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보답이 뭐야, 보답이 진짜… "
아프면 꼭 연락하라는 기성용의말에 대꾸도 안하고 이 비오는 날 집까지 뛰쳐들어왔다. 와서 얼굴보니까 이건 인간 얼굴이 아니라 인간 고구마가 하나 탄생한듯한느낌.
보답이라는 그런 어이없는 말은 어디서 나온거지…우산 씌여줬으면 그냥 고맙다고 말을 하면 되지, 꼭 . 이러니까 기성용이 하루가 지날수록 능글거림이 수직상승 하는건데
원인을 제공하고선 막상 능글거리면 욕하고. 답 없는 놈은 내가 아니라 기성용이다,사실. 어쨌든 내일 모레 런던을 가려면 따로 가더라도 옆 좌석이라서 같이 가야 할거고
기성용은 오늘 일 가지고 죽을때까지 보답드립을 치겠지… . 아 걱정이다, 시간은 어느새 30분정도 흘러 9시가 되가는데 젖은 몸을 닦을 생각도 안하고 멍만 때리고 있다.
그렇게 한참 멍을 때리는데, 집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전화할 사람 없는데, 누구지… .
*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
전화를 받으려고 전화기를 잡았는데, 발신인에 뜨는건 다름아닌 기성용 번호였다. 헤어진지 30분정도 밖에 안됬는데, 집에 들어가서 전화 하는건가.
괜히, 또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설마 아까 일로 장난하려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 그러면 전화고 뭐고 수신차단 해버릴꺼야, 진짜.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 어 나 기성용이야 "
" 응 알아, 근데 왜 ? "
" 아씨, 진짜. 이용대 미안한데 잠시만 끊지말고 기다려, 아 엄마 ! "
전화를 받으면 능글맞은 목소리나 웃으며 통화할줄 알았는데, 지금 기성용 목소리는 좀 불만이 있는듯한 툴툴거리는 목소리였다. 왜 저러지, 누나랑 안좋은일 있었나.
근데 방금 엄마라고 한거 같은데. 부모님 독일에 계시지 않나… . 무튼, 기성용이 전화 끊지 말래서 전화기만 붙들고 기다리는데 얼마나 크게 얘기하는지 목소리가 다
샌다. 아, 엄마 그냥 그만해. 이용대 감기 걸려서 아프다고 하는데. 응? 왜 내 얘기가 나오지. 뭘 또 그만하라는 거고. 혼자 생각하는데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용대, 진짜 미안한데 "
" 응 ,무슨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 "
" 아 그게, 아 엄마 ! 통화좀 하자니깐 왜 애를 부르겠다고 난리야 "
자꾸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기성용의 목소리에 답답해져왔다. 아니, 그니까 뭐가 미안한지 알아야 용서를 해주든, 넘어가는 할거 아니야. 전화해선 뜬금없이 미안하대… .
기성용한테 미안함의 원인을 들으려고 하는데 진짜 어머니가 오신 건지, 옆에서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근데 싸우는 이유가 나 때문인거 같은건 내 착각이겠지, 아닌가.
기성용이 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기에선 어머니와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누나가 좋다잖아. 얜 안된다니깐, 글쎄. 그니까 왜 안되냐고 .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답답해지는 느낌에 기성용, 하고 살짝 불렀는데 전화기를 내놓으라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내게 말하는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용대군 맞죠,
" 용대군 맞죠 ? "
" … 네 ? 네, 맞아요. 기성용 어머님 되시는분… "
" 아, 맞아요. 저 성용이 엄마에요 "
" 아 , 네 … 네 ! 근데 무슨일로 … "
" 오늘 우리 가족 9시반에 레스토랑 예약 했는데 같이 식사할 수 있어요 ? "
" 네 ? 아, 저 "
뭐지 이건, 엄청난 급전개인듯한 느낌이다. 물론, 어머님께서는 내가 금지옥엽 기성용과 사귀는걸 모르고선 식사를 초대하는거겠지만, 물론 아신다면 호의적이지 않겠지.
