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 민윤기랑 연애하기 08 (부제 : 스물여섯 살의 양심)
w. 달비
08-1
민윤기에게 안기고 나서 그대로 굳어있었다. 이 상황은 뭐지? 라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멍했다. 마치 나와 민윤기, 그러니까 우리에 한정해서 잠시 동안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렇게 한참, 아니 따지고 보면 한참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느끼기에 그랬을 뿐이니까. 민윤기는 그렇게 말없이 나를 안고 있다가 품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며 머리를 쓰다듬었고, 살짝 웃어 보이며 휴대폰 시계를 보더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고, 추우니 얼른 어느 방이라도 들어가 자라고 말했다.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몰아닥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멍해진 나는 민윤기의 말이 주문이라도 된 듯 아무 말 없이 곧장 친구들이 있는 방으로 향했고, 아직도 술판을 벌이고 있는 틈 사이에서 나는 입을 다물며 오늘 일을 집어 삼켰다. 아무도 모르는 우리 둘 만의 비밀을 만들어내며.
그날 밤의 일을 민윤기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건가. 인원 정리한다고 마주쳤을 때 날 보고도 어제의 이야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몇 시에 잤냐. 술 얼마나 마셨냐. 이런 것만 물어보고 금세 뒤쪽으로 가버리는 민윤기였다. 어제 그렇게 민윤기와의 비밀을 만든 이후 방으로 돌아와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다 못한 친구들이 너 혼자 거기서 뭐하는 거냐고 얼른 와서 술 마시자고 하기에 일단은 잊기로 하고 정말 밤새도록 마셨다. 말 그대로 밤새도록. 아, 자긴 잤다. 근데 차라리 자지 않았던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새벽에 잠깐, 한 한 시간 정도? 아니 한 시간도 덜 됐던 것 같은데 그 시간 동안 잤던 게 화근이었다. 술과 안주가 잔뜩 섞인 채로 바로 잠드는 짓이 세상에서 제일 미친 짓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으니까. 한 번 사는 인생이라지만 나 너무 간을 혹사시키는 것 같다.
내가 오티 이후에 살면서 가장 많은 술을 마셨기 때문인 걸까, 아침이 되면서 몸이 으슬으슬 거리는 게 꼭 감기몸살이 올 것만 같았다. 아, 술을 마신 게 아니라 민윤기랑 그 추운 새벽에 밖에 돌아다녀서 그런가. 분명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웠다. 그것도 엄청. 하도 아파본 적이 없어서 오늘이 원래 이렇게 추운 건가, 하고 보미에게 물어봤더니 아니란다. 더워 죽겠는데 무슨 소리를 하냐기에 나 추워. 하고 눈 꼬리를 축 내리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하는지 지퍼나 잠그라고 말한다. 이 감기몸살기운은 버스에서 더욱 심해졌다. 민윤기한테 카톡을 보내볼까 싶었지만 나 혼자만 기억하는 듯 한 어젯밤 일을 생각하면 속상하기도 했고, 굳이 티를 내는 것도 싫어서 그냥 조용히 갔다.
그렇게 도착한 집, 원래 안 아프던 애가 아프면 심하게 아프다고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눕자마자 본격적으로 감기몸살이 시작됐다. 열이 펄펄 오르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잠깐 잤던 것 같다. 일어나면 좀 나아져 있겠지, 하고 잠들었던 내 생각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야 말았다. 더 죽을 맛이었으니까. 아무 말 없이 끙끙대기만 하는 날 보던 엄마가 깜짝 놀라며 챙겨준 약만 간신히 먹고 열이 조금씩 내릴 때, 나는 자고 일어나서 그간 속상했던 기분이 괜찮아졌는지 느릿하게 폰을 주워 아직 읽지 않은 민윤기 카톡을 들어가 약 사진을 보낸다.
(사진)
몸살 걸림
아파서 주금 - 오후 4:41
역시나 빠르게 사라지는 1들.
그리고, 그리고…. 엥? 전화? 민윤기한테 전화?
“여보세요?”
- 왜.
“…네?”
- 왜 아프냐고.
