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진짜 감기 걸린거 아니야 ? 기침이 점점 심해지네 "
" 뭐 , 별거 아니야… "
비가 오려나, 어제 비올때도 바람 많이 불었는데…. 기성용이랑 한참 걸으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갈수록 바람이 거세지는 느낌이다. 차가운 바람이 스쳐서 그런가,
머리는 지끈거리고 기침도 계속 나오고. 그래도 기성용 앞에서 자꾸 기침하면 쓸데없는 걱정 할까봐서 참았는데, 기성용 얜 눈치는 엄청 빨라서 벌써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괜찮다니깐 그렇네,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내가 큰 병이라도 걸린 마냥 나를 환자 취급해댄다. 병원 가봐야지,
" 병원은 무슨, 기침 좀 한다고 병원가 ? "
" 열도 좀 있던데, 병원 가보라니깐 "
" 지금 8시거든, 병원 연 곳 없지 "
집에 있다가 가. 내가 괜찮다는데, 자기가 아픈것처럼 인상을 찌푸리고 말을 한다. 얘랑 말 하면 백이면 백 다 내가 진다니깐. 비올락 말락 하는 날에 가는게 제일 귀찮은데….
알았어 갈게. 진짜지, 꼭 가야돼. 대충 끄덕여줬더니 이제야 만족했는지 날 보면서 씩 웃는다. 웃기는, 별일 아닌것 같다가 잘도 웃네. 이 웃음병 걸린 인간아.
그럼 지금 가서 좀 쉬어. 알았어, 집에서 쉬라는 기성용의 말에 손을 흔들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내 팔을 덥석 잡는다. 가라면서,
" 같이 가줄까 ?"
" 내가 애야 ? 무슨 다 큰 남자 둘이 병원을 같이 가 "
" 애잖아, 너. 아니지, 여잔가 "
" 저게 진짜 "
꼭 좋게 헤어지려고 해도 마지막에 저렇게 시비를 걸더라, 내가 성격이 안 좋아진 이유는 멀리서 찾을거 없다니깐. 내가 언제 성전환 수술했어 ? 기성용의 말도 안되는
논리에 어이없어서 째려봤더니 뭐가 저리도 당당한지… . 눈을 아래로 깔고는 나를 쳐다본다. 지금 자기보다 키 작다고 여자라고 하는건가, 솔직히 내가 작은게 아니라
자기가 큰건데. 자기보다 작은 사람이 다 여자라면 남자라고 불릴 사람 몇 없겠다. 기성용은 내 생각을 읽은건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
" 아니, 귀여워서 한 말인데 ? 우리 용강아지가 하는 짓이 좀 귀여워야 말이지 "
" 진짜, 너 내가 아침이라서 봐준다. 벌써 힘 빼긴 싫어서 참는거야 ! "
" 말은 참 잘하지, "
" 됬고, 얼른 집이나 가봐. 누나 오랜만에 오신거 같은데 같이 시간 보내야지. "
맨날 용강아지래, 진짜 내가 강아지가 된것같다. 분명히 난 사람인데, 가끔 내 모습을 보면 왜 내가 사람이지 ? 이런정도로. 음, 이건 좀 오반가.
기성용은 하도 맞아봐서 그런지 , 무섭지도 않나보다. 때린다고 해도 그냥 맨날 실실. 이젠 말하는 내 입만 아프다. 그래도 나름 배드민턴 할땐 강 스매싱 날리는데….
얼른 가봐, 내 말에 됬다며 데려다주려고 하길래 등을 밀면서 말했다. 됬다니깐, 얼른 집에가 하며.얼른 가라는 내 말에도 뭐가 그리 못 미더운지 자꾸 뒤를 쳐다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본다. 무슨일있음 연락해. 내가 진짜 무슨 불치병이라도 걸렸냐….
" 집가서 꼭 바로 연락해 알았지 "
" 알았어, 누가 보면 나 엄청 아픈지 알겠다. "
" 아픈건 맞잖아. 딴 길로 새지말고 들어가서 좀 쉬었다가 병원 가."
" 응, 알았어. 꼭 연락할게 "
집 가서 전화한다고 했는데도 못 믿어서 싸인 복사 도장까지 다 해주고 헤어졌다. 는 무슨, 가는 내내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연락하라고 소리를 질러대서 공원에서
운동하시던 할아버지들이 깜짝 놀라셔서 우릴 쳐다보기도 했다 . 물론, 기성용은 당당하고 나만 90도 인사하면서 사과했지만…. 내 모습이 뭐가 그리 우스운지 끝까지
실실 웃다가 멀어졌다. 쟨 진짜 사람 당황시키는데 능력있다, 정말. 택시타고 집에 도착했는데 기성용 때문인지, 진이 다 빠져서 해파리라도 된 마냥 흐물흐물 거리다가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따뜻한 공기가 들어와서 그런지 머리가 더 깨질거 같다, 기침도 나오고.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지 안 아플수 있는 걸까, 진짜 기묘하다.