그래도 이미 다 아는 내 입장에서는 엄청 민망하고 긴장된다. 그렇다고 이 밤에 없는 약속 있다고 지어냈다간 나중에 사실을 아셨을때 미운꼴 보인게 되겠지, 어떡하지.
뭐라 할말이 없어서 그냥 웃기만 하는데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왜그래. 얘한테 무슨말을 하려고. 그니까 말이야,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날 부르는 걸까.
" 기성용 넌 가만히 있어. 같이 식사할래요 ? "
" 아… 근데 가족끼리 하는 저녁식사인데 쟤가 , "
" 그건 괜찮아요. 상아도 다 동의한거고. 남편은 아직 독일에 있고 "
" 근데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계신건가요 ? '
" 그런건 아니고 그냥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그럼 같이 가는걸로 알게요 "
9시반까지 시크릿가든이라는 레스토랑 알죠, 거기서 봐요. 아, 알겠습니다. 이미 약속한 이상 안나갈수도 없고 해서 짧게 인사를 하고는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순간,
반대편에서 나 바꿔줘, 하는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한테 할말 있구나 싶어 놓으려고 했던 전화기를 다시 집었는데 기성용은 한참동안 조용한듯 싶더니 내게 말했다.
미안한데, 우선 만나서. 좀 있다가 보고 말할게. 너가 미안할게 뭐있어, 뭐 우리가 잘못한것도 아니고.
" 미안하긴, 너 너무 미안하단 말 많이 하는거 같은데 ? "
" … 그래도 "
" 괜찮아, 우리 사이 아시고 그러는것도 아니고 그냥 저녁 같이 먹자는건데 뭘, 좀 있다가 보자 "
" 그래, 알았어. 이용대 고마워 "
" 고맙긴, 레스토랑 앞에서 보자 "
기성용과의 전화를 끊은뒤, 서둘러 옷을 입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가는거고 처음으로 얼굴 뵙는건데 평범한 사복차림은 좀 무례해 보일수도 있겠지, 수트 입어야겠다.
맨날 운동하느라 유니폼 아님 편한 사복을 입었는데 오랜만에 수트 입으니까 아빠 옷을 입은듯한 그런 어색한 기분이 든다. 지금 입고 또 언제 입으려나 모르겠네, 참.
옷을 다 입고 머리를 정리하니까 9시 10분이었다. 걸어가거나 택시를 잡기엔 시간이 걸릴거 같아서 오랜만에 차키를 꺼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오늘 새로운일 많이 하네.
차에 시동을 걸고, 레스토랑을 향해 출발했다. 분명 운전을 하고 있는데, 이미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있는듯한 느낌이다. 운전하다가 옷 매무새 한번 다듬고 머리 만지고,
이러다가 사고 나는거 아냐 ? 사고 나면 안돼지. 다시 한번 떠나간 정신을 잡고 운전에 집중하였다. 제발 좋은 인상 남겨야 할텐데…
*
떠날법했던 정신을 가까스로 몇번 부여잡고는 정신없이 운전 하다보니, 어느새 시크릿가든에 도착했다. 아직 대기하는 차가 없는걸로 보아, 도착한거 같지는 않다.
시간은 9시 32분. 차에서 내려서 차 들어오는 입구쪽만 쳐다보고 있는데, 삐까뻔쩍한 차가 한대 들어섰다. 그 차에 내 차 옆에 주차를 하는데, 안에 기성용이 보였다.
괜히 위축되네, 기성용네 차 앞으로 가서 문을 열어드렸더니, 제일 먼저 나오는건 기성용의 누나였다. 좀 신경을 쓴듯해 보였다. 그러면 뭐해, 그 술취한 모습이 내 머리에… .
그 다음은, 기성용이 나왔고 마지막으로는 어머님이 나오셨다. 엄청 쎄게 생기신 얼굴은 아닌데 옷을 고급스럽게 입으셔서 그런가 살짝 무서워진다. 정말 살짝.
