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 민윤기랑 연애하기 03 (부제 : 6살 연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w. 달비
03-1
“오늘 마지막 연습이니까 열심히 하자.”
“네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이 벌써 마지막 연습이라니. 첫 연습, 그렇게 어색하던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나는 입학도 했고, 대학 생활도 만끽하고 있다. 뭐, 대학 생활이라고 해봤자 고등학교 때보다 늦은 등교 시간과 빠질 수 없는 술 아니겠는가. 처음 겪는 일들 모든 게 다 신기하고 새롭지만, 무엇보다 가장 신기한 건 이게 아닐까 싶다. 민윤기랑 예전보다 편한 사이가 되었다는 것. 워낙 친화력이 좋은 정호석에 반면, 민윤기는 말수도 별로 없고, 일단 얼굴에 표정부터 없었기에 내가 다른 사람하고는 친해져도 저 사람과는 이렇다 할 관계를 쌓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그런 민윤기와 편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카톡이다. 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학회장에게 카톡을 해야 할 일이 다반사였고, 더군다나 나는 춤 연습 때문에 매번 밥을 얻어먹어 거기에 대한 감사 인사를 늘 보냈었다. 처음엔 용건만 말하고 끝냈었는데 뭐 어쩌다보니. 정말 어쩌다보니 카톡이 이어지게 되어 예전보단 편해졌다. 사실 단답 위주로 하는 민윤기였기에 이어가려는 내 노력이 크긴 했지만.
안 그래도 내게 미묘한 설렘을 남긴 민윤기와 사적으로 연락까지 하게 되니 나는 자연스레 민윤기에게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게 연락이 문제다. 그냥 단순 잠깐의 설렘으로 남겼을 수도 있었을 텐데 연락을 이어감으로써 생기는 또 다른 설렘. 그 간질간질한 설렘까지 더해지니 민윤기에게 관심이 생기는 건, 그리고 그 관심히 호감으로 바뀌는 것도시간 문제였던 것이다. 의외로 민윤기는 읽고 답을 하지 않는, 그러니까 읽씹을 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단답을 할 거면 차라리 읽씹을 하든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답은 꼬박꼬박 잘했다. 언젠가 1이 사라지고 답이 오지 않은 날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읽씹 당했다는 생각에 괜히 울적해서 친구한테 ‘나 읽씹 당했어 ㅠㅠ’라는 카톡을 돌리고 1시간 쯤 뒤에 읽고 회의를 들어가서 이제야 봤다고 미안하다는 카톡이 와있었다. 기분은 당연히 바로 풀렸고.
“오빠, 어제 몇 시에 잤어요?”
“너 자고 한 시간 뒤.”
“왜 이렇게 늦게 자요. 오빠 키 안 커요.”
“혼나고 싶냐.”
민윤기와 예전보다 편한 사이가 되고 나서야 느낀 건, 민윤기가 마냥 까칠하고 차갑지는 않다는 것이다. 틱틱대면서 챙겨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민윤기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다. 다정하게 말하는 법을 모르는 건지, 꼭 챙겨줄 거면서 언제나 말은 엇나가는. 민윤기의 그런 모순적인 친절함은 신입생들에게도 똑같았다. 꼭 말끝에는 마침표를 찍으며 이모티콘은 하나도 쓰지 않은 채 말을 이었고,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질문에도 끝까지 답을 해주곤 했다. 그렇다. 민윤기는 흔히 말하는 ‘츤데레’였다. 나도 어디가면 그런 소리를 듣는데 민윤기는 나보다 배로는 심한 것 같다. 뭐, 그게 또 민윤기의 매력인 것 같지만 말이다.
“학회장이 걱정해주는 신입생 혼내도 돼요?”
“춤 연습이나 열심히 해, 너는.”
