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
우 이어 어쳐마이써(응 이거 엄청 맛있어!!)
다행이네.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해.
아아써 너오 어으 머어(알았어.너도 얼른 먹어)
후훗- 가볍게 웃고는 다시 턱을 괴고 날 보는 쑨. 간간히 내 입을 닦아주기도하
면서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그러는 정작 스스로의 접시에는 손도대지않
은채 이것저것 내 앞으로 음식을 덜어주기 바쁘다.
쑨이 데리고 온 곳은 여기 베이징에서도 꽤 유명한 중국 전통 음식점. 100년전통
의 집인데 비해서 가게규모도 작고 가격도 저렴해서 쑨도 자주오는 집이라고 한
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쑨을 알아보시고 음식을 더 푸짐하게 담
아주셨다.
물론, 먹는걸 좋아하는 나는 너무너무 땡큐지만.
내가 돼지고기 완자를 우적우적 씹으며 또 눈을 빛내며 꽃게찜을 탐내고 있으니
까 쑨이 그걸 알고는 또 꽃게살을 발라 내 앞접시에 놓아준다. 난 그걸 젓가락으
로 집에 쑨의 입앞에 대 주었다.
자, 아-
응? 너 먹어. 나 별로 배 안고파.
나 많이 먹고있으니까 너도 얼른 먹어-
괜찮은데...
쓰읍! 형님이 주시는건데 거절하면 섭하다? 자, 얼른. 나 팔떨어진다구-
내가 으름장을 놓으며 반협박(?)을 해도 전혀 쫄지 않고 마치 어린애 재롱본다
는 듯한 얼굴로 내가 내민 꽃게살을 받아먹는다. 큰 덩치에 비해 작고 오밀조밀
한 붉은 입술이 요리조리 움직이며 게살을 씹는게 귀엽다. 내가 또 이것저것 집
어주니까 받아먹는데, 그게 생각보다 재미가 있어 자꾸 나에게 음식을 옮겨주던
쑨의 마음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가 있었다.
후식으로 나온 월병까지 먹고나자, 대식가인 내 배마저도 터져버릴듯한 포만
감에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
끄억- 잘먹었엉 쑨.
잘먹었다니까 다행이네.
이제 뭐할꺼야? 밥도 먹었고 힘이 막 불끈불끈 솟아오르는데.
음...춤추는거 좋아해?
춤?잘 못추는데...
클럽가자.
클럽??너 그런데도 가?
왜, 이상해?
쑨도 클럽이라는데를 가구나.....얼굴이 마냥 순둥이처럼 생겨서 그런데는 가지
도 않을것처럼 생겼는데....20살 넘은 성인 남자가 클럽가는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얘 나 좋아하는거 아니었어? 근데 클럽?
아니. 그럼 가자. 근데 이 차림으로는....
괜찮아. 충분히 이쁜데 뭘.
쑨이 내 머리를 쓱 흐트려주고는 내 손을 잡고 가게밖으로 나온다. 뒤에서 주인
아주머니의 인사가 들려서 난 뒤로 고개를 살짝 숙여 목례를 했다.
하늘을 보니, 벌써 살짝 어둑어둑한것이 동쪽하늘은 어느새 남쪽으로 물들어 잇
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베이징 시내의 골목을 몇개 지나니, 딱 정통 중국식이라
는 느낌이 드는 붉은 간판에 금박으로 글씨가 쓰여잇는 건물이 나온다. 앞네는
치파오를 입은 몸매좋은 누님들이 손님들이 올때마다 문을 열어준다. 나드는 사
람들의 옷차림이 모두 삐까뻔쩍한것을 보니, 평범한 클럽은 아닌것 같다.