기성용이 바로 전화하랬는데…. 침대에 누웠더니 거실까지 걸어서 전화 할 힘이 없다. 아 몰라, 기성용 다 너 때문이야. 좀 있다 전화해도 넌 할말 없어.
한참 자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여러번 울렸던것도 같다
머리가 아파서 그냥 잘못 들은거겠지, 병원이야 나중에 가고 좀있다 전화하지, 뭐 이런 베짱으로 다시 잤지만.
*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
아 뭐야, 한참 잘 자는데 듣기 싫은 소음이 들려왔다.아까보다는 머리가 덜 아픈거 같긴한데 아직 몸에 완전히 힘이 있다거나, 그런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벌써 12시네.
전화 받으러 가야되는데 거실까지 나가기도 귀찮고, 나중에 전화하자.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다시 눈을 감았는데 거참, 끈질기게도 울려댄다.
짜증나 , 누구야 진짜. 이러다가 있던 잠마저 달아날거 같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쿵쿵 거리며 거실까지 걸어갔다. 김미영 팀장이기만 해봐, 그 회사 폭파시킬거야.
전화기 앞까지 걸어가서 전화를 받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보세요. 어, 용대야 나야, 이규환. 어? 규환이 너가 왜….
" 나 이규환이야 "
" 어… 어 알아. 왜? "
" 계속 전화했더니 안받더라 ."
" 아… 쭉 자고 있었어.
아, 잠결에 들었던 소리가 진짜 였구나, 규환인지는 몰랐네. 규환이가 전화한 것 까진 알았는데, 어제 고…백 받은 것도 있고 괜히 어색해서 할말도 없고, 가만히 있으니까
규환이도 아무 말이 없다. 뭐야, 전화해놓고선…. 이러다가 1시간이고, 2시간이도 전화기만 부여잡고 있을거 같아서 저, 규환아. 하고 먼저 말을 꺼냈는데 규환이는 다짜고짜
내게 말했다. 너 아파 ? 얘가 어떻게 내가 아픈걸 알지….
" 어 ? 아프다니 , 무슨소리야 ? "
" 니 애인인가, 그 남자애가 계속 나한테 전화하더라 "
그래 ? 그래… 가 아니라 내 애인이면 기성용 말하는건데, 기성용이 어떻게 얘한테 전화를 하지, 저번에 처음 본것 같은데. 전화번호는 가지고 있을리가 없고.
너 기성용이랑 아는 사이야, 하고 물으니까 웃으며 말한다. 너 저번에 그 남자 핸드폰으로 나한테 연락한적 있지. 기성용 핸드폰으로 연락이라…. 아, 전에 런던에
있을때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져서 기성용 핸드폰으로 연락한적 있었지, 맞다. 응, 있어. 내 말을 듣고 있던 이규환은 웃으며 말을 잇기 시작했다.
" 너 전에 내 핸드폰으로 연락 한적 있잖아, "'
" 응 , 근데 그게 왜 ? "
" 갑자기 나한테 이용대 친구냐고 문자가 온거야. 그래서 맞다고 했더니, 너 아파서 집에 갔는데 연락안되서 걱정 된다고, 너랑 연락 되냐고 문자 왔더라 "
" 기성용도 내 핸드폰 고장난거 아는데 "
" 응, 근데 집 전화번호를 잘 모르나봐. 그때 용케 내 번호 보고 니 친군지 알았나보지 뭐, "
그 10일전에 찍힌 번호를 찾아서 나한테 연락한거지, 진짜 탐정이 따로 없다, 웃으며 말하는 이규환에게 그렇네, 하며 웃으며 말을 꺼냈다. 전화 몇십통 왔었다는 규환이의
말에 뿌듯함과 함께 미안함이 밀려들어왔다. 기성용이 나 엄청 걱정했다고 생각하니까 기쁜데, 한편으로는 가족들이랑 밥 먹고 있을텐데 오지도 못하고, 쩔쩔 맬 기성용을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그 남자애 너 진짜 좋아하나보다. 규환이의 말에 부끄러운 감정도 좀 더해지고,
" … 계속 말해봐. 기성용이 뭐래 ? "
" 지금 친척들이랑 밥 먹어서 가긴 힘들고, 연락되면 좀 알려달라고 하더라. 이말 하고 끊었지."