아무튼, 우리는 이제껏 해왔던 것보다 배로 열심히 했다. 마지막 연습이니까. 아, 사실 마지막 연습이라 끝나고 고기 먹으러 간다고 해서 더 열심히 하는 부분도 있다. 하하. 처음엔 언제나 그랬듯 춤 연습하는 우리를 유심히 보는 선배들은 없었는데, 한 시간 남았다! 열심히 하자! 뒤쪽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외치는 정호석의 외침에 그때부터 다들 우리가 춤추는 모습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물론 민윤기도. 민윤기는 강의실 거의 뒤쪽, 그리고 구석에 있는 책상에 걸터앉았다. 정호석은 그 옆에 앉아있었고. 행여 춤을 출 때 민윤기 눈이라도 마주칠까 강의실 뒤에 걸린 시계와 애꿎은 바닥만 쳐다본 채 춤을 췄던 것 같다. 잠깐씩 쉬는 시간을 합쳐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한 시간은 금방 가버렸고, 우리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깃집으로 향했다.
03-2
예전 같았으면 오늘은 뭐에 끼인 날이라느니, 아니면 잘못된 날이라느니,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있냐느니 그랬겠지만 이제 민윤기와도 편해졌겠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도 아무 생각 없었다. 오히려 설렜으면 설렜겠지, 내가 민윤기 바로 옆자리니까. 걸음이 느린 편이라 친구와 같이 뒤쪽에서 걷느라 식당에도 늦게 들어갔는데 민윤기도 인원체크하고 뒤에서 잘 따라가고 있는지 보고 걸었기 때문에 나와 비슷하게 들어올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나는 내 옆에 민윤기가 앉은 게 신경이 쓰여서 미치겠는데 민윤기는 앉자마자 컵에 물을 채우며 태연하기만 하다. 그래, 관심 있는 쪽만 신경 쓰이는 법이니까.
“야. 김여주 표정 봐.”
“...? 아, 하지마라.”
“아 왜애~”
민윤기 옆에 앉아 안절부절 한 내 심정이 얼굴에 띄워진 듯 내 앞에 앉은 친구들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키득거리기 바빴고, 그냥 키득거리다 말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또 한 마디씩 거든다. 얘네가 놀리는 이유? 다 안다. 내가 민윤기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춤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친구들이 가장 친한 친구들이 되었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대학 생활 며칠 만에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래서 이런 것도 말한 건데 이놈들이 이걸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사실 뭐 일부러 말하려던 건 아니었고, 우리끼리 공강 시간에 학교 옆 카페에 모여 얘기했던 적이 있다. 우리 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남자 누구냐고. 다양한 답이 나오긴 했는데 민윤기는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 알게 된 거다.
*
“여주 넌 누구?”
“어?”
“우리 과에서 누가 제일 낫냐고. 선배, 동기 다 포함해서.”
“아…. 난 학회장오빠.”
“에? 그 오빠 까칠하지 않아? 엄청 틱틱대던데.”
“그게 매력이지, 뭐.”
*
내 옆에서 가만히 휴대폰을 보던 민윤기도 내 표정이 어떻기에 애들이 이렇게까지 놀리는지 궁금하긴 했나보다. 잠깐 시선을 떼고 나를 봤으니까. 나 역시 민윤기의 반응을 살피려던 터라 고개를 민윤기 쪽으로 돌린 후였는데,
“왜?”
“네?”
“표정. 뭐가 어떻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고파서 그래요, 배고파서!”
