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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작스레 전학을 가야만했다. 한참을 달려서야 도착한 시골의 풍경은 정겹다기 보단 낯설었다. 어쩔 수 없이 떠나와야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새로 맞춘 교복셔츠의 소매가 새로 맞췄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주기라도 하듯 까끌하다. 이곳에서 나는 내 건강을 책임져야한다. 오로지 나의 요양을 위해서 이 곳으로 떠나온것을 모르지 않는다. 악화된 병과 이미 지쳐버린 몸과 마음은 굳이 누가 말해주지않아도, 내가 제일 먼저 느끼고 알 수가 있으니. 새 교실에 들어섰다. 나는 변백현이야. 어제 막 이사왔어, 잘부탁해. 짧게 나를 소개하는것 조차 버거웠다. 나는 새로움을 거부한다. 낯선것이 무섭고 두렵다. 그 날의 사고이후로 나는 여전히, 앞으로도 무섭고 두려울것이다. 선생님께서 안내해주신 자리를찾아 엉덩이를 붙혔다. 낯선얼굴들이 인사를해왔다. 잘지내보자, 백현아. 전혀 악의 섞이지 않은 말들에도 삐딱해졌다. 답을 내놓지 않자 조금 무안해졌는지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웃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환경이 나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겉만 고등학생말고, 정말 열여덟의 인생을 살고싶었다. 다른 이에겐 평범한 일상 조차도 나는 갈구해야만했다. 희망했지만 가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또 바래봤자 돌아오는것은 현실의 벽 밖에 없음을 나는 또한 인정해야만 했다. 내 병을 인정해야만 했고, 내 인생을 묵묵히 받아 들여야했다. 그 수밖엔 없었다. 학교가 파했다. 무슨 정신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나눠주는 통신문을 대충 구겨넣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낯선 길을 걷고 낯선 골목을 돌아 집으로 향했다. 열쇠구멍에 아무렇게나 열쇠를 끼워넣고 돌렸다.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켰다.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티비를 틀었다. 스피커사이로 흘러나오는 진부한 예능속 웃음소리가 영 다른세계 얘기같았다. 눈을 감고 이곳에 오기 전을 회상했다. 평범했던 나의 작년과 그 이전의 익숙함, 돌이킬 수 없는 그날.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오늘. 작년을 회상했다. 시끄럽게 떠들며 웃고 있는 열일곱의 내모습과, 급식을 먹고 매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복도를 쏘다니는 내가 보였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작년의 나의 일상. 그리고 그날의 기억. 대충 외투를 껴입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붙잡힌 나의 손목과 잃어버린 나의 유토피아. 붙잡힌것은 비단 그날 나의 손목 뿐만이 아니었다.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나도 또 다른 시간의 나 마저도 그날의 기억에 붙잡혀있어야했다. 뿌리칠수없을 만큼 강하게 옥죄여 오는 그날의 기억이 나를 두렵게했다. 잔뜩 웅크려 쥐가난 허리를 폈다. 순간 지릿한 느낌에 눈을 한번 깜빡였다. 두시간을 나는 꿈을 꾸고있었다. 시간의 순행을 꿨다. 몇번 더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앉았던 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침대에 몸을 뒤였다. 목끝까지 채워둔 타이를 살짝 아래로 끌러내렸다. 이렇게 해서라도 답답함을 벗어던지고싶었다. 몇번 뒤척이고 서야 나는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자명종을 손으로 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깨질듯이 아파오는 편두통에 머리를 짚어야만 했다. 시간은 또다시 흘러간다. 교복을 대충 정리하고 던져뒀던 가방을 챙겨들었다. 식탁엔 방금한듯한 죽이 놓여져있었다. -백현아, 학교는 잘갔다왔니? 어제는 일이있어서 늦었어. 미안해. 오늘도 엄마 먼저 가야할것같네. 한 숟갈이라도 뜨고가. 좋은친구들 사귀고. 잘다녀와 백현아. 사랑해, 엄마가- 엄마의 쪽지였다. 식탁의자를 빼서 앉았다. 숟가락을 들어 죽을 떴다. 밥알 사이사이로 따스함이 피어오르는 것같아 마음이 일렁였다. 섭섭해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병이 심각한만큼 엄만는 돈을 더 벌어야했고 나는 그 속에서 아무것도 할수가없었다. 나의 시간이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는것을안다. 곧 멈춰버릴 것이란것도 알고있다. 생각이 꼬리를 물자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고개를 흔들어 겨우 떨쳐냈다. 결국 죽을 남겼다. 애써 그 따스함을 뒤로하고 신발장으로 향했다. 상아색의 컨버스를 대충 발에끼워넣고 대문을 밀었다. 어제보다는 익숙해진 골목을 지나, 길을 걸었다. 무리없이 교문을 통과하리라 생각했는데 따스함에 취하느라 명찰을 잊었다. 당연스럽게도 나는 학생부에 이름을 적었다. 학번과 이름을 대라는 학생부애의 말에 20132 변백현. 이라고 일러준뒤 교실에 향했다. 선도를 섰던 아이의 명찰을 떠올렸다. 20204 도경수. 그 아이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났다고 해서 달라진것은없었다. 여전히 나는 무리에 섞이지 못했고 여전히 나는 친구가없었다. 어제처럼 아무생각 없이 4교시를 보냈다. 약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혼자 급식실로 걸음을 옮겼다. 밀려오는 토기에 몇숟가락 들지못하고 급식실을 빠져나왔다. 교실에 들어서니 고요했다. 책상에 왼쪽 볼을 붙혔다. 혼자라는 것이 조금은 슬펐다. 5교시는 체육이었다. 교복을 차례로 벗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하나둘씩 교실로 들어섰다. 적막함을깨고 또다시 왁자지껄. 그곳에서 동떨어져 있는 내가보였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운동장에 나가 대형을 맞춰 체조를하고 반대항 축구를 한다는말에 아이들의 환호성을 뒤로하고 벤치로 향했다. 그곳엔 도경수가, 있었다.