" 아…, 내가 전화해볼게. "
고마워, 웃는듯한 내 목소리에 이규환은 살짝 웃는듯 하더니, 내게 말했다. 아프지 말고, 아님 내가 너네 집으로 갈까. 오는건 좀… 규환이의 말에 거절하기도 그러고,
바로 승락하기도 그래서 가만히 있었더니 규환이도 뭔가 생각하는듯 말을 아끼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내가 했던 말 때문에 그러는거야 ?
" 아…그건 아니고, 그니까 "
" 그 일이라면 잊어도 돼 "
" 응 ?"
" 너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괜히 내가 힘들게 한거니까. 잊어 "
" … 그렇지만 "
" 너가 자꾸 신경쓰여 한다면 내 마음이 더 불편해, 우리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가자. 나도 노력할게 "
" … 알았어. 나중에 만날땐 전처럼 웃으면서 만나자 "
난 정말 친구 하난 잘 만난거 같다. 솔직히, 내가 규환이 입장이면 난 울고불고 난리를 쳤을거다.아마,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랑 사귄다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방해하려고
노력했겠지.누가 뭐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규환이를 보니 미안하다는 생각보다는 고맙다는 마음이 더 와 닿는다. 또한, 나를 다시 기성용과
이어준 역활을 해줬으니까, 옛날에는 내가 더 잘났다고, 나같은 친구 만난거 고마워 하라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나 엄청 우스웠겠네. 웃기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웃었더니 왜 그래 ? 하며 내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고마워 규환아.
" 고맙긴, 너 그 애 만나면서 엄청 감성적으로 변한거 같다, 나 팔에 소름돋아 "
" 참나, 무슨… 음,솔직히 말하면 살짝 그런거 같긴 해 "
" 하하, 농담하기는. 끊어, 빨리 전화해봐야지 "
" 알았어, 런던갔다가 오면 바로 연락할게. 나중에 보자 "
나중에 봐 - 나의 말을 끝으로 규환이와의 전화통화를 끝냈다.마음속에 있던 무거운 짐 덩어리가 조금 떨어져 나간것 같다. 규환이도 성격 좋고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야
할텐데. 뭐, 잘생기고 능력도 좋은데 성격마저 좋으니까 애인 생기는건 어렵지 않겠지. 떠오르는 규환이의 얼굴에 살짝 웃고는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치는데, 나 자신마저 깜짝 놀랐다. 원래, 전화번호는 핸드폰 보면 되지. 이런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외운 번호는 부모님 번호 밖에 없는데, 게다가 기성용이랑은 전화
통화도 얼마 안해봤는데, 벌써 외웠네. 이게 사랑의 힘인가. 참, 내가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규환이 말대로 내가 좀 변한거 같아서 혼자 실실 웃는데 전화기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 말을 하세요. 아 맞다, 나 기성용한테 전화 걸었지. 나야, 기성용.
" 나야, 기성용 "
" 야, 너 … 아 고모 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 "
늦은 내 전화에 화내려던 목소리는, 앞에 친척분들이 계셨는지 살짝 누그러지고는 잠시만 - 하고 들려왔다. 한 1분 소리가 안들리길래, 전화기만 귀에 가져다 대고
쇼파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 아 깜짝이야 , 고막 터지는줄 알았네… .
" 깜짝 놀랐잖아 "
" 깜짝 놀라고 뭐고, 너 그렇게 아팠으면 전화를 했어야지 "
" 전화 하려고 했는데 힘 없어서 그냥 쭉 잤어, 미안 "
" 그니까 내가 같이 있어준다고 할때 튕기지말고 같이 있지, 꼭 사람 걱정을 시킨다니까 "
걱정했다는 기성용의 말에, 할말도 없고 미안해서 미안, 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기성용은 내게 말했다. 미안한건 아냐, 가지도 못해서 얼마나 짜증났는데.
목소리만 듣는데도 툴툴 거리는 기성용의 얼굴이 다 보여서 안들리게 살짝 웃었더니, 용케 그 소리를 듣곤 짜증내며 말했다. 너 왜웃어, 난 진지한데.
" 아니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
" 어… 어 ? "
" 걱정 해줘서 고맙다고. "
" 뭐, 고마울꺼까지야 "
진지하다고 해서 진지하게 고맙다고 말했더니, 또 혼자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기성용, 무슨 개그하냐. 화냈다가 당황했다가 기뻤다가. 참 여러가지로 변하네.