기성용은 아까 젖은 수트 말고 딴 회색 수트를 입었는데, 옷은 그렇게 멋있게 입어 놓고선 표정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지 툴툴거리며 날 쳐다본다. 표정 좀 풀어,
" 또 뵙네요, 오늘 그렇게 가셔서 살짝 서운했어요 "
" 아, 죄송해요. "
" 아 엄마, 여기 성용이 친구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용대씨 "
" 아, 반가워요. 실물이 훨씬 잘생겼네 "
" 안녕하세요, 칭찬 감사합니다 "
기성용의 누나라고 계속 부를순 없으니까, 상아씨. 그래, 상아씨가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걸어왔고 다음엔 어머님과의 인사를 했다. 내가 너무 굳어있었던건지, 어머님은
긴장 풀라며 농담을 하셨고 분명 난 웃고 있는데 입가에 경련이 일어난다. 나 왜이렇게 긴장하니… . 인사도 마쳤겠다, 뻘줌하게 서있는데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이러지 말고, 우선 들어가요. 어머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레스토랑으로 향하는데,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아서 봤더니 기성용이었다. 왜, 할말 있어 ? 말해봐.
" 이용대, 너 수트도 입었냐 , 아 이러면 안되는데 . 엄마가 널 너무 좋아해 "
" 그럼 잘보이고 좋은거 아냐 ? "
" 아니, 나랑 너를 좋게보는게 아니니까 그러는거지… 아, 나도 모르겠다 "
" 무슨 소리야, 너무 걱정하지마 "
" 내가 진짜 무슨 고생이야, 미치겠다 "
좋게 봐주시면 좋은거지, 뭐. 기성용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더니 할말이 있다는듯 입을 뗐다가 다시 입을 다물더니 혼자 궁시렁 거린다. 나 지금 무슨 외계인이랑 소통하니,
말해줄거 같지도 않고, 기성용 자신도 말하면서 무슨 소린지 잘 몰라하는거 같길래 웃으며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마, 안 좋은일 생기진 않을거야.
내 말에 기성용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걱정하지 말라는듯, 고개를 끄덕여 줬더니 내게 말했다. 근데 진짜 너 왜 부르신 걸까,
" 그니까, 나도 궁금하네 "
"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오늘 엄마 갑자기 아빠 두고 혼자 귀국하셨거든 "
" 응 ,그런데 "
" 와서, 누나가 너 얘기를 했나봐. 그러더니 같이 밥 먹자고 부르라고 하시더라 "
" 누나가 왜 내 얘길 하셨대 "
" 확실히 모르겠어, 나도 답답하다. 진짜 "
기성용의 말에 나도 같이 한숨이 나온다. 얘가 너무 우울해 하니까 나도 우울해 지는거 같고, 기운이나 차릴겸 어깨에 힘을 주고 걱정마, 하고 말을 꺼냈는데
이미 레스토랑 입구까지 들어간 상아씨와 어머님이 빨리 와, 하며 말하는게 희미하게 들린다. 얼른 들어가자 기성용,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 - 응, 알았어. 고마워
*
" 고마워요, 용대씨 "
" 고마워요. 용대군은 얼굴만 잘생긴지 알았는데 예의도 바르네 "
" 하하, 뭘요. 감사해요 "
레스토랑에 들어와서 의자에 앉으려는데, 의자를 빼드리는게 예의라 의자를 빼드렸더니 흐뭇하게 웃으시면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기성용 어머님이다. 한번 웃어보인 다음
기성용 옆자리에 앉았다. 반대편엔 상아씨와 어머님이 앉았는데, 밥 먹으면서 체하지는 않겠지. 원래, 이렇게 긴장하고 그런 성격 아닌데. 잘보여한다고 생각하니까 한없이
긴장된다. 손에 땀도 차는것 같고, 무엇보다도 내게 할 말씀이 있다는 어머님의 말이 제일 신경쓰인다. 걱정하지 말라 해놓고선 내가 걱정 하고있네 ….저기, 어머님.
