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첸] 우연히
W.실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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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레이형"
"응? 왜?"
레이는 피곤함이 얼굴에 그대로 들어난체로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첸의 마른 등을 부드럽게 쓸었다. 급격하게 늘어난 스케줄 탓에 피곤한것은 첸 뿐만이 아니라 레이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레이는 그다지 잠에 들고 싶지 만은 않음에 반쯤 졸음에 취해 말끝을 늘리는 첸에게 시선을 마주했다. 정말로 피곤한지 풀린 눈이 멍하니 레이를 바라보는 것이 귀여워 앞머리로 덮힌 이마에 입술을 눌러 찍으니 첸이 장난치지 말라며 투덜대왔다.
"형,형 그게 아니라"
"뭔데 그래,"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사귀게 된걸까?"
멈칫. 첸의 물음에 무어라 말하려다가 멈춘 레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기억이 잘 안나네. 얼마 안가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대답한 레이가 그런게 어딨어, 하면서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는 첸의 머리에 아프지 않게 꿀밤을 먹였다. 첸 지금 졸리지? 빨리 자, 조금만 더 이러고 있겠다는 첸을 억지로 떼어낸 레이가 이불까지 꼼꼼히 덮여 주고는 불을 껐다. 아, 형 같이 자면 안돼? 하고 아이 같이 투정 부리는 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 레이가 오늘따라 왜이렇게 애교가 많아, 하고 웃곤 방을 나섰다.
"첸이랑 같이 안자고 왠일?"
"오랜만에 담소나 나누고 싶어서"
"남의 연애사에는 별로 관심 없는데"
루한이 레이가 가볍게 던진 과자를 받아 채곤 자연스럽게 봉지를 깠다. 대충 뜨거운 물을 부어 저은 차를 루한에게 건네준 이씽이 이내 루한의 맞은편에 앉았다. 뜯은 과자를 집어 먹던 루한이 그래서 할 얘기가 뭔데? 하고 레이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졌고, 레이는 그냥 연습생때 얘기, 하고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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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은 백현과 마찬가지로 엑소라는 그룹에 제일 늦게 합류하게 된 연습생이었다.
백현은 그나마 엑소케이로 활동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어서 춤연습과 보컬연습에만 힘을 쓰면 되었지만, 첸은 달랐다. 엑소엠의 메인보컬. 즉 중국어로 노래를 해야 했기에 첸은 보컬 연습과 춤 연습에 더불어 중국어까지 배우게 되었다. 물론 그런것은 같은 엑소엠 맴버로 배정된 시우민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시우민은 첸보다 연습생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첸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고생할수 있었다.
첸은 항상 보컬연습 및 녹음, 중국어 연습, 부족한 춤연습 탓에 밤늦게까지 연습실을 다른 맴버들 보다 먼저 떠나는 것이 힘들었다. 항상 남들 보다 오랫동안 연습실에 남아 있어야 했던 첸이었음에도 항상 지쳐 있던 적이 없었다. 다른 맴버들에게 먼저 다가가 살갑게 장난도 치고 대화도 걸고 그랬지만, 물론 그것은 거의 대부분 한국 맴버들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첸은 중국어가 미숙했고, 그때 당시 중국 맴버들도 한창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을 때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첸은 한국 맴버들과 통하는게 더 많게만 느껴졌다.
레이는 연습벌레였다. 언제나 거의 완벽하게 자신의 분량을 해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번이고 다시 연습하고 연습하는 흔히들 말하는 독종이었다. 성격이 바르고 배려심이 깊으며 흠잡을곳이 없이 완벽하다고도 말할수 있는 레이는 항상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항상 연습실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던 것은 레이였고, 첸이 들어오고 나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저…, 이씽형!"
"어, 어? 종대?"
그때는 아직 예명이 정해지지도 않았던 시기였었다. 레이는 여느때와 같이 밤늦게 까지 연습실에서 남아 같은 노래를 틀고 같은 춤을 몇번째 반복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아마 그때가 레이와 첸의 첫 사적인 대화였다. 갑작스럽게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온 첸이 당황하기도 잠시 흘러나오는 노래를 끈 레이가 첸을 바라보았다. 첸의 손에는 중국어 기초 책이 들려 있었다.
"나 중국어 좀 도와 주실수 있어?"
"응? 어, 당연해 도와줄게!"
진짜요? 고마워요 형! 하고 쪼르르 연습실 안으로 들어온 종대가 바닥에 책을 펼쳐 놓고는 레이의 팔을 잡아 끌었다. 내심 저의 몸에서 땀냄새가 날까 싶어 적정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려던 레이의 생각도 잠시 저의 다리에 내려놓았던 책을 얹혀 놓은 첸이 이씽의 옆에 붙어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발음을 해나아 갔다. 레이는 잠자코 첸의 발음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약간씩 어긋나는 첸의 발음을 바로 잡아준 레이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첸의 어깨를 토닥였다.
"있잖아, 형-"
"응? 왜??"
"앞으로도 나 중국어 하는거, 형이 봐주면 안돼?"
"어? 물론 나는 괜찮지…"
"진짜? 고마워 형!"
이쁘게 활짝 웃는 첸의 모습에 레이가 저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가지런히 책을 덮은 첸이 레이의 옆으로 붙어 앉았다. 그런 첸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기도 잠시 먼저 연습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첸이 레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런 첸 탓에 거의 반 강제적으로 연습실 바닥에 누운 레이가 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첸 역시 레이쪽으로 몸을 틀어 누워 있는 상태였다.
"항상 이렇게 늦게까지 연습 하면 안힘들어?"
"뭐…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했어, 내가 할일 이잖아"
"우아… 형은 진짜 대단한것 같아!"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든체로 연신 짱짱! 거리는 첸의 앞머리를 손을 뻗어 정리해준 레이가 종대도 대단해. 하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 레이의 말에, 에이 형 나 춤추는거 봤잖아요 하면서 웃은 첸이 몸을 조금더 움직여 레이의 옆에 붙었다. 진짜 피곤하다…하고 웅얼인 첸이 레이의 어깨죽지에 얼굴을 비볐다. 강아지와도 같은 행동에 살풋히 웃은 레이가 손을 뻗어 첸의 마른 등을 살포시 끌어 안았다. 여기서 그냥 이대로 자고 싶다는 첸을 어린아이 다독이듯이 억지로 깨운 레이가 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숙소가서 씻고 자야지.
그날이후로 레이와 첸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급속도로 친해져 갔다. 다정다감한 성격의 레이와 장난끼 많은 첸의 조합이 독특하면서도 의외로 잘어울림에 둘이 붙어 있는 시간도 점점 길어 졌다. 항상 연습의 마지막에 남아 연습실 바닥에 누워 하루 일과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느즈막히 숙소로 돌아가 같은 방에서 함께 잠이 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누가 먼저 고백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저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가 되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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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닭살이구만,"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던데"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과자를 집어 먹는 레이의 모습을 바라보던 루한이 이내 기지개를 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나는 슬슬 자러 들어가야지, 너도 괜히 혼자 자지 말고 첸한테나 가라. 하며 레이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 루한이 이내 시우민이 있는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저의 방이 아닌 시우민의 방으로 들어가는 루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이도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먹은 쓰레기를 정리하고는 자신의 방이 아닌 첸이 자고 있을 방안으로 들어갔다. 첸이 아침에 일어나면 놀라려나, 레이는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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