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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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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만으로도 후텁지근함이 몸소 전해지는 반갑지 않는 장마가 하늘을 온통 뿌옇게 물들인 채 세찬 빗줄기를 퍼붓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따라 흐르는 요단강 같다고 해서 요단강의 입구라고도 불리는 ER(응급)센터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모처럼의 한가로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러한 한가로움이 좀처럼 찾아들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준면은 조금이라도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눈을 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그의 온 정신을 오롯이 내맡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양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상체를 반쯤 들어 라디오를 꺼버렸다. 간호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으나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김준면샘 오늘 또 무슨 일 있었어?”

올해로 입사 5년차인 베테랑 중에 베테랑 최시우 간호사가 입사 한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차우민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저는 잘...”

우민이 우물쭈물 대고 있는 사이에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갑자기 말을 가로챘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가 맘에 안 들어서 저래요. 아시잖아요. 요새 1년차 애들 때문에 신경 엄청 날카로운 거. 하필이면 나오는 노래가 그놈들 벨소리라서 그런 거에요.”

현이샘은 진짜 김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우민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하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

백샘. 김준면샘이랑 사귀는 거 아니에요? 대학 때도 두 분 내내 붙어 다녀서 주변에서 CC(캠퍼스 커플)라고 불렀다면서요!”

시우가 한마디를 더 보태자 현은 정말이지 이 논란의 늪에서 빨리 빠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마시던 커피를 탁 소리가 날 정도로 내려놓고는 시우와 우민을 불러 모았다.

! 이건 우리끼리 비밀인데 김준면 저 자식 아마 숫총각일 거예요.”

어머 백샘 진짜 못하는 말이 없어. 시집도 안간 처녀가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 어떻게 해요.”

시우의 핀잔이 귓가를 스쳐가자 그제야 현도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두 손을 탁탁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의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준면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반듯하고 유능했지만 틈이 없어서 다가가기 어려운 그런 존재였다. 의대 생활 6년에 인턴, 레지던트 과정까지 근 10년을 준면의 곁에 있어왔던 현 자신도 준면의 뇌를 해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국으로 들어선 현이 눈을 가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준면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수척해 보이는 준면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낯설게 느껴져 말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준면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 백현. 들어왔으면 문이나 닫아. 감상문 쓸 거 아니면!”

아이고. 뭐 얼마나 잘 생긴 얼굴이라고 감상문까지 써다 받치냐 받치길.”

현은 준면의 기분을 살피며 장난처럼 맞받아쳤으나, 준면은 현의 장난을 가볍게 넘길 정도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장난하고 싶지 않으니까 들어오든지 나가든지. 피곤해. 입씨름 하고 싶지 않다.”

어제도 못 잤어? 무슨 일 있어? 성격이 예민하고 개떡 같아도 잠은 잘 자던 애가 요샌 통 못자는 것 같다고 애들이 그러던데.”

준면이 침대에서 느긋한 행동으로 일어나 현을 올려다보며 앉았다.

애들? 무슨 애들? 1년차 그 개망나니 자식들 말하는 거라면 입도 떼지 마. 듣기 싫으니까.”

현은 불쌍하고 가여운 1년차들의 편을 들어주려 입을 떼려는 순간 준면은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전화를 꺼내 들어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역시 우리에게 느긋함이나 여유 따윈 사치야.”

그러게...”

 

응급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큰 길 앞 사거리에서 빗길에 화물차가 미끄러지며 승용차 2대를 잇달아 들이박은 모양이었다. 비오는 날 TA(교통사고) 환자는 흔한 일이지만, 흔한 일이라고 해서 감정의 동요나 긴장이 사라져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준면과 현은 서로의 힐끗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고 긴박하게 이어지는 상황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다행히 화물차 운전자는 가벼운 타박상 정도인 것 같았다.

“52세 남자 TA환자로 LOC(의식수준)alert(의식이 명료한 상태), vital sign(혈압,맥박,체온 등의 인간이 살아있는 활력증후)은 모두 정상, 현재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종대가 chart(의무기록지)를 보며 준면에게 일렀다. 준면은 종대의 이야기가 끝나자 화물차 운전자의 무릎을 손으로 짚어가며 통증의 정도를 파악했다.

