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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해

                                        w.앵









진기는 제 종아리를 끌어안고 웅얼대는 종현을 내려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이 글썽해서는 몇번이고 가지말라고 떼를 쓰는데, 아무리 타일러봐도 그는 제 다리를 놓아 줄 생각이 없는 듯 팔에 힘을 더 주었다. 아무리 속은 아이라고 해도 꽤나 좋은 몸을 가진 성인 남자의 팔 힘이라는 게 상당히 센지라 진기가 홀로 종현을 떼어 놓는것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다. 진기는 이제 눈물을 쏟기 시작한 종현에 들고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자세를 낮춰 그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형 금방 다시 올거야."
"싫어. 저번에도 그래놓고 하루종일 안왔잖아."
"…왜 이럴때만 똑똑해?"


종현이는 원래 똑똑해! 와악 울음을 터뜨리며 외칠 소리로는 뭔가 어긋난 감이 있었지만 진기를 내보내지 않으려는 종현의 의지만은 변함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전에 그를 다른 곳에 맡기려 이리저리 알아보던 것이 큰 충격이었나 보다. 진기는 눈물 범벅이 된 종현의 얼굴을 닦아주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나가봐야 하는데.


"그럼 종현이도 같이 나갈래!"


갑작스레 외친 말에 진기가 벙찐 표정을 짓기도 잠시, 벌떡 일어나서 빠르게 현관으로 다다다 달려간 종현이 제 신발을 아무렇게나 발에 꿰기 시작했다. 진기는 얼른 쫓아가서 그런 그를 말리려 했지만 단단히 결심한 그를 도로 집 안에 넣어두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몇 번 신지 않아 빤딱빤딱한 흰 운동화를 챙겨신고 진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 종현은 만족스러운 듯 방글방글 웃으며 힘차게 거리를 걸었다. 다 큰 남자 둘이서 손을 잡고 걷는 모양새가 이상했는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종현의 돌발 행동과 어눌한 말투에 제멋대로 아아, 하고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기는 그것이 못내 불쾌했지만 표현하지는 않았다.


"우와, 형아 종현이 이거 사주세요!"
"그거 여자애들 거야."


진기의 손을 이끌고 바쁘게 온 거리를 휘젓고 돌아다니던 종현이 집어든 것은 핑크색 리본 머리핀이었다. 


"오늘만 여자할래. 이거 사 줘. 제발."


종현이 떼를 쓰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던 진기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지갑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꺼내 좌판 옆의 아주머니께 건넸다. 혀를 끌끌 차며 안쓰럽단 표정으로 종현을 바라보던 그녀는 진기에게 지폐를 받아들고 종현의 리본 머리핀 옆에있던 색만 다른 핀 하나를 더 내밀었다. 이거 서비스. 짧게 말하는 그녀에게 사양하려던 진기는 낼름 그걸 받아들고 방방 뛰면서 좋아하는 종현에 그저 고개를 숙여 감사합니다, 하고 돌아섰다.  


"이거 삐약이랑 똑같아!"
"그래. 노란색이야."


이제 종현이 쓰는 말을 알아듣는 데에는 도가 텄다. 진기의 대답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인 종현이 낼름 제 머리에 노란 머리핀을 꼽는다. 예뻐? 묻는 그에게 성의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형아도 같이 해."


이거, 형 줄려고 그랬어. 핑크색 머리핀을 건네며 종현이 말한다. 형아랑 너무 잘 어울려서… 막무가내로 진기의 머리카락을 한웅큼 쥐고 투박한 손으로 핀을 고정한 종현은 마음에 드는 듯 배시시 웃으며 진기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핑크색 리본이 진기의 머리위에서 달랑달랑 흔들린다.













"형아, 형아 얼른 일어나 봐…"


진기는 제 몸을 뒤흔드는 힘에 짜증스러움을 삭히며 눈을 떴다. 자신의 팔을 세게 붙잡은 종현이 무어라고 웅얼대는데 잠이 덜 꺠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대충 종현을 밀어내고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네시였다.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인데 왜 갑자기 난리야.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자리에 일어나 앉은 진기가 종현을 향해 왜, 하고 물었다.


