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오빠!!!!!!
(지인, 니가 여긴 왠일이야?)
부딪힌 사람은, 지인이었다.
으헤헤..사실, 이번에 가이드를 맡은손님이 꼭 시장에 와보고싶다고하셔서~
아...그럼 일하는 중이야?
뭐..말하자면 그런셈이지.
전부 중국어밖에 들리지 않는 이곳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났다는것만으로도 너무 기쁜데, 그 사람이 지인이었다니!!!
맞다 오빠, 지금 쑨집에서 지내는 거야?
응. 호텔잡으려고햇는데, 쑨이 그러면 돈 많이 든다고, 기어코 자기집에잇으라고해서...
흐흐흐흐흐흐흐....(쑨양 너 능력좋다?아주 선순데?)
(닥쳐. 그리고 이것도 다 능력이지.)
(키만 멀대같이 큰게 어디서 욕질이야?)
(넌 일이나해 이 기집애야.)
아아....태환오빠가 얘의 진면목을 못본다는게 정말 천추의 한이야~
쑨과 잠시 티격태격하던 지인이 날보고 무척 안타까워서 가슴이 찢어지겠단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쑨의 진면목이라니? 바보스러운거?
엉??크크크...들었지 쑨?태환오빠가 너보고 바보스럽데!!!
고개를 돌리자, 충격과 절망이 공존하는 쑨의 표정.아차..말을 잘못했나..
(웃지마)
크크크.....하아....잘웃었다. 쑨이 좀 바보같은면이 있긴하죠. 진짜모습은 글쎄...태환오빠는 평생볼 수 없으려나?
응?그게 무슨말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나저나, 어제 뱃놀이는 잘 했어요?
뱃놀이?아아.....
생각났다. 어제......그 끔찍했던 기억이.
내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는걸 본건지, 쑨이 갑자기 말을 돌린다.
(네 손님은 어디두고 넌 여기있냐?)
그분, 지금 저 안쪽에 술가게 가서 술 고르고계셔. 나름 양주회사 사장님이시거든. 어, 저기 오신다.
지인의 고개가 돌아가는 쪽으로 눈을돌리자 보이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인영.
근데..어쨰 좀 낯익다?
아니, 이거 박태환선수아닌가!!!!
...네?
내 손을 덥썩 쥐시며 반갑게 인사하시는 풍채좋은 아저씨.
이런, 기억나지 않는겐가? 나 순환양조주식회사사장 정대웅이라네!
아 맞다!!!얼마전에 스폰서해주시겠다고 지접찾아오셨던...!!
허허. 이제 기억났나보군. 그나저나 자네가 여긴 왠일인가?
아..중국으로 놀러오라고 초대를 받아서 잠깐 휴가차 와있었습니다.
난 이번에 신제품개발떄문에 중국술도 좀 볼까해서 와봤지. 근데..옆에있는사람은..혹시.....쑨양선수..?
네, 맞습니다.
쑨이 담담한 말소리로 대답을 하자, 아저씨의 눈이 5배로 확장된다.
아니, 정말 쑨양선수인건가????????
아..아저씨....저 목소리 좀...
지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아저씨를 말리자, 그제서야 여기가 길한복판이라는걸 인식하신듯 흠흠, 헛기침을 하신다.
큼...음..둘이...친한가보지?
에...뭐....
친합니다. 아주 친해요.
내 대답을 가로채서 당당하게 친하다고 말해버리는 쑨.
허허. 근데 둘은 라이벌이아닌가? 허긴, 둘이 물어뜯고 미워하는것보다야 이렇게 잘지내는 거시 훨씬 보기좋지.
가..감사합니다.
근데, 쑨양 선수는 한국어를 할줄 아는구만?배운건가?
네.
다재다능한 친구구만 그래? 혹시 자네 술 좋아하나?
아저씨, 얘 술 진짜 좋아해요!!아주 말술에 술고래에요!!
허허허허, 그럼 내가 그냥 갈수는 없지. 자, 받게나.
이건...