말을 더듬는 기성용은 많이 본적이 없어서 더 당황하게 해볼까 , 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진지하게 말했다. 보고 싶어, 정말 .
" 어 ? "
" 보고 싶다고 "
" … 빨리 밥 먹고 갈게. 조금만 기다려 "
" 천천히 와, 오랜만에 친척분들이랑 누나 만났는데 좋은시간 보내고 나중에 와 "
" 너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기회가 흔치가 않은데, 내가 천천히 먹고 오겠냐. 빨리 갈게, 기다려. 좀 쉬고 있어 "
아니, 천천히 와도 된다니ㄲ…. 빨리 온다는 기성용의 말에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들리는건 기성용 목소리가 아니라 뚜뚜뚜, 하며 전화 끊긴 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성질 진짜 급하다니깐, 얘 성격에 밥 엄청 빨리 먹고 동료들이랑 약속 있다고 빠져 나올게 분명하다. 그냥 예상이 아니라, 거의 확실하다. 변명할게 뻔하지, 뭐.
다시 침대로 와서 누웠더니,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잠도 솔솔 온다. 기성용 오기 전까지만 자지 말고 그냥 눈만 , 딱 눈만 감고 있자.
*
" 아, 진짜 그릇은 자꾸 떨어지고 난리야, 짜증나게 "
아…잘자고 있는데 밖에서 우당탕 거리면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야, 너무 시끄러워서 눈을 떴는데 주변이 엄청 어둡다. 눈을 한번 비비고는 다시
시계를 봤더니 벌써 저녁 6시였다. 멍하니 시계만 쳐다보다가 문득 밖을 봤더니 누가 울기라도 하듯이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고. 이번 여름에 비 진짜 많이 오네…. 근데 나
6시간정도 쭉 잔건가. 이용대 너도 진짜 대단하다. 혼자 감탄하고 있는데 부엌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는 빗소리랑 우리집 밖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알았는데, 분명
집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어, 근데 지금 집에 있을 사람이 없는데…. 부모님 시골 가셨고 형은 친구들이랑 놀러간다고 해운대 갔고. 뭐지…. 괜히 소름이 돋아 팔을 한번
매만지고는 조심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부엌에 불이 켜져있는데, 너무 환해서 눈살을 한번 찌푸리고는 벽 뒤에 숨어 부엌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누군가, 하고
봤더니 왠 키 큰 남자가 냄비에 든 무엇인가를 젓고 있었다. 그리고는 뒤로 살짝 돌았는데, 어…. 기성용.
" 아, 이 맛이 아닌데. 왜 이렇게 싱겁지. "
쌀죽이 싱겁지, 뭐. 기성용은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엄청 안 어울리게 엄마가 하시던 분홍색 앞치마까지 해서 죽 맛을 보고 있었다. 진짜 대한민국 아줌마들 빙의다.
뒷모습이 보이는데, 뭔가 큰 덩치에 요리하는 모습이 안 어울리면서도 묘하게 괜찮다. 또, 죽 끓여주는것도 기특하고. 아프다고 진짜 달려와서 간호해주려고 그러는거 같은데.
6시밖에 안됬는데 친척들 다 보내고 나한테 와준거 같아서 친척분들께 죄송하면서도 고맙다. 나중에 다 밝혀져서 평생 먹을 욕 한번에 왕창 먹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이미 본이상, 다시 시간을 돌릴순 없는거고 그냥 자는척 하다가 감동받은척 해야겠다, 생각하고 한번 웃고는 다시 뒤를 돌아 방으로 가던 참이였다,
" 아 ! 아, 진짜 뜨겁네. 아 뜨거워. "
뭐야, 기성용 목소리에 뒤 돌았더니, 죽 끓이는 냄비에 데인건지, 손을 붙잡고는 후, 하고 불고 있었다. 저거 엄청 뜨거울텐데, 저 바보는 왜 저러고 있어.
깜짝 놀라서 감동먹은척 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기성용한테 달려갔더니 기성용도 깜짝 놀랐는지 멍하니 날 쳐다보며 말했다. 이용대 너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어.
방금, 짧게 대답해주고는 기성용을 끌고 가서 물을 틀고는 차가운 물에 기성용 손을 담가주었다.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기성용 자식아.
" 방금 깬거야 ? "
" 시끄러워서 깼다! 됬어 ?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
" 그런거야 ? 아 미안해, 조용히 죽 만드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되더라 "
미안한건지 머쓱한건지, 슬쩍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기성용쪽으로 얼굴을 돌려 한번 흘겨주었다. 미안할꺼까진 아니고, 너야 말로 언제 왔어.
