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치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앞,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서랍을 정리하며 복도 쪽을 보니 모든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와 복도가 복잡했다.
하지만 몇분이 지나자 금새 고요해졌다.
반에 몇명 남지 않은 아이들도 모두 나가고 나는 가방을 매고 뒷문으로 나갔다. 그 전에 사물함에서 무언갈 열심히 정리 하고 있는 듯한 세훈이에게 인사를 했다.
"세훈아 잘가."
"너도 잘가."
세훈이는 나를 슬쩍 보고 답을 해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사물함 정리에 집중했다.
복도 창문 너머로 햇빛이 쨍쨍한 운동장이 보였다. 아, 얼른 집에가야겠다. 배도 조금 아픈것 같기도 하고...
이게 대체 왜 이렇게 안 빠지는거야? 하여튼 김종인. 김종인 한테는 절대로 책 안빌려줘야지.
내가 허락한 적도 없는데 마음대로 책을 빌려가서는 또 마음대로 책 사이에 끼워버려 책이 도통 빠질 생각을 안했다. 키도 큰 내가 출석번호때문에 제일 밑칸 사물함을 쓰는데다가 쪼그려서 힘을 쓰려니 허리가 아팠다.
"세훈아 잘가."
ㅇㅇ이가 인사를 해왔다. 평소처럼 자연스레 나도 인사를 받아주었다. 근데 이 책이 얼마나 꽉 끼어서 안빠지는지 제대로 ㅇㅇ의 얼굴을 마주보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고개만 슬쩍 돌려 ㅇㅇ의 실내화를 보고 인사했다.
"너도 잘가."
ㅇㅇ이가 나가자마자 책이 꺼내졌다. 김종인 진짜. 내일 만나면 죽을 줄 알아.
ㅇㅇ은 작아서 걸을 때 뒷모습을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 그 뒷모습을 보려고 머리를 복도쪽으로 빼꼼 내밀었다. 어?
치마에 피가 묻어있었다. 아,그 마법에 걸린 날 인건가..? 그리 많이 묻진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가서 옷 갈아 입을 때 보면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사물함 구석에 쳐박혀 있던 동복 체육복 상의를 꺼내 가방에 넣었다. 어디까지 갔나 싶어 운동장쪽을 보니 벌써 교문을 지나가고 있었다. 애들이 거의 하교를 해서 다행이었다. 나는 얼른 가방을 매고 ㅇㅇ의 뒤를 쫓아갔다.
그 작은 몸으로 얼마나 멀리 갔던지 교문을 나오고서도 한참을 찾아다녔다. 앞에 보이는 ㅇㅇ에게 얼른 다가갔다. 사람들이 볼까 ㅇㅇ의 뒤에서서 내 몸으로 일단 치마를 가리고 급하게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어 몸통부분으로 치마를 가렸다.
"어?세훈아."
"앞에 보고 있어. 너 치마에 뭐 묻었다."
체육복 팔을 한 쪽 씩 잡고 ㅇㅇ의 허리에 둘렀다. 그 상태로 팔로 매듭을 묶어 체육복이 내려가 치마가 보이지 않게 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무심한 척 했지만 이건 꽤 용기를 내서 한 행동이었고 나름 백허그를 했다는 생각에 심장소리가 너한테도 들릴까봐 조마조마했다.
"근데..뭐 묻었어?"
"그... 생리...."
세훈의 얼굴이 급격히 발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작게, 조심스레 말하는 세훈을 보고는 저가 다 부끄러워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어쩐지 배가 좀 아프더라. 고마워 세훈아. 체육복은 내가 세탁해서 줄게. 그럼 우리 내일…"
세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자연스레 헤어지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세훈이 말을 끊고 들어왔다.
"데려다줄게."
아무렇지 않은척 하면서 말한다는게, 너무 무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해버려서 저도 그냥 알았다며 나란히 집으로 향했다.
인사하는 같은 반 친구. 정도의 사이라 집까지 가는 길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세훈이 그 침묵 속에서 저를 슬쩍 옆으로 보았다. 배가 아픈건지 배를 부여잡고 걷고있었다.
"잠깐만."
세훈은 '잠깐만' 이 한마디를 남기고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잠시후에 저에게 건낸 것은 희망약국이라고 쓰여진 약 봉투였다. 봉투를 살짝 벌려보니 진통제란 진통제는 모두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뭐가 잘 들지 몰라서... 많이 아프면 약 먹어."
"고마워."
세훈의 배려에 저도모르게 슬쩍 미소를 지었고 세훈도 그랬다. 또 다시 침묵이 찾아왔고 그 침묵을 먼저, 누가 깨기도 전에 집에 다다랐다.
"데려다주고 약도 사다주고..너무 고마워 세훈아."
![[EXO/세훈] 가까운 사이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1/7/117e15cd1072ac7da8386b70b7c18639.gif)
"언제든지..아프면, 말해. 약 사올테니까..."
세훈이 부끄러운 듯 저를 처다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