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Persona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3/8/9386fdc109179139a0aad92a9633e6cb.jpg)
[인피니트/현성] Persona 03
W.나날
03. 발견, 그리고 흰 색과 검은 색
"아아아.. 힘들어어어어"
동우가 테이블에 턱을 대며 한숨 쉬듯 말했다.
"그냥 L로 만족해. 그렇게 뛰어난 배우를 두고도 뭘 더 바래?"
"배우는 배우고 가수는 가수지!"
"너희 회사 연습생들 있잖아.아이돌로 내놓으면 되지."
"내가 지금 원하는 건 아이돌이 아냐."
"그럼 그 연습생들은 뭐하러 뽑은거냐? 만약에 니가 원하던 사람을 찾아서 데뷔 시켰다고 가정해봐. 연습생들은 뭐가 되?
몇 년 동안 연습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표가 사람 한 명을 데리고 오더니 한 번에 데뷔를 시켰어. 그것도 몇 년을 기다린 자신들보다 먼저."
"그건 그렇지만.."
"그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해도 애들 아이돌로 데뷔 먼저 시켜놓고 해. 원래 곧 데뷔시킬 아이들이었잖아?"
동우가 머리를 짚으며 흐아 한숨 쉬었다.
"자자- 일단 다 잊고 먹어. 우리가 만나기가 좀 쉽냐, 장포우씨."
"장포우라고 하지 말라니까, 이호원!"
"그치만 네 회사이름이 POW 잖아?"
"그게 회사이름이지, 내 이름이야?"
동우가 호원을 밉지않게 째려보며 대답했다.
"하여튼 이호원 미워죽겠어."
"하하하하. 자 어서 먹어, 동우야."
호원이 동우에게 회를 집어주며 말했다.
"그래도 얼른 찾고 싶단 말이야."
"하유..내가 도와줄까?"
"진짜??"
"한 달째 이러고 있는거 이젠 못 보겠다."
"흐흐흐. 에잇, 그럴거면 진작 도와주지."
회를 우물거리며 동우가 툴툴댔다.
**
"아.. 배부르다. 잘 먹었어, 호원아!"
"그럼 2차를 가볼까나?"
"에에? 또 어딜?"
"와인 한 잔 하자. 내가 사줄게."
"와인? 우왘, 가자 가자!"
호원과 동우가 차를 타고 유흥거리로 들어섰다. 여러 음식점들과 술집들을 지나쳐 한 건물 옆 주차장에 차를 댄 후 호원은 동우를 데리고 한 와인 바로 데려갔다.
"형이 오늘 소개 해주더라. '와인 빠돌이 장동우랑 가 봐.' 하면서."
"오.. 빨리 들어가자!"
눈을 빛낸 동우가 호원의 소매를 붙잡고 바 안으로 들어섰다. 넓고 깔끔한 인테리어에 호원이 바를 둘러보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바텐더에게 와인을 주문하고 있는 동우 옆에 가서 앉았다. 하여간 재빠르다니까. 얼마 안 되어 주문한 와인이 나오고 호원이 와인 한 모금을 마시더니 우와- 하며 동우를 툭 치곤 말했다.
"맛 좋은데?"
그런데 동우가 와인 잔을 손목을 이용해 빙빙 돌리기만 하고 입에는 전혀 대지않고 있는 것이었다. 안 마시고 뭐하냐며 동우의 어깨를 살랑살랑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한 곳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을 뿐. 동우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동우가 특유의 들뜬 목소리로 호원을 불렀다.
"호원아."
"어?"
"..드디어"
"..."
"찾았어."
동우의 시선 끝엔 한 남자가 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가면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
"저 가면 쓴 남자?"
"응, 잘 들어봐. 좀 잘하는 게 아냐. 정말 조금만 다듬으면 왠만한 가수들보다도 뛰어난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다."
"...잘하긴 하네. 그럼 저 사람으로 할 거야?"
"응. 무슨 일이 있어도. 어, 노래 끝나간다. 가자!"
