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환] 조율02
Lumen in Caelo(루멘 인 켈로)
하늘에서의 빛
한줄기에 빛이 흐려져 간다. 아아- 안 돼, 사라지지 마. 소리를 질러봤지만 소용이 없다. 목은 턱턱 막혀 갈뿐 답답하기만 하다. 기분 나쁜 음산함에 고개를 내저으려 하지만 달라붙는 어두움은 질척하게 몸을 휘감는다.
헉헉거리며 일어났을 때는 아직 새벽동이 트기 전이였다. 항상 혼자 잠드는 방인데, 오늘따라 사람이 그립다. 땀범벅이 된 옷을 벗으며 침대 옆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렀다. 일분가량 신호가 가다 잠에 취한 코치의 목소리가 들린다. 졸린 와중에서도 웬일이냐며 급하게 묻는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수영장 지금 쓸 수 있어요?”
세 명 정도가 쓰는 제 1 수영장은 한 사람당 하루 6시간 이상의 연습은 불가능했다. 외부 사람들은 수영장 소독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나머지 시간은 중국 선수들에게 자유 시간을 부여한다. 선수들과 코치는 대부분 알고 있는 일이다. 이곳을 찾는 선수들이 아직 어리고 그래도 중국에 비해 위상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보니 그저 쉬쉬하고 있을 뿐이다. 가끔 서양 권 선수들이 부탁을 하면 당연한 듯 열어주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로 붙여지고 있다. 중국 측은 최대한 비리 없는 시설을 목표로 삼기라도 했나.
코치가 부탁을 하자 바로 문을 열어준 경비원을 뒤로하고 카드를 찍었다. 슬쩍 열린 문 너머로 푸른 물이 넘실거린다.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틈 없이 다짜고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시간정도가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잠수를 했다. 바닥까지 내려가 가만히 숨을 참았다. 물속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점점 가라앉는 것처럼 몸이 무거워진다. 정신을 차리고 올라가려 발을 휘저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쥐가 났는지 저릿하기까지 한다. 꿈속의 상황과 같다. 내뱉을 때 마다 나오는 공기방울들이 멀어져갔다. 사라지는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꿈속과 같다면 빛은 점점 사라져야 하는데, 큰 파동이 울렸고 아주 잠시 편안함을 느꼈다.
“태환, 괜찮아요?! 눈 떠요!”
어눌한 발음의 한국어가 왱왱거렸다. 세상이 여럿으로 나뉘어졌다 다시 하나가 됐고, 그 앞에는 그가 있다. 나보다 더 창백해 보이는 피부의 흔들리는 눈동자. 귀엽게도 입술을 앙 다물고는 나를 걱정스레 노려보고 있다. 나보다 훨씬 큰 덩치를 가지고는 그런 표정을 지으니 묘하게 귀엽다.
“어떻게 그랬어요?!”
“어쩌려고 그랬어요, 겠지.”
쿨럭 거리며 물을 뱉으면서도 대꾸를 하는 나를 보고 안심을 한다.
“어쩌려고 그랬어요!”
“미안, 쑨 양.”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요.”
언제부터 있었냐고 물으니 한참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화난 것처럼 들어와서는 어디 보지도 않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금방 눈치 채고 알아볼 줄 알았는데 끝까지 옆은 보지도 않았더라며 한 번 더 머리를 쥐어박는다. 바위만한 손으로 내려치니 살살 때린다고 해도 아프다. 이게 어디 덤비는 거냐며 따라 주먹을 쥐니 손 크기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괜히 자존심이 상해 슬쩍 손을 풀었다.
돔 형식의 천장 바로 밑에 달려있는 창문으로 태양이 보인다. 빛이 내려와 넘실거리는 물 위에 반짝임이 서려있다. 서있는 그가 손을 내밀었고,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단숨에 손을 잡아챘다.
“태환, 알았어요?”
무슨 말을 계속 하고 있었는지 뒤늦게 확답을 요구하는 그에게 어정쩡하게 되물었더니,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다시 말한다.
“몸조심하라고요!! 아프지 말라고.”
가슴을 팡팡 내리치는데 꼭 매달을 딸 때의 모습과 매치되 다시 웃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그가 이제는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어디 아파요?”
“아니야, 가자. 피곤하다.”
계속 쳐다보는 그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제대로 날이 밝았는지 밖이 훤하다.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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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에..이렇게 빨리 올릴줄이야 ㅇㅇ
원래 한 20분 쓰고 바로 올려버리는 타입이라 그냥 쓰자마자 올려요.
재미는 없지만 그냥 잔잔하게 큰건 좀 나중에 가서 터뜨려야 재미짐d
그냥 대부분 박태환1인칭 가겠네요.ㅋㅋㅋ 재미는 없지만, 감동도 없지만, 나 좋으라고 쓰는 망상같ㅋㅠㅠ
+답글은 나중에라도 달꺼예요. 그럴꺼라고 싫다그래도 그럴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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