내 말에 상아씨와 얘기 하던 어머님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다.기성용도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아, 저기 할 말씀 있으시다고 했는데 그 할 말이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
" 우선 음식 오고 먹으면서 얘기해요, 시간도 널널한데. 아니지, 약속 있어요 용대군 ? "
" 네 ? 그건 아니지만 … 네. 천천히 얘기하세요 "
" 그래요, 그럼 "
어머니의 말씀에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는것 같다. 이러다가 어디 아픈 사람처럼 보일까봐 저기 실례좀,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좀 씻고 긴장이나 풀자 해서 화장실로
가는데,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기성용. 계속 불렀는데 왜 대답안해, 하며 뛰어온다. 쟤는 왜 나왔대 …. 그래도 기성용 얼굴보니깐 좀 긴장이 풀린다.
" 왜 나왔어 ? "
" 너 너무 긴장한거 같아서, 나한테 긴장 풀라던 사람이 누군데 "
" 아 … 하하, 그래 ? 자꾸 막 손에 땀이 차네 "
화장실로 들어와서 손을 씻는데 기성용은 옆에 서서 날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다. 무슨 볼일 있어서 나온거 아니야 ?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손을 다 씻은다음
휴지로 손을 닦고 나가자, 하고 나가려는데 손을 덥석 잡는다. 사람이 없는건 알지만, 그래도 신경쓰여서 풀라고는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기성용은 날 보며 실실 웃는다
얘가 무슨 너무 긴장을 해서 해탈을 했나 …. 기성용의 웃는 얼굴에 영문을 몰라 쳐다보기만 하는데 귀를 가까이 대보라는 손짓을 해댄다. 아, 왜. 뭐 하려고. 내 말에 얼른,
하며 재촉하길래 할수 없이 기성용쪽에 귀를 댔는데, 기성용은 나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긴장하지말고, 다 잘 될거야. 우리 그렇게 믿자. 우리 둘은 무슨일 있어도 서로 믿자.
*
기성용과의 은밀하다면, 은밀하다고 할 수 있는 대화를 끝낸 뒤, 아무일 없다는듯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온듯 좋은시간 되세요 - 라고 말하는
직원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렸다. 자리에 앉았더니, 어머님은 웃으며 먹으라는 손짓을 하셨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 아, 맞다. 저거 썰어드려야지 "
" 어? 어, 맞다 "
스테이크를 다 썰고, 먹으려는데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깜빡하면 놓칠뻔했다. 기성용의 매너있는 모습에 한번 웃고는 나는 상아씨, 기성용은 어머님의
스테이크가 담긴 그릇을 앞으로 가져와 썰었다. 다 썰고나서 앞으로 가져다 드렸더니, 어머님은 나와 기성용을 한번씩 번갈아 보시더니 입을 떼셨다.
" 용대군 어머님은 이런 아들 낳으셔서 참 좋으시겠어요, "
" 네 ? 감사합니다. "
" 아, 엄마는. 먹으라면서 자꾸 말을 걸어. 얘 체하겠다 "
" 인석아, 알아서 할거니깐 너나 맛있게 먹어 "
아, 진짜. 기성용은 어머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퉁명스럽게 스테이크를 입에 쑤셔넣었다. 기성용, 저러다가 체해서 또 약먹으려고 저러네 …. 입에 무작위로
넣어대는 기성용이 걱정스러워서 와인은 안마신다길래, 물을 따라줬더니 날 쳐다본다. 천천히 먹어 - 웃으면서 얘기했더니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린다. 장난스럽기는,
" 우리 성용이랑 언제부터 친했어요, 많이 친해보이던데"
" 아 … 그게 올림픽 기간동안 옆 숙소 써서 어쩌다보니 친해졌어요 "
" 이것도 운명인가 ? 성용이 옆에 든든한 용대군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
" 에이, 제가 뭘요 "
그럼 운명이지, 내 옆에서 만족한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기성용을 한번 흘겨봤더니 왜, 운명이잖아. 란다. 꼭, 저런말은 놓치지 않고 대꾸해댄다니깐.
어머님도 기성용이 웃긴지 그냥 웃으시길래 같이 웃었더니 갑자기 다시 나를 쳐다보시더니 여쭤보신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요 ? 네 … ? 말씀에 웃던 기성용도 정색.
