것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에게 닿기는 힘든 목소리였다.
선생님이 안온줄 알고 넘어가려 하자 그제야 큰소리르 내며 말을 했다.
"저 왔는데요. 오세훈."
"오세훈? 왔으면 왔다고 말하지 그랬어"
말했는데...
다시 중얼거리듯 작게 말하는 이 남자애.
생긴거와는 달리 생각보다 시끄러울까 걱정이다.
생각한 대로 물리는 꽤나 지루했다.
집중하려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건 뒷자리 녀석이 생각보다 시끄러운애가 아니라는 점.
"오세훈? 그 맨뒷줄 남자애 일어나!"
"세훈님? 이러나시죠. 왜이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애들아 일어나자. 왜이렇게 다들 축축 쳐져 있으세요?! 자 일어나자, 오세훈!"
시끄러운애가 아닌게 아니라 그냥 자서 조용한 거였구나.
자꾸 신경안쓰려해도 선생님이 깨우고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사람 얼굴이나 이름을 잘못외우는 성격임에도 벌써 외워버렸다.
애 이름만 오늘 몇번을 들은건지.
오세훈...
방과후가 끝나고 집으로 향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모래의 느낌이 좋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내려고 핸드폰을 켜자마자 문자가 왔다.
그 아이였다.
[오늘 방과후에서 졸아서 쌤한테 혼났다ㅜ]
그래서 오세훈 걔가 생각나 우리반에도 내 뒤에 앉은애방과후에서 혼났다고, 이름이 세훈인데 쌤이 세훈님하면서 깨웠다 했더니 한동안 답이 없었다.
초조했다.
혹여 내가 말 실수 한건 아닐까?
[너 혹시 이그조고?]
당황스러워서 아니라고 할 뻔했지만 고등학교 하나 안다고 어떻게 될까 싶어서 맞다고 하니 바로 답이 왔다.
[오징어야 너?]
이름까지 알다니. 당황스러워 아무런 답도 못보내고 있자니 문자가 하나 더 왔다.
[내가 오세훈인데]
그리고 저 멀리서 오세훈 그녀석이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ㅁ..뭐야"
"야 오징어. 너였어? 내가 이런줄 알았으면 눈에 띄려고 별지랄 안하는건데...아씨..."
"뭐?"
"내가 너 좋아해서 네 눈에 띄려고 오늘 일부러 방과후때 졸았다고. 쌤이 자꾸 깨울것같아서. 아씨...아몰라. 나 너 좋아해 그래!
그리고 이제 내가 고백했으니까 별노력안해도 나 좀 쳐다봐줘"
어쩌면 이젠 굳이 문자를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을 것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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