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 상 가 들
; The Dreamers
作 캣츠아이
LION BABE - Treat Me Like Fire
BGM 필청 부탁드립니다.
# # #
"김태형."
"응."
"키스해줘."
나는 굳이 섹시한 척하려 하지 않는다. 또한 굳이 얌전한 고양이처럼 굴지도 않는다.
언제나 솔직하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
따라서 나는 싸구려처럼 굴지 않는다.
김태형은 입매를 굳힌 채 내 허리를 감싸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이 모든 건 그 애가 보고 있다는 전제 하에 벌어지는 쇼이다.
그걸 알고 있는 김태형은 내게 화가 난 모양이다. 네가 뭔데 그런 애를 의식해? 그런 의미로.
아얏. 아주 작게 속삭이자 금세 손아귀에 힘이 풀린다.
고개를 조금 돌려 아주 가까이에서 김태형을 올려다보자, 그 애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입술을 낚아챈다.
격정적인 키스 가운데에, 나는 김태형의 와이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등을 쓸었다.
하지만 김태형은 그러한 내 손길에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
나 또한, 김태형의 키스에 어떠한 흥분도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하는 건, 단지 쇼이기 때문이다.
곁눈질로 멀찍이에서 아닌 척 나를 쳐다보고 있는 민윤기를 보았다.
그 애는 교탁에서 벌어지는 추잡한 키스 쇼에도 일절 관심을 두지 않겠단 듯, 교과서와 문제집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재미가 식었다. 이 모든 건 민윤기를 위한 쇼인데, 당사자가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나는 즉시 입술을 떼었다.
태형이가 입모양으로 물었다. '왜.'
나는 주위를 살폈다. 더러운 것을 보듯, 또는 재밌는 것을 보듯 우리들의 키스 쇼를 관람하던 학우들이 잽싸게 문제집에 고개를 박는다.
진짜 재미없다. 나는 교탁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김태형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 또한 교탁에서 내려와 나의 짧은 교복 치마를 내려준 후 금세 나를 지나쳐갔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 또한 나를 사랑했지만 우리의 키스에는 어떠한 의미도 담겨 있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복 남매였기에.
김태형. 18세. 고등학교 2학년.
* * *
"민윤기."
민윤기는 참 매정하다. 사람이 이렇게 불러도 왜 일절 돌아보지도 않는지.
"민윤기!"
조금 더 세게 소리치자, 그 애는 비싼 이어폰을 휙 뽑은 뒤 짜증스레 뒤를 돌아본다.
나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책가방 끈을 베베 꼬았다. 불안할 때 나오는 습관이다.
"왜."
"사람이 부르면 대답을 좀 해."
"왜 부르는데."
"나 기숙사까지 가기 무서운데."
"……."
"데려다주면 안 돼?"
민윤기는 그대로 멈추어 서서 나를 응시했다.
그 애의 하얀 얼굴이 복도의 시허연 형광등 빛을 받아 더욱 창백해보인다.
그는 가끔씩 이렇게 정적을 지켰다.
나는 참을성 있게 정적을 무심코 기다렸다.
"왜 나한테 그래. 김태형 있잖아."
"걔가 안 보이니까."
나는 치마를 조금 끌어내렸다. 창문 새로 새어들어오는 밤바람이 차다.
민윤기는 잠시 고민하더니 한 쪽 이어폰도 마저 뽑았다.
"…가까이 와."
나는 속으로 미소지으며 조용히 민윤기의 옆에 바짝 붙었다.
내가 추운 듯 어깨를 잠시 떨자, 민윤기는 귀찮다는 듯 인상을 구기면서도 자신의 가디건을 벗어주었다.
민윤기는 말랐지만, 남자다웠다. 어깨선이 한참이나 떨어지는 가디건을 쳐다보았다.
가디건에서 민윤기에게서 나는 향이 났다.
나는 좀 더 가까이 민윤기에게 붙었다.
민윤기는 슬쩍 나를 내려다보더니 다시 정면을 응시하고 말없이 걸었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손 끝이 우연히 스쳤다.
민윤기의 표정을 살폈다. 익숙한 무표정이었다.
민윤기. 19세. 고등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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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캣츠아이입니다.
성실 연재에 자신이 없어 (...) 계속해서 미뤄오던 글을 드디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잡담 자체에 글을 올리는 것이 상당히 오랜만이라서 낯설고 어색해요.
짧은 미리보기이지만, 글의 전체적 분위기나 소재를 파악하시는 정도로만 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혹여 거부감이 있는 소재라면 지뢰를 피하실 수 있도록 ^^; ..
글은 얼마 전 영화 '몽상가들'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아, 그것을 모티브로 쓰게 되었습니다.
윤기와 태형이 이외에 다른 소년들도 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