" 네? "
" 이렇게 잘생기고 능력도 좋고 그러면 이상형 있을거 아니에요 "
" 아, 그게 … 딱히 이상형이 있다기 보다ㄴ … "
" 아, 엄마 내가 이용대 이상형 잘 알아 "
" 응 ? 너가 ? "
뜬금없는 기성용의 말에 놀라서 쳐다봤더니, 진짜 뭔가 안다는듯 희미한 미소를 띄운다. 너가 내 이상형을 어떻게 알아. 내 눈빛을 보고 씩 웃어보이더니 얘기를 꺼낸다.
도대체 뭐라고 하려고 …난 너의 한마디 한마디가 솔직히 좀 두려워. 엄청 기대하시는 어머님 눈빛도 좀 두렵고.
" 우선, 키가 엄청 커야되고 등치 좀 있고 거친 스타일 ? 을 좋아한대 "
" 어 ? 용대군 정말 그래요 ?"
" 네 ? 아 뭐 … 그냥 그런편이죠. "
" 엄청 참한 아가씨 좋아할줄 알았는데, 잘못 짚었네 "
기성용 진짜 …. 저거 자기 말하는거 아니야 ? 키도 191이면 엄청 크고, 등치 크고 욕도 잘하고 싸움 잘하는 거친스타일. 에이 , 뭐야 . 딱 자기 얘기 하는거잖아. 참나,
기성용의 어이없는 논리에 웃음이 나와서 풉, 하고 웃었더니 자기도 말하고 어이없는지 헛웃음을 친다. 내 이상형 누구 때문에 완전 이상하게 잡혔잖아. 뭐야 기성용.
다만, 어머님과 상아씨만 의외라는듯 서로를 쳐다보다가 어머님은 말씀 하셨다. 그럼 지금 여자친구도 그런 스타일이에요 ? 여자친구는 아닌데 … 하여튼 어떻게 아시지.
" …여자친구요 ? "
" 아, 용대씨 죄송해요. 말 안한다는게 그만 … "
" 괜찮아요. 그건 그런데 … "
" 아, 누나는 왜 그런걸 말하고 그래 진짜. 가만히 있음 되지 "
" 기성용, 너 누나한테 화난거 있어 ? 얘가 왜 오늘따라 방해야 "
여자친구가 있냐는 말에 말도 못하고 벙쪄서 가만히 있는데 이번엔 남매끼리 싸운다. 이건 뭐, 둘다 성격이 비슷한지 누가 져줄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듯 보였다. 그 동생에
누나네 뭐, 둘이 싸우는것만 멍하니 쳐다보는데 어머니는 심호흡을 한번 쉬시더니 내게 말씀하셨다. 우리 상아가, 용대군 마음에 든다는데 솔직히 어떻게 생각해요 ?
… 네 ?
" 우리 상아 정도면 학력도 좋지, 얼굴도 이쁘지, 성격도 이정도면 모난구석 없는 앤데 "
" 아, 엄마는 … 용대씨 신경쓰지 마세요 "
" 뭘 신경쓰지마, 마음에 든다고 말해놓고선 , 얘가 "
" 이용대 애인 있다니까 그러네, 엄마 누나 지금 애인있는 사람을 뺏겠다는거야 ? "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어머니와 상아씨 두분은 나를 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기성용은 혼자 발악을 해대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고 있고. 엄마, 나 어떡해 ….
그렇다고, 단칼에 싫다고 거절할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골키퍼 있다고 공 못차나, 해 볼수 있는거지. 잘 생각해봐요, 용대군.
어머님 …. 지금 옆에 그 골키퍼 있어요. 아, 나 여기 왜온거지. 상아씨랑 이렇게 엮일준 몰랐는데 … 이게 현실일 뿐이지 아침드라마랑 다를거 하나도 없다. 진짜 미치겠다.
" 애인 있다는건 아는데, 한번 생각해봐요. "
" 아, 어머님 그게요 … "
" 아, 엄마 ! 이용대 애인 있다고. 딴 사람 찾아보라니까 "
" 넌 오늘따라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응 ? 왜, 용대군 어디가 마음에 안들어 ? "
아, 그게 아니라 ! 기성용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인지,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때 너네집에 찾아간 내 죄다. 진짜 …. 말할수도 없고 어떻게 변명을 할까. 생각하는데
기성용은 뭔가를 결심한듯 벌떡 일어서더니 어머님을 불렀다. 너 무슨 얘길 하려고 …. 놀란 내 얼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엄마, 하고 어머님을 부른다. 어머님은 왜그러냐는
식으로 쳐다보셨고, 기성용이 입을 떼던 참이였다.