"나 아파."
"어디가."


대답없이 저를 잡아 끄는 종현에 진기는 결국 이불을 제치고 침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종현은 그를 방 밖으로 이끌었고, 거실로 나간 진기는 엉망이 된 바닥을 보며 아파오는 머리를 짚었다. 온통 빨간 국물로 어질러진 바닥과 엎어진 김치통에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진기는 김치 국물 범벅이 된 종현의 상의를 발견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속이 답답해온다. 아까 저를 꺠울때 옮겨 묻었는지 제 팔 언저리에도 기분나쁜 붉은 색이 물들어있다. 


"어디 다쳤어? 봐봐."


우선 아프다는 종현의 상태를 보기 위해 진기는 종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종현은 울 것 같은 얼굴로 제 붉게 물든 상의를 잡아당기며 웅얼거렸다. 


"종현이 피 나…"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하는 종현에 진기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거 피 아니야, 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빨개. 종현이 아파. 형아가 봐줘야 돼.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종현이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엉망이었던 꼴이 더 더러워진다. 진기는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김치통을 일으키고 널부러진 김치를 주워 담았다. 여전히 귓가에는 종현의 울음소리가 꽝꽝 울렸다.


"너 아픈거 아니야. 그거 김칫국물이잖아."


너 바보야? 그게 전부 네 피였으면 넌 죽어있어야 돼. 차갑게 뱉은 진기의 말에 종현이 히끅, 딸꾹질을 시작했다. 진기는 대충 김치통을 싱크대에 던져놓고 걸레를 빨러 욕실로 들어갔다. 종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저를 따라오는게 느껴져 문을 꽉 닫고 잠궈버렸다. 아무리 지능이 어린 아이 수준이라고 해도 이 정도일 수가 있나? 진기는 꽝꽝 울리기 시작한 머리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문 밖에서 저를 찾으며 우는 종현의 목소리가 한층 더 크게 들리기 시작해 울지 마, 하고 빽 소리를 지르니 잠잠해진다. 꼭 화를 내야 말을 듣는다. 걸레의 물을 쭉 짜내고 욕실 문을 연 진기는 그 앞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앉아있는 종현을 보고 기겁을 했다. 퉁퉁 부은 눈가가 여전히 축축하다.


"비켜."


툭 던진 말에 종현이 얼른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큰 눈을 껌뻑이며 진기의 눈치를 살피는 게 아무래도 드디어 진기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챈 듯 했다. 진기는 거실로 나가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걸레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언뜻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벌써 5시가  다 되어간다.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눈 앞이 깜깜해져 온다. 진기는 고개를 휘휘 젓고 다시 바닥 닦기에 열중했다. 팔을 좌우로 움직이며 걸레질을 하는 진기를 종현은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손이 지나갈 때마다 바닥을 온통 더럽혔던 빨간색이 사라져서, 종현은 눈을 반짝이며 진기의 행동에 더욱 집중했다.


"형 이거 닦을 동안 종현이 옷 벗고 욕실 안에 들어가 있어."
"네에."


착한 어린이처럼 대답한 종현은 훌렁훌렁 제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타다다 뛰어 들어갔다. 종현이 던진 바지가 다 닦아놓은 바닥위로 떨어지며 그 곳을 다시 더럽혔다. 진기는 무어라고 안좋은 소리라도 하려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말 해서 뭐해. 알아 듣지도 못하는데. 진기는 기계적으로 옷가지를 치워 쓰레기통에 처박고 계속 바닥을 닦았다. 어느새 제 색을 되찾은 바닥은 보기에는 멀쩡했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베란다 창문을 열며 진기는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길게 한숨을 쉰 진기는 대충 정리된 거실을 바라보다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문도 닫지않고 계속 저를 바라보고 있는 종현을 욕조에 들어가게 하고 샤워기를 잡았다. 