동우가 호원의 손목을 끌고 무대 뒤 쪽 계단으로 향했다. 한 곡을 더 부를 생각인지 자세를 고쳐 앉은 남자가 다시 노래를 했고 무대 뒤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동우의 얼굴이 환해졌다. 놓치면 안돼, 절대. 이런데서 노래를 하기엔 너무 아까운 목소리잖아. 더 큰 곳에서 노래를 해야해. 두 눈을 반짝이며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동우는 남자가 노래를 끝내고 내려올 기세를 보이자 가만히 서있는 호원을 끌고 계단 옆으로 갔다. 그리고 남자가 계단을 내려서자 마자 탁!
"저기요!"
손목을 잡았다. 남자는 깜짝 놀라며 손을 빼내려했고 동우는 놓칠새라 빠르게 말했다.
"저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요?"
마구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남자가 동우를 빤히 보았다. 동우가 이 때다 싶어 명함을 꺼내 건네며 자신을 소개했다.
"POW 엔터테이먼트 대표 장동우예요. 목소리 들어보니 여기서만 노래하고 있기엔 너무 좋은 음색인 것 같은데.. 어때요? 저랑 같이 일해볼래요?"
"..."
"아, 지금 바로 대답 안 하셔도 ㄷ.."
"됬습니다."
"네?"
"그럼."
그리곤 방으로 사라졌다.
"저.. 동우야."
"..."
"..."
"호원아."
"응?"
"..짱이다!!!"
"에?"
"평상시 목소리조차 매력적이야!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남자 놓치면 안돼."
근데 가면 좀 벗어보지. 얼굴 궁금한데..
**
"젠장."
집으로 가는 성규의 표정이 좋지 않다. 성규는 발걸음을 돌려 집 주변 포장마차로 향했다. 포장마차에 들어선 성규가 소주를 시키곤 자리에 앉아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드디어 좀 잊고 잘 살고 있는데.. 왜 갑자기 나타나, 왜.. 생각해내고 싶지 않았는데.. 하- 하며 울먹거림이 섞인 한숨을 쓰게 내뱉은 성규는 소주를 안주도 없이 계속해서 들이켰다. 한 병, 두 병, 세병.. 이미 성규의 주량을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세 병째다. 세 번째 병의 소주를 마지막으로 소주 잔을 내려놓은 성규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취기오른 성규의 발간 두 볼을 덮쳤다. 아씨, 더워어. 흐릿한 시야로 꺼내 본 휴대폰은 새벽 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걸음을 옮기는 성규의 뒷모습이 위태롭다. 정신을 반 이상은 놓은 채 넘어질 듯 말 듯 한 걸음걸이로 집에 가던 성규가 갑자기 뭔가에 홀린 듯 휴게소 앞에 가서 앉았다.
"어이, 미스터 휴씨."
"..."
"자냐아?"
"..."
"휴씨. 내가, 어?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주까?"
"..."
"알았어. 해줄게, 잘 들어봐."
"..."
"옛날에 한 남자가 살았는데 그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되게 오랫동안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지. 근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이 남자한테 말하는거야. 그만 만나자.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런 목소리로 이별을 고하며 차갑게 돌아섰어.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사람한테 매달려 빌었어. 제발 헤어지지 말자고.
근데 그 사람이 남자한테 한 마디 내뱉고는 가버렸다? 그 마지막 한 마디가 뭐게?"
"..."
"형은 이제 내 인생에 방해만 될 뿐이야."
"..."
"...휴씨, 난 검은 색이야. 흰 색이 될 수 없는. 어떤 색을 섞어도 절대 흰 색이 되진 못하지. 검은 색에 흰 색을 왕창 들이부어도 흰 색에 가까워 질 뿐, 완전한 흰 색이 되진 않아. 검은 색은, 어떤 짓을 해도 검은 색을 벗어나지 못해."
"..."
"..내가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처럼.."
술에 취했다기엔 또렷한, 하지만 잔뜩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하던 성규가 그 말을 끝으로 간판대 위에 얼굴을 대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곧 이어 들려오는 목소리.
"...그게 뭐가 재미있는 이야기냐. 슬퍼서 눈물나겠구만.."
휴게소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온다. 그리고 성규 옆에 가서 마주보고 앉았다. 후게소 주인은 잠든 성규를 쳐다보다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슥슥- 그렇게 한참을 휴게소 주인은 성규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