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민루/세루] 나는 펫 14 W. 냉동만두 준면의 눈을 피해 오늘도 어김없이 루한의 카페에 온 세훈은 다른 날과는 다르게 빨리 카페를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민석이 이씽을 따라가겠다며 루한에게 졸라 카페에 오긴 왔는데, 이씽의 등장으로 입소문이 퍼져 이씽의 단골이 죄다 몰린 데다 기존의 손님들, 그리고 바글바글한 카페가 궁금해 들어온 사람들까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일 때문에 아무도 민석을 돌볼 사람이 없어 루한이 세훈에게 민석이 좀 봐달라며 맡기고 가자 거절할 수 없는 세훈은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더더군다나 민석은 세훈에게 있어 라이벌이자 짝사랑 상대의 자녀이기도 했다. 민석의 존재가 달가울 리 없었다. "교복아, 떡 안 먹어?" "ㄴ, 네?" "나 먹는다~" 세훈은 입안 가득 탱탱하게 떡을 넣고 우물우물 씹는 민석을 애처롭게 바라봤다. 저기요, 그거 마지막 떡이거든요... 빙수의 묘미는 떡인데!!!!! 민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앞에 놓인 빙수를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이씽이 서비스로 준 빙수와 허니브레드를 받긴 받았는데, 어째 민석이 더 많이 먹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한편 민석은 이 상황이 재밌어 죽을 지경이었다. 크리스에게 어떤 학생이 루한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학생이라면 자신의 앞에 있는 교복이밖에 없었다. 짐짓 모른 척하고 있는데, 이건 정말이지 재밌어도 너무 재밌는거다. 루한이 부탁을 해도 안절부절. 자신이 뭔 말만 해도 안절부절. 그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은 끈질기게 루한을 쫓고 있는 것을 보니 장난을 치고 싶었다. "저기요.." "응?" "루싸장님 혹시 결혼.. 하셨어요?" "결혼? 루한? 안 했을걸?" "...혼전임신?" "그게 뭐야?" "아니, 아니에요. 그럼 애인은요?" "애인? 애인은 모르겠어." 자신이 펫이자 애인인 것을 민석이 모를 리 없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장난을 칠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훈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치는 것을 보고 민석은 굳히기에 들어갔다. "물어봐줄까?" "진짜요?" "그게 뭐가 어렵다고." "잠깐!! 마음의 준비 좀.." "뭘 이거 가지고 마음의 준비까지 하고 그래?" "떨리잖아요.. 애인 있다 하면 어떡해요." "루한이 애인 있으면 안 돼?" "당연하죠!!!" "왜?" "그야 당연히 제가 루싸장님 좋아하니ㄲ..." "호오- 교복이 루한 좋아해?" 헙. 망했다. 순식간에 세훈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아니, 그게 아니고..!!!!" "얼레리 꼴레리~교복이는~루한이를~좋아한대요~" "아 조용히 해요!!" "힝.. 지금 나한테 소리지른거야?" "제가 언제요..." "루한이한테 이른다? 나한테 막 소리질렀다고?" 당황한 세훈을 보고 민석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다. 이거 집에 가면 크리스한테 꼭 말해줘야지. 오랜만에 하는 장난은 너무 재밌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루한!! 교복이가!!으브브브브브븝!!!" "제가 웃기게 생겼대요 하..하하.." "동감." "헐 싸장님..." "루한!!! 애인 있어?" "애인?" "난 안 궁금한데 교복이가 궁금하대! 물어봐달래!!" "있지." "있어요?!!!!" 멘붕이 찾아온 세훈이 영혼이 이탈하는 동안 민석은 고양이로 변해 쪼르르 루한의 어깨 위에 배를 걸쳤다. "루한~ 애인은 누구야?" "누구긴, 너지." 루한이 민석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잡고 쪽쪽쪽 연속 뽀뽀를 날려댔다. "맞지? 나 몰래 애인 있는거 아니지?!!" "당연히 없지." "헐..." "싸장님!!!!!호출!!!!!!" "나 가봐야겠다. 세훈이 맛있게 먹고 가~" "교복이 빠빠이~" 세훈은 종대의 호출에 급히 뛰어가는 루한을 멍하니 쳐다봤다. 나 방금 이름 불린 거야? 교복이 아니고? 무려 성까지 떼고 친근하게????!!!! "메~롱~" 그나저나 저 고양이 한 대만 때리면 안될까요. 진심이야 루싸장님. 민석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의 초코 시럽이 주룩주룩 흐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금 전 세훈의 표정이 너무 웃겨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루한에게 안겨 도망치듯 빠져나왔건만, 미안한 마음과 펫 특유의 소유욕, 질투가 동시에 올라왔다. 세훈은 이미 갔지만 그래도 다음에 만나면 사과라도 해야겠다며 다짐했다. 이씽은 민석이 자신이 쥐여준 아이스크림을 들고 혼자 깔깔대며 웃는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민석씨 기분 좋아보이네요?" "응!! 완전 좋아!" "아이스크림 다 흘리잖아요. 조심." "찝찝해... 닦아줘어.." 이씽은 민석의 투정에 부드러운 티슈 한 장을 꺼내 꼼꼼하게 손을 닦아주었다. 루한은 멀찍이 떨어져서 그 광경을 상당히 불만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종대는 그런 루한의 손을 잡고 사무실로 끌고 들어왔다. "왜 이래?" "...싸장님 나빠요." "또 왜 나쁜데?" "대뜸 저 분 데려와서 니 선배다, 이러시면 전 어떡하라구요!" "뭘 어떡해. 니가 후배지." "싸장님!!!!" "뭐." "저 일 안합니다?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상황이냐구요. 음료 만드는 건 선배가 다 하고, 저는 따까리에요?!! 왜 하루종일 청소만 시켜요?!!" "일 하기 싫으면 말던가.. 요즘에 태민이가 그렇게 일하고 싶다고 조르던데.." "싸장님." "응?" "아 싸랑해요." 일자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종대(22. 청소부)였다. "근데 저 선배 민석님 빠돌이에요? 민석님 엄청 좋아한다.." "민석님?" "크리스 형은 회장님, 싸장님은 사장님, 그러니까 민석씨는 민석님." "그래 민석님이고 뭐고.. 내가 저 빠돌이 괜히 다시 들였어.." "싸장님도 후회하면서!! 괜히 안 그런 척 하다가 딱 걸렸어!!" 종대의 말에 반박하려던 루한은 자신을 부르는 민석의 목소리에 밖으로 나갔다. 하얀 옷에 얼룩덜룩 초코 시럽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씽은 그런 민석의 옷을 몇 번 닦아주다 포기한 듯 했다. "주이인.. 나 집에 갈래. 이게 뭐야..." "으휴, 아가 또 딴 생각 했지?" "안알랴줌. 근데 이거 짱시룸.. 끈적거려...." "어차피 가게 문 금방 닫으니까 이씽이랑 먼저 집에 가. 너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 이씽. 부탁해." "네." "헐헐 싸장님 저도 갈래요!!!" "종대 넌 나랑 마저 뒷정리 해야지." ".....싸장님 진짜 나빠요." "종대 빠빠이~" "종대씨 내일 봐요!" 어쩐지 이 카페에서 종대의 역할은 청소부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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