"왜 새벽에 김치통 꺼냈어?"


쏴아아, 쏟아지는 물로 종현의 몸을 적시며 진기가 물었다. 종현은 우물쭈물하며 진기의 시선을 피하다가 다시 한 번 더 묻는 진기에 결국 입을 열었다.


"형아가 맨날 밥 만들기 힘들잖아."


형아 자고있을때 몰래 할려고 했는데… 갑자기 바닥이 미끌미끌해서 꽈당했어. 다 빨개서 종현이 죽는 줄 알았어… 울상이 되어 말하는 종현에 진기가 샤워기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머리 감을거야, 눈 감자. 진기의 작은 목소리에 두 눈을 꼭 감은 종현이 고개를 젖힌다. 샴푸를 짜 손에 치덕치덕 묻힌 진기가 종현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머리를 어루만졌다. 감은 종현의 눈을 응시하던 진기가 문득 제 뺨을 적셔오는 눈물에 숨을 죽였다. 


"현아."
"으응?"
"…아니야."


언제 돌아올거야? 물으려던 말을 속으로 삼켰다. 오늘도 쌓아둔 말이 진기의 가슴을 짓누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목 아파, 하고 투정을 부리는 종현의 머리를 얼른 헹구어준 진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종현이 눈을 뜨기 전에 얼른 소매로 훔쳐낸 얼굴은, 도로 말갛게 웃음을 머금었다. 


"형아 웃는 거 예뻐."


제 뺨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종현의 눈을 마주하며 진기는 그냥 웃어보였다. 















처음에는 종현이 죽을까봐 두려웠고, 그 다음은 종현이 깨어나지 않을까봐 두려웠고, 또 그 다음으로는 종현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에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고, 기적적으로 목숨은 구했으나 깨어나지 못하는 종현의 잠든 얼굴을 보며 눈물을 쏟았으며, 눈을 떠 제 얼굴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모습에 좌절했다. 


형아는 누구야?


그렇게 묻는 그 입술이 너무 야속해서 진기는 몇번이고 신을 저주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자신에게 어느새 헤헤 웃으며 이전처럼 반가워할 때, 진기는 어쩌면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된 종현이도 종현이라고.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이 세상을 등지고 떠나지 않은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않겠냐고. 그렇게 생각했다.


형아 웃는 거, 예쁘다.


그 소리를 듣은 날, 진기는 우는 것을 멈췄다. 네 앞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웃어보이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는 조금 먼 길을 돌아 가는거야. 결국 목적지는 같을테니 너는 그냥 내 곁에만 있어 줘.


현아.
으응?
형아랑 같이 살래?


종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기는 웃었다. 웃어보였다. 산산조각이 난 속을 감추며 웃는 얼굴을 그려보였다. 



















형 진짜 완전 축하해.
고마워.
우리 형 취직 기념으로 한잔 콜?
그래그래. 오랜만에 네가 따라주는 술이나 마셔보자.
오붓하게 둘끼리 마시자. 내가 편의점에서 사갈게. 형 먼저 들어가 있어.
알았어. 얼른 와!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너를 바라본다. 웃는 얼굴로 마주 손을 흔들어 주고, 곧 등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내가 집 안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너를 기다리고 있으면, 네가 금방 달려와서 항상 그랬듯이 제 집 마냥 우리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고, 검은 비닐봉투를 내려놓고, 그 안에서 항상 고집해왔던 청하를 꺼내 진열해놓으며, 오늘은 마시고 죽어보자고, 그렇게, 네가, 나를 보며, 웃으며…


아아, 거짓으로 얼룩진 꿈이 순식간에 현실로 바뀐다. 으그러진 너의 얼굴. 타이어 자국. 내가 골라 준 그 흰 셔츠에 잔뜩 묻은 피. 산산 조각이 나 바닥을 구른 초록색 청하 병. 날아오른 비닐봉투. 비명소리. 이명소리. 온 동네를 울리던 사이렌 소리. 차갑게 식어가던 너. 그리고 죽어가는 너를 멍청히 바라만 보던 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


현아. 그때 만약 너를 따라갔더라면, 적어도 너를 잠시만이라도 더 붙잡고 있었더라면… 혹시 무언가가 달라졌을까?
