" 아, 몰라 다 밝힐거야 "
" 기성용, 너 진짜 … "
" 엄마, 나 사실 이용대랑 … 웁 ! "
" 하하, 어머님. 성용이가 할말이 있다고 해서 … 잠시만요 "
" 그래요, 갔다와요 "
한발 늦었음 큰일날 뻔했다. 사귄다는 얘기까지 나갈뻔했네, 말하려는 기성용의 입을 막았더니 풀라고 발악을 해댄다. 아씨, 얜 왜 이렇게 키가 커서 , 불편해 죽겠네.
영문을 모른다는듯 우리를 쳐다보는 상아씨와 어머님을 향해 어색하게 웃어보이고는 기성용의 입을 막고 등을 밀면서 질질 끌고 레스토랑 입구로 나왔다.
끌고 나와서 입을 막았던 손을 푸니까 다시 들어가려는 기성용의 팔을 붙들고 말했다. 너 도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어.
" 그럼 끝까지 숨길까 ? 지금 엄마가 저렇게 나오시는데."
" 그래도 … "
" 그냥 말해버리자고, 엄마 끝까지 너랑 누나 엮으려고 할거야 "
" 그럼, 저기 사람 많은곳에서 우리 사겨요. 하고 말하려고 ? "
그러지 뭐, 하며 속편한 소리를 하는 기성용의 등짝을 한대 때려줬더니 나를 노려본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였으면 말하고도 말했지. 근데 그렇게 편한 문제가 아니잖아,
물론, 상아씨와 나를 엮으려고 한다고 쳐도, 지금 말하는건 상황만 악화될거다. 금이야 옥이야 열심히 키운 아들이 왠 남자랑 사귄다면 가만히 있을 부모님이 계시겠어,
" 속편한 소리 하지마, 우리 말하는 순간 끝이야 "
" 어차피 말할거 지금 말해, 죽이려고 하면 국가대표 다 때려 치우고 산속에 들어가서 살지, 뭐 "
" 야 ! 그렇게 쉬운 문제였음 이미 하고도 남았어 "
" 그럼 어쩌자는 건데, 너가 내 청혼 받아준다며 "
지금 청혼이고 뭐고, 집안 뒤집어질텐데. 우선 허락을 맡아야 청혼도 받고, 같이 결혼을 하던가 잠적을 하던가 하지. 그건 나중의 일이야, 기성용 이 바보야.
빨리 말하고 끝내자라는 식으로 말을 내뱉는 기성용의 모습에 할말이 없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 그럼 어쩌자는 건데 … "
" 천천히 하자, 부모님한테 갑자기 말씀드리면 충격 엄청 클거야 "
" 그럼 어떡해, 난 너가 자꾸 끌려다니는 꼴 보기도 싫고, 이렇게 변명하면서 당황해하는건 더 싫어. "
" 나도 힘들어, 그건 아는데. 그래, 물론 언젠가는 우리 사이를 밝혀야 겠지 "
" … "
" 근데 지금은 아니야, 우선 부모님들께 얼굴 많이 보여드리고, 그런 다음 말하자. 급한거 아니잖아, 응 ? "
내 말에 기성용은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미안, 나도 확 말해버리고 싶지만 아직은 아닌거 같아. 우린 아직 나이도 어리고, 국가대표라는 직업도 있으니까 책임있게
끝낸다음,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신뢰하게 됬을때 말하자. 내 말에 화가 좀 누그러진듯 보이지만 아직도 짜증이 나는지 툴툴대며 기성용은 말했다.
