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김태형] 몽상가들 (The Dreamers) : 05 | 인스티즈](https://33.media.tumblr.com/09121f1ba4083f71ccd997040a627f12/tumblr_nswfpax1aD1qlwl18o1_400.gif)
몽 상 가 들
; The Dreamers
作 캣츠아이
Hisaishi Joe - 人生のメリ-ゴ-ランド
BGM 필청 부탁드립니다.
# # #
주말이 지나고, 순식간에 실기 날짜가 다가왔다.
실기를 준비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하루에 한 끼를 겨우 챙길까 말까였고, 잠도 거의 자지 못했다.
주어진 시간에 남들보다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선 몇 배로 노력해야 했고, 미친 사람처럼 몰두해야 했다.
사실 민윤기는 내가 하는 것만큼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파트너라는 명분을 대며 나와 함께 연습해주었다.
그리고 기어이 실기 전 날이 찾아왔다.
어김없이 나는 불안이란 늪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평소에도 피아노를 칠 때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이번엔 남들 앞에서 피아노를 친다는 생각이 괴로울 정도였다.
게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내 앞에서 같이 피아노를 치는 민윤기가 보였다.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며 중간중간 폭발하고 잠잠해지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것이 민윤기라는 것.
하루 종일 피아노를 치다 해가 저물었다. 홧김에 건반을 세게 내리쳤다.
깨진 손톱을 온통 테이핑해서 감고, 물집이 잡히다 못해 터진 것들도 대충 밴드를 덕지덕지 덧붙인 초라한 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오늘따라 손가락이 유연하게 움직이질 않았다. 자꾸 로봇처럼 까닥이는 모습에 화가 났다.
내 모든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민윤기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민윤기는 '그 주말' 이후로 연습을 주도할 때 이외엔 일절 말을 꺼내지 않았다.
긴 피아노 의자 끝에 털썩 앉은 민윤기가 낮은 목소리로 조곤히 말했다.
"아직 이 곡이 이해가 안 되는 거지?"
"…응."
"내가 뭘 해줄까."
"너는 이 곡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알려줄래?"
파트너니까, 너한테 조금이라도 맞추는 게 나을 것 같아.
작게 중얼거리자 민윤기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민윤기가 입을 뗐다.
"니가 어떻게 생각할 진 모르겠지만."
"……."
"이 곡은 내 첫사랑이 좋아했던 곡이야."
"…아."
"내가 이 곡을 쳐 주면, 내 등에 기대서 조용히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었어."
"……."
"그럼 나는 이 곡을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해서 치고, 그동안 그 애는 그림을 완성하고."
"……."
"널 보자마자 이 곡이 떠올랐어."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민윤기의 첫사랑을 닮은 걸까? 영원히 민윤기의 첫사랑의 잔상으로 남긴 싫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럼 내가 네 첫사랑을 닮은 거야?"
"…글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왜 날 보고 그 기억을 떠올려."
"나도 잘 모르겠어."
"……."
"그냥… 너는 남들의 상처를 모두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아."
"……."
"나한테 이 곡은 슬픈 기억이야."
"……."
"내가 보기에 너는 언제나 슬퍼 보이거든."
민윤기는 말을 마치고 내 손을 집어들었다.
하얀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슬픈 기운을 내게 떠밀어주는 것 같았다.
내 손 끝의 상처들을 모두 쓰다듬은 민윤기가 내 손에 깍지를 끼고 꾹 힘을 주었다. 정적이 지속됐다.
나는 계속 생각에 잠겨있다 무심코 내뱉었다. 사실 좀 불안하기도 했다.
"네가 보기엔 내가 왜 슬퍼보여?"
정적을 깨고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이 자꾸 조급해지고 무언가 얹힌 것처럼 속이 불편했지만 잠자코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머리 위에서 낮게 잠긴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이야."
이상하게 그 말을 듣자마자 속에 얹혀있던 무언가가 가슴 속을 타고 휙 넘어왔다.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으로 승화시켰다.
금세 눈 앞이 뿌옇게 되며 가슴 속에 있던 응어리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입을 막고 등을 구부린 채 울음을 토해내자 민윤기가 나를 들어올려 제 품에 안았다.
민윤기의 품은 넓었고 말랐다.
내 목을 팔로 감싸안고 천천히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쉴 새 없이 위로받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기댄 적이 없었다는 것.
내 생각을 귀신처럼 알아챈 민윤기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가끔씩은 네 속을 털어내도 돼."
먹혀들어가던 울음이 다시금 보 터지듯 쏟아졌다.
그러자 민윤기는 나를 좀 더 세게 안아주었다.