내 말에 기성용은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어깨까지 쫙 피고 말했다. 밥먹고 바로 왔지, 도어락은 너가 저번에 비밀번호 알려준거고. 자랑이다. 이 화상아,
" 천천히 오라니깐, "
" 너 아픈데 밥이 넘어가냐, 너 지금처럼 밥도 안 먹고 잘거 아는데 "
우린 서로 너무 잘 안다니깐…. 가만히 있어, 기성용을 두고는 방으로 들어가서 화상연고랑 거즈를 가지고 나왔다. 답답이 기성용은 내가 뭐하나,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길래
수건으로 손을 닦아준다음 화상연고를 발라주었다. 많이 뜨거웠나보다, 벌써 물집이 생길려고 하네. 화상연고를 발라준다음, 거즈를 잘라서 붙여주다가 너무 조용한 기성용이
의아해서 쳐다 봤는데 날 보면서 실실 웃고 있다. 소름 돋게…. 왜 그렇게 봐, 우리 진짜 부부같지 않아 ? 개뿔이.
" 부부는 무슨 , 또 설레발 치네 "
" 아, 왜 여기서 애만 있음 … "
" 또 맞을짓 하지 !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거야. "
애 다섯명 키우려면 너는 물론 나도 죽을때까지 배드민턴 하고 살아야 한다니깐, 하고 말하니까 다 자기만 믿으란다. 무슨, 자기 몸도 간수 못하는애가. 애가 애를
키우는 꼴이겠다. 기성용의 말도 안되는 논리에 헛웃음을 짓고는 끓고 있는 죽을 저으러 가는데, 내 팔을 잡고는 인상을 찌푸린다. 또 왜,
" 넌 들어가, 이건 내가 할거야 "
" 손도 다친애가 무슨, 내가 …"
" 너 아파서 끓이는 죽을 서럽게 니 손으로 끓여야 겠냐, 내가 할게. 넌 가서 쉬고있어 "
" 괜찮다니깐 … "
" 아,좀 ! 내가 안괜찮아. 들어가 있어 "
내 등을 떠미는 기성용을 두고 가자니, 또 다칠거 같고 걱정되서 방으로 들어가면서 계속 쳐다봤더니 걱정마, 하며 웃으며 죽을 젓는다. 죽을 보고 저어야지, 저게 또
다치려고 내쪽보고 죽을 젓네…. 방에 들어왔는데 걱정이 되서 쉬긴 개뿔, 침대에 앉아서 무슨 소리가 나나 , 하고 귀만 쫑긋 열고 있는데, 한 30분 정도 후에 방문이 열렸다.
물론, 방문 앞에는 눈웃음을 치며 죽을 담은 그릇을 들고 있는 기성용이 보이고, 미안이라는 말과 함께. 너 때문에 웃음이 다 나온다. 얼굴은 포스있게 생겨서는 분홍색
앞치마나 하고 있고. 은근 소심하기까지 하다니깐.미안하긴, 됬어. 내 말에 다행이라는듯 한숨을 쉬더니 내 옆에 앉는다. 한번 먹어봐,
" 수저를 줘야 먹지 "
" … "
" 기성용, 수저를 줘야 먹지. 손으로 먹을까 ? "
" 싫어, 내가 먹여줄래 "
" 어 ? 또 뭔 소리야. 좋은말 할때 내놓으시지 "
수저를 내밀길래, 받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얄밉게 웃으면서 수저를 뒤로 뺀다. 야, 주라니깐. 툴툴거리는 내 목소리에 고작 한다는 소리가.
먹여줄래, 뭐 먹여줘 ? 내가 무슨 손을 못 쓰는것도 아니고… 달라고 손을 뻗었는데도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듯, 고개를 돌리는 기성용의 모습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입을 벌렸다. 그걸 원했다는듯, 웃으며 죽을 수저에 담더니 후, 하고 한번 불고는 내 잎에 넣어준다. 덤으로 내 머리도 한번 쓰다듬고,
" 어때, 맛있어 ? "
" 맛없어. 이자식아 "
" 아, 진짜 . 거참 성의없이도 말하네. 제대로 된 심사평좀 해봐 "
" 맛없다니깐 "
" 이용대, 너 진짜 "
" 푸하하하, 알았어. 맛있어, 잘 끓였네 "
그래 ? 다행이다, 내 말에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입에 죽을 넣어준다. 그냥 맛도 괜찮고, 원래 먹는건 잘 사양 안하는 성격이라서 묵묵히 받아먹는데, 한참 먹다보니까
다 먹었나보다. 우리 용강아지, 잘먹네. 또 강아지 취급을 하는 째려봐줬더니 기성용은 한번 웃고는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물이랑 하얀 봉투 같은걸 가져왔다.