진기는 자고있던 저를 몰아내고 침대 위를 정복한 종현을 내려다보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대며 진기의 침대 위에서 이불을 몸에 두르고 굴러다니는 데, 영문모를 깨방정에 진기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종현은 가만히 서있던 진기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어, 하고 종현의 옆에 엎어진 진기는 침대 헤드에 잘못 부딪힌 머리를 문지르며 종현을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묻자 종현이 도리어 진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한다.


"오늘 형아 생일이잖아!"
"어?"


진기는 자신이 종현에게 제 생일을 알려 준 적이 있었는지 잠깐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사고 후의 종현에게 그런 잡다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심각한 진기의 얼굴을 살펴보던 종현이 볼을 부풀린다. 


"저번 형아 생일에 예쁜 티셔츠 줬어."


근데 종현이 이상하게 지금은 형아한테 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 그래서 대신 뽀뽀 해줄거야. 제 뺨에 입술을 비비는 종현의 행동에 진기는 손이 떨려왔다. 너, 이런 거 어디서 배워왔어.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한 종현이 똑바로 앉아 진기의 눈을 마주보고 눈을 깜빡인다. 


"우리 맨날 하던거잖아."
"언제?"
"음, 어… 옛…날에?"


갑자기 혼란스러운 얼굴이 된 종현이 머리가 아야해, 하며 제 머리를 감싸쥐었다. 진기는 꾸역꾸역 눈물을 참으며 종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아, 돌아오려는 거야? 물어보고 싶었지만 금방 팔을 축 늘어뜨리고 저를 쳐다보는 종현의 눈에 그만두었다. 여전한 아이의 눈이 의문을 가득 담고 저를 쳐다본다. 현이, 이상해. 형아랑 있던 날이 되게되게 많은데 조금 이상해…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리고 하는 말에 진기는 그냥 웃어버렸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종현아. 뜻 모를 말에 종현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어설프게 저를 끌어 안으며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진기는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종현은 마치 뭐라도 아는 양 떨리는 진기의 등을 몇 번이고 쓸어주었다. 


"형아 우는 거 싫어."
"기뻐서 우는거야, 바보야."


기쁜데 왜 울어? 천진한 말에 진기는 큭큭 웃었다. 왜 울면서 웃지? 형아 이상해. 그러면서도 등을 쓰다듬는 손은 변함이없다. 진기는, 암흑으로 둘러싸인 미로 안에서 처음으로 빛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현아. 작게 부르자 고개를 끄덕인다. 진기는 종현의 품 안에서 나와 그 얼굴을 마주했다. 우리 종현이 잘생겼다.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종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종현이는 원래 잘생겼어! 하고 말았다. 하하, 소리내어 웃는 진기를 보며 종현이 따라 웃더니 몸을 두르고 있던 하얀 이불을 천천히 푸르며 나 배고파, 한다. 그제서야 진기는 아침때가 훨씬 지난 시간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먹을래?"
"바나나킥!"
"그건 밥이 아니잖아."
"그럼 바나나킥 모양으로 밥 말아 줘!"


종현의 말에 으이그, 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은 진기가 얼른 주방으로 들어갔다. 종현은 어느새 개운해진 제 머리를 괜히 콕콕 찔러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걸어 거실로 나가 소파 위에 쓰러지듯 몸을 눕힌다. …현아, 이렇게 누워있으면 내가 못 앉잖아. … 아, 미안. 근데 형 이 영화 저번에 보고싶다고 했잖아. 혹시 이미 봤어? … 아아니. 아직. … 그럼 우리 같이 보러갈래? …그래. 네가 보여주는거지? … 당근이지. 우리 진기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 웃기고 있어, 하여튼. … 종현은 갑자기 들리는 말소리에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익숙한 목소리. 하나는 진기 형아, 하나는…


"종현아!"
"으악!"
"왜 정신을 빼놓고 있어? 밥 먹자."


