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persona 05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7/5/07571937b8c93cf873f6905b1a6cdaa8.jpg)
[인피니트/현성] persona 05
W. 나날
05. 가르쳐줄까? 이름도, 목소리도.
"어.. 없네. 어디갔지?"
명수를 보내고 혼란스러운 머리를 달래려 맥주나 좀 마실까해서 휴게소에 와봤더니 유리문에 붙어있는 종이 하나.
'잠시 자리 비웁니다.'
"흠.. 하는 수 없지. 조금만 기다렸다가 안 오면 가야지."
왜 명수가 자신에게 갑자기 나타나서 다정하게 구는 건지는 모른다. 자신이 방해가 될 뿐이라고 말하던 김명수는 어디로 간건지. POW에 명수가 들어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잘나가는 배우가 되었다는 것도. 하지만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2년만에 나타나 다시 예전처럼 대하는 명수를 성규는 내치지 못했다.
그리고 아까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자신은 결국 POW에 들어갈 것이다. 자신은 명수를 아직 좋아하니까..
똑똑- 생각에 잠겨있는 성규가 정신을 차린 건 노크소리가 들리고 나서였다.
"어, 어디갔다 이제 오냐."
'누구 좀 만나러.'
"맥주 두 캔만."
"..."
"땡큐, 여기 돈."
'형.'
"어?"
'형, 내 이름 궁금하다고 했지."
"어? 어!"
'가르쳐줄까? 내 이름도, 목소리도.'
"진짜? 응!"
건너편에서 작게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중저음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성규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휴게소 주인 남우현입니다."
장난스런 우현의 말에 성규가 멍을 때리다 슬쩍 웃음을 흘렸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목소리가 되게 멋있으시네요."
"감사합니다."
갑자기 성규가 깔깔 웃기 시작했다. 그에 우현도 푸하- 하며 살짝 웃음을 내뱉었다.
"야, 너 왜 목소리 숨기고 살아? 목소리 되게 좋은데. 그냥 말해!"
우현은 말 없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근데 얼굴은 안 보여줘? 목소리 들어보니까 얼굴도 되게 잘 생겼을 것 같은데."
"나중에..보여줄게."
"진짜지? 꼭 얼굴 보여줘. 불도 키고."
"그래."
"..아, 나 이제 집에 가봐야겠다."
"잘가."
성규가 대답없이 맥주 캔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성규의 얼굴엔 웃음이 머물고 있었다.
****
"근데 나 윤강이한테 말 안했는데.."
"동우 형이 말하러 간댔어. 지금쯤이면 도착했을걸?"
"그래..?"
결국 성규는 POW에 들어가겠다며 명수에게 연락을 했고 지금 명수와 POW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찜찜했다. 뭔가 하나 걸리는게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몰라 답답했다. 어느 새 POW에 도착한 둘은 대표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동우를 기다렸다. 막상 회사에 오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 성규가 티셔츠 목 부분을 쥐고 앞 뒤로 펄럭였다. 명수의 매니저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니 눈을 휙 피했다. 뭐야... 그 때 문이 열리며 동우가 들어왔다.
"성규씨!"
"아.."
"오실 줄 알았어요. 에잇, 이럴거면서 튕기시긴..흐핳하핳"
"대표님."
"알았어,알았어. 우리 L 까칠하긴. 음..일단 이것 좀.. 작성해주시겠어요?"
"아, 예.."
"오디션은 그 때 거기서 본 걸로 치고, 연습은 조금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워낙 좋은 목소리라.."
"아, 예. 여기..다 적었는데요."
"아! 그러면.. 성규씨는 회사에서 생활하세요. 집처럼 쓸 수 있는 방이 하나 있거든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데뷔 할 거라서 많이 바쁠거예요.
스케쥴은 내일 짜서 드릴게요. 자, 이거 가져가서 읽어보시구요. 내일 다시 오시면 되요."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내일 뵈요!"
명수에게 작게 손을 흔들고 대표실을 나온 성규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 회사에 들어온게 잘한걸까? 그래도..명수가 있으니까..
"아, 모르겠다! 집에나 가자."
성규가 왠지 무거운 발걸음을 턱턱 옮겼다. 나 지금 너에게 간다 조금만 기다려 줘 날~
"여보세요?"
-형!!!
"어, 윤강이야?"
-..아오, 형 바에 와! 지금 당장!!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윤강!"
...산너머 산이군.
**
"형!!!!"
"시끄러워, 이윤강."
"형 어떻게 나한테 한 마디 말도 없이 이럴 수 있어? 일을 그만두다니! 연습생이 된다니!"
"시끄럽다고 했다."
"난 정말 형을 이해할 수가 없어! 2년 전에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노래를 하게 해달라고 했던 것부터 지금 형의 행동까지 전부!
사람들에게 얼굴 알려지는 게 싫어서 가면을 쓰는 거라고 해놓고선 이제와서 뭐? 가수가 되겠다고?"
윤강은 화가 났다. 성규에게 섭섭하고 서운해서 화가 났다.성규가 이 일을 언젠간 그만 둘 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런 식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엔터테이너가 와서
'김성규씨 가수 될 거라서 일 그만둘 것 같아요, 흐하핳' 라고 말하고 갈 줄은 몰랐다. 너무 자연스럽게 얘기해서 엔터테이너에게 뭐라고 말도 못했다.
그저 멍하니 그 사람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엔터테이너가 가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윤강이 성규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말을 듣더라도 성규 입으로 듣고 싶었다. 상황설명도 좀 해주길 바랬다. 그런데 전화기 반대편에서 들리는 너무나도 태연해보이는 성규의 목소리에 화가 났다.
자신은 이렇게나 섭섭한데 형은 섭섭하지도 않은건가. 어떻게 보면 화라기보단 서운한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투정이었다.
소리지르면서도 사실 마음 한 편으로는 미안한 것도 조금 있었다. 말은 시끄럽다해도 성규의 표정은 미안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멈추고 싶었는데 서운한 마음이 뱉어내는 투정들은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았다.
"형 정말 이상해, 진짜 이상하다고!"
"윤강아."
"됬어, 형이 오지게도 싫어하는 여기 오지말고 그 포운가 보운가 하는 회사나 가버려."
성규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윤강은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내리깔고 있었고 둘 사이엔 아무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러다 성규가 표정을 바꿔 힘없이 웃곤 입을 열었다.
"오늘 마지막인데.. 노래부르고 가도 되지? 손님들에겐 내가 말할게."
"..."
윤강이 결국 뒤돌아 방을 나갔다. 성규가 묘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보다가 화장대 거울 앞에 놓여져있는 가면을 들어 손으로 천천히 쓸었다. 사실 가면을 썼던건 얼굴이 알려지기 싫어서도 있었지만 와인을 좋아하던 명수가 혹시나 이 바에 왔다가 자신을 발견할까봐 겁이 나서였다. 오늘로 이 가면도 마지막이네. 힘들 때 마다 자신을 위로해주던 건 노래였기에 명수와 헤어진 그 때도 갑자기 그냥 노래가 하고 싶어져서 윤강의 바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성규는 슬픈 노래만 불렀다. 도저히 밝은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성규도 이 점을 정말 이상하게 여겼다. 2년 전 부터 갑자기 밝은 노래가 불러지지 않았다. 아무리 밝게 부르려해도 슬픈 음정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결국 성규는 이별노래만 불렀다. 하지만 이제 그게 문제다. 가수가 된다면 어떤 노래든 불러야하는데.. 성규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화장대 위에 팔을 괴고 얼굴을 묻었다.
모르겠다. 명수도, 자신도.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