 

 

 

-안녕.

 

 

 

인사를 건네오는 도경수에 찰나의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대답할 수있었다. 도경수는 나를 기억하는 것일까. 영양가 없는 물음이었다. 곧 도경수는 자기 소개를하기시작했다. 2반이고, 다리때문에 축구시합을 못나가 벤치에 있는것이라고했다. 이어 너는 왜 벤치에 있는것이냐고 물어오는 도경수에 말에 나는 그 어떤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 병을 알아버린 도경수가 혹시나 나를 더럽다고 생각할까봐 말할 수가없었다. 입을 일자로 꾹다물고 있는 내모습에 도경수가 주제넘은 것이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네왔다. 그리곤 만나면 인사하자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도경수가 앉았던 자리를 한참이나 멍하게 쳐다보다 수업시간이 파했다는 종에 겨우 정신을 되찾았다. 나는 도경수와,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후로 몇번이나 도경수와 마주쳤다. 별 생각없이 뽑은 자기개발부에서도 도경수를 마주했고 반대항 축구전에서도 마주했다. 그래봤자 벤치에서 말 몇마디 나누는것뿐이지만 나는 그 시간하나하나가 소중했다. 급속도로 가까워진우리는 밥도 같이 먹기시작했다. 집이어디냐는 도경수에물음에 우리는 그것을 기점으로 하교도 같이했다. 그러면 낯설던 길과골목이 조금이나마 편안했다. 움직임이 제한되어있는 내 생활반경덕에 도경수와 나는 종종 서로의 집에도 놀러가기시작했다. 두 머리를 맞대고 잠에들기도했고, 도경수가 해주는 라면을 나눠먹기도했다. 나는 내가 갈망하던 열여덟의 삶을 절반 이상을 가지게됐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영원할줄로만 알았다. 도경수의 말만 아니었더라면.