붉은 누님들은 쑨이 앞에서자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셨고, 쑨은 익숙하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서 날 잡고 아랫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밖에서봣을때
도 무척 크긴 했지만, 안에 들어오니 밖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옛 중
국처럼 비단과 금으로 꾸며둔 통로와 실내. 지하 2층에 쯤 내려가니, 내가 알던
클럽이 보였다. 다만 다른것은 스테이지 주변이 휘장으로 둘러쳐져있고, 난잡하
게 시끄럽지 않다는 정도?
저..쑨...
응?
여기...자주 와?
자주는 아니지만..클럽은 여기만 오는데?
쑨은 스테이지 밖의 한 소파를 골라 앉았다. 역시 고급이라 그런가 소파가 매우
푹신한데다, 그 주위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비단으로 가리개가 쳐져 있다
.
주변에 대기해있는 웨이터같은 남자분에게 우리 자리를 알려주니, 우리 자리 앞
에 무슨 표지판같은걸 세운다.
쑨은 날 잡고 스테이지로 올라갔다.
태환, 춤추다 힘들면 아까 자리로 가서 쉬고있어. 나도 몸 좀 풀고 올게.
그리고 내 손을 놓고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말을 하는 쑨이 되게 어색했지
만, 나도 클럽은 정말 오랜만이고, 노래도 적당히 신나고 방금 밥먹어서 힘도 나
는게 오랜만에 댄스혼을 불살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무슨춤을 춰야하나?
그때,
빠라밤~빠라라빰빰~
이것은...텔미????????
한참 된 노래긴하지만, 이거 유행할때만해도 정말 대박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춤을 외우고 다닐정도?
아무래도 좀 수준있는 클럽이다보니, 이런 외국곡도 트나보다.
흐흐흐...
주변사람들도 가사는 몰라도 신나는지 몸을 흔든다. 난 한번 심호흡을 한 번하고 , 가볍게 어깨를 흔들었다.
너도 날 좋아할 줄은 몰랐어 어쩌면좋아~너무나 좋아~
내가 예은이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이 순간만큼은, 내가 예은에게 빙의해서 댄스혼을 불살랐다.
어머나~!
다시한번말해봐~~
나름 상큼하게 소희의 전매특허 어머나를 했는데,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어
느새 나만을 구경하고 환호하고 있다. 그떄, 눈앞의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수트를 입은 잘빠진 훈남.
그렇게 난 정신없이 댄스혼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고, 한곡밖에 추지 않았는데
오만 정기가 다 빠져나간듯 숨이 가빴다. 다행히도 다음곡은 격한 댄스곡이 아니
라 나름 분위기 있는 섹시한 음악. 느리게 흐르는 음악에 사람들이 은근히 서로
몸을 부딪히며 은밀한 눈빛을 교환한다. 아까 텔미를 추다 눈이 마주친 남자는
나에게 다가왔고, 내 어깨를 짚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날 살짝 내려다보는걸보니, 얘도 쑨만큼이나 키가 큰가보다.
你是哪里人?(어디서 왔어?)
Korea.
어, 한국?
한국말 할줄 알아요?
쑨이 아닌 다른사람한테 듣는 한국말이 무척 반가워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물어버렸다.
나 한국에 중국 대사관에 근무했거든. 근데...너 어째 내가 아는 누구랑 좀 닮았다?
네???아니에요. 제가 좀 흔하게 생겨서..
흐음..아까 춤 잘봣어. 잘추던데?
아..뭐...
사람들 전부 넋놓고 너만 보더라. 나랑 춤한번 출래?
근데...저 이 손좀 치워 주실래요?아까부터 계속 어깨 쓰다듬으시는데 거슬리거
든요?
부끄러워하긴..여긴 한번 이런노래 나오면 한 두세곡을 죽 끈적한노래만 나와.
나랑 한번 추자~~
커다란 덩치로 애교를 부리는게 꼭 누구랑 닮아서 웃음이 나왔다.
Sexy baby~
내 허리에 손을 얹고 가볍게 등뒤에 밀착하는 남자.
이름이 뭐야?