답장 대신 걸려온 전화에 당황해서 네? 네? 만 연발하고 있자 민윤기는 답답한 듯 대체 왜 아픈 거냐고 묻는다. 뭐야, 이건. 민윤기가 원래 다른 신입생들이랑 카톡을 할 때도 답답한 감이 있으면 바로 전화를 걸어 일처리를 하는 식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건 굳이 일처리 할 문제가 아닌데 왜 때문에 전화를 한 거지? 나 참,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타자치는 게 어지간히 귀찮았던지, 아니면 내가 진짜 걱정이라도 된 건가.
“아니, 새벽에 오빠랑 계속 밖에 있었잖아요.”
- …….
“그것 때문인가봐요.”
- …….
“근데 왜 전화했어요? 카톡으로 하지.”
- 타자치기 귀찮아서.
“역시….”
- 가지가지해라. 푹 쉬고, 얼른 나아.
08-2
민윤기와의 사이가 미묘해진 건 그 전화사건 이후로 그렇긴 했지만 포옹 사건 이후로 더 심해졌다. 이게 나 혼자 느끼는 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민윤기를 볼 때마다 자꾸 그 품이 생각나 제대로 눈을 못 마주치겠는 거다. 그래서 요 근래 민윤기 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일부러 마주치지 않기 위해 피해도 다녀보고,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면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간다든가 뭐 그런 노력들? 그래도 소용없었다. 이젠 민윤기를 보지 않아도 설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민윤기와 서먹해질 때쯤, 12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 민윤기에게 전화가 왔었다.
“여보세요.”
- …여주야.
술에 잠긴 목소리.
이때 민윤기가 술 마신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야 약간 서먹했지 카톡으로는 바뀐 게 전혀 없었으니까. 조금만 마시라는 카톡을 남겨놓고 한참 동안 답이 없기에 술자리를 엄청 즐기고 있나보다, 혹은 술에 많이 취했겠다. 싶어서 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침대에 누워 그간 밀린 카톡 답장을 해주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술 취한 목소리로 나한테 전화할 줄은 몰랐지. 지난 전화사건 이후에 민윤기가 술 마시고 내게 전화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네?”
- …미안해.
“…네? 뭐가요?”
- 후…. 네가 말 안 하는 거 보면 기억 못하는 것 같은데,
“…….”
- 엠티 때 새벽에, 오빠가 너 안아서 미안했다고.
“…….”
- 모른 척 해서 미안해.
“…….”
민윤기는 한참을 내게 미안하다고 고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단지 ‘미안하다.’라는 말만 계속 반복해서 할 뿐이었다. 사실 아까 거절하려다 받은 건데, 이렇게 민윤기 사과나 받고 앉아있을 거면 그냥 거절하는 편이 나았을 듯싶다.
“…오빠 취한 것 같은데 빨리,”
- 오빠가 너 좋아하는데,
“…….”
- 참, 신경 쓰이는 게 많다.
“…….”
- 미안해.
“…….”
- 오늘 술 많이 마신 것도 미안해.
“…….”
- 이거 내일 기억 안 났으면 좋겠다.
“…….”
- …끊을게.
그렇게 민윤기와의 짧은 전화통화가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 오빠가 너 좋아하는데, 라는 말이 새벽 내내 내 귀를 맴돌았으니까.
아
속 안 좋다. - 오전 10:08
다음 날, 민윤기에게 온 카톡이다. 술을 그렇게 마셔놓고 나보다 일찍 일어났었네. 시간을 보아하니 아마 일어나자마자 카톡 답장을 한 것이리라. 그런 말을 해놓고 고작 보낸다는 게 속이 안 좋다는 카톡이라니. 내가 지난 밤동안 다음 날 일어나서 민윤기한테 뭐라고 해줘야 할까 고민했던 시간들이 무색해질 만큼 이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정리하는 카톡이었다. 정리해주는 동시에 답이 없기도 했고.