저게 뭔가, 하고 봤더니 하얀 봉투에서 나오는건 다름아닌 많은 약들이었다. 약도 사온거야 ?… 괜히 감동먹어서 쳐다봤더니 머쓱한지 약을 내밀며 내게 말했다.
"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몰라서 감기약은 다 사왔어, "
" 많기도 많네 … "
엄청 많은 양의 약에 이거 다 먹으라고 ? 하고 물었더니 뭔가 생각하듯 하더니 내 이마에 손을 대더니 자기 이마에 손을 댄다. 엄청 뜨겁진 않네, 다행이다.
그 말을 뱉고는 약 중에서 무엇인가를 찾는듯 하더니, 두 약을 내 손에 쥐어주고는 물도 가져다 준다. 이거 두개 먹으라고 ?
" 응, 목소리 좀 안 좋은거 보니까 목감기랑 열 있는거 같은데, 우선 이거 먹고 나중에 병원 가봐 "
" 알았어 "
" 아침, 저녁 두 알씩이니까 꼭 챙겨먹어 "
기성용이 쥐어준 약을 물과 함께 먹고는 기성용을 멀뚱히 쳐다봤는데,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 열 좀 있는데 이마에 올릴 수건없어 ? 수건… 방에 있을텐데.
방을 둘러봤더니, 책상에 수건이 있어서 수건을 가르켰더니 그걸 가지고는 밖으로 나가더니 곧 화장실에서 물 소리가 났다. 별걸 다 해주네… 좋긴 좋다.
한 3분이 지났을까, 기성용은 젖은 수건을 가지고와 누워있는 내 이마위에 수건을 올려주었다. 내가 본 얼굴중에, 제일 진지한 얼굴이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해서 쳐다봤더니, 내 시선을 느낀건지 설핏 웃으며 내게 말했다. 한숨자, 한숨 자고 나면 좀 나을거야. 난 그릇 치우러 가야겠다. 잘자. 역시 애인있다는게 이런걸까.
가족도 없는데 이렇게 자상하게 챙겨주는 기성용이 고맙고 미안해서 방을 나가는 기성용을 불렀다. 성용아, 내 말에 놀란듯 쳐다보는 기성용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 성용아 "
" … 어 ? "
" 고마워 "
"… 이런거 가지고 뭘. "
*
죽 먹고 또 바로 잔건가. 너무 많이 잤는지 저절로 떠지는 눈에 시계를 봤더니 8시다. 또 2시간이나 잔건가… 몸도 찌뿌둥하고 잠도 다 깬거 같아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기성용이 없다. 간건가… 하고 거실로 나왔는데 역시, 기성용은 쇼파에 쭈구린채 잠을 자고 있었다. 자기 키가 몇인데 이 좁은 쇼파에서 잠을 자고 있대. 바람도 많이
부는거 같은데 와이셔츠만 입고 있길래 마이를 가져왔는데, 아까 설거지 하느라 다 젖은건지 축축하다. 설거지를 온 몸으로 했구만, 손은 어디다 두고.
마이를 다시 널어놓고는 방으로 들어가 얇은 이불을 가지고 나왔다. 이불을 덮어주고는 옆에 앉았는데, 머리 아파보여서 내 무릎 위에 머리를 올려줬더니 살짝 뒤척이는듯
하더니 다시 조용히 잘 잔다. 그동안에도 잘 알았지만 오늘따라 더 잘생겨 보이네…. 이쁜짓을 많이 해서 그런건가.
" 누나랑 판박이구만, 부모님이랑도 많이 닮았을라나 "
부모님 얼굴 한번 보고싶네. 기성용 얼굴을 손으로 쓱 흝는데 기성용의 입술이 내 손에 살짝 닿았다. 아, 깜짝이야. 아무도 안보는데 괜히 놀라서 손을 치웠다.
뭐,예전에 내가 당했으니까 잠시… 아주 잠시 간호해준 댓가로 뽀뽀… 정도는 괜찮겠지. 기성용은 잘 자고 있으니까 그냥 몰래 닿았다가 떼면 뭐라 할 사람 없겠지, 뭐.