환이요.
음..근데 누구 찾는사람있어? 아까부터 왜 계속 두리번거려?
친구랑 같이 왔거든요.
그래도..나랑 놀떄는 나한테 집중해주면 안될까?
일방적으로 나한테 들이대는 남자가 싫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아까부터 난 계속
쑨을 찾고잇다. 내가 뭐 길을 잃을까 그런게 두려운건 아니지만..그냥 보이지 않
으면 마음이 찝찝하다.
그때, 나랑 마주치는 한쌍의 눈망울. 큰 키때문에 많은사람들사이에서도 그를
알아보는건 어렵지 않았다.
내 허리를 부드럽게 돌리며 고개를 내쪽으로 숙이는 등뒤의 남자.
왜...애인이라도 잇어?
저기..좀 떨어져 주실래요?
후후..싫은데?
이 남자를 어떡해야할까..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쑨을 찾는데 두번째로 마주친
그의 눈빛이 왠지 화가난 것 같았다. 멀리서 보는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
냥 왠지 그를 다시 놓쳐버리면 오늘안으론 볼 수 없을것같은 기분이 들어 얼른
남자를 떨쳐버렸다.
어, 어디가?
친구 찾으러요. 그쪽은 잘생겼으니까 여자도 많이 붙을거같은데, 예쁜여자들이
랑 놀아요. 바이바이~
스테이지도 더럽게 넓어서 쑨을 놓치지 않으려 두눈 부릅뜨고 그에게 다가갔더
니, 그는 콜라병 몸매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몸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자기 엎에 온지는 모르는건지, 계속 춤에만 열중하는 그.
적당히 땀에 젖어 섹시한 표정에 길고 유연한 몸으로 웨이브를 하니, 주변 여자
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지러진다.
칫- 그새 여자끼고 놀고잇냐?
기분이 상했다. 나 좋아한다며. 그렇게 말한게 어제면서 또 그새 여자???
나도 심술이 나서 아까 그 자리로 돌아와버렸다. 기껏 갔더니 그새 여자야?지조없는것. 쳇쳇쳇.
안에 들어가니, 그새 셋팅해둔
건지, 아까는 없었던 각종 과일과 술들이 놓여있다.
맥주 한캔을 따서 입안에 부으니, 좀 흐르긴했지만, 시원한 감촉이 목을 타고 내
려간다.
캬아~
일부러 이런 소리를 내며 마시긴 했지만 언짠은 기분은 좀채 풀리지 않는다. 망
고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썰어져있는 모듬 과일안주를 집어먹고잇는데, 가리
개가 열리며 쑨이 들어왔다.
와 있었어? 찾았잖아..
뭐??찾았잖아? 내가 갔을땐 여자끼고 잘만 춤추더니.
나도 모르게 비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쑨은 보지 못한듯, 내가 따놓은 맥주캔을
들고 쭈욱- 원샷해버린다.
그때 들리는 여자목소리.
兄弟~你的屁股。(오빠~얼른나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엥엥거리는 콧소리. 쑨이 그 소리에 뒤를 도는데, 허리에 딱봐도 여자의 것이분명한 입
술자국이 찍혀있다.
그 순간, 난 그의 팔을 휙 낚아채버렸다. 짜증인지 시기심인지가 내 머릿속을 채
워버려 다른 생각은 할 수 가 없었다.
가지마.
그리곤, 나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그를 끌고 반대쪽의 가리개를 걷어 그를 끌고 계단으로 갔다.
-------------------------------------------------------------------------------------------
20화입니당ㅎㅎ이번편은 좀 많이 짧아요ㅠㅠ
대신, 다음편이 무척 길 예정이니 관대한 마음으로 절 용서해주세요ㅠㅠㅠㅠ
여러분들 일찍일찍 주무시고 학교에서 졸지마시길!!>_<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연금복권 당첨자 폰 알림창 상태..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