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Anonym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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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여러명의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오늘은 우리들에게 있어 중요한 브리핑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브리핑이여봤자 간단하게 설명하겠지싶었다.
근데 자꾸 내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 있었다. 내 앞에 앉아있는 남자, 김한빈. 어디에서 왔는지 몇살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였다. 강력1팀으로 올 능력이면 대단한 사람인건가.
아니면 빽으로 들어왔는지, 궁금해죽겠다. 속타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김한빈을 쳐다봤더니 나와 눈 마주쳤다. 분명히 눈 마주쳤음에 불구하고 그는 날 무시했다.
" 자,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여기에 모인 사람은 강력1팀인데요. 못본 얼굴이 있으니 서로 인사합시다. "
얼어죽을, 무슨 인사야. 인상을 찌푸리면서 겨우 일어나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브리핑을 시작하기위해서 스크린을 실행하고는 PPT 화면이 보였다.
그냥 시시하게 초능력자에 대한 따분한 이야기들이였다. 들어도 이해 못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냥 건성으로 듣자싶었다.
" 우리가 초능력자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우리보다 더 잘 아는 한빈씨를 강력1팀으로 옮겼어요. 또 우리팀과 같이 협력 할 Hunter 5명도 있습니다.
정식으로 만나는건 나중에 될 것 같고, 우선 한빈씨가 나눠 줄 자료가 있다네요. "
그 말의 김한빈은 일어서더니, 우리에게 자료를 나눠줬다. 영혼없이 종이 한장 한장 넘겼을까, 내가 한마디를 던졌다.
" 이거 초능력자에 대한 설명인가요 "
" 네 "
" 지금 이 시대에는 초능력자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왜 종류는 이렇게 많은거지 "
" 사라졌다고해도, 지금 남아있는 초능력자의 능력이 뭔지 모르니까, 미리 알아서 대비를 하자는겁니다. "
제법 설득력 있는 말이였다. 그 남자는 중앙에 서서 초능력자에 대해 천천히 설명을 했다. 그냥 대충 뭐가 뭔지 외우면 될 것 같았다.
종이를 넘기고 또 넘기다보니, 마지막 종이에 적힌 초능력의 종류이름이 내 눈에 보였다. '인빈서블(invincible)'
와, 이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진짜 멘붕오겠는데, 무엇보다도 초능력자가 영원히 사라지지않는다는건데.
그 초능력에 대해 설명은 짤막한 한마디가 적혀있었다.
불멸의 존재, 언제든지 환생이 가능하며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음
어느새 브리핑이 끝났다. 벌떡 일어나 그 회의실을 나와서 사무실로 향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뒤를 강아지처럼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 익숙하지. 지겹다 정말
" 김태형. 너 자꾸 따라올래? 여기까지 오면 어쩌자는거야. "
" 헐! 선배 너무해요. 저도 강력1팀인데 "
" 뭐? 니가? "
난 멈추고는 뒤돌아 김태형을 쳐다봤다. 여전히 패션감각은 죽이는 녀석이였다. 고등학교때부터 옷 좀 입는다싶더니.
아까 회의실에 있을때 김태형 못봤는데 내가 못본건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어깨동무하는 태형이였다.
" 누나! 우리 열심히 하자고요. 이왕 같은팀 됐는데! 이제 같이 밥먹고 같이 자고! "
" 뭐? 같이 자? "
" 아 그건 농담이죠. 근데 진짜 같이 밥 먹어요 지금! "
내 얼굴이 자기 얼굴을 맞대어 부비적거리는 김태형새끼. 고등학교때 얘랑 선후배사이였다니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짜증나서 김태형을 밀치고 가려고 했더니
누군가가 또 내 이름을 부른다. 그곳을 바라보면 그 녀석, 김한빈이 있었다.
" 성이름씨 "
" .. 네? "
" 연애중인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
" 연애하는거아닙니다 "
" 아. 그런가요 "
날카롭게 신경질을 냈더니, 그렇냐는듯 아무렇지않게 표정을 짓는 김한빈이였다. 김태형은 그 말 듣고 뭐가 좋다는건지 헤벌쭉 웃어댄다.
내가 무슨용건이냐고 물어보면 김한빈은
" 인간의 힘으로 초능력자를 상대할 수 없기때문에 특별제작된 특수건총이랑 여러가지 있습니다. 각각 나눠줄거예요. 아마 지금 나눠주는걸로 알고있어요.
이름씨껀 제가 따로 챙겼으니 저한테 받으면 될 것 같네요. 지금 가죠 "
" 왜 그쪽이 제꺼 챙겼어요? "
" 그거 챙기고 어디 갈 곳이 있으니까요. "
특수제작된 총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도착한곳은 다름이 아니라 얼마전에 DK그룹의 회장 둘째아들 살해당한 저택이였다.