깜빡깜빡, 큰 눈을 깜빡이던 종현은 고개를 저어 어지러운 목소리를 떨쳐내고 진기의 손을 잡았다. 계란후라이 했어? 종현의 말에 진기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지.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종현은 식탁 앞 의자를 끌어 털썩 주저앉았다. 노오란 병아리가 그려진 숟가락을 들고 흰 쌀밥을 퍼 입에 쑤셔넣는다.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바나나킥 모양이 아니야."


그래서 그래. 밥이 맛이가 없어서… 뚝뚝, 종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진기도 종현도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무언가가 느껴져 진기는 종현에게 휴지를 건네고 그냥 제 몫의 밥을 먹었다. 종현이가, 지금 많이 힘들구나. 


"형아, 우리 영화 보러 가."
"영화? 보고싶은 거 있어?"
"응."


그래. 밥 다 먹으면 같이 가보자. 종현의 머리를 쓰다듬은 진기는 종현의 힘이 빠진 손에 숟가락을 바로 쥐어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종현이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가면 꼭 바나나킥 사 줘야 해. 종현의 단호한 요구에 진기는 깔깔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바나나킥이 그렇게 좋아? 으응. 형아보다 더? …아아니.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사고 전과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겁니다."


사고 전의 기억을 되찾는다고 해서 갑자기 환자분께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너무 기대하시게 되면 환자분이 부담을 느끼게 되고, 그건 절대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할테니… 진기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마른 입술을 햝아올렸다. 점점 길어지는 말은 갈수록 제 희망을 부수려 애를 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옆에 앉아 발장난을 치고있는 종현의 손을 꼭 잡고, 진기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불쌍한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얼굴에 진기는 불쾌한 기분을 애써 숨기고 병원을 나왔다. 여전히 붙들려있는 종현의 손이 꼼질꼼질 움직인다. 


"하얀 아저씨가 종현이 아프대?"
"아니야. 종현이 멀쩡해."
"근데 왜 형아 표정 도깨비야?"


빨간 도깨비같아. 무서워. 종현의 말을 듣고야 진기는 제 얼굴이 잔뜩 굳어있음을 깨달았다. 얼른 표정을 풀고 웃어보이자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종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이 앞의 대학을 다니고 있었어야 할 종현은 제 손을 붙들고 아무것도 모른채 그곳을 스쳐지나간다. 가끔가다 아는 얼굴이 보여도 종현은 그저 그들은 스쳐지나가고, 오직 진기만이 안쓰럽다는 그들의 표정에 애써 웃는 얼굴을 할 뿐이었다.


"형아."
"응."
"종현이 아파도… 떠나지 마."


꽈악, 제 손을 세게 잡아오는 종현의 표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려서 진기는 목이 메여왔다. 왜 그런 소릴 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미 한번 종현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믿음을 주지 못했다. 사실, 아직도 힘에 부친 건 사실이었다.


"어른처럼 할게. 종현이, 울지도 않을거고, 떼 쓰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버리면 안돼. 대낮의 길거리임도 잊은 채 진기는 종현을 끌어안았다. 내가 어떻게 널 버려, 종현아. 너는 내 전부인데, 내가 어떻게 널 떠나… 종현이 축 늘어뜨리고 있던 팔을 들어 진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나가는 몇몇이 쳐다봤지만 진기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종현아, 종현아, 내가 나쁜 욕심쟁이라 자꾸 더 많은 걸 바라는 바람에 말하지 못했는데… 사실, 네가 살아주어서, 그래도 살아있어 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좋아해."


그리고 언젠가 네가 이보다 더 큰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오면, 그때는 너를 사랑한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 비록 지금은 바나나킥보다, 무한도전보다 더 좋다는 식의 표현밖에 모르는 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 * *

불의의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려 지능이 낮아진 종현과 그런 종현을 거두어간 진기.
그리고 슬슬 그것이 힘에 부쳐와 종현을 떠나보내려 하지만
점점 이전의 기억을 찾아가는 종현에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텨본다.