" 그래, 니 말의 의도는 알겠는데, 아 난 진짜 너랑 누나랑 그런거 보기 싫다, 정말 "
" 그렇게 싫었어 ? "
" 왜 웃어, 난 진지한데 "
" 알아, 나도 불편하긴 하지만, 솔직히 아직 우리 벌써 결혼문제 따질때는 아닌거 같고 서로를 더 알아간 뒤에 "
" 알아간 뒤에 , 뭐 "
" 그 다음에 말씀 드리자. 우리의 진심이 보인다면 결국 두손 두발 다 드시겠지 "
알았지? 웃으며 손을 잡아주자, 뭔가 생각하는듯이 먼곳을 쳐다보다가 내게 말했다. 알았어, 너 말대로 해.
" 고마워, 기성용 "
" 뭐가 고마워 "
" … 그냥 다. "'
" … 나도 "
" 하하, 참나. 우리 빨리 들어가자, 기다리시겠다 "
" 응 "
*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 어디 갔나왔냐고 물어보시는 어머니의 말씀에 기성용은 웃으며 말했다. 할 얘기 있어서, 잠시 나갔다 왔어.
이제야 기분이 좀 풀렸나보네, 안도감에 슬쩍 웃는데 갑자기 좋아보이는 기성용의 모습에 상아씨와 어머님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을 주고받고 계셨다.
죄송해요, 말씀 못해드려서 …. 이제야 기분이 제대로 풀렸는지 웃으며 잘도 먹길래, 와인 한잔 마시고는 흐뭇하게 쳐다봤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신 어머님은.
" 둘이 잘 어울리네 "
" 네 ? "
" 미안하지만, 용대군이 여자였으면 진짜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겠네. 미안해요, 주책맞게 "
" 아, 아니에요 "
예전에도 한번 그 소리를 들은거 같은데, 아니다 두번이다. 부모님한테 한번, 꼬마애 할머니한테 한번. 그때는 좀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뜻 같지도 않다.
그냥 웃고 넘기려는데, 한층 기분이 업된 기성용이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저번에 용대네 간적 있는데 어머님도 그 소리 하셨어. 그치, 용대야 ?
용대는 무슨 … 평소처럼 야 아님 이용대라고 하지. 어머님은 그런 모습 마저 흐뭇하게 보시는데 실상을 아는 나는 그냥 웃기만 했다. 그냥, 억지로, 나중에 보자, 기성용.
" 다 먹었어 ? 용대군은 많이 못먹었네, 미안해요. 내가 말을 많이 시켜서 "
" 아 , 아니에요. 오늘 입맛이 없었던거 뿐이에요. 잘 먹었습니다 "
" 그렇다면 다행이네, 어머. 벌써 10시가 넘었네. 빨리 들어가 봐야 겠다 "
벌써 10시 반이다. 가서 런던갈 짐도 챙기고 좀 치우고 해야겠네. 때마침 자리에서 일어서는 어머님을 따라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고 어머님은 대기시킨 차 문 옆에 서더니
말씀 하셨다. 데려다 줄까요, 집 방향도 그리 다른거 같지는 않던데. 아, 저 차 가지고 왔어요.
" 와인 좀 마셔서 안될텐데 … "
" 아 , 맞다 "
" 아 엄마, 내가 데려다 주고 올게. 어차피 난 와인도 안마셨으니까 "
" 아, 괜찮은ㄷ … "
" 사양하지 말고 성용이 말대로 해요, 성용이 넌 조심히 운전하고 용대군 잘 가요, 나중에 꼭 다시 봐요 "
" 네, 어머님 조심히 들어가시구요. 상아씨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녁 맛있게 먹었습니다 "
" 네, 나중에 뵈요. "
두 분은 차를 타고 유유히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희미해져가는 차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나를 툭치며 가자, 하는 기성용의 말에 차 키를 꺼내 시동을 걸곤 조수석에 앉았다.