오빠
어제 전화한 거
기억 안 나요? - 오전 11:48
뭐? - 오전 11:53
이쯤 되면 민윤기는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려는 것 같다. 순간 밀려오는 짜증에 다시 한 번 되묻자 나랑 통화한 건 기억나는데 대화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혹시 자기가 실수한 게 있냐고, 그랬다면 미안하다고, 그냥 술김에 한 헛소리라고 생각해 달란다. 참, 말이 쉽다. 그렇게 뱉어놓은 말이 하룻밤 사이에 날 얼마나 흔들어놨는데 일어나서 고작 하는 소리가 헛소리라니. 그러면서 자기는 왜 술을 마시면 나한테 전화하는 거냐고 앞으로 전화하면 받지 말라고 한다. 나도 안 받고 싶었다. 그러려고 했고. 근데 민윤기 이름 석 자가 뜨는 걸 보고 어찌 안 받을 수 있었겠는가.
화가 났다.
갈수록 민윤기가 좋아지는 이 마음에 대해서 장난치는 것 같아서. 모든 걸 다 알면서 이렇게, 또는 저렇게 날 떠보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언젠가 보미를 포함한 친구들이 내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민윤기가 무뚝뚝해서 그렇지 은근히 사람 잘 챙긴다고, 그러니 괜히 의미부여를 했다가 상처받지 말라고. 흔히 말하는 어장관리면 어떻게 할 거냐고. 좋아하는 건 네 마음인데 걱정이 되긴 한다고. 그때 그 상황에선 손 사레까지 쳐가며 민윤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의미부여는 내가 알아서 잘 하겠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민윤기가 이러는 걸 보면 내가 정말 대단한 떡밥을 문 물고기가 된 느낌이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걸린 물고기.
언제부턴가 민윤기로 인해 하루의 감정이 좌지우지되고 있었는데, 이날도 역시 답도 없는 민윤기의 카톡 답장들에 어이가 없어 일부러 답장을 늦게 해버렸다. 오늘 만큼은 민윤기와 카톡 하는 게 싫어서. 민윤기가 너무 미워서.
08-3
그날 이후 민윤기를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고작 며칠이긴 했지만 이미 알고 있는 민윤기의 시간표를 살피며 최대한 겹치지 않게 피해 다녔고, 그 결과 민윤기를 며칠 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연락도 끊겨봤다.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읽고 답장하지 않았으니까. 처음엔 민윤기에게 화가 났다. 내가 정말 어장인 건가 싶어서. 그러고 나서는 내가 의미부여를 너무 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앞으로라도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위해 연락부터 그만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딴에는 정말 큰 결심이었다. 거의 한 달간 계속 해온 민윤기와의 카톡을 끊는 순간이었으니까. 내가 그렇게 답을 하지 않으면 민윤기에게 하나라도 올 줄 알았, 아니 알았다기보단 그러길 바랐다. 야. 너 왜 읽씹해. 뭐 이런?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래서 요 며칠 간 내 기분은 최악이었고.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보미가 잠깐 편의점에 들러야겠다며 학교 내에 있는 단과대 편의점으로 향했다. 나는 이때 같이 가자는 말에 너 혼자 갔다 와,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 라고 답했어야 했다. 왜냐면 그 편의점 안에서 민윤기를 마주쳤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정면으로. 나는 민윤기를 보자마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해 내 옆에서 인사하는 보미를 보고도 민윤기한테 인사 한 번 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었고, 민윤기는 그런 나를 보며 머리를 꾹 누르더니 요새 왜 피해 다니느냐고 묻는다. 그걸 본인이 모르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원.
“…몰라요.”
“네가 왜 몰라.”
“…아, 모르니까 모르죠!”
“어쭈. 화내냐. 너 기다려. 집 같이 가.”
망했다 싶어서 보미를 쳐다보자 내 어깨를 툭 치며 왜, 잘 됐네! 라며 해맑게 웃는다. 뭐야, 언제는 걱정된다면서. 이 아이가 이럴 수 있는 이유는 내 상황을 모르니까. 혹시 몰라서 엠티 때 그 일과 며칠 전 그 전화 이야기를 아직 해주지 않았다. 그냥,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이 아이들이 민윤기를 안 좋게 볼 게 뻔했으니까. 물론 내가 지금 그렇게 보고 있지만 뭔가, 나는 그렇게 볼 수 있는데 다른 애들이 그러는 건 싫어. 이런 느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래도 민윤기가 좋았으니까. 마음정리를 하려고 해봐도 자꾸 비집고 들어오는 민윤기 생각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야 말았다.
