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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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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밤 12시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12라는 숫자가 무서워 벌벌 떨기도 했었다. 12시까지 잠들지 못하면 귀신이 잡아간다는 둥 귀신을 보게 된다는 둥 흉흉한 이야기들이 떠돌아서인지 12시가 되기 전에 잠이 들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렸던 아이였으니까. 그러나 의사가 된 지금은 12라는 숫자가 다른 의미로 무서워진다. 하찮은 과거에 사로 잡혀 있던 준면을 깨웠던 건 한 청년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저기요.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저기요. 사람 살려주세요. 저기요!”

2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앳된 남자가 그의 또래쯤으로 되어 보이는 남자를 업고 응급실로 찾아왔다. 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뜨거운 숨만 입 밖으로 내쉬는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양 축 늘어져있었다.

이 새끼 죽어요. 이 새끼 좀 살려주세요. 저기요.”

일단 환자부터 침대에 눕힐게요.”

경수가 달려들어 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침대에 눕혔다.

어떻게 된 건가요? 사고가 있었습니까?”

아 몰라요 그냥 좀 많이 맞았어요.”

때린 사람은요?”

아 몰라요. 씨발, 그냥 이 새끼 죽지 않게 빨리 치료나 해줘요. 그 딴 거 물어보지 말고.”

피범벅을 하고 있던 남자가 욕을 내뱉으며 잔뜩 흥분해있는 남자의 팔을 잡았다.

종인아, 나 괜찮아.”

야 오세훈 닥쳐. 말하지마. 너 말하지 마. 저기요. 이 새끼 자꾸 피나잖아요. 빨리 어떻게 좀 해달라고요.”

일단 좀 볼게요. 보호자분은 좀 나가 계세요.”

경수가 종인을 침대 밖으로 밀어내며 커튼을 쳤다.

환자분 제 말 들리세요? 여기 병원이에요? 알아보시겠어요? 환자분.”

경수가 세훈에게 말을 건넸지만 세훈은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선생님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drowsy(드라우지:부르거나 깨우면 의식이 있으나, 계속 졸려하는 상태)입니다.”

“vital?”

위험하지는 않지만 정상 분포를 밑돕니다. 아 그리고 bleeding spotkidney(신장)쪽 같습니다. 여기요.”

일단 suture(수처:봉합)준비하고 GS(지에스:일반외과)Call. 아 그리고, 보호자도 불러줘.”

준면의 말에 경수는 종인을 불렀다. 종인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흥분을 가라앉히고 순순히 커튼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보호자분, 이 환자 혹시 최근에 신장 쪽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아니요. 이 새끼 얼마나 건강한데요. 보기엔 이래 보여도 건강해요.”

그럼 최근에 신장 쪽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는요?”

...모르겠어요... 아씨... 몰라요.”

그렇다면 신장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하셨겠네요?”

준면의 말에 종인이 놀라며 준면을 바라보았다. 경수는 둘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에 괜한 감정소모 따위 하고 싶지 않아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수술을 받았다고요? 이 새끼가요? 그럴 리 없어요.”

일단 안면부에 있는 골절이나 타박상은 생명에 지장이 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는 신장 수술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이 새끼 죽는 거 아니죠?”

진정하세요. 일단은 저희 쪽에서 출혈을 잡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마 몇 가지 검사가 더 진행될 수도 있겠네요.”

살려주세요. 이 새끼 죽으면... ... 야 오세훈 죽지마.. 야 이 새끼야 죽지 말라고...”

보호자분 진정하세요. 보호자분이 이러실수록 환자가 힘들어집니다. 진정하시고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세요. 도경수! GS에서는 왜 이렇게 안와?”

GS의 장이신 선생이 준면의 격앙된 목소리를 듣고는 부리나케 준면이 있는 쪽으로 갔다.

애들 잡겠다. 살살 좀 해라. 살살

왔어? 26세 남자로 폭행의 이유는 모르겠고 문제는 여기야.”

뭐야? 수술 받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왜 이 지경까지 된 거야?”

나야 모르지 뭐. 보호자도 잘 모르는 것 같고. 환자는 보다시피 drowsy(드라우지) 상태고.”

생각보다 bleeding(출혈)양이 많네...”

어때? suture(봉합)로 해결 될 것 같아?”

일단은 해보자... 그래도 infection (감염) 문제도 있고 하니 우리 과로 transfer내고 올려 보내.”

  

눈을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훈은 여전히 꿈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온통 새하얀 벽지로 도배된 병실 안을 보고 있자니 천국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환자분 괜찮으세요? 통증은 없으신가요?”

...저 여기 어떻게 온 거에요?”

... 어떤 남자분이 환자분을 업고 오셨는데 처치하는 사이에 사라져버리셔서...”

감사합니다. 저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나가도 되죠?”

아니요. 아직은 안 됩니다. 검사도 몇 가지 더 해봐야하고, 상처 부위 소독도 해야 합니다.”

괜찮아요. 저 괜찮아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세훈은 이상하리만큼 괜찮다는 말만 내뱉으며 병원 밖으로 나가길 강력히 원하고 있었다. 이신도 이렇게 고집스러운 환자를 말릴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럼 일단 상처부위 소독이라도 한 번 더 하고 가세요. 여기 dreesing(소독) 좀 준비해주세요.”

...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까요?”

큰 검사를 하신 것도 없고, 단순히 꿰매기만 하신 거라서 많이 안 나올 겁니다.”

상처를 소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독히도 견디기 힘든 통증을 참아내고 있는 세훈이, 하찮은 병원비 따위나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신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났지만 표현하지 않으려 애썼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일주일이 지났다. 거리에는 온통 사랑과 평화를 상징하는 캐럴이 흘러나오고, 곳곳마다 손을 잡고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준면도 교복 넥타이가 갑갑한지 반쯤 풀어헤친 채 그 사람들 틈을 헤집어가며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수능 시험을 끝내고 걸어 나오는 길에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아닌 정치인으로만 살겠다던 아버지 밑에서 준면이 의지할 데라고는 어머니뿐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칭찬, 애정 어린 눈빛, 다정스러운 목소리. 이 모든 것들이 준면에게는 그저 사치이자 망상일 뿐이었다. 어머니는 항상 엄했고 냉정했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마음이 헛헛했다. 아니 어쩌면 울고 싶은 지도 몰랐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허기를 느껴 들어간 분식집에 그 애가 있었다.

라면 되나요?”

.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추우니 따뜻한 물 한 잔 드세요.”

음식은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따뜻한 국물을 마시고 나면 이 기분이 좀 가라앉을까 싶어 시켰는데 막상 빨간 국물을 보니 입맛이 떨어져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틈에 주문을 받은 그 애가 다가왔다.

... 혹시 서과고 3학년 김준면 선배 아니세요? 저는 서과고 1학년 오세훈인데... 저 선배 이야기 진짜 많이 들었어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에이스 오브 에이스라고! 전설이라고요. 선배 진짜 멋져요.”

남자아이답지 않은 말투의 세훈을 보며 준면은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 그 모습에 세훈은 화답이라도 하듯 준면을 향해 크게 웃어보였다.

오세훈? 처음 들어본 이름인데. 여기서 뭐해? 공부하기도 빠듯한 시간에...”

아 저는 지금 어머니 도와드리고 있어요. 저기 저 분이 저희 엄마세요.”

어머니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듯한 세훈의 모습에 준면은 괜스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짜증은 결국 거북스러운 감정을 만들어냈고, 세훈을 마주보고 있기 힘들어져 도망치듯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것이 준면과 세훈의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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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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