기성용은 역시 해외에서 뛰며 운전을 많이 해서 그런가, 운전이 익숙한듯 자연스레 자리에 앉고는 차를 몰았다. 근데, 오늘 많은 수모를 겪어서 그런가 기성용이 살짝 피곤해
보이길래, 걱정스럽게 쳐다봤더니 왜 쳐다봐, 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 안 피곤 하겠어 ? 그냥 콜택시 부름 되는데 … "
" 가까운데 뭘, 근데 너 몸은 괜찮아 ? "
" 응, 너가 준 약이랑 죽 먹었더니 이제 안아파. 뭐, 고마워 "
고맙다는 내 말에 나를 슬쩍 쳐다보곤 웃길래 따라 웃어주고는 창문을 바라봤다. 여름이라서 그런가, 더워서 그런지 밖으로 놀러나온 사람이 많다. 차가 살짝 막히길래
좀 눈이나 붙일까, 하고 눈을 감았는데 어느새 잠든것 같다. 옆에서 또 자냐, 하면서 웃는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린것 같기도 하다 ….
*
" 으음 …기성용, 다왔어 ? "
" … "
" 기성용 ? "
한참 잘자는데, 살짝 추운거 같아서 눈이 떠졌다. 차가 우리집 앞에 세워져 있길래, 뭔가 하고 기성용을 봤는데 옆에서 팔짱을 낀채 잠을 자고 있는 기성용이 보인다.
다 왔음 말을 하지, 왜 여기서 잔대 …. 기성용, 하고 살짝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살짝 흔들었더니, 조금씩 눈을 뜬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자고 있어.
" 너 자길래, "
" 깨우면 되지. 너 피곤하겠다 "
" 너무 잘 자고 있길래, 깨우기 미안하더라 "
" 그냥 깨워두 되는데 … 미안 "
" 뭘, 나도 어차피 좀 잤는데 "
시계를 봤더니 11시 20분 이다. 집까지 한 15분이면 가는데, 여기서 40분정도 이러고 있었던거네. 기성용 걸어간다고 치면, 최소한 30분은 더 걸어야 할텐데.
몸에 힘도 쭉 빠진것 같고 너무 힘들어 보이길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냈다.
" 차 빌려줄까 ? 너 피곤해 보이는데 빨리 운전해서 가서 푹 자 "
" 아냐, 안힘들어. 가서 어차피 누나랑 엄마랑 얘기 나누다가 잘거 같은데, 잠이나 깰겸 걸어가지. 뭐 "
" … 그래, 너 마음대로 하는게 좋겠다 "
기성용은 내 말을 끝으로, 차에서 나왔고 나도 차에서 나와 시동을 껐다. 피곤할텐데, 직접 운전도 해주고 , 여러모로 감동이다. 진짜,
얼른 가 - 기성용을 보고 말하며 웃었더니, 기성용은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해, 또 뭐가 미안해 … 미안할것도 많다.오늘만 해도 한 10번은 더 한거 같은데.
" 고생 많았어, 가족들 때문에 너만 고생했네 "
" 뭘, 난 가서 시달릴 너가 더 걱정이다 "
" 나야 뭐 피곤하다고 하고 자면 끝인데, 너한테 계속 전화할까봐 … "
" 이것도 우리가 넘어야할 하나의 관문이겠지 ? "
내 말에 고개를 떨구고 있던 기성용은 고개를 들고는 날 쳐다봤다. 이건 그냥 먼지정도 밖에 안되는 가벼운 시련일꺼야. 뭐, 이런거 모르고 사귀는것도 아니고 이미
다 예상하고 있는거니깐. 전화 좀 온다고, 여러가지 추궁을 당한다고 해도 다 넘어야할 산이다,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어, 우린.
" 우리, 잘 견디자 "
" … "
" 나도 잘 견딜테니까, 기성용 너 힘들다고 도망가면 죽어 "
" … 너나, 난 그럴일 없으니까 너나 마음 굳게 먹어 "
" 하하, 그래. 그럴게 "
내 말을 끝으로 기성용은 환히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지금은 주위를 신경쓸 겨를도 없고, 우리 둘이 제일 중요하니깐.
우리 잘 헤쳐나가자. 이렇게 시련들이 있다 보면 언젠간 빠져나갈 출구가 있겠지, 아니 있을거라고 믿어.
아 ㅠㅠㅠ오늘은 뭔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늦게올렸네요 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
이제 기성용대의 시련인가요 ㅠㅠ 오늘은 여러모로 고난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필력이 엉망이라 그런가 감동이 느껴질련지는 모르겟어요 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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