 

 

 

-백현아, 좋아해.

 

 

 

그말을 한 도경수는 자리를 뛰쳐나갔다. 미안하다고 그랬던가. 나는 평범한 열여덟을 원했다. 그런데 도경수는 한참이나 빗나가고있었다. 왜 겨우찾은 줄로만 알았던 내 열여덟의 평범함을 빼앗아간거냐 묻고싶었다. 그 때는 그랬었다. 나는 당장 눈앞에 있는 나만 볼줄 알았다. 이미 헤져버린 도경수의 마음따위 생각할 자리 조차 내게는 없었다. 지금와서야 무슨 소용있겠냐만은, 지금와서 깨달아봤자 무슨소용이겠냐만은. 또다시 눈을감고 회상했다. 도경수와 함께 걷던 길, 함께 봤던 영화. 나눠쓰던 우산, 그리고 나를 기다려줬던 도경수. 그 생각에 미치자 나는 서둘러 외투를 껴입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회상속 그 길에서, 도경수를 만났다. 두눈이 일렁였다. 가슴 저편에서 울컥, 파도가일렁였다. 도경수는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였던 그날들 처럼.

 

 

 

-경수야, 너는, 왜, 내, 열여덟을 빼앗아.

-경수야, 경수야.

-나는, 나는말이야.

-후천성 면역결핍증.

-너를 아프게 할지도몰라, 그래도, 넌, 괜찮아?

 

 

 

그 말을 하고 나는 도경수의 품속으로 쓰러져야만했다. 울컥하는 내 파도가 결국 눈물을 만들어냈다. 완성되지 못한 문장이 공기중에 퍼져나갔다. 괜찮냐는 내 물음에 너는 일말의 주저없이 나를 품속에 안았다. 괜찮다고 이르는듯한 너의 손길에 나는 갓난장이처럼 울음을 터뜨려야만했다. 두볼을 가로지른눈물이 도경수의 어깨를 적셨다. 나는 늦었다. 그런 나를 도경수는 기다려줬다. 처음 벤치에서의 너와, 지금 까지 모든순간 속 너, 도경수. 모든것에 늦은 나를 기다려준 너. 투박하게 내 눈물을 닦아주는너. 그 모든것이 나를 달랬다.

 

 

 

 

우리는 연애라는 것을 하기시작했다. 우리의 시간은 곧 십대의 마지막을 가르키는 숫자를 향해가고있었다. 그날의 기억을, 도경수에게 전했다. 한글자씩 띄엄띄엄 숨을 고르고 말하는내게 너는 힘들지않았느냐며 작게 등을 토닥여줬다. 그 따스한 손길에 울음을 터뜨렸다. 스며오는 너의 따스함과 너의 온기에 나는 네게 내 모든것을 맡기기로했다. 그날의 기억을 공유하고, 함께 아파해주는 고마운 나의 사랑. 도경수.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수의 이야기도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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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우작가님분위기아련한게아주그냥구독료걸어도모자른데여ㅠ?ㅠ이런분위기너무조아해요사랑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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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헐 저도 사랑해요ㅠㅠ구독료 걸만한 글은아니라...(부끄)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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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ㅜㅜㅜㅠㅜㅜ아련해요ㅜㅜㅜㅜㅜㅠㅜ너무좋은데요ㅜㅜㅜㅜㅜ작가님 금손이시네요ㅜ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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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금손이라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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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신알신하고가요ㅠㅠㅠ작가님사룽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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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감사합니다ㅠㅠㅠ저도 사랑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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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신알신누르고가영! 역시 오백이 진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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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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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련아련하네요ㅠㅠ신알신하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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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감사합니당 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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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련하다ㅠㅠㅠㅜ너무좋아요ㅠㅠ신알신하고가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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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이런거 좋아여....매유 좋아야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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