처음 오는데, 뜬금없이 여기 왜 데리고 온거지. 김한빈은 아무렇지않게 그 저택에 들어갔다. 미리 허가를 받았는지 그냥 들여보내주는 경찰들이였다.
" 여기 왜 온거예요? "
" 그냥 사건현장도 볼겸, 조사도 해보고 증거 있나 찾아볼려고요. "
그녀석따라 저택 안에 들어갔을까, 들어가자마자 풍겨오는 비린내. 아니, 피냄새와 섞인 비린내라고 해야되나. 참을만 했지만 짜증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어두컴컴한 곳을 지나 어딘가에 도착했을때, 불을 딱 켰다. 바닥엔 피가 물들여져 있고 살해당한 그 곳에는 피범벅인 의자가 보였다.
" 참, 잔인하게도 죽였네 "
" 그러게요. 우선 이 마스크랑 장갑 끼세요. 이 거실 조사해보죠. "
건네준 마스크와 장갑. 마스크를 끼고 장갑도 꼈다. 거실을 두리번거리면 피로 물들이기전에는 한없이 깨끗했던 거실인것 같았다.
거실에 있는 서납장을 뒤지고 있었을까. 갑자기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에게
" 근데 그쪽은 왜 나이를 안알려줘요? 이름만 알려주고 "
" .... "
" 그리고 당신이름 처음 듣는데 왜 바로 강력1팀으로 온건지도 이해안되고 "
" .... "
" 솔직히 말해봐요. 빽으로 들어온거 맞죠 "
그렇게 물어봤는데, 아무대답이 들려오지않는다. 그럴 줄 알았다. 빽 아니면 강력1팀으로 어떻게 오겠어. 소파 근처에 다가가 열심히 살펴보는데
"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근데 우리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 안들어요? "
그 녀석의 말에, 멈칫하고 고개를 들어 뒤돌아 쳐다봤다. 역시 그도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전혀, 처음 보는 얼굴인데. 곰곰히 생각하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내 표정을 보고는 살짝 웃더니
" 뭘 그렇게 심각해요. 그냥 물어본건데 "
" 혹시나 몰라요. 우리 진짜 초면이 아닐 수도. 제가 기억력이 별로 없어서요 "
" 알아요. 같은 팀인데 서로 경계하지말고 친해집시다. 사이좋게 "
알아요? 뭐야. 마치 나를 진짜 아는것처럼 말하잖아. 기분나빠. 친해지고싶어도 꺼림직한 이 기분은 떨쳐낼 수 없었다.
무시하고 소파 밑을 향해 후레쉬를 비췄다. 무언가가 있었다. 그를 부를려고 하는데 뭐라고 불려야될지 몰랐다. 그냥 한빈씨라고 불렀다.
" 한빈씨 "
" 네? 뭐라도 발견했어요? "
" 네 그런것 같기도 "
내 말에 다가오는 김한빈. 그리고 난 말을 건넸다.
" 이런 총알도 있었나요. "
모양을 보아하니, 평범한 총알은 아닌 것 같았다. 역시 그도 살짝 놀랐는지 장갑을 낀 손으로 그 총알을 만졌다.
이리저리 만지더니
" 특수제작된 총알인것 같아요. 그리고 이 문양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 "
" 피 묻은걸 보니 이 총알로 사용한것같네요 "
" ‥ 아, 기억났다. 마카오 "
" 마카오? "
" 정확히 말하자면,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 거기에 가면 이 문양으로 되있는 물건들이 많아요. "
" 그럼 거기서 만들어졌다? "
" 그런거죠. 마카오에 한 사건이 있었는데 한국이랑 관련된거라 그 사건 내가 맡았어요.
그 사건 맡다가 거기에 불법거래 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증거도 없고 그래서 그냥 한국에 왔었죠 "
" ‥ 그럼 그 불법거래한 곳으로 찾아가면 되겠네요. 거기서 이 총알을 만들었을테니까 "
" 네. 그럽시다. 증거 하나 찾았으니 이걸로 충분해요. 가요 "
" 근데, 그쪽은 한번 본 문양 기억 하나봐요. 나한테는 그런거 다 스쳐지나가는 기억일뿐인데 "
마스크랑 장갑을 벗고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왔다. 김한빈도 따라 나왔을까
" 저한테는 일상이에요.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것은 "
" 뭐? "
" 그냥 당신보다 기억력이 좋다는거예요 "
그렇게 웃으면서 차에 타는 녀석이였다. 씨발. 나를 놀리는건가 진짜 재수없는새끼다.
" 김태형. 성이름이랑 같은 팀이여서 아주 기분 좋다. 이거냐? "
" 네 그렇슴다! "
" 짜식. 청춘이네 청춘 "
태형운 김형사의 말에 부끄러운듯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댄다.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무언가를 한창 집중하다가 피곤했는지 기지개를 쭉 폈다.