무릎 말고는 불편하신 곳 없으시죠? 혹시 배나 목이 아프다거나 하시면 바로 알려주세요.”

준면이 화물차 운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어디선가 찬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찬열이 서 있는 곳에는 피 칠갑이 된 여성이 누워있었다.

선생님, 김준면 선생님. 여기로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여기요.”

“32세 여자 TA환자로 stupor(의식이 혼미함)상태입니다.”

“vital?”

“bp(혈압)60, saturation(산소포화도)40 입니다. 아 그리고 현재 임신 26주차라고 합니다.”

너 지금 이 상황에서 intubation(기도삽관)도 안하고 뭘 한 거야? 당장 준비해! 환자분 들리세요? 여기 병원이에요.”

우리 아이를 살려주세요...아이를 살려...”

환자분,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힘내셔야 합니다.”

준면이 찬열의 무식함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위험에 떨면서 아이만 찾고 있는 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건넸다. 여자는 혼미한 의식 상태에서도 아이를 살려달라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산부인과에 바로 call(알리다)하고... bleeding spot(출혈부위)은 찾았어?”

... 그게... 아직... 다발성 출혈 같아서 spot(부위)을 특정하기가...”

당장 bleeding spot 찾아. 이러다 이 환자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선생님 v-fib(심실세동)입니다. ...?...? Arrest(심정지상태)에요!”

갑작스럽게 vital sign이 바뀌며 상황이 다급해지자 찬열은 당황해하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넋 놓고 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준면은 침대 위에 올라가 여자에게 CPR(씨피알: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멍하니 서 있는 찬열을 향해 소리쳤다.

비켜, 박찬열 너 꺼지고. 야 도경수. 도경수 네가 이 환자 맡아.”

스테이션에서 chart를 살피고 있던 경수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환자만 바라보고 있는 찬열을 밀어내며 여자의 침대 옆으로 다가섰다.

“normal saline(생리식염수) 1L 달아주시고, epi(혈압상승약) 1 ampoule(앰플) 주세요.”

경수는 1년차 에이스답게 차분한 목소리로 정확한 order(명령)를 내렸다.

선생님, 제세동 준비 됐습니다.”

경수의 차분한 말에 준면은 하고 있던 마사지를 멈추고 침대에서 내려와 제세동기를 들었다.

“150J 차지. 떨어져. 하나 둘 셋 Shoot”

“200J 차지. 떨어져. 하나 둘 셋 Shoot”

선생님 vital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준면이 모니터를 체크하며 내심 안도하는 사이에 산부인과에서 내려왔다.

김선생, 뭐야?”

“32TA 환자로 들어올 때부터 출혈성 쇼크로 Stupor상태였고, 방금 전까지 Arrest가 있어서 CPR까지 한 상태입니다. 임신 26주째인데 아이를 살려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연락은 됐어?”

박찬열, 야 박찬열. 정신 안 차릴래? 이 환자, 가족이랑 연락 됐어?”

네 아 저 남편과 통화가 되긴 했는데... 일 때문에 지방에 있어서 당장은 올라오기 힘들다고 잘 부탁한다고만 하고는 그 이후론 연락 두절입니다.”

...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26주면... ...”

산부인과 조선생이 고민이 되는 듯 한숨을 쉬며 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경수가 끼어들어 한마디 보탰다.

이 상황이라면 당연히 살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해야합니다. 태아는 26주입니다. c-sec(제왕절개)으로 꺼낸다고 해도 살 수 있는 확률은 현저히 낮습니다. 산모에 비해서요.”

준면아, 얘 뭐냐? 1년차야?”

산부인과 조선생이 어이없다는 듯 준면을 향해 실소를 터뜨렸다. 준면은 경수를 향해 차갑게 이야기 했다.

이 환자 OB(산과)transfer(이송장)내고, 도경수 너는 이제 손 떼.”

경수는 실망감을 가득 안은 채 준면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다시 스테이션으로 다가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는데 저토록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준면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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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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