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디엔
더는 망설이지마 제발.
내 심장을 거두어가.
그래 날카로울수록 좋아.
달빛조차도 눈을 감은 밤.
바닷가에서의 파티가 있는 날이야.
화려한 드레스와 구두로 치장하고나서야 파티장에 도착했어.
오늘은 또 얼마나 힘들까 싶어 입구에 가만히 서서 한숨만 내쉬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어.
그 시선의 끝에선, 까만 가면을 쓴 남자가 날 바라보고 있었지.
....뭐지?
날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자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있었어.
웃는거 같은데, 어딘가 슬퍼보이는 눈.
"별빛아."
아버지가 날 불러 한눈을 판 사이,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어.
"중요한 분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니 예의있게 해야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날 향한 기대로, 그 남자에 대한 기억은
금새 사라져버렸지.
"....네."
한참을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인사를 하고다닌 난 아버지의 시선이 닿지않자 사람 한명 없는 고요한 곳으로 도망쳤어.
파도소리만 들릴뿐, 그 아무도 없었지.
말없이 바다만 바라봤어.
지겨워.
빠져나가고 싶어.
저 웃음들, 전부 가식적이야.
"별빛씨."
지긋지긋해.
"ㅇ별빛씨?"
날 내보내줘.
"ㅇ별빛씨!!"
누군가 날 흔들어 생각 속에서 빠져나오게 했어.
밀려오는 짜증에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본 가면 쓴 남자야.
"화났다면 미안해요. 불러도 답이 없기에..."
"누구세요?"
"...아...글쎄요."
"그...가면 좀 벗어봐요."
"싫어요."
"누구길래 이래요? 대기업 사장의 숨겨진 아들이예요?
그래서 숨기는건가?"
그는 낮게 웃었어.
"아니요."
"그럼 누구...?"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닌것 같은데요."
"아뇨, 중요해요. 혼자 가면을 쓰질않나."
"가면은, 속에 그림자가 많은 사람들이 쓰는 법이죠."
"얼굴에 흉터라도 있어요?"
"...뭐, 그럴지도."
"당신 진짜 누구야?"
"규칙을 어긴 남자."
"무슨....규칙을 어겼는데요?"
"...시간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
"무슨 뜻...아니 그 전에..."
머릿속이 복잡했어.
마음 한구석이 이유없이 아려왔거든.
도대체 왜...?
"춤출래요?"
그가 뜬금없이 손을 내밀었어.
"갑자기 무슨..."
"분위기도 좋고. 오늘따라 달도 예뻐서 기분이 좋네요."
"춤 못춰요."
"괜찮아요. 나만 따라해요."
나도모르게 그의 손을 잡았어.
그의 호흡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어.
무반주에....차분한 분위기.
이유없이 서글퍼졌어.
혹여 눈물이 달빛에 반사되어 그의 눈에 띄지 않을까싶어
고개를 푹 숙였어.
"왜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눈이 부셔서요."
"뭐가요? 설마 나 말하는 건가?"
"꿈깨요."
그는 낮게 웃었어.
가까운 그의 눈이 빛났어.
눈물...때문일까?
"울어요?"
"....아뇨."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어.
분위기는 급작스레 어색해졌지.
"나도, 눈이 부셔서요."
"오늘 달빛이 많이 밝네요."
".....그러게요."
그가 뭐라 속삭인것 같았지만, 잘못들은 거라 여기고 넘겼어.
"가면...왜 썼냐고 물어보면...대답 안해줄거죠?"
"그렇게 궁금해요?"
"네.정말로."
잠시 고민하는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그가 환하게 웃었어.
"좋아요. 알려줄게요.
대신,"
그가 허리를 감싼 손을 잡아당겨 날 꼭 안아버렸어.
"이러고 들어요."
"왜..."
빠져나가려 버둥대는 날 그는 더 꼭 안았지.
결국 포기하고 가만히 그의 말을 기다렸어.
"고마워요 가만히 있어줘서."
"...뭐..이제 얘기해줘요. 이유."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요."
"....네."
"그런데 나 때문에 맨날 울었거든요.
그 여자 웃는게 진짜....진짜진짜 예쁜데."
그의 목소리가 점점 젖어들었어.
"그렇게 울기만하고 내 곁을 떠나지못하던 바보같은 그 여자가...어느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났어요."
"...왜요?"
"죽었거든요."
"...어...쩌다."
"교통사고요. 내가 죽으려했거든요. 사는게 지겨워서.
그 여자는, 그런 날 밀치고 나 대신 죽으면서도 울었어요."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어.
어느새 난 그의 어깨를 꼭 안고있었지.
"음...이렇게 보니까 진짜 별 얘기 아니네요."