심호흡을 한번 쉬고는 기성용의 얼굴에 다가갔다. 그리고는 살짝 입이 닿았는데, 마음이 간질거리길래 다시 떼려는데, 기성용의 손이라고 추정되는 것이 내 뒷통수를 잡고는
다시 입술을 부딪혔다.깜짝 놀라서 눈을 꾹 감고 있었는데 입술이 떼어지더니 기성용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 뭐… 뭐야 "
" 이용대, 엄청 적극적이네 "
" … 아 그게 "
" 뭐 간호해준 댓가 이런건가 ? "
" 더…더한건 바라지마 "
" 뭐래, 혼자 난리야 "
눈을 떴더니 날 보면서 실실 웃고 있다. 아, 진짜 타이밍 안좋다니깐…얜 언제 일어난거야.날 보는 기성용에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고 낯뜨거워서 쇼파에서 일어나려는데,
일어나려는 나를 붙잡고는 상체를 일으킨다. 그리고는 내 이마에 손을 대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다행이다, 열은 좀 떨어졌네. 다 내덕인거 알지 ? 평소라면 한대 때렸을테지만
그래도 기성용 덕이긴 하니깐, 그래 - 하고 웃었더니 똑같이 웃는다. 이 따라쟁이, 아. 근데 우리 런던 …. 내말에 기성용도 이제 생각났나보다. 아 맞다, 런던
" 너 저번에 감독님한테 혼났지 "
" 조금 ? 근데 어차피 어제 가나, 나중에 가나 뭐 스케줄만 안 늦음 되는거잖아. 누가 날 이기겠냐 "
" 자랑이다, 우리 내일 모레에는 가야지. 나 감독님한테 전화 좀 드려야겠다 "
" 그래, 그래야지 "
쇼파에서 일어나 감독님께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참 가는듯 하더니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용대지 ? 몸은 괜찮아 ? 날 걱정한듯, 걱정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죄송해졌다. 죄송해요, 감독님. 죄송하기는. 몸은 어때. 언제 올수 있어 ?
" 이제 괜찮아요 "
" 언제 오려고 ? "
" 내일 모레쯤이요, 오늘은 좀 늦었으니까 내일 짐 챙기고 내일 모레 아침에 일찍 출발할게요 "
" 그래, 그때보자. 아 잠시만, 재성이가 바꿔달라고 난리다 "
감독님과 웃으며 통화하는데, 옆에서 재성형 목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아, 감독님 저 좀 바꿔주세요, 아 진짜. 끊지 마시구요 ! 재성형의 목소리에 웃는데
감독님의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재성형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대야, 괜찮아, 아프다고 해서 걱정했잖아.
" 에이, 걱정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
" 인마, 쎈척하기는 "
" 진짜에요, 안아파요 "
재성형의 활기찬 목소리에 기분이 좋아서 실실 웃으며 통화하는데 기성용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쇼파에 걸터앉아서 날 흐뭇하게 쳐다본다.
감독님한테 문자했어? 입 모양으로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기성용을 보며 슬쩍 웃고는 재성형과 통화를 이어갔다. 얼른와, 형 심심해 죽겠다. 진짜
" 형수님이랑 통화하세요 "
" 무슨, 집사람 잠자기 바쁘다. 하여튼 얼른와, 아 감독님 "
" 왜그래요 ? "
" 국제전화 돈 많이 나간다고 얼른 끊으래, 아 알았어요 ! 용대야 끊을게. 내일 모레 보자 "
" 네, 나중에 뵈요 ! "
웃으며 통화를 끝내곤 전화기를 내려놨는데 기성용은 계속 웃을 심산인지, 날 흐뭇하게 쳐다본다. 아 왜 그렇게 봐, 자세도 웃기고 아래위로 날 흝어보는 기성용이
부담스러워서 말했더니 손뼉을 한번 치면서 내게 말했다. 너 진짜 딱이다. 그니까 뭐가 딱인데.
" 우리 부모님이 너 완전 맘에 들어하시겠다 "
" 어 ? 갑자기 무슨소리야 "
" 엄마가 어른한테 싹싹하고 잘 웃고 키 크고 이쁜 사람 데리고 오랬거든 "
" 무슨, 내가 이쁘냐 "
" 이 정도면 이쁜거지 ! 뭐, 너 데려가면 좋겠다.우리집에 인사하러 가자 "
갑자기 상견례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성용을 한번 흘겨보고는 새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대로 청혼이나 하시고 그런 얘기 하시지.
내 말에 나한테 달려와서는 내 손을 잡으면서 한다는 말이, 진짜 청혼하면 받아줄꺼야 ? 란다. 난 거대하고 스케일 큰 이벤트 아님 택도 없을텐데.