날 돼지로 알겠지. 배고프다고 표정이 안 좋아지는 신입생이라니. 민윤기는 뭐야, 하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말없이 고기만 구웠다. 신입생 사이에서 고학번 선배가 고기를 굽는 모양이 썩 편하지만은 않아서 내가 했다고 집게를 달라고 하자 민윤기는 됐어, 배고프다며. 고기 구워지는 것만 기다려. 라고 말했다. 음, 아마 날 돼지로 아는 게 분명한 것 같다. 혼자 고기를 굽는 민윤기 덕분에 동기들이랑 계속 떠들었는데, 떠들다가 문득 민윤기 손에 시선이 갔다. 뜬금없지만 내 이상형이라고 말할 것 같으면 일단 키는 그냥 나보다 크기만 하면 되고, 웃는 게 예쁜 남자, 그리고 지금 민윤기처럼 팔뚝이나 손등에 힘줄 쩌는 남자. 세상에. 손 한 번만 잡아 보고 싶다. 힘줄도 힘줄이지만 저 오빠 손, 내 손보다 예쁘다. 그렇게 민윤기 손에 정신 팔려 애들이 말하는 걸 놓치고 있을 때,
“야, 여주야. 너 뭐 보냐.”
“...어? 아, 그냥 멍 때렸지.”
“에이, 너 윤기오빠 손만 쳐다본 거 아님?”
“…….”
당장 저 입에 청테이프를 붙여버리고 싶었다. 아, 지금은 테이프를 찾을 수 없으니 지금 내 몸에 달린 이 손으로? 민윤기는 우리들 대화에 자기 이름이 나올 줄 예상 못했던 듯, ‘윤기오빠’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집게를 든 손이 움찔했고, 내가 자기 손을 쳐다본 거 아니냐는 얘기에 다시 한 번 내 얼굴을 쳐다본다. 나는 그럼 당황스러움 가득한 눈으로 민윤기를 쳐다보고, 그런 민윤기는 다시 황당함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하하. 하하하. 아, 아니. 오빠 손등에 힘줄이 참 멋있어서요! 그것 참 남자답네요! 난 진정 또라이임에 틀림없다. 날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돼지또라이? 내가 방금 뭐라고 짓껄인 걸까. 아무리 사람이 편해졌다고 하지만 저건 좀 아니지 않냐고. 남자답네요. 그럼 내가 오빠라고 부르는 민윤기가 남자가 아니면 뭐겠는가. 온 몸으로 당황스럽다는 걸 표현하고 있는 내 모습을 계속 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굽던 고기를 마저 굽는다.
“시끄럽고, 얼른 먹어. 다 익었어.”
03-3
민윤기와 두 번째로 걷는 밤길이다. 버스정류장이 같아서 연습이 끝나고 같이 갈 수밖에 없는 나와 민윤기였지만, 민윤기는 학회장이었다. 새 학기라 유난히 바빠 민윤기는 그 밤에도 할 일이 있다며 밥만 사주고 업무 보러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사실 초반엔 내가 피하기도 했다. 괜히 불편한 마음에 다른 일이 있다고 거짓말을 치고 학교 뒤쪽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타곤 했다. 민윤기와 처음 걸었던 밤길과는 다르게 단 둘이 걷는 이 길이 불편하진 않았다. 그냥, 좋았다. 관심이 가는 대상과 단 둘이 걷는 길인데 어떻게 안 좋을 수가 있겠어. 나는 앞만 보고 걷는 척을 하면서 가끔씩 고개를 돌려 민윤기의 반응을 살피는데, 야속하게도 민윤기는 나한테 말 걸 생각이 없나보다. 저 휴대폰에 대체 뭘 숨겨놨길래 하루종일 붙들고 사는 건지, 여전히 휴대폰만 만지는 민윤기다.
“오빠. 뭐 봐요?”
“어? 아, 학생회 업무.”
“새 학기라 많이 바쁘죠?”
“응. 그렇네.”
민윤기랑 무슨 말이라도 해보고 싶어서 먼저 말을 꺼냈다. 훅 치고 들어온 내 질문에 내 얼굴을 잠깐 쳐다봤다가 이내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리고 얘기한다. 너무하다. 대화 할 때는 사람 얼굴 쳐다보고 해야 하는 거라고 안 배웠나. 저렇게 휴대폰만 보고 가다가 자빠지지. 괜히 속상하고 빈정 상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먼저 말 한 번 걸어주면 어디가 덧나냐고. 그놈의 학생회 업무, 더럽게 많네.
