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환] 조율 01
Lumen in Caelo (루멘 인 켈로)
하늘에서의 빛
준비는 간단했다. 최소한의 짐만을 꾸리고 올라탄 후 어떤 기분을 느낄 세도 없이 중국 땅을 밟았다. 하락세에 못 이겨 문을 닫은 베이징 근처 유원지 자리를 허물어 만든 시설들은 정말 마지막 희망의 끈이라는 것이 사실임을 각인시켜줬다. 정부의 예산을 다 쏟아 부은 시설들. 태환은 새삼스레 고개를 저었다. 하긴, 그의 나라는 언제나 당당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위상을 지키려 한다. 생명을 깎아 내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와 그의 나라는 그렇다.
혹시 모를 중국의 부활을 대비해 한 둘의 서양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피부가 까무잡잡하다. 그 와중에 태환은 유명인사였다. 한국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표정들이다. 가끔 보이는 서양인들도 아직 세계적인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 뿐, 태환처럼 이미 매달권의 실력자는 없었다.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한 태환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어 초급’ 이라는 표지의 책 속은 4살 어린아이들의 학습지와 흡사했다. 적어도 1년간 중국에서 생활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배워두기 위함 이였다. 아니, 꼭 그 뿐이라 할 수 는 없겠지만.
숙소를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2인1실의 체재였지만 방은 각각 달랐고 화장실도 방마다 따로 달려있어 같이 산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방도 넓은 편이라 선수들은 아마 훈련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 방에서 나오지 않을 듯 했다. 중국 측은 마지막 기회답게 선수들에게 맞춰 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했다. 서양 권 나라들과 태환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독방을 권유하기도 했고 한 수영장을 모두 태환 전용으로 만들어 놔 태환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대접을 바라고 온 것이 아니라 태환으로써는 기쁘기만 하진 않았다. 태환과 함께 숙소를 사용하는 사람은 중국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수영선수였다. 일부러 태환과 붙여놔 조금이라도 배우거나 경쟁을 바란 듯 했다.
코치들의 숙소는 따로 지정돼있었다. 모두 독방을 사용했고 자신들이 맞은 선수들과 바로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 온 서양 권 선수들은 불만을 가진 듯 했지만 이런 환경을 보고 마음이 바뀐 듯 끼리끼리 모여 수다를 떨었다. 태환에게 와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부분 어린 수영선수들이였다. 서툰 한국말을 배워온 아이도 있었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돌려보내며 문을 닫으려는데 복도 끝자락에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큰 체구를 증명해주듯 보폭도 컸다. 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가까이 다가온 사내는 방금 돌아간 어린 수영선수처럼 서툰 한국말로 말했다.
“잘 있었어요?”
“..”
“태환, 보고 싶었어요.”
“..”
“태환은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사내의 눈동자가 살짝 떨리며 입을 팔자로 늘어뜰였다. 시무룩한 표정이 그대로 들어났다.
“아니. 그리웠어.”
어린 아이마냥 표정이 다양하다. 또 금세 활짝 웃는 사내가 어눌은 발음으로 말했다.
“나도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왔잖아. 보고 싶었어.”
어릴 적에는 몸이 약해서 시작한 수영 이였다. 그저 그 뿐 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가대표가 됐고, 금 매달의 영광도 누려봤다. 실상 신체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점점 실력 좋고 체격 좋은 선수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기록은 더 단축되고 나는 예전에 금 매달의 영광을 누려본 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상관없었다. 남은 내 선수생활동안 최대한의 노력과, 그에 따른 정당한 결과가 있으면 됐다. 하지만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내 욕심은 이상하게도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다 그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연예라는 것에 감정을 두지 않았다. 가끔 생각이 나면 수영장으로 뛰어 들어가 수영을 했다. 몇 번 여자를 만난 적은 있었지만 수영에 더 비중을 두는 나를 보고 모두 먼저 이별을 고했다. 그때는 그럼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겠다, 장난으로 생각했지만. 정말 만나고 나니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다가도 그의 얼굴을 보면 다 사라지는 것을 어찌 해야 할지. 이런 감정의 욕심은 내가 누를 수 있는 범위가 아닌듯하다. 옆에서 웃으며 빤히 나를 쳐다보는 맹한 눈빛마저도 좋은 것을.
“태환, 무슨 생각해요?”
“네 생각.”
쑨 양, 너는 내가 지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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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 1인칭 박태환 시점이 섞여가며 나올 꺼 같은데, 보는데 불편함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보시는 분이 있을라낰ㅋㅋ 재미 없어도 책임 못ㅈㅕ요ㅠㅠ
참고로 쑨환 맞아요 ㅇㅇ 환쑨?태양?아님ㅇㅇㅇ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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