민윤기가 쓰는 향수 향이 은은하게 흘러들어오는 가운데, 얼마나 더 울었는지 모르겠다.
민윤기는 조용히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당연하게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아무 말도 못 꺼내는 나를 조심스레 토닥이며 민윤기가 물었다.
"다 울었어?"
"……."
"오늘은 일단 가서 자자."
대답을 않고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나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고꾸라졌다.
다행히 땅에 닿기 전에 나를 잡아세운 민윤기가 나를 다시 피아노 의자에 앉히더니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나는 하도 울어 먹먹한 목소리로 퉁명스레 내뱉었다.
"뭐해."
"업히라고."
"됐어. 걸어갈게."
"그냥 업혀. 오늘만 해줄 거니까."
하는 수 없이 등에 업혔다.
민윤기는 의외로 가뿐히 일어서서 나를 기숙사 방까지 데려다준 뒤 돌아갔다.
멍한 정신을 일깨우려 노력하며 교복을 벗었다.
얼른 씻고 자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텅 빈 방을 쭉 둘러보았다.
태형이는 요즘 더욱 바빠졌고, 만날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문득 태형이 생각이 나자 걱정이 되었다.
나는 연습실에 매달려 살았고, 태형이는 매일 교수실에 불려가 개인 교습을 받았다.
내가 한두 시간 겨우 기숙사에 돌아와 기절하듯 잠들었을 때가 되어야 태형이도 겨우 돌아왔다.
간간이 태형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깰 때쯤엔 날 꽉 껴안은채 잠든 태형이를 볼 수 있었다.
태형이를 생각하며 욕조에 따뜻한 물을 한가득 받았다.
그리고 우선 물에 한참이나 들어가있었다.
내일 있을 실기를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노력이었다.
볼이 발갛게 올라올 때쯤, 문득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왼쪽 쇄골 아래에 새겨진 타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타투를 보자마자 나는 입술 안의 연한 살을 콱 깨물고 허벅지를 세게 문질렀다.
Life, 태형이와 같은 곳에 새긴 단순한 레터링 타투였다.
열일곱 살 때, 내 허벅지의 흉터를 본 태형이가 한참을 울다가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는 꼭 살자. 살아남으면 꼭 우리 둘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자.'
그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까 미친듯이 문질렀던 허벅지의 자해 자국이 아렸다.
나는 고개를 욕조에 처박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아무도 날 모르는 세상에 가고 싶다.
그니까, 그냥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 분 정도 잠수하다 숨이 막힐 때 쯤 물에서 빠져나왔다.
눈도 뜨지 못한 채 뼈가 시리도록 찬 물을 몸 위로 쏟아낸 뒤,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해서 몸이 삐쩍 말라 있었다.
갈비뼈며 쇄골 뼈가 툭 튀어나온 초라한 몸을 보다가, 눈을 질끈 감고 가운을 꺼내 입었다.
내일 실기를 잘 하려면, 얼른 자야하니까.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그대로 매단 채 침대에 엎어져 잠들었다.
지치고 피곤했다.
* * *
실기 시험을 볼 차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자꾸 숨이 가쁘고 식은 땀이 흘렀다. 언제나 일어나는 긴장의 조짐이었다.
평소엔 태형이가 옆에서 달래주었는데, 오늘은 태형이가 없었기 때문에 더했다.
긴장하지 말라며 민윤기가 내 어깨를 주물러주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호명된 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민윤기와 눈을 마주치며 연주를 시작했다.
아픈 기억. 내 속의 상처. 내 허벅지의 흉터와, 내 가슴에 새겨진 타투를 떠올리려 노력했다.
결과는 보통이었다.
못한 것도 아니었고, 눈에 띄게 훌륭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었다.
딱 평소 연습하던 대로 나왔다. 남들 눈에는 적당히 잘한 연주.
교수님이 무어라 사족을 붙였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멍하니 서 있다가 그대로 인사하고 나왔다.
시험장을 빠져나오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실기 기간 내내 쪼그라든 내가 다시 피어나는 느낌이었다.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부터 태형이가 달려왔다.
나는 힘없이 웃었다. 태형이다.
태형이는 훌쩍 다가와 나를 번쩍 안아든 채 빙글빙글 몇 번 돌았다.
어깨를 툭툭 치며 내려달라고 하자 그제서야 나를 내려놓은 태형이는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이곳 저곳에 입을 맞추었다.
"이게 얼마만의 김탄소야."
"요즘 어때."
"교수 새끼가 존나 꼰대질해."
투덜거리는 말이 영락없는 애기였다.
푸스스 웃자 내 코 끝에 입맞춘 태형이가 해맑게 웃었다.