보미는 즐거운 시간 보내라며 제 갈 길을 먼저 갔고, 덩그러니 남은 나는 지금 민윤기와 같이 걷는 중이다. 이 길을 민윤기랑 대체 몇 번을 걸었던 걸까. 이 정도면 하교 친구인가. 민윤기는 날 대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냥 평소와 같았다. 나는 그런 민윤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같이 있음에도 자꾸만 올라오는 짜증에 그래도 선배니까, 라는 생각으로 꾹 눌러 담는다.
“김여주, 오늘 왜 그렇게 뚱한데.”
“…몰라도 돼요.”
“왜 그래, 우리 여주. 괴롭히는 애들 오빠가 다 혼내줄까.”
“…….”
내 옆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걸어오는 민윤기가 이렇게 미울 순 없었다. 그냥 다 짜증났고, 화가 났다. 이 모든 상황들이. 기껏 꾹 눌러 담았던 것들이 터지는 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하지 마요.”
“아, 왜.”
“하지 말라구요.”
“싫은데.”
“아, 하지 말라니까요?”
말장난부터 시작해서 자꾸만 볼을 꼬집어 오는 민윤기에 결국 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만다. 손을 가볍게 쳐내며 톤을 올리자 민윤기는 당황한 듯 그대로 굳어 날 바라보기만 한다. 나도 아차, 싶었긴 했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연신 피식거리며 웃던 민윤기의 얼굴도 굳어버리고 그 옆에 나는 몇 배로 굳어버렸으니까. 아마 민윤기와 나 사이에 처음 있는 차가운 기류일 것이다. 그간 정적은 있었어도 이런 분위기는 없었거든.
“…화났냐.”
“됐어요. 오빠 진짜 그러는 거 아니에요.”
“뭐가.”
“며칠 전에 술 마시고 저한테 전화한 거 기억 안 나요?”
“그거 기억나는데 내용이,”
“저 좋아한다면서요.”
“…….”
입을 다문 민윤기를 시작으로 퍼져나간 정적은 무섭도록 빠르게 이 공간을 얼렸다. 내가 단순히 자기가 친 장난에 화가 났다고 생각해서 풀어주려던 모양이었던지 여전히 장난 끼 그득하게 묻던 민윤기가 내 말에 급속도로 표정이 굳어갔고, 대답할 말이 없는 듯 그냥 입을 다물고 날 바라보기만 한다. 나는 그런 민윤기의 눈을 보다가 차마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고개를 푹 숙였고. 그렇게 한참 동안 흐르는 정적을 민윤기가 아닌 내가 다시 깼다. 지금 이 정적을 대충 무마시키기엔 너무 늦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짓게 되면 이제 민윤기와 나는 더욱 어색해질 게 뻔 하니까.
“…저는 오빠가 저 좋아하는 줄 알고 좋았는데.”
“…….”
“저 다 기억해요. 오빠가 저 엠티 때 안아준 거.”
“…….”
“근데 왜 맨날 오빠는 다 없었던 일로 만들어요?”
“…….”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진짜….”
딱히 울려던 생각도 아니었고, 울고 싶지도 않았는데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수록 자꾸 눈물이 고였다. 그냥, 속상해서. 이런 감정 문제들을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웠나보다. 살면서 썸이니 연애니 제대로 된 걸 해보지도 못한 내가 대학교에 입학해서 생전 처음으로 어장을 당하고 있는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기로에 놓여있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냥 단순히 짝사랑으로 끝냈더라면 오히려 감정낭비를 더 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민윤기와 같이 지내면서 커진 마음은 나를 긁어내리기에 충분했다. 지금껏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었었는데 며칠 전부터 돌이켜보니 참 내가 힘들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처음인 내가, 스무 살의 내가 감당하기엔 아직 많이 여렸다.
끝이 없는 정적 속에서 나는 애꿎은 바지만 적셨다. 고개를 들지도 않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그대로 뚝, 뚝 떨궈냈다. 민윤기는 처음부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지만 내가 말을 하다 말고 아무 말 않고 고개를 그대로 숙이고 있자 민윤기는 뭔가 이상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 했다.