라는 설정으로 쓴 글입니다.
따로 뭐 하나를 쓴다 생각하고 쓴게 아니라 그냥 설정 하나에 심심풀이로 조각 조각으로 짧게 쓴 글이라 완성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네요.
그래도 현유는 옳으니 올려봅니다. 현유는 사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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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내ㅐ사랑다먹어.....
10년 전
독자2
아진짜 내가 떠못듣고잇던건 어째알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목도 떠못이야ㅠㅠㅠㅠㅠㅠ엉ㅇ어어엉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진짜 현유는 행복해야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ㅇ어어엉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예 현유는 사랑입니다. 설정도 최고로 사랑이에여ㅠㅠㅜㅠㅜㅠㅜㅜㅜ 이거 진짜 연재하시면 뒷부분 겁나게 궁금한데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 내 맘 속에 혀뉴는 종현이가 기억이 돌아와서 다시 행쇼했으면ㅠㅠㅠㅠㅠ
10년 전
연재계획이 없으므로 결말을 말해드리자면 종현이는 계속 아이일거고 진기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계속 살아갈거에요ㅎㅎㅎㅎ 제가 변태라 해피엔딩을 시러해여 (후비적)
10년 전
독자4
으어어엉ㅇ짱짱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께염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헐 완전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읽고가요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좋습니다 현유는 언제나 옳죠 아우ㅠㅠㅠㅠㅠㅠㅠㅠ좋으다능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정말 현유는 사랑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은글 감사해요 마음이 먹먹해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방에서 보고 다시 보러 와써요 금손금손
10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현유는 사랑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되게 뭐라해야하지 막 먹먹해지는 글이네요ㅠㅠㅠㅠㅠㅠ잘보고 갑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9
종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기야ㅠㅠㅠㅠㅠㅠ역시현유ㅠㅠㅠ여운이남아요ㅠㅠ
10년 전
독자10
종현이 어떡해ㅜㅜㅜ진기는 어떡해요ㅜㅜㅜ잔인하게도 결말을 말씀해주셨네요ㅋㅋㅋㅋ해피엔딩이 되길바라지만 그런 엔딩이 제목이랑은 더 잘맞네요ㅋㅋㅋ재밌게 보고갑니다!
10년 전
독자11
리즌이에요ㅠㅠㅠ아ㅜㅜㅜㅜ진짜 현유는 언제나옳고 언제나 사랑입니다♥떠나지못해가 이뜻이라니ㅜㅜㅜㅜ결말을알려주셨지만 정말언젠간언젠간에는 꼭 다시 둘이 좋아해 그 이상을 말할수있는날이올꺼라믿습니다ㅜㅜ처음에는 형아진기랑동생종현인줄알았어여 애기종현이ㅎㅎㅎ아빠어디가처럼ㅋㅋㅋㅋㅋㅋㅋ아련하지만 오랜만에글이라 설레네요 너무잘보고갑니다!
10년 전
독자12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콰지모도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죄송한데 할수있는 표현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밖에 없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헣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스타일 ㅠㅠㅠㅠㅠ뒷내용이ㅅ귱ㄱㅁ해지네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짱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5
헐....대박이다 ㅠㅠㅠㅠㅠ 현유가 이렇게 짠하다니 ㅜㅜㅠ
10년 전
독자16
진짜ㅠㅠㅠㅠ가슴아프다ㅠㅠㅠㅠㅠ오랜만에 절절한거보는것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아련하고 막 진기가 불쌍한데 또 종현이는 귀엽고 진짜ㅠㅠㅠㅠㅠ금손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7
후편까지 다읽고 댓글쓰러왔어요ㅠㅠ진짜 넘슬퍼요ㅠㅠ 먹먹해져요ㅠ
10년 전
독자18
아ㅠㅠㅠ대바규ㅠ너무 좋네요ㅠㅠㅠ눈물난다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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