그는 홀로 말을 이어갔어.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그 여자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대신 들어줄래요? 아니, 들어줘요."
그가 날 놓고 얼굴을 마주봤어.
가면때문에 유일하게 보이는 눈은 눈물에 젖어 빛나고 있었지.
"울지마."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아프지말구. 맨날 웃고."
"...하..지마요...."
"너 때문에 나 떠나. 저 멀리."
"그만...그만해요."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었어.
내가 남의 이야기에 이렇게 펑펑 울만큼 감성적이었나.
"그래도...마지막으로 이렇게 얼굴보고 가니까 좋다."
얼굴을 보고간다고....?
지금 누구 얘기 하고있는건데?
"..지금...누구 얘기를..."
"...내 얘기요. 그냥 나만의 이야기."
"그럼 그 여자분은..."
"이젠 그 어디에도 없네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별빛씨. 그냥... 동화속 이야기구나,하고 넘겨버려요."
"...뭐라구요?"
"빨리 그 동화에서 빠져나와요. 난 그 동화의 남자주인공이라 빠져나갈수가 없네요."
그가 갑자기 날 품에서 놓곤 거리를 뒀어.
"하지만 이거 하나는 명심해줘요."
"...뭘요?"
그가 뒤돌아서서 가면을 만지작거리더니 벗어서 바다로 휙 던져버렸어.
그리곤 잠시 바다를 감상하는듯 주위를 눈에 담아내더니
다시 뒤돌아 날 바라보았지.
"이제 다신 울지마."
그 순간 그가 얼마나 환하게 미소짓던지.
하늘의 달보다도 밝게 빛나던 그 미소가 잊히지 않아.
그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그가 내 시선을 피했어.
"눈 감아요."
"왜..."
"빨리."
한시라도 빨리 산더미같은 질문을 해치우고 싶었던 난 그가 하라는대로 따랐어.
"인어공주의 결말을 알아요?"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잖아요."
"맞아요. 왕자를 사랑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인어공주는, 감히 왕자를 칼로 찌를수 없었으니까요."
"슬픈 이야기네요."
"왕자는...어땠을까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겠죠."
"음...한번 생각해봐요. 만약 왕자도 인어공주를 사랑했다면?"
"그럼 애초에 결혼할 여자를 데려오지 않았겠죠."
"사랑하는 여자가 말을 잃고 우는 모습이 괴로운건 아니였을까요?"
"인어공주한테...얘기는 해줬어야죠. 사실을."
"그랬다면 인어공주는 떠나지 않았을거예요."
"....처음 들어봐요. 그런 해석은."
"어디까지나 상상이니까. 인어공주가 칼을 들고 왕자의 침실에서 손을 부들부들 떨고있었을때, 왕자는 깨어있었을지도 몰라요.
망설이지마. 날 찔러. 다시 인어가 되어 네가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
"비극이네요."
"..그렇죠?...나는 항상 왕자 역할이었는데, 인어공주 행세를 하려니 지쳐서 자꾸 이런저런 생각만 늘어요."
나도모르게 눈을 떴어.
그는 어딘지 서글픈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어.
"에이, 다시 눈 감아요."
"근데 저기요..."
"눈 감고."
눈을 꼭 감았어.
앞이 보이지 않자 그의 목소리에 더더욱 귀를 기울였어.
"십초만 세봐요."
"...네?"
"다 세고는 눈을 떠도 좋아요."
이번에는 군말없이 그의 말을 따랐어.
잔잔한 그의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혔지.
"...착하네."
달아오르는 얼굴을 혹여 들킬까 서둘러 숫자를 세기 시작했어.
"일...이...삼....사...."
그가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깊게 눌렀어.
움찔하며 숫사세는걸 멈추자 그가 손을 떼고 어루듯 부드럽게 말을 이었어.
"계속 세요. 선물이 기다릴테니까."
"오...육...칠...팔...구..."
"이홍빈. 남자주인공 이름이예요. 내 마지막 선물."
"십."
머릿속에 이홍빈이란 이름이 꽉차버려 어느새 사라진 인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눈을 떠보니 주위엔 아무도 없었어.
아깐 쉬지않고 흐르던 눈물이 그새 말랐는지 더이상 나오지 않았어.
이홍빈.
이홍빈?
처음 들어본 이름인데.
아깐 왜 그렇게 서글펐던 걸까.
꿈을 꾼 걸까?
주위가 이렇게 조용한데...
문득 뭔가 생각나 바다 가까이로 달려갔어.
그와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걸 증명시켜주듯,
파도위엔 그의 까만 가면이 바닷물에 젖어 빛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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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민폐였던걸까...ㅠㅠ 카페에 혼자 8시간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