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오늘부터 학교 가죠?]
[친구 많이 사귀어요]
[첫날부터 지각하지 말고]
[찐따처럼 굴지 말고]
[내숭 좀 떨어라]
차례로 정국이, 남준이의 카톡이다. 내가 앱니까? 다들 걱정이 풍년이시네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정상인 코스프레에 힘 좀 써야겠다.
“화양고 어디인지 알지?”
“응.”
“걸어갈 수 있지?”
“응.”
“가서 찐따처럼 굴지 말고.”
“아, 엄마도 그 소리야?”
입 안 가득 계란후라이를 밀어넣고 엄마를 노려봤다. 엄마는 내가 뭘? 이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곤 모르는 척했다.
내가 그렇게 찐따 같은가? 다들 왜 나보고 찐따처럼 굴지 말라는 거지?
신발장에 붙어있는 전신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며 어디 주름진 곳은 없나 살펴보았다. 머리도 단정하고, 교복도 단정하고, 흰 양말. 오케이.
“다녀오겠습니다.”
“도착하면 연락해.”
“쉬룸.”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에 내려오자 오늘도 김석진 씨가 보인다. 저 사람은 풀타임인가. 안 보이는 때가 없네.
모르는 척하려고 했지만 나가기 위해서는 그 옆을 지나가야만 했다. 그냥 먼저 인사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네, 뭐. 좋은 아침이네요.”
이정도면 정상인으로 보였겠지? 나는 수줍게 웃으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김석진 씨는 문으로 걸어가는 나를 따라오며 말을 걸었다. 아… 안 돼…! 말을 많이 하면 정상인 코스프레가 해제되어버려…!
“고등학생이었어요?”
“아, 네.”
“그렇구나…. 대학생인줄 알았는데.”
지금 시방 내가 노안이라는 거여?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그냥 알아서 입 다물어주길 바랍니다.
내가 눈을 치켜뜨는 걸 보았는지 김석진 씨는 알아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월요일인데 사복차림으로 돌아다니길래.”
“전학와서요. 하루 놀았어요.”
“아, 그래서 어제 그 교복 산 거구나. 화양고등학교?”
“네.”
근데 어찌 말이 짧으시네요? 괜찮아. 잘생겼고 나보다 나이 많으니까 말 놔도 돼.
“지금 학교가면 일찍 가는 건가?”
“제 기준에선 엄청 일찍 가는 거죠.”
“지각 자주해요?”
“하루 일과 중 하나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내 모습에 김석진 씨가 또 웃음을 터뜨린다. 행복하게 사시는 분이구나.
행복한 김석진 씨는 아파트를 벗어나 꽤 멀리까지 날 따라왔다.
“안 들어가세요?”
“아, 맞다. 저 가볼게요.”
“안녕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네?”
“말 놓으셔도 되는데. 저 17살인데.”
반말과 존댓말 사이에서 방황하는 당신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입니다. 나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는데 김석진 씨가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다.
김석진 씨는 내 말에 눈을 크게 떴다가 웃었다. 심장약, 심장약 어딨어. 저건 정말 심장에 해로운 미소다. 물론 심히 좋은 의미다.
“그래, 그럼. 나는 25살. 이름은….”
“알아요. 김석진. 나는 성이름이에요.”
“아, 석진 오빠라고 불러.”
“양심이 없으시네요. 8살 차인데.”
“원래 한자릿수 차이는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
뉘예 뉘예 알게쯥니다. 남자들은 왜 오빠라는 호칭에 집착을 할까.
내가 정국이에게 누나 소리를 듣고 입이 째지는 것과 같은 걸까. 음… 이해가 가는군.
“알았어요. 석진 오빠. 빨리 들어가보세요. 비어있을 텐데.”
“원래 두명이 한 조야. 괜찮아. 데려다줄게.”
“땡땡이 치다가 걸리면 잘리는 거 아녜요?”
“화장실 갔다고 하면 돼.”
아, CCTV는 장식이고요?
쓸쓸한 등굣길을 함께해준다면 쌍수들고 환영이지만 정장을 빼입고 귀에는 무전기까지 꽂고 있는 훤칠한 미남의 경호를 받으면서 간다면 내 첫인상은 무엇이 될까.
“변비로 오해받으면 안되니까 얼른 들어가세요.”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 꽃미소에 사르르 마음이 녹는다. 그래, 사람은 얼굴이 다야.
잘생기면 뭐든 용서가 돼. 눈치없이 굴어도 용서가 돼. 당신의 죄를 사합니다.