그리고 슬쩍 무언가를 바라보는 태형. 그 무언가를 집어들어 빤히 쳐다봤다. 액자. 그 액자 안에는 사진이 있었다. 교복을 입은 남녀가 꽃다발을 들고 브이하는 모습이였다.
태형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액자를 조심스럽게 노트북 옆에 놔두고는 턱을 괴고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 ‥ 아, 진짜 좋다. 어떻게하냐 "
" 미쳤냐? 그 변태같은 표정은 "
" 에이, 변태같은표정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표정이겠죠~ "
김형사는 못말린다는 듯, 웃어본다. 태형은 정신차리고 어느 사이트에 들어가더니 어나니머스(Anonymous) 라고 검색한다.
그리고 영어로 된 글들이 수없이 나왔다. 영어를 중얼거리면서 집중해서 보는데, 무언가 쎄한 기분이 든 태형.
침묵(沈默)
째각째각 움직이는 시계소리도, 공기의 흐름도 무언가 탁 막혀있는 기분이 든 태형은 조심스럽게 옆에 있던 총을 꽉 쥔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섰을까, 맞은편에는 김형사가 노트북을 보고있다가 일어선 태형을 보고선
" 뭐하냐?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해 "
" .. 아, 기분 탓인가봐요. 하하 "
먹쩍게 웃으면서 의자에 앉을려고 하는데, 멈칫하는 태형. 식은땀을 흐르면서 경찰서의 문 정면을 쳐다봤다.
그곳엔 어나니머스의 증거인 괴상한 가면을 쓰고 있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남자 그리고 나지막히 말한다.
" 신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
그 순간, 태형이 맞은편에 앉은 김형사가 곧은자세로 서더니 갑자기 머리가 터지면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그 피로 인해 태형의 얼굴에는 피범벅이였다.
총을 꺼내 그 남자를 향해 쏜다. 경찰서 안에서 들리는 총성소리. 그리고 태형은 책상 위로 올라가 가면을 쓴 남자를 향해 돌진하더니 그대로 발로 찼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지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가면을 순식간에 벗긴다. 그 가면 속의 얼굴은 평범하다못해 평범한 얼굴.
하지만 눈빛은 초점을 잃은 눈빛이였다. 무언가에 세뇌된건지 중얼거리는 남자. 태형은 총을 그 남자 머리를 향해 대고서는
" 쓸데없는 짓하지마!!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 "
그 순간, 바닥에 쓰러졌던 남자는 사라지더니 태형의 뒤에서 서는 남자. 그리고 소름끼치도록 미친듯이 웃어대다가 정색을 하더니
" Witness me!!!!!! "
" 나를 기억해!!!!!! "
라며 달려오는 남자를 보고 태형은 급한마음에 총을 쏴댔을까 하나도 맞지않았다. 총알이 다 떨어져 좆됐다는 생각에 질끈 눈을 감았다.
아무 기척도 느끼지않아 태형은 살짝 눈을 떴을까.
" 경찰이 그렇게 약하면 이 세상의 사람들은 누가 지켜주지. "
괴상한 가면을 쓰고 있는 또 다른 남자. 아니 괴상한 가면이라기보다는 코부터 입까지 가려져 있는 가면. 마치 하회탈같은 가면이였다.
태형에게 돌진하려뎐 남자 위에 업혀있는 한 남자. 그리고 등 뒤에는 검이 있었다. 그리고 검을 꺼내자 드러내는 칼등. 꼼짝도 못하는 남자는 버둥버둥거린다.
" 나를 기억해? 개뿔. 좆까라고 그래 "
그리고 사정없이 검으로 그 남자의 머리를 베는 하회탈같은 가면을 쓴 남자. 머리가 베여지고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
그리고 바닥에 착지해 검을 다시 넣는 남자였다. 태형은 식은땀을 흐르면서 그 남자를 쳐다봤을까
" ‥ mindcontrol "
" ‥ 뭐? "
" 저 사람, 진짜 어나니머스아니야. 가짜야 "
" 그걸 어떻게 "
" 어나니머스 초능력자 중에 인간을 조종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 그거 아니면 이딴거 못해 "
" .... "
" 모든것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mindcontrol. 즉, 저 사람은 그냥 어나니머스에서 놀아난 희생자일뿐이지 "
" ‥ 그럼 당신은 누구야 "
태형은 조심스럽게 총을 그 남자를 향해 들었다. 그 남자는 피식 웃더니
" 총알 없는거 알아 "
" .... "
" 뭘 그렇게 무서워해. 걱정마 적은 아니니까 "
" ... 설마 "
태형은 살짝 놀란듯, 그 남자를 쳐다봤다. 그 남자는 갑갑한지 가면을 턱까지 내린다.
태형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인듯싶었다.
" 앞으로 잘부탁해 경찰. "
" ‥ Hun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