" 알았어, 내가 세계제일로 해줄게 "
" 농담은, 얼른 마이입어 말랐겠다. 얼른 집에 가야지, 누나 기다리겠다 "
" 말 돌리지 말고, 진짜 받아주는 거다 "
" 아, 알았다니깐. 나가자 "
진짜 세계제일로 해주려는건지 굳은 다짐을 하는 기성용의 모습에 어이없어서, 그냥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우산과 가디건을 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안 데려다줘도 돼,
너 아프잖아, 하며 말을 꺼내는 기성용에게 공원까지라도 간다며 나섰다. 쟤는 내가 무슨 한 발자국도 움직이면 안되는 환잔지 아나… 나를 은근 병자 취급하네. 저놈이,
아파트 앞까지 나와서 비가 오길래, 우산을 필려는데 내 손을 제지하고 내 어깨를 끌어안고는 자기 우산을 피고 말했다. 같이 쓰고 가자,
" 나 우산도 있는데 "
" 연인끼리는 다 이러는 거랬어 "
" 어디서 본건 많아가지곤, 우산 니 쪽으로 해 "
얘가 우산을 같이 쓰자고 하긴 했는데, 일방적으로 내 쪽으로 기울여줘서 기성용 오른쪽 어깨는 집에서 나온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 반쯤 젖어간다.
저거 수트인데 잘못되면 어쩌려고… . 우산 너 쪽으로 해도 괜찮아. 괜찮아, 이정도 가지고 뭘. 넌 우산을 쓰는게 아니라 그냥 다 맞는거야. 나 우산도 있는데 미안하게….
걷다보니 공원까지 다 와서, 내 우산을 펼치곤 봤더니 헐, 기성용 왼쪽은 거의 다 젖었다. 어떡해….
미안한 마음에 빗물을 털어줬더니 괜찮다는듯 웃는다. 나 간호해주려다가 너가 몸살 나겠다. 이러다가 돌고, 돌고 , 도는거 아닌가 몰라,진짜.
" 얼른 가, 너 감기 걸리겠다 "
" 내 걱정 말고 너 걱정이나 해, 얼른 들어가 .춥다 "
" 알았어, 들어갈게 "
" 응, 잘가 "
" 들어가라니깐 "
" 너 가는거 보고 갈게, 먼저 가 "
또 날 여자 취급하는 기성용이 이제 진짜 익숙해진걸까….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기성용도 웃으며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고.
오늘 하루 진짜 기성용한테 고맙다. 아픈데 아무도 없었다면 눈물 콧물 쏟을뻔했다. 괜시리 더 고마워지는거 같길래 보답이라도 해줘야겠다, 하고 뒤를 돌았다.
내 모습을 보던 기성용은 왜, 하며 외쳤고 나는 대답하지 않은채 기성용에게 다가갔다. 기성용 앞까지 갔는데 기성용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무슨일있어 ?
주변을 둘러보는 내 모습에 왜 그러냐니까, 하며 말하는 기성용의 모습을 보다가 입을 떼었다. 고개 좀 숙여봐,
" 고개 ? 왜 ? "
" 좀, 빨리 . "
" 알았어, 됬ㅈ… "
" 우산 씌여줘서 고마워. 이건 보답 "
고개를 숙이는 기성용의 모습에 우산으로 가리고는 재빨리 볼에 뽀뽀를 했다. 그리곤 바로 뗐는데, 기성용은 놀란듯 멍하니 날 쳐다봤다. 좀, 반응을 보여보라니깐.
저러고 있으니까 더 민망해진다. 달아오르는 내 얼굴에 기성용한테 인사따윈, 곱게 접어버리고 집을 향해 뛰었다. 뭐, 뛰는거라고 해봤자 빠른 걸음 뿐이지만.
뒤는 못 돌아 보겠고, 보답이 뭐야, 보답이 진짜….남사스러운 짓을 한 나를 욕하며 가는데 뒤에서 기성용 웃음소리가 들렸다. 조심히 가,
" 조심히 가, 넘어지겠다 "
" 되… 됬어 ! 얼른 가 "
기성용의 얼굴은 못 쳐다보겠어서 대충 대답만 한뒤 뛰는데. 한참 웃던 목소리가 들리더니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일 있으면 연락해 , 용대야 "
연락은 무슨…. 쪽팔려서 몇년동안 연락 끊고 싶어 !
저 전 아이디 탈퇴하고 새로운 아이디라 필명 바꾼건 알고계시져 !
오늘도 내용은 그닥 ㅠㅠㅠㅠㅠ 길긴 기네영 !!!!!!
8시에 올린다고 했는데 지금 올려서 ㅠㅠㅠ 내용 길게 했으니깐 화풀어영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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