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첸] 맑은날에 느닷없이 치는 번개
W.실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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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번개의 신 보조관 (유니콘계 천사) 레이의 그 곱고도 선한 인상에는 잔뜩 찌푸린 이맛살이 생겼습니다. 유니콘계의 천사인 레이의 집안은 대대적으로 번개의 신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레이가 모시게 된 22대 번개의 신인 첸은 어린나이에 신의 자리를 계승 받았는데, 어릴적 부터 이리 저리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이 많아, 선조 신에게도 매우 혼이 났던 소문난 개구장이였습니다. 불멸의 신 주제에 몰래 인간세계로 나갔다가 차에 치여 피에 흠뻑 젖은체 돌아오지를 않나, 얌전히 자리에 앉아 서류를 해결하지는 못할 망정 레이에게 말장난을 걸어 오지를 않나, 이래저래 레이는 자신의 선조보다 더 한 고생을 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 첸님! 제가 그리도 가만히 계시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 어어? 레이!! 레이 이리 와봐요! 저기 저 인간들이 해괴망측한 행동을 하는 꼴을 같이 구경해요!
- 첸님!!!! 선조 번개의 신님이 영면에 드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잊으신건가요? 선조 번개의 신님이 아시면 노여워 하실것입니다!
- 아빠가 노여워 하시던간에, 나는 그 자리를 계승 받고 싶지 않아요. 아, 레이! 레이 때문에 웃긴 광경을 놓쳤잖아요!
- 하…, 정말 첸님.
레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요즘 들어서 레이의 고민은 갈수록 커져 가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선조 번개의 신이 영면에 들 날이 이젠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선조 번개의 신은 현 번개의 신인 첸의 아버지로, 첸 만큼이나 고집이 강한 분이셨습니다. 레이는 혹여나 선조 번개의 신이 이러한 현 번개의 신인 첸의 행동을 노여워 하여서 이미 결정된 사항인 영면에 드시지 않으실까봐 매우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걱정의 대상인 현 번개의 신, 첸은 레이의 팔을 잡아 끌며 금방이라도 인간계로 뚝- 하고 떨어질것만 같이 몸을 천계 바깥으로 쑤욱 빼어 내고나 있었습니다.
- 첸님!! 그만좀 하시라니까요!
- 아, 레이! 자꾸 그러면 확 아버지께서 영면에 드시는 순간에 뽀뽀해 버릴꺼니까 알아둬요!
- 후우…, 인간계에 가는건 안되요, 절대로 안되요.
- 아아~ 진짜 안되요? 진짜요? 진짜, 진짜요? 지인짜요?
- 안됩니다. 선조께서 아시면 첸님이랑 저 둘다 끝장이예요
- 그럼 나 레이한테 뽀뽀해도 되는거예요?
- 아, 진짜 장난도 정도껏…!
쪽- 빠르게 레이의 입술께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첸에 놀라 눈이 동그레진 레이가 첸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번에 인간계에 내려가 게이바라는 이상한 곳에 다녀왔다는 그 이후로 부터 줄곧 레이에게 이런식의 짖꿏은 장난을 쳐왔던 첸인지라, 레이는 인간계에 있는 게이바라는 그곳이 괜시리 미워 졌습니다. 레이의 인상이 굳어지자,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듯 첸이 살금살금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 진짜, 첸님이 아무리 제 직속 상관이시라곤 하시지만 정말 너무 하신거 아니십니까?!!
- 으, 그게 아, 레이형~ 뭘 또 그렇게 화내고 그..래.. 내가 잘못했어 응?
- 저도 오늘은 더이상 못봐드려요, 대체 인간계가 뭐가 그리 좋다고 그렇게 가고 싶어 안달이신건데요?!
- 형은 내 맘도 모르잖아!! 몰라! 레이 미워요!!
레이는 제 특유의 번개의 힘으로 쏜살같이 달아나 버리는 첸의 모습에 인상을 더더욱 험악하게 굳혔습니다. 저러다가 또 선조 번개의 신이 아끼시던 물건을 하나씩 깨지…, 그래 깨지…? 잠깐만, 레이의 얼굴은 안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려버렸습니다. 다급히 뛰어 다니는 첸을 말리기 위해 손을 뻗은 레이가, 이윽고 들려오는 유리 깨지는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습니다.
- 레,레이 나 어떡해요…? 아빠가 영면에 드실때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물건을 깨버렸어요…
- 하아, 망할…
잔뜩 당황한체 울먹이는 첸을 일으켜 세운 레이가 끝끝내 들려오는 노하신 선조 번개의 신의 목소리에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두려움과 받게 될 벌에 벌써부터 긴장되어 식은땀이 나는 것을 애써 참아낸 레이가 잔뜩 가라 앉은 목소리로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였습니다. 첸은 그런 레이의 모습에 울먹이며 형은 아무 잘못 없잖아 하고 레이의 팔을 잡아 끌었습니다.
- 레이, 난 너가 잘 해주기를 기대했다.
- 죄송합니다.
- 허나, 첸 이번일은 너가 잘못한 일이지.
- 아빠, 잘못했어요… 진짜, 딱 한번만 봐주면 안돼요?
- 씨끄러워! 내가 가는길 조차 편히 가지 못하게 만드는 아들 따위, 내겐 아들도 아니다!
- 아빠…
- 제가 첸님에게 조금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것이 큰 죄입니다, 저를 벌하여 주십시오.
- 레이, 너를 벌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나, 나의 아들이라고 벌을 피해 갈수 만은 없지.
- 아,아빠…?
- 오늘 부로, 내가 다시 영면에 들때까지 약 10년간 첸과 레이에게 내려진 능력을 모두 무효화 시키고, 둘을 인간계에 보내어 인간들과 섞여 살도록 한다. 첸에게는 신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 시간이 될것이고, 레이에게는 첸을 어떻게 보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게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상
- 아빠…!!!!!!!!
- 선조님!!!!!!
레이는 이내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어두컴게 변해가는 주변에 마음속으로 절규했습니다. 첸은 무서운것인지는 몰라도 벌벌 떨면서 레이의 옷자락을 꽉 부여 잡은체 레이의 옆에 꼭 붙어있었습니다. 그런 첸의 등을 두어번 쓰다듬은 레이가 이내 서서히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힘의 느낌에 낮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망할, 인간계 다시 천계로 돌아가면 엎어 버리고야 말겠어.
- 레, 레이형…
- 후우, 무슨일이신가요? 첸님
- 인간계에 있으면 나랑 형이랑 마음껏 연애해도 되는거야?
- …망할
레이는 자신의 품에 꼬옥 안겨 오는 첸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작게 욕을 뱉었습니다. 히히, 10년동안이나 인간계에 있는다 하고 좋아하는 첸의 모습이 어째선가 미워 레이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걸 신이라고… 하는 레이의 속마음이 들리는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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