“오빠 옷이 부담스러워서 그래요. 정장 입고 학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아, 그건 좀 그런가?”
응. 좀 많이.
나는 그냥 헤헤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먼저 자리를 떴다. 뒤에서 학교 잘 다녀오라는 석진 오빠의 배웅을 받은 등굣길은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 * *
“이쪽은 새로 전학 온 성이름. 이름아, 자기소개.”
새 담임은 젊은 남자였다. 이름은 민윤기, 교직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였음에도 그는 참 의욕이 없어보였다.
내 소개를 대충 하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기소개를 시키는 걸 보면 정말 선생이 맞나 쳐다보게 되지만, 잘생겼다.
정석 미남 스타일은 아니어도 얼굴에서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게 여고생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귀찮게 안할 것 같고 눈 즐겁고. 최고의 담임이다.
“안녕.”
“…….”
“…….”
“……저 어디에 앉을까요?”
내멋대로 짐작한 그의 바람대로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했는데 어찌 자리 배정을 안 시켜준다.
내가 묻고 나서야 빈자리를 가리킨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끈덕지게 달라붙어오는 30쌍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참으로 부담스럽다.
나는 반짝반짝한 것이 날 위해 새로 놓인 듯한 의자에 앉았다. 내 자리는 맨 뒷자리였다. 수업시간에 몰래 졸기 딱 좋은 자리다.
짝이 없으니 추한 얼굴로 자도 된다. 오예. 명당 겟. 계속 씰룩거리며 올라가려는 입가를 억지로 다잡으니 얼굴에 경련이 인다.
내 그런 표정이 마음에 안들어서라고 생각했는지 담임은 오지랖을 시전했다.
“맘에 안 들면 자리 바꿔주고.”
“좋은데요.”
“짝 붙여줄까.”
“싫은데요.”
“…성격 세네.”
“감사합니다.”
사실 지금 굉장히 힘들어요. 정상인 코스프레 하느라. 그러니까 말 걸지 마세요. 내 병신미를 폭발시키기 전에.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는지 담임은 사이좋게 지내라, 한마디를 남기고 반에서 나갔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너무 이른 판단이었다. 내 앞에 앉은 여학생을 비롯해 몇몇 학생들이 내게 다가와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어디에서 전학 온 거야?”
“왜 온 거야?”
“너 어디 살아?”
“와, 너 손 예쁘다. 악기 배워?”
하나씩 물어보렴. 정신이 나갈 지경이란다. 나는 얌전하게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연화고등학교에서 왔어. 집 이사하면서 너무 멀어져서 학교도 옮긴 거야. 빅히트 팰리스에 살고 악기는 어렸을 때 취미로 피아노 잠깐 했었어.”
“빅히트 팰리스? 새로 지은 거기?”
“와, 거기 되게 비싼 아파트잖아!”
구랭? 응, 좀 고급이야. 살고있는 사람들 얼굴이.
그냥 소리없이 수줍게 웃었다. 계속 이어지는 질문에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이들은 내가 얌전하고 순한 아이라고 확정지은 듯했다. 오예.
[야]
[학교는 잘 갔냐]
내 이미지 변신 대성공을 누구에게 알리고 싶어서 안달나있던 찰나 타이밍 좋게 남준이에게 카톡이 왔다.
- 야 누나 완전 요조숙녀임
- 애들이 나보고 소녀같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소주 한잔 걸친 것 같다고?]
시팔롬이 왜 안 믿어.
- 소녀 피융신아
- 나보고 귀엽대ㅋ
[현실을 직시해]
[눈을 떠]
[이름아]
[하... 내가 널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애들이 왕따시켜도 좀만 참아]
[오빠가 다 혼내줄게]
몬 지라리얌. 음악실로 이동해야한다며 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핸드폰을 껐다.
교과서를 아직 못 받은 날 위해서 수업시간엔 같이 교과서를 보고 점심시간엔 같이 급식도 먹어주는 아이들 덕분에 나는 쩌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름아, 같이 화장실 가자.”
헐, 벌써 화장실 같이 가는 사이라니. 근데 나 화장실 싫은데…. 우우… 화장실 냄새난다…. 찌린내 난다… 이름이 화장실 싫다….
속으로만 지랄발광을 떨고 겉으론 수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
답지않게 늦은 이유는 김태형이 안 나와서 어떻게 등장시킬까 머리를 쥐어짜다가 늦었음요
근데 결국 김태형 안 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거면 일찍이라도 올 것이지^^...
암호닉 신청해주신 인사이드아웃님 감사합니당>0<
암호닉> 카누, 옆집태태, 인사이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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