너 울어?
민윤기가 물었다. 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아무 대꾸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또 길게 이어지는 정적. 이 정적이 싫어 급하게 눈물을 슥 닦아내고 버스 예정 시간표를 보자 마침 진입이란다. 멀리서 오는 버스에 그냥 저 먼저 가볼게요. 하고 벌떡 일어섰는데도 민윤기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한숨만 내쉬었다. 나는 차마 돌아볼 수는 없어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도로 쪽으로 한 발자국 내딛자 그제야 민윤기가 벌떡 일어나 내 손목을 움켜쥔다.
“너 다음 차 타.”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손목을 빼내고 무작정 버스에 타려고 했는데 민윤기도 남자였던지라 내 손목이 빠질 리 없었고, 그대로 다시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혀지고 만다. 버스는 잠깐 멈춰 섰다가 내가 다시 돌아가는 걸 보고 출발했고.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었다, 나와 민윤기는.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있을 거면서 날 왜 다시 앉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윤기는 그렇게 가만히 내 옆에 앉아있었다.
“…김여주.”
그러더니 이내 큰 한숨을 몰아쉬며 내 몸을 돌려 자기를 바라보게 하더니 미처 닦지 못한 눈물을 닦아준다. 뭘 그렇게 우냐는 말과 함께. 뒤늦게 달래주는 민윤기의 다정스러운 걱정에 괜히 서러워 눈물만 채워내자 민윤기는 눈물 만지는 게 껄끄럽지도 않은지 계속해서 맨손으로 닦아내며 그만 울라 말한다.
“미안해.”
또 사과한다. 민윤기는 나한테 대체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듣기 싫어요. 사과 좀 그만 해요.”
엉엉 운 게 아닌데도 어쨌든 울어서 그런가 목이 잠겨 뚝뚝 끊기는 말로 겨우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듣기 싫다고, 사과 그만 하라고. 정말인지 민윤기가 하는 사과는 듣기 싫었다. 왠지 자신이 한 행동을 무마시키려고 하는 느낌의 사과 같아서, 그래서 민윤기가 하는 사과는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이어지는 민윤기에 사과에 입 꼬리를 내리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그만하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민윤기가 뭔가 민망한 듯 자기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스물여섯 살이 양심이 있으면, 스무 살짜리 신입생 좋아하는데 당연히 미안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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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자랑하고 싶어서 오늘은 더보기 안 썼습니다 ㅠㅅㅠ...!
아주, 정말 아주 잠깐이었지만 초록글에 올랐었어요. 저 진짜 초록글 올랐다는 쪽지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꾸준히 쓰니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시고 이렇게 잠깐이라도 초록글에 오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번 편은 답글을 다 안 달아드렸는데, 이게 글 쓴지 하루가 넘어가면 답글 달기에 타이밍이 애매해지더라구요.
....(쭈굴) 댓글들 다 너무 예쁘게 남겨놓으셔서 저 그거 하루에도 몇 번씩 보면서 헤실거리고 그래요. 진짜로!
우리 암호닉 독자분들도 다 기억해서 저 누구예요! 하고 댓글 남기면 괜히 반갑고 그럽디다 ㅎㅅㅎ...헷
이번 편부터는 다시 답글 남겨드리도록 할게요! :D
아무튼! 이번 편은 어떠셨나요~? 앞 부분은 정말 답답하셨죠? 저도 쓰면서 진짜 윤기 정말 이걸 그냥...(부들)
드!디!어! 윤기가 제대로! 멀쩡한 정신에! 여주 앞에서! 고백을! 했습니다!!!!!!!!!!!!!!!!!!!!!!! (쩌렁쩌렁)
그동안 윤기 학회장님의 애매한 행동들에 답답해하셨던 독자님들! 이젠 속이 뻥 뚫리셨나요?! 허허.
이제야 정말 드디어! 정말로! 길고 길었던 썸같지도 않은 무언가가 끝나고야 말았네요. 이야호!
내일부터 다시 오전수업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바쁘고 지칠 예정이라 평일이 되기 전에 올리고 갑니다!
다음 화도 열심히 써오도록 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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