내가 방금 저 가게에서 산 술이라네. 복숭아준데, 먹으면 무릉도원에 가는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해서 도원주라더군. 나야 또 사면 되니 받게.
그래도....
내 성의니 받아주게나. 이렇게 귀한 얼굴을 한자리에서 보는것도 심상치않은 운수니, 이정도 선물이야 약소하지.
가..감사합니다.
자, 아저씨, 이제 밥먹으러가요~
그래그래. 박태환선수, 잘놀다 가게나. 다음에 봅세.
오빠~그럼 재밌게놀아~
사장님을 모시고 가는 지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있는데, 갑자기 손이 가벼워진다.
이리줘. 무거운거 들고있으면 팔아파.
아..고마워 쑨.
내 손에 들린 술을 가져가 자기가 든다. 저거 생각보다 꽤 무거워서 양손으로 들고있어도 팔이 저렸는데, 쑨에는 별게 아닌지 너무나 가볍게 드는걸 보니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또 뭐 보고싶은거 잇어?
...영화?
그건 시내로 나가야되는데...
차를 가지고 나온게 아니라서 시내로 나갈수가 없지 참......
음.....연극은 어떄?
연극이라니?
혹시, 경극이라고 알아?
아, 그 가면쓰고 하는거?
응. 여기 시장 열릴때마다 하는데, 말보다는 동작이 더 많아서 중국어 몰라도 볼 수 잇어.
우와..나 그거 한번도 본적없는데..
그럼 보러가자.
나에게 보여줄게 생겼다는게 신나는건지, 방실방실 웃으며 남은 손으로 내 팔을 잡아이끄는 쑨. 웃을땐 저렇게도 애기같으면서, 표정을 굳히면 또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그 갭이 절실하게 느껴져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쑨에게 일끌려 간 곳은 시장 한가운데로 보이는 커다란 공터.
경극을 보러오는 사람이 많은건지, 사람들이 벌써 공터 주위를 빙 둘러 앉아있다. 간간히 외국인들도 보이는 걸 보니, 현지인뿐만 아니라 외구인들에게도 꽤나 인기가 있나보다. 아직 공연시작전이라 빈자리가 꽤 있어, 좀 앞쪽으로 가서 앉으니, 오색의 천으로 된 막사가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화려할지 짐작이되어, 기대감이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자, 곧 시작한다.
뎅~무슨 종소리같은것이 한번 울리려퍼지자, 갑자기 막사안에서 사람이 튀어나온다.
우..우와......
온몸에 금으로 장식을하고 머리에 화려한 관을 쓴 사람. 얼굴에는 하얗게 분을 칠해 물감으로 눈과 입을 강조해서 표시해 둔 모습이 너무나 강렬해 눈을 뗄수가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등장한 또다른 사람. 그사람은 얼굴을 파랗게 칠하고 나왓는데, 그 귀로 여러가지 색(?)의 사람들이 나오더니 만화에서 보던 커다란 칼을들고 막 싸우며 춤을 췄다. 가면쓴사람이 고개를 까딱- 할때마다 가면이 바뀌어 표정이 달라졌는데, 그게 너무 신기해서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한참을 정신을 빼놓고 봤을까.
제일처음 나온 붉은 얼굴의 남자가 전쟁을 이긴듯, 칼을 허공에 한번 휙- 휘두르는걸로 공연은 끝이났다.
재밌었어??
응!!!!진짜 신기했어!!!
다행이네..그럼 이제 집에가자.
벌써?싶어서 하늘을 바라보니, 빨간 노을만 눈에 가득 들어왔다. 얼마나 열중해서봣는지, 시간가는줄도 몰랐나보다.
집에돌아가는길은, 올때와는 다른 의미로 조용했다. 둘다 아무말이 없었지만, 따뜻한 저녁공기가 침묵을 대신해 우리사이를 채워줘서, 어색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먼저 씻을래?
응...나 피곤해애...
집에들어오니, 피곤이 갑자기 확 밀려온다. 그래서 먼저 씻겠냐는 쑨의 물음에 흔쾌히 응햇고, 갈아입을 잠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와 샤워를 했다.