"시험 잘 봤어?"
"그럭저럭 봤어."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그래도 왔잖아. 됐어."
태형이는 계속 내 얼굴을 보며 바보처럼 웃다가, 나를 번쩍 들어올려 옆의 테이블에 날 앉힌 뒤 날 끌어안고 입맞췄다.
태형이는 참 키스를 잘 했다. 혀를 유연하게 굴리는 법을 아는 것처럼.
정신이 쏙 빠지도록 키스한 뒤 입술을 쪽 빨아들이고 입을 떼낸 태형이가 다시 날 보고 웃었다.
그래서 나도 웃으면서 태형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울렸다.
"김태형."
"…누구야."
복도 끝에서부터 민윤기가 천천히 걸어오며 김태형을 불렀다.
태형이는 순식간에 미간을 찌푸린 채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금세 나와 태형이 앞에 도착한 민윤기는 표정 없이 본론을 꺼냈다.
"심 교수님이 오라는데."
"아, 또 뭔 지랄을 하려고."
"빨리 가라."
태형이는 짜증을 내다가도 휙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또다시 웃고 뽀뽀를 한 뒤에야 달아났다.
태형이가 멀어지는 모습을 멀거니 보고 있는데, 민윤기가 툭 말을 던졌다.
"또 봤네. 이번에도 보려고 했던 건 아닌데."
고개를 들어 민윤기를 쳐다보았다.
민윤기의 표정은 확실히 굳어있었다.
원래도 기분이 좋을 때보다는 안 좋을 때가 더 많은 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지 않아보였다.
나랑 태형이가 키스한 걸 보고 기분이 나빠진 건가. 속으로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걸 나한테 꼬박꼬박 보고할 필요는 없는데."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잖아."
"뭐가?"
"피 섞인 남매가 서로 옷 벗고 침대에서 애무하고 키스하는 게 평범한 일이야?"
"뭐라고?"
얼굴이 확 구겨졌다.
나랑 태형이를 그렇게 저급한 표현으로 한 순간에 낮춘 것이 기분 나빴다.
민윤기는 아랑곳않고 말을 이었다.
"침대도 하나라며. 볼 장 다 봤겠네."
"대체 나한테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희 사이."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난다기보다는 넋이 빠졌다.
더럽다고, 우리 사이가.
"왜 애들이 너한테 걸레라고 부르는지 모르지?"
"……."
"보통 남매는 키스나 섹스를 하지 않아."
"……."
"그리고 못하도록 법으로 제어되고 있어. 근친상간은 금기 사항이니까."
민윤기는 야속하게도 주저없이 말을 쏘아붙였다.
냉철하게 쏟아지는 폭언에도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민윤기는 대답없는 나를 좀 더 내려다보다가 뒤돌아서 떠나갔다.
민윤기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문득 눈물이 터졌다.
원래 이렇게 자주 우는 사람이 아닌데.
나한테 저런 말을 해도 민윤기의 뺨을 칠 수가 없었다. 그게 가장 비참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걸레란 말을 들은 것보다, 나를 걸레라고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더 슬펐다.
한참이나 무릎 사이에 웅크려 눈물을 찍어내다 벌떡 일어났다.
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기숙사로 뛰어갔다.
# # #
안녕하세요! 오랜만인 것 같아요. 캣츠아이입니다.
오늘은 @암호닉@을 받습니다.
몇 분이나 계실 지는 모르겠어요.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다행인 것으로…
참고로 저는 텍파를 만들지 않을 계획입니다.
왜냐하면 1. 몽상가들은 90%가 브금빨이기 때문이고
2. 여러 번 텍파를 만들어 메일링을 했지만 굉장히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쓸데없는 강박이 심하기 때문에..^^; 텍파 하나 만들려면 거의 2주를 밤새 수정하고 문체 다듬고 해서 보내드려야 하거든요.
기다리시는 분들도 저도 지치는 일은 아예 벌이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정 하에, 텍파를 만들지 않을 계획입니다.
따라서 저랑 '소통'하고 싶으신 분만 암호닉 신청해주시면 돼요.
암호닉 분들이 댓글 달아주신다면 꼬박꼬박 답댓글 달아드리겠습니다. 약속!
저는 댓글이 적은 것보다 암호닉 분들이 나타나지 않으시는 게 더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ㅅ;
텍파 메일링도 없으니 메일링 받으시려고 암호닉 만드실 필요도 없습니다!
혹시나 신청해주실 분은 [] 괄호 안에 신청하실 암호닉을 넣어서 댓글로 남겨주세요.
예) [캣츠아이]
앞으로 사족은 길게 붙이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자유롭게 글을 이해해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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