“뭐? 미안.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
속으로 궁시렁 거린다는 게 입 밖으로 나왔나보다. 껄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까지 치며 무마시켰고, 민윤기는 아님 말고. 하고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저 사과폰 부셔버리고 싶다. 후. 뭐, 그래도 같이 걷는 길은 좋았다. 민윤기랑 나, 둘 뿐이었으니까. 아, 둘 뿐이 아니라 휴대폰까지 셋인가?
어차피 민윤기는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서 내가 쳐다보는 것쯤은 모르겠지, 하고 걷는 동안 민윤기 옆모습을 봤다. 언제부턴가 민윤기를 보면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니까 그 언제가 민윤기에게 관심이 생기고 나서부터, 그리고 민윤기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부터. 여섯 살 연상을 남자로 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으니까. 근데 여섯 살 연하를 여자로 보는 것은 불가능, 까진 아니고 그게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섯 살 연상인 민윤기를 남자로 보고 있지만 여섯 살 연하인 애들은 남자로 안 보이니까. 사실 내 나이에서 여섯 살 연하면 턱없이 어린 나이긴 하지만, 내가 그 애들을 보고 생각하는 것처럼 민윤기가 나를 그렇게 볼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제 갓 신입생이고, 민윤기한테는 그저 어린 아가들일까봐서.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부학회장, 정호석이 우릴 지칭하는 또 다른 말이 ‘아가들’이었다. 민윤기보다 어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우리 아가들’이라는 호칭을 쓰곤 했다. 정호석도 아가로 보는 판에, 민윤기라고 그렇게 안 볼까. 더군다나 민윤기가 정호석보다 나이가 많은데 말이다. 또 민윤기는 학회장이고, 나는 그냥 많은 신입생들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지금 춤 연습 덕분에 남들보다 아주 조금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착각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이었다.
처음에는 민윤기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부정했다. 단순히 나만 이 오빠와 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너무 크게 작용해서 내가 다른 동기들과 대화하는 민윤기가 질투 나고, 민윤기와 더 친한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이게 ‘좋다.’라고 입 밖으로 꺼내면 걷잡을 수 없이 좋아지는 것처럼 나도 그럴까봐. 애초에 힘들 일을 만들기 싫어서 안 그러려고 했는데, 그러기 싫었는데 결국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민윤기를 좋아한다.
“얼굴 닳는다.”
휴대폰만 바라보던 민윤기가 내 눈을 쳐다보고 말한다. 혼자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것도 민윤기에 관한 생각들을 하고 있던 터라 순간 너무 당황해서 말이 안 나왔다. 덕분에 나는 바보 같이 어버버 거리며 민윤기를 쳐다보기만 했고 그런 민윤기는 내 머리 위에 손을 얹더니 얼굴 닳는다고. 하며 앞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어. 아, 오빠! 앞머리!”
“왜. 예쁘네.”
“아니, 이거를 이렇게 하..! 네?”
“예쁘다고. 그러고 다니든가.”
웃으면서 하는, 장난치려고 건넨 말인데 좀 많이 설렜다. 아니, 그냥 많이. 예쁘네. 예쁘다고. 민윤기가 나보고 예쁘단다. 와, 나 오늘 잠 다 잤다. 민윤기는 머리를 헝클어뜨리자마자 길길이 날뛰는 나를 보며 푸스스 웃더니 마저 머리를 헝클어뜨리고는 예쁘다고, 계속 그러고 다니란다. 지금 내 앞머리 꼴이 말이 아닌지 민윤기는 과 여신하면 되겠네. 계속 그러고 다녀. 라며 계속 놀려대는데 내 귀에 그 놀림이 들어올 리가 있나.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민윤기한테. 내가 민윤기가 놀리는 말에 대꾸를 안 하자 민윤기는 내가 화난 줄 알았는지 놀리던 것을 그만두고 내게 화났냐며, 장난친 거라고 해명한다. 나 화난 거 아닌데.