머리를 감고, 몸에 바디샤워를 칠하는데,
아...
따끔한 감촉이 내 신경을 건드린다. 어제 당한 흔저으로 얼룩덜룩한 몸이 눈에 들어왔다.그때는 많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무사히 있고, 또 쑨이 구해주러 왔기때문에, 잊어버리자고 생각했다.
따끈한물로 샤워를 하고나오자, 그새 안방샤워실에서 샤워를 했는지, 먼저 방에 앉아잇는 잠옷차림의 쑨.
이리와.
쑨이 베란다에 잇던 탁자를 끌어왔는지, 아까받은 술과 복숭아를 그 위에 올려둿다.
지금 마시게?
응. 복숭아술이라니, 궁금해서...
나도 술을 크게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쑨이 뽕-하고 딴 병에서 흘러나오는 복숭아향기가 너무나 달콤해서 나도모르게 쑨앞에 가 앉아버렸다.
자, 한잔마셔.
하얀 사기그릇 반쯤 채워진 복숭아술을 입에 갖다대자, 달달한 향이 입과 코를 적신다.
이거 맛있어!!
그래??
내 맛있단 소리에 자기도 한잔 마시곤 정말 맛있네? 하며 두번째 잔을 채우려 하길래, 내가 그 손을 멈췄다.
어허, 자작하면 애인 안생겨.
자작?
혼자 술따라마시는거.
아아-
내가 따라줄게, 이리줘봐.
쪼로록-
맑은소리를 내며 잔에 담기는 술. 쑨이 그걸 마시는걸보며, 나도 남은 잔을 마저비운다.
태환, 이것도 좀 먹어봐.
내 앞에 내밀어지는 복숭아 한조각.
내가 제일좋아하는 말랑말랑한 복숭아라서 한입가득 베어물었는데, 과즙이 장난이 아니었던지, 복숭아물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린다.
생각보다 많이 묻어서 손으로 훔쳐내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정적.
고개를 들어보니, 쑨이 아무말 없이 날 보고있다.
저기....쑨...??
대답도 않고 날 보기만 하는데, 그 눈빛이 너무 진지해 더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매에게 포착당한 사냥감처럼 몸이 굳어, 그를 마주보는것 외에는 할수 잇는일이 없었다.
태환.......
바닷속 깊은곳에서부터 올라오는듯한 낮은 목소리로 그가 날 부른다. 그 음성이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듯, 내 몸안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술기운이 올라오는건가...머리가 어지럽다.
조금만 이쪽으로 와봐....
내 의지에 관계없이, 내 다리는 이미 알아서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한걸음....두걸음....
느리지만, 멈추지않앗다.
앉아잇는 그를 내려다보자, 내 손목을 잡아당기는 그.
그 손길을 따라, 그의 무릎위에 앉아버렸다.
여전히, 날 담고있는 그윽한 눈빛.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피가 돌아 혈색이 좋아진 그의 빨간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틈새로 흘러나오는 달콤한 목소리.
날 봐....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난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엇다.
태환......
다시 한번 들려오는 내 이름. 그가 내이름을 부를 때마다, 점점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손목을 잡은 열기가 뜨겁다고 느껴지기 시작했을때, 그의 달콤한 복숭아 향은 이미 내 입술을 덮은 뒤였다.
그리고, 난 눈을 감았다.
---------------------------------------------------------------------------------------------------
방학때 올리는 마지막 편이에요ㅎㅎ
좀 우울한 소식이있어요ㅠㅠ네일 개학을 하고나면, 이렇게 하루에 한개씩 연재하는건 좀 힘들것같아요.
그래서 주말에 2편, 평일에 1편정도해서 꾸준히 연재할 계획이랍니다ㅎ그러니 계속 사랑해주세요ㅎ
애초애 중장편으로 기획한 소설이라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아잇답니다ㅎㅎ그럼 앞으로도 잘부탁드려요^^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속보] 1000만 탈모인 희소식... 이대통령 탈모 건보 적용 검토 지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