“오빠도 과 남신해요.”
“뭐?”
“아, 깔창을 깔아야…….”
“1절만 해라.”
“아! 아파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나도 똑같이 민윤기를 놀리려 들었는데 결국 머리를 한 대 쥐어박히고야 만다. 더럽게 아프게도 때리네.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나보다 저 인간은. 으으. 그렇게 투닥거리면서 걸었더니 어느새 버스정류장. 버스 예정시간을 보니... 내 버스는 10분, 민윤기 버스는 2분이다. 진짜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아무리 내 버스 배차 간격이 넓다지만, 10분이라니. 민윤기 가고 8분 동안 나 혼자 여기서 뭐하나. 뭐하긴 뭐해 민윤기처럼 폰이나 만지겠지.
“아 왜 오빠가 2분이에요? 저랑 바꿔요.”
“기다려줄 거니까 앉아.”
“네?”
“앉으라고.”
“아니, 오빠가 또 기다려준다구요?”
“어. 그러니까 앉아 있으라고.”
????? ???????? 처음에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민윤기가 나를 ‘또’ 기다려준다니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소설 쓰나 했는데 세상에. 진짜 기다려준다니. 저 오빠 뭐 약 먹었나? 아니, 먹는 약이 있는데 안 먹은 건가? 뭐야. 사람 설레게. 가만 보니 민윤기는 이게 문제다. 남들 잘 챙겨주는 거. 아니 사람이 틱틱댈 거면 그냥 틱틱대고 말든가 뭘 또 챙겨서 사람 설레게 하는지 난 모르겠네! 민윤기는 알까. 이렇게 잘해주면 여자들이 착각한다는 거. 이거 나한테만 하는 거 아니고 다른 여자들한테 다 그러는 거겠지. 아, 이 생각 하지 말 걸. 하자마자 기분 안 좋아졌어.
민윤기는 ‘내가 기다려줄게.’라는 사람 설레게 하는 말을 던져 놓고는 태연하게 앉아서 휴대폰이나 만지고 있다. 내 언제 저 휴대폰 한 번 탈탈 털어버리고 만다. 업무는 핑계일 거야. 무심코 본 버스 예정시간은 어느새 6분으로 줄어있었다. 저거 사기 아님? 아까 10분이었는데. 내가 아는 1분이 버스 회사에선 4분인가? 민윤기가 기다려줄 줄 몰랐을 때는 10분이 1분처럼 빠르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바로 옆에 민윤기가 앉아 있는 이 상황에서 1분이란 10분처럼 느리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민윤기랑 같이 있는 게 좋으니까. 이 간질간질한 설렘이 좋으니까.
진짜 내가 아는 1분이 버스 회사에선 4분이라도 되는 듯 몇 분이나 지났다고 벌써 잠시 후 도착이 뜨는 버스 예정시간에 오빠. 저 버스 잠시 후 도착이래요. 하니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와? 아까 갈 걸 그랬나. 란다. 그러게요. 오빠 아까 가지 그러셨어요. 기다려준 의미가 없, 아니 있네요. 제가 좋으니까요. 하하.
버스는 금방 내로 도착했고, 나는 버스에 올라타 또 무심코 창문 밖을 내다보면 민윤기가 나를 쳐다보고, 나는 그런 민윤기를 보다가 용기 내 어설프게 손을 흔들면 민윤기도 잠깐 멈칫하다가 손을 흔들어준다. 집 오는 버스 안에서 뭔가 참 연인 같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집 오는 내내, 아니 잠들기 전까지 마음 한 구석이 계속 간질간질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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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주 / 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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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쓰면서도 저런 민윤기 학회장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네요. 현실은...(먼산) 이번 편도 부족한 글이지만 그래도 항상 봐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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